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15

한국생명농업협회 최병칠 회장 / 생명존중 ‘땅’의 회복은 ‘퇴비’가 열쇠 - 기독신문



한국생명농업협회 최병칠 회장 / 생명존중 ‘땅’의 회복은 ‘퇴비’가 열쇠 - 기독신문



한국생명농업협회 최병칠 회장 / 생명존중 ‘땅’의 회복은 ‘퇴비’가 열쇠

김지홍 기자
승인 2005.11.30



30여년 유기농업 역사 일궈…가나안영농조합설립, 안전한 먹거리 지킴이로


최병칠 한국생명농업협회장은 땅과 땅속의 미생물 그리고 인간이 공존하는 농업연구에 헌신해 왔다. 인간을 건강하게 만드는 안전한 먹거리야말로 농업의 진정한 경쟁력이다. ‘흙’을 이야기하는 심정은 다소 착잡하다. ‘쌀 개방 반대’와 ‘식량주권 사수’를 외치는 농민들의 시위가 연일 계속되는 상황에서, 또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를 둘러싼 논의들이 복잡하게 뒤얽히고 첨예하게 맞부딪치는 상황에서 ‘흙’을 먹고 사는 일과 그 ‘흙’을 일궈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한없이 무겁기만 하다.
한국 유기농업의 ‘대부’격인 최병칠 회장(74·사단법인 한국생명농업협회)을 찾아가는 길에도 시위는 이어지고 있었다. 경기도 여주 시민회관 앞은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붉고 푸른 깃발로 넘실거렸다. 그 소요의 뒷편, 한적한 이면도로에 생명농업협회의 컨테이너 사무실이 있었다.
마침 그날 오후 여주군농업기술센터와 갖는 행사가 있어서 최 회장은 양복차림이었다. 연세대, 서울장신대, 아세아연합신대 등 오랫동안 강단에 서왔기 때문에 늘 양복차림이었을 터였지만, 그날 따라 그의 양복은 어딘지 모르게 그와 겉도는 것 같았다. 오히려 투박하고 두툼한 손이 그의 ‘본질’을 이야기해주는 것만 같았다. ▲“생토생민(生土生民)이지!” 30여년, 한국 유기농업의 역사와 그 이력을 함께 해 온 그는 유기농법을 “생명농법”으로 정의한다. 그 생명농법이 지향하는 목표는 ‘생토생민’(生土生民), ‘흙을 살려 백성을 살린다’는 것이다. 그동안 유기농과 관련해 바른 먹거리의 중요성이나 음식물과 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려진 바지만, 최 회장이 생명농법을 이야기하는 것은 좀더 ‘근원적인 부분’과 맞물려 있다.
“요즘 흔히 말하는 유기농은 상업주의에 의해 그 의미가 상당부분 퇴색되고 있습니다. 농약을 덜 쓰고, 그래서 좀더 비싼 값을 받는다는, 정부가 말하는 환경농업과 같은 맥락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유기농의 핵심은 농약을 전혀 쓰지 않는 것이고 흙의 힘을 살려 사람을 살리는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입니다.”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것은 먹거리 생산의 주체인 농민들도 유기농을 그저 퇴비를 주는 것 정도로만 이해한다는데 있다. 물론 유기농이 지력(地力)을 살리기 위해 퇴비를 사용하는 것은 맞지만, 문제는 이 퇴비를 생산하는 ‘공장’에 있다. 퇴비를 생산하는 공장들이 이윤을 늘리기 위해 충분히 완숙되지 못한 퇴비를 판매하는 경우가 상당 부분 있고, 이로인해 오히려 농사를 망친 농민들이 유기농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진정한 유기농의 근간은 ‘생명존중 사상’이며 땅과 땅속의 미생물, 그리고 인간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기독교적 농법’이라고 믿고 있다. ▲‘농약 해독제’ 최 회장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농촌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뜻이 맞는 지인들과 경기도 산골짜기에 ‘의화농림기술학교’란 농장겸 학교를 만들어 농촌의 젊은이들과 함께 직접 농사를 지으며 교육도 시켰다.
그러던 그가 유기농에 접하게 된 것은 좀더 많은 공부를 위해 단기코스로 들어갔던 일본 농촌청년양성훈련학교에서. 최 회장은 그곳에서 일본 현대 농업의 설립자인 구로사와 도리조를 만나게 되고, 당시 96세의 거장으로부터 ‘하나님 사랑, 사람 사랑, 흙 사랑’에 관한 의미와 한 권의 책을 소개받게 된다. 그 책은 세계유기농법의 출발점이자 중심지로 알려진 미국 로데일 농장에서 펴낸 <황금의 흙>(이 책은 1982년 최 회장에 의해 <유기농법>이란 책으로 국내에 소개된다).
