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진보혁명 아닌 보수운동"
"동학, 진보혁명 아닌 보수운동"
[중앙일보] 입력 2007.02.24 05:05 수정 2007.02.25 08:36 | 종합 16면 지면보기
올해로 창간 20주년을 맞는 교양지 '한국사 시민강좌'가 통권 제40호 특집으로 '한국사 15개 대쟁점'을 마련했다. 이 가운데 유영익(71.사진) 연세대 국제대학원 석좌교수의 논문 '동학농민운동의 기본 성격'을 주목할 만하다.
연세대 유영익 석좌교수
기존 통설 문제점 짚어1894년의 동학농민운동은 대개 '동학혁명' '갑오농민전쟁' 등으로 불리어 왔다. 나아가 민주주의나 사회주의 및 민중주의의 원류로서 높이 평가돼왔다.
유 교수는 이같은 통설을 뒤집으며 "동학농민운동은 근대적 정치혁명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동학운동의 성격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그는 이번 '한국사 시민강좌'특집에서 보다 치밀하게 동학에 대한 기존 이해의 문제점을 짚어냈다.
'동학=근대적 정치혁명'이란 통설이 성립하게 된 데는 동학운동이 제기한 것으로 알려진 '개혁조건 12조'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유교수는 '개혁조건 12조'의 사료적 근거가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1894년 농민봉기의 진보성을 강조하는 학자들이 금과옥조로 인용하는 자료는 1940년 출간된 오지영의 '역사소설 동학사'인데, 이 책은 일종의 야사(野史)로 글자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되는 신빙성이 낮은 사료입니다."
오지영(1868~1950)은 천도교 내 혁신파를 대표하는 역사 서술가로 알려져 있다. 유 교수는 '역사소설 동학사'를 믿을 수 없는 근거로 오자가 너무 많은 점, 1894년 봉기와 관련된 1차 사료들 가운데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란 점 등을 들었다.
유 교수는 1894년 당시 농민군이 제작.사용했던 구호, 격문 등 1차 사료를 중심으로 동학운동의 성격을 재구성했다. "농민군이 내건 '보국안민' '제폭구민(除暴救民)' 등 구호에서 보듯, 동학운동은 유교적인 충군(忠君).애민(愛民)사상에 의거하여 일어난 보수적인 애국운동"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1894년 봄에 일어난 1차 농민봉기의 목적에 대해선 "개화정책을 추구했던 민씨 척족정권을 타도하고 그 대신 흥선 대원군을 권좌에 복귀시켜 복고적인 개혁정치를 펴도록 하는 데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해 가을의 2차 봉기에 대해선 "일본군을 쫓아낼 목적으로 궐기한 한말 최초의 본격적인 항일 의병운동이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한국사 시민강좌'특집에는 이밖에 '한국사 파악에서 내재적 발전론의 문제점'(이헌창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사 연구에서 노비제가 던지는 몇 가지 문제'(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성리학은 조선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켰는가'(지두환 국민대 국사학과 교수) 등이 실려 있다.
배영대 기자
[출처: 중앙일보] "동학, 진보혁명 아닌 보수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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