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좌파가 만들어놓은 성역들과 국수주의, 종족주의 국민들이 만들어 놓은 성역들이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우리 역사에서 그 많은 질곡의 사건마다 마치 하나의 해석, 그것도 좌파적 시각이거나, 민족주의, 국수주의, 종족주의적 해석만이 진실이고 이를 벗어나면 나치를 찬양한 것과 같은 공격을 감당해야 하고, 보수 정당은 놀라서 자신들의 지지세력을 내치고, 뒤늦은 사과로 막말 집단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막말과 바른 말의 구도가 아니라, 막말 정치공세를 '표현의 자유'로 맞서야 보수 가치에 부합하는 구도인데 이런 문화전쟁을 치룰 가치관도 언어 선택의 능력도 보수 세력에 없는 것이 작금의 우파에게 불리한 지형을 만들어 왔다. 이는 보수의 재건을 위해 가장 몸바쳐서 투쟁한 '태극기 세력'과 보수 제도권 간의 분열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태극기 집회'는 왜 '더러운 단어'가 됐나?...좌파의 '언어전쟁' < 정치 < 정치·사회·경제 < 기사본문 - 최보식 의 언론
태극기 집회'는 왜 '더러운 단어'가 됐나?...좌파의 '언어전쟁'
기자명 최보식의 언론 입력 2024.01.21 09:47 수정 2024.01.21 10:2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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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 칼럼] 우파는 이에 굴복해 자신의 지지세력들을 징계하고 배척하는 패배적 자세를 유지
[최보식의언론=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미국의 공화당 대선 예비선거가 진행 중이다. 아이오와 주의 예비선거에서 트럼프가 압승을 했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은 트럼프의 핵심 정치적 구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로 애국심을 호소하는 한편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이 그룹에는 트럼프의 부정선거 음모론에 동조하거나, 지난 대선의 트럼프 패배 이후에 미 의사당에 난입했던 사람들이 속해있다. 한국의 정치 상황과 대비해보면 MAGA 지지자들은 '태극기 부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트럼프와 경쟁하는 후보 중에 누구도 트럼프의 강력한 지지세력인 MAGA 지지자들을 공격하거나 중도나 독립적인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이 '막말하는' 과격 그룹과 공화당이 이별해야 한다고 하는 이를 찾아볼 수 없다.
반면 한국에서는 좌파가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극우'로 칭하고 '막말'이라고 정치적 공세를 펼 때마다 우파는 이에 굴복해 자신의 지지세력들을 징계하고 배척하는 패배적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좌파는 이 공세에서 늘 승리하고 우파는 수비에 전전긍긍한다.
정치란 ‘말로 하는 전쟁’이다. 어느 나라나 언어의 지배를 통해 상대방을 공격하고 정치 구도를 장악하려는 전쟁이 치열하다. 한국에서는 보수당이 '막말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있다. 진보 세력이 만든 '막말' 구도의 함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꼴이다.
최근 이재명 대표를 테러한 혐의자에 대해서도 친야 매체들은 "테러범은 태극기 집회를 적극 참여한 사람"이라는 것을 흘리는 데 열심이다. 탈당해서 개혁신당을 차린 이준석 대표도 중도를 장악하기 위해 "태극기 집회의 과격 세력과는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말해왔다.
강한 보수집단의 대명사인 '태극기 집회'가 한국 정치에서는 멀리해야 하는 '더러운 단어'로 자리매김 해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런 좌파의 문화 공세에 굴복하는 모습은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에서도 조금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막말하는 사람들은 우리 당에 설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두 가지 면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 그리고 보수당의 지도자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 부족을 들어낸다.
하나는 표현의 자유가 모든 자유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것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의 실종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보수의 천박한 인식을 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당 대표가 막말을 이유로 당원들의 언어를 통제할 수 있고, 그것을 빙자로 처벌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이는 민주적 정당이라고 볼 수 없다.
2020년 당시의 보수당이 민주당에게 완패한 이유 중 하나가 선거 중의 막말 논란이었다. 어이없게도 선거 운동 중에 자신들이 공천했던 후보들을 제명하는 극단적 선택을 했었다. 그 보수당의 막말 트라우마의 희생자가 당시 후보였던 차명진 전 의원이고 관악구의 김대호 후보(사회디자인연구소장)였다.
