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내가 특히 싫어하는 기자 출신 <한겨레> 칼럼니스트 둘이 있다. 그 언론사 구성원 사이에서는 평판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다른 곳으로 존재 이전한) 곽 아무개와 성 아무개. 원래는 셋이었는데 한 명은 청와대 거쳐서 금배지를 달았다. (그 흑석 선생 맞습니다!) 내가 그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저널리즘을 자신의 정치적 도구로 사용한다는 것.
성 아무개가 쓴 “기득권 세력의 ‘화려한 부활’ 성공할까” 제목이 붙은 칼럼을 보면서 실소가 나왔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천년의상상 펴냄)에서도 썼듯이 ‘구적폐’와 ‘신적폐’가 싸우고 있는데, 한쪽이 자신은 ‘기득권’이 아니라고 바득바득 우기고 있는 꼴. 더 암담한 사실은 저 칼럼을 보고서 고개 끄덕이면서 비분강개할 아재 친구들이 많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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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간 어땠는지 돌아보세요. 안타깝지만, 당신이 바로 ‘기득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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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친 한지원 씨의 공감이 가는 글이다. 나는 이 의견에 동감한다.
한겨레 성한용 씨는 어제 칼럼에서 <정권교체 = 기득권세력의 부활> 이란 등식을 이야기했다.
이재명 씨가 밀리니 전가의 보도, 반보수, 반기득권, 미워도 진보 카드를 꺼낸 것. 사실 이런 이야기는 우습다. 조국 사태 이후 설득력을 상실한 이야기. 그럼에도 요즘 친민주당 지식인들은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한다.
왜일까? 집토끼를 잡기 위해서인 것 같다. 광의의 노동운동, 시민운동에는 '반보수'에 즉각 반응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다수다. 이재명이 싫어도 반보수에는 반응하는 사람이 많다. 최근 정의당 내에서 진중권 씨 복당을 반대하는 흐름도 성한용 씨의 반보수 선언과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 2중대로 활약하는 사람은 포용 대상이지만, 민주당을 앞장서 비판하다 '상대적'으로 국힘 쪽으로 이동한 사람은 배척의 대상이다. 많이 보아온 진보진영의 일관된 행동 패턴. 반보수로서 진보는 뿌리가 정말로 깊다.
20여년 사회운동을 해온 나도 반보수 진영의 일원이었다. 노동자계급의 관점으로 보수를 비판하는 게 세상을 조금 더 낫게 만드는 길이라 생각했었다. 이 점에서 문재인/민주당 정부가 고맙다. 한바탕 환멸을 느끼고 나니, 세상이 그렇게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촛불 정부에 대해 교훈을 얻느냐 여부가 한국 사회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성한용 칼럼] 기득권 세력의 ‘화려한 부활’ 성공할까
등록 :2022-01-24
성한용 기자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권이 잘못하면 심판을 받는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따른 정권교체론은 정당하다. 그러나 정권교체론에 편승한 자본 기득권 세력, 분단 기득권 세력, 가짜 보수의 귀환을 국민이 용납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할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2일 세종시 BOK아트센터에서 열린 ‘세종시 선대위 필승 결의대회’에서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한용 | 선임기자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우리 정치의 역사를 두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의 시기와 그 이후 이어지는 5년 단임 대통령들의 시기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7명의 대통령이 나왔다. 3월9일 여덟번째 5년 단임 대통령을 뽑는다.
20대 대통령 선거는 어떤 정치적 의미가 있을까? 이재명이 당선되느냐, 윤석열이 당선되느냐가 궁금할 것이다. 안철수가 완주하느냐, 윤석열과 단일화하느냐도 궁금할 것이다. 심상정과 김동연의 득표율도 궁금할 것이다.
궁금증을 잠시 접어놓고 긴 안목으로 우리나라 대선의 역사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는 정부 수립 이후 49년이 지난 1997년에야 처음으로 이뤄졌다. 참으로 부끄러운 역사다.
왜 이렇게 늦어졌을까? 오랫동안 정권교체를 가로막은 세력이 있었다. 1961년과 1980년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전두환 정권과 이들에게 영합해 세를 불린 자본 기득권 세력, 분단 기득권 세력이다.
이들의 이데올로기는 반공주의, 보수주의였다. 지역적으로는 영남 중심주의, 경제적으로는 성장 제일주의, 시장 만능주의였다. 보수 정당과 보수 신문은 이들의 전진 기지였다. 자신을 ‘주류’(메인 스트림)라고 부르기도 했다. 사실은 그냥 기득권 세력이었다.
이들은 호남 출신 김대중을 늘 경계했다. 술자리에서도 “다이 쪼는 안 된다”고 주문처럼 되뇌었다. 한국 사회 비주류의 상징인 김대중의 대통령 당선은 자신들의 권력 상실을 의미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1997년 정권교체는 기적이었다. 2001년 김대중 정부는 언론사 일제 세무조사를 했다. ‘밤의 대통령’으로 불리던 언론사주들이 줄줄이 감옥에 가는 치욕을 겪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권언유착을 끊어내려고 언론사 세무조사를 결단했다. 그러나 보수 신문 사주들은 정치 보복으로 받아들였다. 그 이후 보수 신문들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에 대해 저주에 가까운 이념 공세와 정치 공세를 줄기차게 퍼부었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을 보수 기득권 세력이 견딜 수 없어 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 의석 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했다. 보수 신문들은 부추겼다. 역풍으로 오히려 의회 권력을 빼앗겼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압도적 당선은 보수 기득권 세력의 부활이었다. 민주당 정권의 몰락이었다. 노무현의 사람들은 ‘폐족’을 자처했다. 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을 그냥 뒀어야 했다. 하지만 보수 기득권 세력은 힘없는 퇴임 대통령을 능멸했다.
그 이후 벌어진 일은 보수 기득권 세력의 업보다.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 대통령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우리 정치의 주류 세력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성공했을까? 실패했다. 왜 실패했을까? 한마디로 순진했던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의 잘못은 무엇일까?
- 검찰주의자 윤석열을 검찰총장 자리에 앉힌 것이다.
-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인제 와서 부질없지만 따질 건 따져야 한다.
검찰이 어떤 집단인가? 권력기관이다. 기득권 세력이다.
노태우 대통령은 정권의 요직을 검사들로 채웠다. 정해창 비서실장, 서동권 안기부장이 검사 출신이었다. 정구영 청와대 민정수석은 검찰총장으로 직행했다. 노태우 정부는 반쯤 검찰공화국이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통령 당선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첫째, 검찰공화국의 완성이다.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보수를 표방한 자본 기득권 세력, 분단 기득권 세력의 화려한 귀환이다.
자본 기득권과 분단 기득권의 이해에 충실한 윤석열 후보의 수많은 발언이 그 증거다.
대한민국 보수는 수십년 영욕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 개혁 보수, 합리적 보수로 진화하지 못했다. 제대로 된 대선 주자 한 사람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 결과가 윤석열 후보다. 부끄럽지도 않은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권이 잘못하면 심판을 받는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따른 정권교체론은 정당하다. 그러나 정권교체론에 편승한 자본 기득권 세력, 분단 기득권 세력, 가짜 보수의 귀환을 국민이 용납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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