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08

박정미 50대 아줌마의 이준석 이해하기

박정미

50대 아줌마의 이준석 이해하기


윤석열과 이준석의 극적화해에도 불구하고 이준석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주위의 페친들 동향을 보면 윤석열에 대해서는 통 큰 행동으로 좋게 보는 사람이 많지만 이준석에 대해서는 애물덩어리의 투항이라고 혀를 차는 사람들이 절대 다수인 것 같다.
나도 이준석의 행동방식이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유독 극렬한 비토 분위기는 무언가 이상하다. 이준석의 모든 말과 행동은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배후가 있다거나 시커먼 계산속이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의심받는다. 대부분 내 또래이거나 나보다 더 나이가 많은 내 페친들과 이준석과의 사이에는 근본적으로 이해와 소통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 세워져 있는 것 같다.
재승박덕한 애송이 정도로 소 닭보듯 하던 내가 이준석을 눈여겨보게 된 것은 물론 두 차례의 선대위원장 사퇴건이었다. 상식적이지 않은 그 행동을 이준석이 또라이가 아니라는 상식적인 가정을 지키려 애쓰면서 지켜보았다.
도대체 무엇을 얻기 위해 저렇게 무리를 할까, 무엇을 위해 자신의 정치생명을 끊는 행위를 이토록 서슴없이 벌일까.
근데 싸가지 없는 말과 파격적인 행동을 쳐내고보면 이준석이 지적한 것들은 결과적으로 틀리지 않았다.
이준석이 처음 반기를 든 것은 윤핵관으로 대표되는 구세대의 중구난방식 매머드 선대위를 지적하면서였다.
두번째 난을 일으킨 직접적 계기는 김건희씨 사과를 둘러싼 조수진과의 대립이었다.
결국 처음에 이준석 말대로 했으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기 힘들게 된 것들이다.
거기서 나는 이준석은 우리세대와 근본적으로 다른 가치관과 행동방식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추론하게 되었다. 그의 충과 우리의 충이 다르지만 그는 그만의 방식으로 충을 다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다가 국힘당 의원총회에서 적의에 가득찬 의원들앞에서 행한 이준석의 28분 연설을 보고 내 생각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이준석과의 소통에는 근본적인 장벽이 있는데 그 것은 모든 인류가 결코 넘어설 수 없었던 그 장벽이고 그 이름은 바로 '세대차이'다.
 
이준석은 우리세대의 문법과 사고방식을 가차없이 깔아뭉개고 자신의 방식대로 말을 하고 행동한다. 반면 우리세대의 페친들은 너무나 기분이 나빠져서 이준석의 말투나 방식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이것은 의원총회에 모인 국힘당 의원들도 불난집구경하며 지켜본 민주당 의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윤석열후보 또한 결코 예외가 아닐 것이다.
세대차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문화의 습성이고 근본적인 이해의 폭을 결정한다. 하지만 세대차이라고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배후의 세력이나 계산속을 생각하지 않고 이준석의 말과 행동을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이준석이 즉흥연설에서 밝힌 자신의 논리를 따라가며 이해해보자. 이준석이 나쁜 행동을 했더라도 이준석에게는 나름의 논리와 방식과 진심이 있다. 우리가 그 논리를 이해하는 것은 세대간의 화합을 이루고 미래를 이해하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시간은 이준석의 것이다. 우리는 과거이고 이준석은 미래다.
먼저 이준석은 자기정치에만 관심있고 당이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대선승리에는 나몰라라, 하는 나쁜 놈이라는 우리의 인식을 돌아보자.
 
28분의 그 즉흥연설에서 이준석은 젊은 세대가 가장 먼저 문재인 정부에게 의구심을 품고 반발했던 계기가 뭔지 아시느냐고 자문했다.
그는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 문제에서 왜 십수년간 노력하면서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노력했던 우리 선수들의 의지를 ‘나랏일 하자는데 당신들이 포기해라’라는 가치만으로 꺾어버리려고 한다는 것에서 시작되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대표는 자신 또한 이러한 젊은세대의 의식을 공유하고 있음을 밝힌다.
그는 “이번 선거국면에서 많은 의원님들이 당내 갈등 상황을 조속히 해결하자는 바람 속에서 ‘선당후사’를 말씀하셨다."며
"‘당을 위해서 이대표 니가 희생해라’라는 표현이나 ‘당을 위해서 무조건 따라라’고 하는 표현은 저한테 맞는 설득의 방법이 아니었을" 거라고 말했다.
우리세대는 당에 조금이라도 누가 되는 행동을 하며 자기정치를 하는 행위를 극렬하게 싫어하고 배척한다. 우리세대에게 그것은 충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젊은세대들에게도 그것을 강요하는 것은 옳은 일인가? 국가대표선수에게는 허용하면서 당대표에게는 허용할 수 없는 것인가?
자기정치를 하면서도 당을 위해 헌신하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애당초 치워버리는 것은 우리세대의 지나친 공동체우선주의의 발로가 아닌가?

이준석은 연설에서 자신을 선거중독자라고 불렀다.
“저는 제가 ‘선거중독자’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선거에 항상 무한한 감정이입을 합니다.”
그러면서 대선전략으로서 자신이 주창했던 ‘세대결합론’내지는 ‘세대포위론’을 기획하고 관철하기 위한 노력들을 회고한다.
그 결과 그는 “이 계획이 실현되지 않았을 때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선거를 치르느냐에 대해서 굉장한 절박한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고백했다. 우리 눈에는 안하무인으로 제멋대로 보이는 그동안의 행보가 자신의 선거승리에 대한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임을 해명한 것이다.
또 이준석은 자신이 지방선거에서 득세하기 위해 이런 난동을 부리고 있다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놓았다.
“제가 단한번이라도 제가 경선이 아닌 방식으로 사람을 꽂아넣은 적이 있습니까?
제가 당대표로서 행사할 수 있는 인사권을 제가 공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행사한 적이 있습니까? 제가 지방선거에 대해서 시험을 치겠다는 것이 어떻게 제 사람을 꽂아놓고 지방선거를 장악하겠다는 이야기겠습니까?”

나는 젊은세대의 공정의 요구가 전세계 공정의 트렌드에는 현격하게 미치지 못하는 즉자적 수준이라는 생각에 동의한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더 근본적인 공정보다는 우선 형식적이고 즉자적인 공정마저 잃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페미니즘과 공동체의 이름으로 그 형식적이고 즉자적인 공정마저 파괴하는 현 문재인정권에 분노하고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준석이 설사 다른 흑심을 갖고 있다고 해도 그가 내세운 논리는 거짓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세대의 트라우마인 이권추구 문화를 그대로 투영하여 이준석을 잘못 해석하고는 있지는 않는지, 한번은 점검해봐야겠다.
윤석열과 이준석은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 수밖에 없는 공동 운명의 동반자가 되었다. 이제는 도저히 다른 방법이 없다. 출발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해도 서로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함께 가야 한다. 의심하고 모욕하는 것은 승리가 아닌 확실한 패배의 길이다.
육십일간의 선거운동을 하며 격렬한 도가니탕 속에서 부대끼면서 하나로 녹아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기를. 현재를 공유하고 미래를 함께 호흡하고 새로운 정치문화를 이룩해나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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