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 날에는 비가 왔는데, 하얀 조선옷을 입고 로이드 안경을 끼고 모자를 쓴 그의 유해가 들어 있는 관을 조선인들 여럿이 메고, 구름처럼 모여든 사람들과 함께 곡을 하면서 한 시간 가까이 걸어 공동묘지가 있는 이문리언덕으로 옮겼다. 토장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조선식이어서 도쿄에서 달려와 참석한 야나기 무네요시도 너무 놀랐다고 했다 한다.”
조선총독부에서 일하면서 임업과 민예연구에 매진하다가 과로로 인해 불과 마흔에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아사카와 다쿠미(1891-1931)장례에 대한 글이다. 이바라기노리코(1926-2006)시인이 쓴 <ハングルへの旅>(한글로의 여행)이라는 책에 나온다. (이바라기의 이 책은 80년대 중반에 처음 나왔는데 아직 일본인들이 한국에 거의 관심이 없었을 무렵 한국이해의 길잡이가 되었던 책이다. )
사실 일제시대에 나온 많은 자료들은 우리가 아는 것과는 다른 양상들을 많이 알려 준다. 물론 노골적으로 박해하거나 은연중 차별의식을 드러낸 사람들 또한 많았다. 그런데 그런 장면을 써서 남긴 사람들 또한 일본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그 양쪽이 있다고 했을 때 우리는 어느 쪽을 봐야 하는가?
당연히 양쪽을 봐야 한다. 역사이해란 존재한 모든 양상을 보고 그 시대를 ‘이해’ 하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 냉전 종식때까지는 일제시대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고 해야 할 듯 하다. 그런 의미에서는 우리가 현재 갖게 된 일본인식이나 일제시대 이해는 거의 90 년대 이후 30년 동안 만들어지고 정착된 것들이다. 그 내용이 옳든 그르든 반쪽짜리 이해였다는 이야기. 해방이후 역시, 일제시대 두배나 되는 기간인데도 그동안 한일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한일협정 말고는 너무나 무관심하다.
아사카와가 임업발전과 민예발굴에 그토록 힘을 썼다는데도 한국인이 쓴 연구서 한권이 없다는 것도 그런 관심편향의 결과라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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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총독부에서 일하면서 임업과 민예연구에 매진하다가 과로로 인해 불과 마흔에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아사카와 다쿠미(1891-1931)장례에 대한 글이다. 이바라기노리코(1926-2006)시인이 쓴 <ハングルへの旅>(한글로의 여행)이라는 책에 나온다. (이바라기의 이 책은 80년대 중반에 처음 나왔는데 아직 일본인들이 한국에 거의 관심이 없었을 무렵 한국이해의 길잡이가 되었던 책이다. )
사실 일제시대에 나온 많은 자료들은 우리가 아는 것과는 다른 양상들을 많이 알려 준다. 물론 노골적으로 박해하거나 은연중 차별의식을 드러낸 사람들 또한 많았다. 그런데 그런 장면을 써서 남긴 사람들 또한 일본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그 양쪽이 있다고 했을 때 우리는 어느 쪽을 봐야 하는가?
당연히 양쪽을 봐야 한다. 역사이해란 존재한 모든 양상을 보고 그 시대를 ‘이해’ 하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 냉전 종식때까지는 일제시대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고 해야 할 듯 하다. 그런 의미에서는 우리가 현재 갖게 된 일본인식이나 일제시대 이해는 거의 90 년대 이후 30년 동안 만들어지고 정착된 것들이다. 그 내용이 옳든 그르든 반쪽짜리 이해였다는 이야기. 해방이후 역시, 일제시대 두배나 되는 기간인데도 그동안 한일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한일협정 말고는 너무나 무관심하다.
아사카와가 임업발전과 민예발굴에 그토록 힘을 썼다는데도 한국인이 쓴 연구서 한권이 없다는 것도 그런 관심편향의 결과라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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