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공’론 민주당 책임 없나?
[기고] 김상일 전 한신대학교 교수
기자명 김상일 입력 2022.01.13 16:05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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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정용진과 극우 정치인 윤석열이 멸공론을 달구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21세기도 거의 4반세기를 지나가는 지금 ‘멸공’을 대선 정치 구호로 등장하도록 만든 민주당, 나아가 문재인 정부에게는 책임이 없는가? 어린아이가 불장난을 쳐, 대형 불이 났다고 할 때에 과연 어른에게는 책임이 없는 것일까?
정용진과 윤석열이 맞장구를 치면서 백주 대낮에 대형 마트에서 장까지 봐 가면서 ‘달파멸콩’ 희극을 벌리고 있는 데 문재인 정부는 과연 책임이 없단 말인가?
문재인 정부가 5년 전에 집권할 때부터 그리고 지난 번 총선에 민주당에 180 여석을 몰아 줄 때 표를 준 국민들이 가장 바랐던 것은 국가보안법 폐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5년 동안 손 하나 대지 못하고 2024년 까지 폐지연기를 하고 말았다.
쥐 잡으라고 고양이를 길렀더니 오히려 고양이가 쥐를 겁내고 있는 꼴이다. 문재인 대통령, 지난 5년 동안 뭘 했는가? 남북 정상회담 그리고 미국 대통령 만나 설득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고 급선무였던가? 미국 재벌과 정치 구조를 알진댄 처음부터 해서 결과 없을 짓은 하지 않는 것이 현명했을 것이다.
우선적으로 국가보안법부터 폐지하고 그 다음 순서로 북한에 대하여 바로 알게 하는 통일교육을 전 국민들을 상대로 했어야 할 것이다. 소위 2030 세대들을 볼 때에 앞날이 걱정이다. 국가도 민족이란 개념조차 없어져 가고, 오직 자신의 스펙 쌓고 개인의 이익 추구만 지상의 가치관이 되도록 만든 데는 그동안 이들에 대한 교육이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통일부 장관은 처음부터 전 국민 상대로 통일교육에 매진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통일 교육을 제대로 하자면 국가보안법부터 폐지했어야 했다. 다음 대선에서 다시 정권이 보수로 회귀되는 날은 상상만 해도 두렵다. 멸공과 선제공격, 이것 밖에 통일에 대한 화두 자체가 없는 자들에게 겨레의 운명이 좌우된다는 것은 악몽 가운데 악몽이다.
이제 윤석열은 대통령을 잡아 가두겠다고 하는 데 그 이유는 문 대통령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 있는 국보법으로 충분히 대통령을 잡아 가둘 수 있다고 넉넉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윤석열의 멸공론에 대하여 그 부당하고 불가능한 담론을 하나 제시한다. 멸공이 불가능한 이유를, 코로나 바이러스 멸충이 불가능한 이유를 들어 설명해 보려한다.
기생충은 제자신이 홀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숙주에 기생해서만 생존을 유지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숙주와 공생하면서 기생하는 것이 기생충의 속성이다. 그런데 공생과 기생의 관계가 확연히 나뉘는 분명한 선이 있는 것이 아니고 불분명하다.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할미새와 코뿔소의 관계만을 두고 보아도 그렇다. 할미새는 코뿔소 몸에 붙어 있는 진드기를 잡아 먹어주어 코뿔소가 기생충에 감염될 위험을 막아준다. 그런데 할미새가 진드기를 먹잇감으로 좋아하는 이유는 진드기 안에 있는 피 때문이다.
그러면 그 피는 어디서 온 것인가, 바로 코뿔소 몸 안에서 온 것이다. 그러면 할미새가 진드기를 좋아 잡아먹는 이유란 다름 아닌 진드기가 먹은 코뿔소의 피 때문이다. 그렇다면 할미새는 코뿔소의 피를 진드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빨아 먹고 있다. 그래서 진드기는 빨대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할미새와 코뿔소는 과연 공생 관계라 할 수 있는가?
“할미새가 코뿔소의 진드기를 제거해 주기는커녕 자신의 먹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코뿔소를 미끼로 삼고 있었던 것이다.”(장준호, 기생충, 서울:휴마니타스, 20쪽)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적어도 한 종류 이상의 기생충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기생충들에는 기생충에 기생하는 기생충들이 또 있다. 그래서 왈도 에머스는 “감히 기생충에 대적하는 신은 없다”고 단언했다. 신도 박멸할 수 없다는 말이다.
