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이 우선이냐, 기후변화가 우선이냐...미국 진보 진영 대중 정책 논쟁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2021.07.08 13:23 입력
인권이 우선이냐, 기후변화가 우선이냐...미국 진보 진영 대중 정책 논쟁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도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전방위적 압박을 강화하면서 미국 진보 진영 내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앞세워야 하느냐, 기후변화 대응이 먼저냐가 논쟁의 쟁점이다. 미국이 중국과 신냉전으로 치달으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협력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7일(현지시간) 미국 진보단체 40곳이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 의원들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중국과의 대립을 억제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을 우선하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기후변화는 지구적 위기이며, 이에 맞서는 것은 지구적 협력을 필요로 한다”면서 “우리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접근법과 관련해 기후 협력을 저해할 위험이 있는 적대적 자세로 몰고가는 냉전적 사고의 증가를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의회와 백악관에서 초당적인 반중국 수사법이 격화되는 것은 과감한 협력적 전진을 위해 필요한 외교적, 정치적 관계를 손상시킨다”면서 “바이든 정부와 의원들은 미·중관계에서 적대적 접근법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존재론적 위협인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다자주의와 외교 그리고 중국과의 협력을 우선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 진보 성향 의원들과 시민사회 인사들도 지난 5월 중국을 21세기 소련으로 만들어 신냉전으로 몰고가서는 안된다고 촉구하는 서한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냈다. 30여개 사회 단체들도 지난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반중국 입법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중국의 민주주의 억압 및 인권탄압을 강력 비판하면서 미·중관계를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대결로 묘사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 잠정 지침에서 중국을 “안정되고 열린 국제 체제에 도전할 잠재력을 가진 유일한 경쟁자”로 규정하고 “중국이 아닌 미국이 국제적 의제를 설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는 특히 중국의 홍콩 민주주의와 자치 위협, 신장 및 티베트 자치구역 인권 침해 등과 관련해 중국 고위 당국자들을 제재 명단에 올리는 등 압박하고 있다. 의회도 초당적으로 반중국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와 동시에 바이든 정부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 대국이자 두번째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과 기후변화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중국과 경쟁하면서도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협력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진보 진영은 막대한 경제력, 그리고 남반구 국가들에 상당한 영향력을 보유한 중국에 대한 신냉전적 접근법은 지구적 문제들에 대한 공동대응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대표적 진보파 의원인 로 칸나 하원의원은 “우리는 중국과 관련해 우리의 국가안보와 경제적 경쟁력을 우선시하면서도 기후변화와 다른 지구적 이슈들에 관한 협력 공간을 만들어 내는 전략적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중도 진영은 중국의 민주주의 억압과 인권 유린은 반드시 비판받아야 하며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과 기후변화 협력은 양립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4월 개최한 기후변화 화상 정상회의에 중국이 참여한 것을 예로 든다. 존 케리 기후변화 특사는 지난 1월 경제와 안보 이슈를 위해 기후 이슈가 거래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인권 문제 대응과 기후변화 정책이 충돌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중국의 신장 지역 강제 노동을 이유로 이 지역에서 생산된 태양광 발전 패널 핵심 물질인 폴리실리콘 수입을 일부 금지시켰다. 신장은 전세계 폴리실리콘 공급량의 45%를 담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바이든 정부가 추진 중인 미국 내 태양광 발전 확대 정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폴리티코는 이 논쟁은 경쟁과 협력의 필요성이 혼재된 미·중관계의 본질에서 기인한다면서 이 논쟁의 귀추는 향후 수년 간 미·중관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