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웃음바다 만든 '실버 센류' 국내 첫 출간
기자명 강현 기자
입력 2024.01.11
‘센류’는 일본의 정형시 중 하나, 17개 음으로 된 짧은 시
11만 수 센류 응모작 중 걸작선 여든여덟 수를 추려 담아.
[문학뉴스=강현 기자] 일본의 92세 된 야마다 요우 할아버지가 "연상이/ 내 취향인데/ 이제 없어"라고 단시로 한탄한다.
‘센류’는 일본의 정형시 중 하나로 5-7-5의 총 17개 음으로 된 짧은 시다. 이런 센류의 재치와 풍자를 담은 책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이 최근 포레스트북스에서 출간돼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책은 어르신(노인)들의 일상과 고충을 유쾌하게 담아낸 이른바 ‘실버 센류’를 엮었는데 이는 일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주최로 매해 열리는 센류 공모전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책은 무려 11만 수가 넘는 센류 응모작 중에 선정된 걸작선 여든여덟 수를 추려 담았다.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은 초고령 사회의 메시지집으로 독자들이 이 작품을 통해 실버 세대와 이들의 삶을 더욱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전에도 몇 번이나
분명히 말했을 터인데
처음 듣는다!
(이노우에 에이코/ 73세/ 주부)
‘실버 센류’는 국내 인터넷의 블로그나 트위터, 커뮤니티에 자주 오르내리는 시이기도 하다. 노인 특유의 풍류와 익살이지만 젊은 층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우연히 일본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책의 판권을 구입하기 위해, 일본 저작권사와 연락을 주고받을 당시 담당 편집자는 뜻밖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센류를 지은 어르신들에게 ‘자신들의 시를 한국 출판사에서 출간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들이 진지한 회의를 거듭하면서 출판 승인 기간이 그만큼 오래 걸렸다는 것이다.
작가와 잊지 못할 에피소드를 전한 심사위원도 있다. 입선작을 결정한 뒤 상장을 보냈을 때의 일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상장을 받았어요. 공부로 1등 한 적도 없고, 운동회에서 1등 상을 받은 적도 없거든요. 센류로 칭찬받은 건 지금까지의 긴 인생 중 최고로 영광스러운 일이에요. 상장은 소중히 여기다가 나중에 관에 넣고 싶어요.”
수화기 너머의 생생한 목소리에 심사위원 모두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일어나긴 했는데 잘 때까지 딱히 할 일이 없다" "눈에는 모기를 귀에는 매미를 기르고 있다" 같은 센류를 보면 먼저 웃음이 터져 나오지만, 곱씹을수록 마음 한편엔 뭔가 먹먹한 감정이 올라온다.
그 센류 속에서 노인의 애환과 안타까움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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