이 책의 내용에 자극받은 최 회장은 일본을 돌아다니며 일본 유기농업의 1세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그 과정에서 그동안 자신을 괴롭혀왔던 무릎의 관절염과 불면증, 협심증 등이 농약의 영향 때문이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또 현미에 들어있는 피친산이 농약을 분해, 배설시키는 능력이 있다는 조언에 따라 직접 현미를 먹고 그 효과를 직접 체험하기도 한다.
▲유기농을 위한 ‘문서선교사업’ 일본에서의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정 회장의 이후 삶은 유기농이란 개념의 소개와 홍보, 그리고 실제적으로 유기농을 보급하는데 바쳐졌다. 하지만 현장 중심의 활동을 보였던 몇몇 국내 유기농 선구자들과 달리 그의 행보는 ‘문서선교’에 중점이 맞춰졌다.
직접 미국의 로데일 농장을 찾아갔던 그는 그곳에서 최초의 유기농 관련 서적인 <농업성전>(An Agricultural Testament, 영국의 생물병리학자 알버트 G. 하워드경(1873~1947)이 쓴 책으로 하워드경은 1900년경부터 퇴비연구를 시작, 1940년까지 40여년간 퇴비에 관한 연구만 계속했다. 이 책은 그의 40여년에 걸친 퇴비연구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를 비롯, 몇 권의 유기농 관련 서적들 판권을 얻어다 국내에 소개하면서 유기농에 관한 체계적인 개념을 정착시켰고, 이후에는 연세대를 비롯, 대학 강단에서 유기농을 가르치는데 열정을 쏟았다. 또 1991년에는 유기농학회를 설립하는 등 관련 학회 조직을 통한 학문적 연구와 농민 교육을 통한 유기농 보급과 연구에 헌신해왔다. ▲퇴비에 건 ‘희망’ 최 회장은 이념적인 면에서 유기농의 핵심은 ‘생토생민, 균근공생’(동일한 피조물로서 모든 생명을 존중한다는것과, 땅속의 미생물과 먹거리가 함께 살아남으로써 하나님의 창조질서가 회복되고 유지되는 것)이지만, 그것의 구체적인 실천은 ‘퇴비’로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이미 각종 농약과 화학비료에 오염되고 황폐화된 땅의 ‘힘’을 되살려내기 위해서는 퇴비가 가장 효과적인 지름길이다.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최 회장은 “병충해가 있기 때문에 농약을 써야 하는 것이 아니라 농약이 있기 때문에 병충해가 생긴다”고 믿는다. 바꿔 말하면 ‘농약이 없으면 병충해도 없다’는 의미이다. 농약과 병충해는 서로 ‘동반자’ 관계에 있으며 농약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병충해도 강인해진다. 항생제가 강해지면 내성을 가진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하는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다.
최 회장은 이런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열쇠’가 퇴비라고 주장한다. 퇴비는 퇴비가 썩는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열을 발생하며 처음에는 40도 정도에 이르던 퇴비 내부의 열은 뒤짚기를 하면 60도, 또 뒤짚기를 하면 거의 70~90도에 가까운 온도에 이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웬만한 병충해와 잡초씨들은 다 타죽는다. 이것이 퇴비가 완숙되는 과정인데, 이런 과정을 앞당겨 충분히 완숙되지 못한 퇴비를 주게되면 뒤늦게 발열과정이 진행되면서 식물의 뿌리를 태워 오히려 농작물이 죽는 낭패를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자신의 이런 내용을 말로만 주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 몇몇 지인들과 ‘가나안생명영농조합법인’을 설립, 구체적으로 이런 퇴비를 만들어내고 있다. ‘생물영양토’(Blue Green Soil)라고 이름붙인 이 퇴비는 최 회장이 스스로 주장해온 퇴비와 유기농에 대한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토양의 산성화를 막고, 땅속의 미생물은 살리면서 병충해는 막고, 생산성은 증대시키는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위한 든든한 지킴이로 만들어내고 있다.
최 회장은 이 퇴비가 각 농가로 보급되어 더 이상 화학비료와 농약의 폐해로부터 벗어나 지상의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먹을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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