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과연 대안 없는 현실인가
등록 2018-11-30 06:01
수정 2018-11-30 19:28
수정 2018-11-30 19:28
마크 피셔 지음, 박진철 옮김/리시올·1만3000원“자본주의가 그렇게 싫으면 북한에나 가라.”
포털의 댓글 같은 데에서 종종 보이는 이 말은 읽는 이로 하여금 한없는 우울에 빠져들게 한다. 그조차도 사실이 아니지만, 자본주의가 아닌 것은 ‘북한’ 말고는 떠올릴 수 없는 이 시대의 강력한 규정성을 되새기게 만들기 때문이다. 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는 “자본주의의 종말보다 세계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이 더 쉽다”고 했던가.<자본주의 리얼리즘>은 영국의 철학자·비평가인 마크 피셔가 2008년 펴낸 책으로,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그의 저작이다. 2000년대 초 ‘케이-펑크’(k-punk)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비판적 지식인으로 두각을 드러냈던 지은이는, 이 책에서 ‘자본주의 리얼리즘’이라는 열쇳말로 이 시대의 병폐를 진단한다. 마거릿 대처가 “대안은 없다”고 말한 뒤, 영국 ‘신’노동당이 그 말을 “자기-충족적 예언”으로 만들어버린 바로 그 시대다.
‘자본주의 리얼리즘’이란 말에서 ‘리얼리즘’은 “어떤 만연한 분위기에 더 가까운 것”이다. 그것은 “문화의 생산뿐 아니라 노동과 교육의 규제도 조건 지으며, 나아가 사고와 행동을 제약하는 일종의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우리는 “자본주의가 나쁜 것이라고 믿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자유롭게 자본주의적 교환에 가담할 수 있다.” 특히 지은이는 이 자본주의 리얼리즘이 “좌파의 병리 현상”이라고 콕 집어 이야기하는데, 이를 낳은 신자유주의 프로젝트를 완성시킨 것은 결국 영국 ‘신’노동당이나 미국 클린턴 정부 등의 ‘타협’이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과거에는 ‘정치적 대안’이란 게 있었지만, 오늘날은 그것이 완전히 고갈되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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