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30

Park Yuha 한동훈 전검사장이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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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Yu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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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긴 글 주의)
그저께 한동훈 전검사장이 한 말은 표현도 내용도 좋았지만(‘유시민 씨나 그런 유사품’도 굿.), 개인에 대한 공격을 제외하면 가장  말하고 싶었던 건 이 부분이 아니었을까 한다.

“권력이 물라면 물고 덮으라면 덮는 사냥개 같은 검찰을 만드는 것을 검찰개혁이라고 사기치고 거짓말했습니다.”

전에도 그는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을 사냥개에 비유한 적이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사기치고 거짓말”하는 행위에 대한 고발. 말하자면 그간 받았던 설움과 억울한 감정이상으로 “나도 검찰도, 당신들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조직)이 아니다”는 걸 말하기 위한. 

그래서 내겐 그의 고발이, 잘 모르면서 타자를 함부로 말하는 자에 대한 항의이자, 구둣발로 짓밟혀진 자존심의 표현이자, ‘사냥개 만들기 프로젝트’ 에 더이상 고개 숙이지 않겠다는 결기의 표현, 으로 보인다. 

그러니 한동훈의 분노는 유시민 개인 말고도 자신이 속한 조직을 사냥개로 길들이려 했던 이들 모두를 향해 있었다고 보는 게 맞다. 문제는 있을 수 있으나 결코 하나의 균일한 조직일 수 없는 검찰을 끊임없이 악마화하고 조롱하고 옛기억을 환기시켜면서까지 실제로는 상관도 없는 윤석열과 한동훈을 짓밟으려 했던 이들 모두를. 
나는 아직 아무도 고발하지 않았지만, 비슷한 거짓말과 공격과 조롱을 경험했기 때문에 한동훈의 심경이 백번 이해된다. 
아마도 그 감정은 억울함이나  분노라기보다는 공격과 조롱에 깔린 저열한 심성에 대한 절망감일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누군가를 누르거나 찍어내기 위해 동원되는, 뼈마저 발라내고야 말듯한 집요함, 그저 엉터리/무가치한 존재로 인식시키고 싶어, 손깃발 흔들 듯 너무나도 가볍게 존재 자체를 흔들고 싶어했던 인간에 대한 경시. 그런 심성을 서로 확인하며 나누던 헷헷헷하는 조롱들. 
그런 심성들에 집단으로 맞닥뜨리게 되면 인간에게 남은 선택지는 자살이거나, 더 이상 공격자들이 바라는 대로 되지 않겠다는, 그리고 더 이상 그런 경험을 다른 사람이 하도록 하지 않겠다는 다짐일 수 밖에 없다. 
한동훈이 ‘합의’에 반대한 건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 
그러니 그런 집단들이 말하는 “사람이 먼저”란 그저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문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그런 공격자들을 그저 “양념”치부한 건, 선량해 보이는 혹은 진짜 선량한 이들 조차 그런 감성을 자주 공유한다는 걸 보여줬다. 
진짜 선량한 사람들은 양념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걸 쉽게 잊어버리고, 그런 그들을 부추기는 ‘선량해 보이는’ 사람들은, 실은 그 사실을 잘 알기에 지치지도 않고 다시 부추긴다. 
그들에게 결여되어 있는 건 누군가를 결코 자신이 다 알 수 없는 존재로, 하나의 우주로 대하는 겸허다. 타자에 대한 진정한 존중이 결여 되어 있기 때문에 , 그들은 남을 쉽게 짓밟기도 하지만, 발길질(부하 검사의 행위란 얼마나 상징적인가) 대신 고개를 돌려 쉽게 우상을 만들기도 한다. 
그들이 자동차를 닦거나 길거리 쓰레기를 줍는 건, 신격화된 대상이 깨끗해야만 자신 안의 숭앙심이 퇴색되지 않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그 행위들은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것이다. 자아가 약하기 때문에 그들은 홀로서기를 두려워 하고 신격화든 악마화든 부여잡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한 것.그들이 ‘울컥’하기 쉽고 도를 넘어선 비난에 참여하기  쉬운 것도 바로 그래서다.  서로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각성을 막아줄 구호 뿐이다. 
자아를 온전하게 성숙시키지 못해 세상을 보는 눈이 세모꼴로 정지되어 있으면 온세상이 세모꼴로 보일 수 밖에 없다.그들은 (우상 혹은 적에게 함몰되어) 남들은 물론 자기 자신조차 돌아보는 법이 없어서, 자신의 세모꼴 눈을 끝내 모른다. 그러니 어떤 사태가 벌어지든 끝까지 자신의 정당성을 의심하지 않는 것.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10년 이상이 지났어도 오늘의 검찰이 10년전  그 검찰로 보이는 이유도 그들의 세계가 정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기억의 되새김으로 성장을 멈추기로 했으니 ‘깨어있는 시민’들에겐 변화란 보이지 않거나 인정하지 않아야 할 무엇이다. 이들에겐 인식과 감성의 성장은 그저 변절자의 증거일 뿐. 
새로운 지식을 받아 들인다는 건 에너지를 요하는 일이다. 그때까지의 자아를 부정해야 하니 고통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다양한 자극을 만나면서 자아를 키운 사람들은 그걸 견딘다. 그렇지만 이들은 성숙을 거부했기 때문에 더이상 보지 않고 듣지 않기로 한다. 그 쪽이 더 쾌적하기 때문에. 어머니 뱃속에 있는 것처럼. 
그래서 이들에겐 자신들이 이미 기득권이면서도 세상은 언제까지고 “기득권이  지배하는 세상”(한겨레 성한용) 이고, 그런 세상이 이어지면 안되기 때문에 음모론을 반복하면서, 오늘의 대통령후보 주변에서 죽어간 사람들따위는 하루빨리 잊어 버리고 10년 전 대통령 죽음만을 다시 기억하라고 선동한다. 
선동자들이야 이런 선동을 이어 갈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교주의 위치를 내어 줘야하니. 추종자들도 교주의 가르침에 맞춰 “깨어 있는 시민”을 계속할 것이다. 깨어나면 고통을 견디기 어려울테니. 쾌적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같은 말을 반복하고, 같은 생각에 젖어,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뭉쳐 구호를 이어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그 맹목성이 비대해지면 교주의 교주들마저 파멸시킬 수 있다는 것. 그가 속한 공동체까지도. 
그걸 모르는 건 아마 그들 뿐이다. 


37 comments
Julius Jinwoo Kim
미국의 트럼프지지자들도 거의 똑같더라고요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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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Yuha
Julius Jinwoo Kim 세상은 어디나 다 비슷하죠. 가진 차이 만큼 표면적 차이로 나타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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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ius Jinwoo Kim
트럼프지지자들이 국무부, 국방부, 사법부, 의회를 맨날 욕하고 미국이 그동안의 시스템대로 움직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물론 미국이 세계의 경찰노릇을 지금처럼 계속해야 하는거냐에는 이견이 있을 수는 있는데, 미국의 철수도 질서 있게 이뤄져야 책임성이 있는 것이고 특히 트럼프지지자들이 말하는 대안은 더 이상하다는 거죠. 어디에서 온건지 찾기도 힘든 (그나마도 충분히 먹고살만한 사람들이 대깨문이나 대깨트나 내부에선 주류입니다)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시스템…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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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Yuha
Julius Jinwoo Kim 결국은 자신들을 중심으로 한 시스템정립을 갈구하는 거겠죠. 좋게 보자면 자신이 가치로 생각하는 것을 위한거지만 결국 자신을 위한 거죠. 트럼프는 매개체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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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 Jung-Kwan
너무 좋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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