환상 속으로 돌진하는 한국의 진보 세력 – 시사IN
환상 속으로 돌진하는 한국의 진보 세력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2016년 11월 17일 목요일 제478호
<다시 읽는 한국 현대사>
양우진 지음, 생각의힘 펴냄
<다시 읽는 한국 현대사>
양우진 지음, 생각의힘 펴냄
도발적 내용에 비해 책 제목이 너무 심심하다. 이른바 진보 진영 엘리트들의 ‘세상과 역사를 보는 방식’에 대한 이토록 근본적인 비판은 읽어본 적이 없다. 저자는 “진보 진영의 오랜 문제의식이야말로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반동적 경향”이라고 몰아쳐버린다. 그 낡은 ‘문제의식’은 무엇인가? 근현대사가 “친일·친미 세력에 의한 권위주의 독재로 점철되었다”라고 보는 시각이다. 저자에 따르면, 4·19와 5·16은 한국 현대사에서 각각 ‘진보’와 ‘보수’를 상징하는 사건이지만, 그 주도 세력들의 이상(理想)은 동일했다. 바로 ‘자립적 국민경제’다. 박정희 정권 역시 초기에는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자기완결적인 재생산 구조를 갖는 국민경제(박현채의 ‘민족경제론’과 비슷한 이미지)”를 기획했다. 여의치 않자 경제정책 기조를 ‘외국자본 도입 및 수출 주도’ 전략으로 바꿨다. 진보 측 엘리트들은 1960년대부터 ‘이런 전략으로는 경제발전을 성취할 수 없을뿐더러 대외 종속을 심화시킨다’라고 주장해왔다. 결과적으로 이런 비판은 틀렸다. “자립경제의 달성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박정희 시대의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1980년대 후반쯤에는 어느 정도 이뤄져버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진보 측의 엘리트들이 이런 현실을 수용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환상 속으로 돌진할 수밖에 없다. 마침 보수 진영은 군사 쿠데타와 독재, 노동운동 탄압 같은 추한 과거를 가지고 있다. 이런 상대와 싸우려면 “(한국의 과거를) 암울하고 어둡게 재구성하여 보수 세력을 면박주고 모욕하”는 것이 유효한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전략이 “저성장, 청년 실업, 불평등, 저출산과 같은 어렵고 고통스러운 문제”에 직면한 한국 사회에 대한 처방일 수 있을까? 이 지점에서 저자는 진보 세력에게 예전의 생각과 실천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현재 문제의 해결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라고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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