김대호 후보의 발언은 당시 장애인을 위한 시설과 관련해 인식 전환을 촉구하는 것이었다. '우리 모두 늙으면 장애인이 되니 장애 시설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발언이었다. 우리 사회의 천박한 님비 현상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요구한 정직한 발언이 ‘늙은이는 장애인’라는 말로 거두절미된 채로 선거 중에 자당 후보를 제명하는 극단적 조치가 취하는 보수당의 ‘막말 공포증’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선거에는 참패를 했다.
최근에도 일부 비대위원들의 우리 과거사 또는 과거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좌파들의 인식과 다른 견해에 대해 공격을 받자, 국힘당의 대응은 수비적이고 패배적이다.
우리 사회에는 좌파가 만들어놓은 성역들과 국수주의, 종족주의 국민들이 만들어 놓은 성역들이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우리 역사에서 그 많은 질곡의 사건마다 마치 하나의 해석, 그것도 좌파적 시각이거나, 민족주의, 국수주의, 종족주의적 해석만이 진실이고 이를 벗어나면 나치를 찬양한 것과 같은 공격을 감당해야 하고, 보수 정당은 놀라서 자신들의 지지세력을 내치고, 뒤늦은 사과로 막말 집단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막말과 바른 말의 구도가 아니라, 막말 정치공세를 '표현의 자유'로 맞서야 보수 가치에 부합하는 구도인데 이런 문화전쟁을 치룰 가치관도 언어 선택의 능력도 보수 세력에 없는 것이 작금의 우파에게 불리한 지형을 만들어 왔다. 이는 보수의 재건을 위해 가장 몸바쳐서 투쟁한 '태극기 세력'과 보수 제도권 간의 분열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물론 일부 태극기 부대의 반지성적 행태는 보수 언론과 청년 보수, 오피니언 리더들이 그들에게서 등을 돌리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파가 좌파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그들에 대한 무차별 공격으로 보수 여론 지형을 훼손하는 것도 현실이다. 그래서 보수 제도 정치권이 가장 견고한 보수 국민들과 거리를 두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우리의 인식은 언어에 지배를 받는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선거에서 민주당은 계속적으로 선방을 해왔다. 그 이유 중 하나를 미국에서 늘 정치적으로 뜨거운 '낙태' 이슈를 민주당이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 있다. 미국의 연방대법원이 낙태가 헌법상 기본권이라는 지난 50년 동안 유지되었던 판결을 뒤집으면서 민주당 측이 이를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가장 강력한 선거 이슈로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선방의 이유다.
한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낙태 문제를 지금까지 보수의 “Pro-Life”(생명 존중) 대 진보의 “Pro-Choice” (선택 존중)의 기존 구도 대결을 버리고, 낙태의 자유를 옹호하는 민주당 측에서 새로운 구도를 들고 나온 것이 주효했다.
민주당과 낙태의 자유를 옹호하는 측은 낙태의 이슈를 “Pro-Choice”는 구호를 완전히 폐기하고 '여성의 자유(Freedom 또는 Liberty)' 이슈로 전환했다. 선택의 존중은 마치 여성들이 태아의 생명과 자신의 이해의 사이의 자유로운 (또는 반대 입장에서는 무책임한) 선택, 즉 생명 경시라는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는 반면에 지난 반백 년간 유지된 여성의 자유가 박탈되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국가의 강제와 개인의 자유의 구도가 설득력이 높고 유권자들을 투표장에 몰려가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언어, 선거 구호의 위력은 여러 나라의 선거에서 증명되어 왔다. '상속세'는 어느 나라에서나 논란이다. 상속세 폐지나 인하를 주장하면 좌파에서는 '부자 감세'의 구도로 공격해 왔다. 이중, 삼중 과세라는 경제학적 설명은 일반 대중을 설득하기 힘든 구호였다.
하지만 보수권에서 이를 '사망세' 또는 '사망처벌세'라는 용어로 바꾸었을 때 세금의 문제점이 유권자들에게 감정적으로 설득할 수 있어서 보수가 이기는 이슈가 된 것이다. 부모의 사망으로 슬픈 와중에 유족에게 정부가 재산을 약탈해간다는 주장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왜 보수가 한국에서 정치적으로 열세에 놓이고 있는지 지금 보수 세력의 분열과 메시지 설정 능력을 돌아보아야 한다. 늘 사과나 하고 수비적인 변명으로는 국민의 열성적 지지를 기대할 수 없다.
언제까지 좌파의 언어의 전쟁의 공세에 굴복하면서 가장 강력한 지지세력을 경원시하고, 지지자들에게는 보수를 울며겨자먹기식 혹은 차악의 선택을 하는 정신적 고문을 강요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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