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엔 동학운동이 갑오개혁의 2배
역사교과서엔 동학운동이 갑오개혁의 2배
한국현대사학회 학술회의서 "집필자들의 민중 중심적인 역사의식의 소산" 비판
등록 : 2013-06-01 데일리안
김해원 기자(lemir0505@dailian.co.kr)
'정치'나 '이상'을 교육하는 역사가 아닌 좌우가 조화되고 현실과 사실에 입각한 역사를 교육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31일 아산정책연구원과 한국현대사학회 주관으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교과서문제를 생각한다' 학술회의가 열렸다. 이날 학술회의에선 "한쪽으로 치우쳐 학문적 다양성을 잃었던 한국 역사교과서가 철저한 학문적인 분석과 다각적 접근에 의해 개편되야 한다"는 주장을 담았다.
대한민국 교육현장에서 역사 논쟁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002년 제7차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한국 근현대사는 선택과목으로 채택됐고 그마저 좌편향 문제로 논쟁이 벌어지던 터였다.
이날 참석자들은 일부 언론에서 주장하는 '뉴라이트', '친일'이라는 프레임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역사를 정치적인 의도로 해석하기 보다는 활발한 학문적인 토론과 논의를 통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영섭 연세대 이승만연구소 연구교수는 미래엔, 천재교육, 비상교육, 법문사, 삼화출판사, 지학사가 2011년 출판한 한국사 교과서에서 ‘동학농민운동’에 비춰진 ‘민중적 시각’을 분석했다.
오 교수는 “한국사 교과서에는 동학농민운동의 서술분량이 갑오개혁, 독립협회운동, 대한제국 서술 분량에 비해 많게는 2배 적게는 1배 반이 실려있다”며 “특히 미래엔, 비상교육, 삼화출판사 교과서는 무려 6~8쪽을 동학농민운동에 할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서술의 양은 균형감각을 상실한 것”이라며 “한국에서 일어난 3개의 큰 사건 중 한국근대사의 진로와 전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청일전쟁과 갑오개혁이었다”고 말했다.
▲ 동학농민운동을 담고 있는 한 역사교과서.ⓒ연합뉴스
또한 “청일전쟁은 다소 분량을 줄인다고 해도 갑오개혁에 대해서는 동학농민운동보다 가중치를 둬 다뤄야 한다”며 “동학농민운동에 대한 과도한 서술은 집필자들의 민중 중심적인 역사의식의 소산같은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 교수는 “교과서에 실린 사료들 중에 가장 큰 논란거리는 오지영의 '역사소설 동학사'에 나오는 12개조의 폐정개혁안”이며 특히 ‘토지는 평균으로 분작케 할 것’이라는 조항이 문제라고 했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도 “역사교과서 검정위원으로 들어갔을 때 '동학사'로 잘못표기된 오지영의 '역사소설 동학사'는 믿을만한 사료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며 “그런 이야기를 했을 때 안에서 집단학대를 받을 정도로 고생을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다른 위원들이) '이것이 있어야 한국 사회에서 내재적 발전의 흐름이 세워지기 때문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며 “논리를 먼저 세우고 자료를 찾는데 자료가 없으니 역사소설 '동학사'를 따온 것”이라고 전했다.
강 교수는 "동학농민운동에 대해서는 좋은 1차 자료가 많다”며 “그런 자료도 얼마든지 교과서에 기재할 수 있는데도 굳이 신빙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역사소설 동학사'를 써야 할 정도로 이 자료가 종교화, 신앙화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교과서에서는 북한의 농지개혁은 성공적이고 남한의 토지개혁은 불안했다고 묘사를 한다”며 “그렇다면 왜 지금 북한의 농지는 저렇고 남한은 잘됐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문제는 세계사 시각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라며 “한국 국사학계가 세계사에 대한 연구를 거의 안한다. 세계 어느나라 역사학과도 4가지로 나눠진 곳은 없다”고 호소했다.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사학교수도 "중학교 역사교과서에서 강조되는 내용이 인류의 가치가 아니라 사회주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북한을 호의적으로 다루려는 것에 촛점이 모아져있다”며 “전체주의를 교육시키지 않는데 그걸 제대로 하려면 나치즘, 공산주의 전체를 묶어서 비판을 해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교과서에서 스탈린과 김일성, 박헌영이 공유하는 인식이 기본적인 프레임을 구성하고 있다”며 “우익을 대지주, 대자본가, 친일이라는 용어로 규정을 해 공산주의가 아닌 세력을 공격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군정 실시 자체가 잘못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며 “군정을 실시해서 소련은 간접 통치를 미국은 직접 통치를 했다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친일파 문제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이 나왔다. 그는 “이승만이 친일파 처벌에 반대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다고 하는데 이는 명백한 역사왜곡”이라며 “친일파 처벌이 필요하긴 하지만 온건하고 질서있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담화 발표를 했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에 대해 감싸려고 하는 걸 살펴볼 수 있는 지표가 바로 인권의 언급”이라며 “북한의 인권과 지배층의 사치사업, 수용소 생활, 공개처형에 대해서 등에 대해 단 한 개의 교과서만 언급을 하고 나머지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집필 기준에서는 대한민국의 헌법가치를 요구하지만 실제를 보면 그렇지 않다”며 “교육의 중립성을 지키라는 것도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사이에서의 중립을 지키라는 것 처럼 보이기 까지 한다”고 말했다.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사이의 중립은 있을 수 없고 공산주의는 전체주의이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수용한다면 자유, 평등, 헌법의 가치는 존중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허동현 경희대 한국현대사연구원장도 “러시아 혁명이 세계사의 전환점이었다는 것은 다들 동의를 하지만 우리는 냉전 이전의 소련 혁명을 아직도 교과서에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히틀러보다 더 한 학살은 마오쩌둥”이라며 “인류 최대의 학살자는 백색이 아닌 적색”이라고 지적했다.
허 원장은 “적색 전체주의 국가인 소련이 제2차 세계대전 시기와 냉전시대에 범한 대량 학살에 대한 서술은 스탈린 치하의 학살을 다룬 삼화출판사 교과서를 제외하고 찾아 볼 수 없다”며 “중국 마오쩌뚱 치하의 학살은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백색 전체주의 비판에 경도되어 소련 등 적색 전체주의에 면죄부를 주는 서술은 냉전시대 좌파성향 서구지성들의 스탈린 지배 하 소련에 대한 호의적 평가를 답습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날 경향신문을 통해 보도된 ‘뉴라이트’ 학자들의 모임이라는 수식어에 참석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또한, 역사전공자가 아닌 사람이 많다는 지적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참석자들은 "역사는 정치가 아닌 학문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뉴라이트가 나쁜 뜻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오늘 회의에 참여한 학자들 대다수가 뉴라이트 운동에 참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종합토론에 참여한 권희영, 정경희, 김도형, 김권정, 허동현 교수는 뉴라이트운동과 무관한 분들"이라며 "그런데도 ‘뉴라이트’라는 레이블을 덧씌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데일리안 = 김해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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