조나단 스위프트는 ‘시에 관하여 On Poetry’에서 “벼룩 위에 더 작은 벼룩이 피를 빨고, 이 작은 벼룩을 더 작은 벼룩이 물고 있다네!”라고 했다. 그리고 그 한계는 무한대라고 했다. 한국 보수들의 멸공론에 대해서 백 마디 말보다 아래 그림 하나면 족하다.
남 북 ‘멸공’ ‘공멸’ ‘화적’ ‘적화’ “너 죽인다가 나 죽인다”
남 북 ‘멸공’ ‘공멸’ ‘화적’ ‘적화’
“너 죽인다가 나 죽인다”
눈앞에 있는 밥그릇을 독차지하겠다고 상대방을 죽이려 밧줄을 놓게 되면, 곧 그것은 죽은 상대방의 밧줄 역시 놓아지게 되고 그러면 서로 다 죽고 만다.
남이 만약에 ‘멸공’ 하겠다고 하면 그것은 곧 ‘공멸’이 될 것이고, 북이 만약에 ‘적화’ 하겠다고 하면 그것이 곧 ‘화적’이 될 것이다.
위 그림은 논리학자들이 ‘역설’이란 논리 교육을 하기 위해 좀 극단적인 사례를 든 것이다. 즉, 고대 그리스 철인 에피메니데스의 거짓말쟁이 역설을 강의하기 위해 철학자들이 든 한 예의 그림이다. “거짓말쟁이가 거짓말을 한다면 참말이고, 참말을 한다면 거짓말”이란 역설을 강의하기 위한 강의용이란 말이다.
이 역설은 말놀이 같지만 서양 2500여 년 지성사를 순간에 바벨탑 무너지듯 다 파괴시킬 만큼의 위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 이 역설 하나로 탈현대 즉, 포스트모던이 시작된다. 북은 1960년대에 적화 통일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연방제를 제시하였다. 그런데 지금 국가보안법에 의하면 연방제 자체를 위법으로 간주, 이를 지지하면 엄벌에 처하고 있다. 그래서 정용진과 윤석열의 입에서 멸공이 서슴없이 나온 것이다. 그러면서 선제공격 운운하고 있다.
한국 재침략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일본 극우 세력들은 ‘선제공격’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선제공격의 순간은 일본이 한반도에 재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전 동경시장은 한반도에 핵전쟁이 나면 인구 절반이상이 죽게 되고 그러면 일본이 앞으로 한국을 영구 합병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그런데 선제공격이, 지금 한국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 입에서 터져 나오고 말았다. 일본은 지금 자기들 수상 뽑는 이상으로 한국의 대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윤석열의 당선을 고대하고 있다. 제 판단력 없는 윤석열이 대통령 되는 날 한국의 제1정부는 일본에 있다고 생각하면 하나 틀림없는 말일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서글프다. 선진국 대열에 섰다고 하는 대한민국의 야당 대통령 후보가 이런 철 지난 논리로 대선에 임하고 있다는 이 사실 하나가 슬프다. 그리고 이런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들이 아직도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는 사실이 더 슬프게 한다. 슬픈 차원을 넘어 앞날이 두렵기만 하다. 이러한 위기에 가장 민감해야 될 2030 세대가 지금 윤석열 지지의 대세라니 슬프고도 두렵다.
문재인 정부에게 책임을 묻는다.
정용진과 윤석열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기업과 정계에서 저런 ‘달파멸콩’ 할 수 있는 배경과 이유에는 문재인 정부에게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에 국가보안법을 임기 초부터 손을 보았다면, 지금 와서 이런 비어 자체를 쓸 수조차도 없었을 것이다. 이런 비어가 한 나라를 이끌 주인공의 입에서 나올 수 있게 된 배경에는 국가보안법이 아직 그대고 살아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이런 비어들이 기생충 같이 만연할 수 있는 풍토가 그대로 조성돼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십중팔구 짐작컨대 윤석열 후보가 자기 말에 대한 변명이 궁색해 지게 되면 문재인 정부에게 자기 말에 대한 책임을 전가할 것이다. 하도 뒤집어씌우기를 잘하는 국민의힘은 국가보안법이 달파멸콩을 내 뱉을 만한 온상이었지 않았느냐고 자기들 말의 책임마저도 문재인 정부에 돌릴 것만 같다.
김상일 전 한신대학교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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