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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겨레에 김남주 시인 30주기를 맞아 부인 박광숙 선생님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9년간의 옥바라지, 5년간의 결혼생활...두 사람의 사연은 대략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찬찬히
그 뒤의 박광숙 선생의 발걸음에 대해 들으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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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신문 기사 제목은 “자유인이었지만 생활력은 낙제...”라고 나와 있지만
인터넷판 기사 표제는“남편의 옥중시 처음 받았을 때 정말 살벌하더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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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시는 투쟁 현장에서 쓴 시입니다. 그래서 투쟁을 고양시키는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서정적 감성이나 희로애락의 깊은 고뇌는 잘 안 느껴집니다. 아쉽죠.”
라고 하시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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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시집을 뒤져서, 감옥에서 쓴 ’뜨거운‘ 연서를 찾아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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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내게 왔다 기적처럼
(...)
해적선의 바다에서
난파선의 알몸으로 내가 모든 것을 빼앗기고
떠돌 때
그대는 왔다
파도 속의 독백처럼
(...)
광숙이!
그대가 아녔다면
책갈피 속의 그대 숨결이 아녔다면
내 귓가에서 맴도는 그대 입김이 아녔다면
오 사랑하는 사람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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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그대 숨결…“
약혼녀 박광숙에게 보내는 시인의 옥중 편지 추신을 보면 늘 구해달라는 책 이름이 빼곡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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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투쟁을 고양시키는 시가 많았지만(어릴 때 나도 무서워했지만,)
그의 시에서 내가 느꼈던 겸허한 슬픔과 벅참, 진솔한 자기고백의 최고봉은 <솔직히 말해서 나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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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나는/별것이 아닌지 몰라/열개나 되는 발가락으로/열개나 되는 손가락으로/날뛰고 허우적거리다/
허구헌 날 술병과 함께 쓰러지고 마는/그 주정인지도 몰라/누군가 말하듯/ 병신 같은 놈 그 투정인지도 몰라/
아 그러나 그러나 나는/강물인지도 몰라라 강물인지도/ 눈물로 눈물로 눈물로 출렁이는/ 강물인지도 몰라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인지도 몰라라 기어코. 어둠을 사르고야 말 불빛인지도 / 그 노래인지도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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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 #박광숙 #솔직히말해서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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