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4

손민석 | Facebook

손민석 | Facebook

손민석
Favourites  · 3 d  · 
내가 볼 때 윤석열이 생각하는 건 이런거다. 윤석열 지지자가 아닌 내가 왜 이걸 설명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A산업 5시간 일하는 대신 임금 100, B산업 7시간 일하고 임금 150, C산업 12시간 일하고 200 뭐 이런 식으로 되어 있어서 노동자들이 각자의 취향(?)에 따라 나는 바짝 일하고 돈 많이 벌래, 조금 일하고 많이 즐길래 이런 식으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실질적 선택권'이 노동자들에게 있어야 한다. 그런데 52시간으로 제한해버리니 사실상 차이가 없고 자본이동, 노동이동도 제대로 되지 않고 문제가 많다. 이런 말 같다. 

뭐 그러면 이제 진짜 노동시간이 길어야 하는 산업분야에서는 자본도 막 노동자들을 잡으려고 더 많은 돈을 줄거고, 안 그러면 떠날거니까, 노동자들도 선택권이 있으니 간보고 하면서 생산성도 막 올라가고 경제개발도 잘되고 이렇게 될거다~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겠지..

 문제가 많은 논리인데 그냥 하나만 말하자면 스타트업 같은 분야만 긴 노동시간 필요한 게 아니다. 같은 논리로 제조업이든 뭐든 다 똑같이 주120시간 요구할 수 있다. 지금 부동산이 이 난리인데 공급을 빨리 늘려야 하지 않겠나? 주52시간으로 아파트를 어느 세월에 지을 수 있나. 빨리 지어야 한다고 하면 뭐라고 할 건가? 한달만에 지어버리면 될 걸 주52시간으로 해서 손해가 많다고 하는 "청년"과 "현장의 목소리"를 윤석열은 외면하는건가? 거기 있는 막노동꾼 중에는 주120시간 해서 돈 빨리 땡기는 걸 선호할 사람도 있겠지.

 다시 말해서 윤석열 식의 이상향이 작동하기 위한 조건에는 잉여노동력이 많다든지, 산업별 임금격차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임금불평등이 기업규모에 달려 있다든지 그런걸 다 제외하고도 최소한 "노동시간이 무지막지하게 늘어나지 않는다"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보장이 없다. 자본가 입장에서 주120시간 일하게 하고 애들 쉬게 할 이유가 뭔가? 막말로 해고해버리고 다른 애들 고용해서 또 주120시간 돌리면 되지. 이러면 노동생산성 올라갈 수가 없다. 노동시간 문제한으로 사용하게 하는데 노동생산성을 올리려 노력할 유인이 뭔가? 

 그냥 전근대 근면혁명 다시 하자는 말밖에 안된다. 높은 노동임금, 노동시간 등을 줄이려고 하면서 산업혁명이 시작했고 자본주의가 굴러가기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자본의 이윤을 충족시켰기에 가능했던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보다 나은 삶을 향한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마르크스 같은 공산주의 혁명가는 그렇게 줄어든 노동시간, 새롭게 생겨난 여가시간을 이용해 노동자들의 자기계발이 이뤄져야 하고 더 나아가 그 시간을 혁명을 위한 준비시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혁명전략을 내놓았다. 그 짧은 여유시간에 인간 삶이 있다.

 시간을 두고 벌어지는 자본과 노동 간의 이 지난한 투쟁 속에서 사회적 생산력은 무한하다 할 정도로 발전해왔다. 미국만 해도 1950년 연평균 1990시간을 노동했던 것이 2000년에는 1832시간으로 줄어들었고 2020년에는 1767시간으로 줄어들었다. 

한국은 1983년 평균 2911시간에서 1989년 2600시간, 2010년 2193시간, 2020년 1908시간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OECD 평균인 1746시간(2017년 기준)에 비해 여전히 150시간 넘게 더 일한다. OECD 통계로 보면 2017년에는 2024시간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1956시간 일하는 그리스보다도 더 많이 일하고 1954시간 일하는 칠레보다도 길다. 그리스, 칠레, 이스라엘, 아이슬란드, 터키, 폴란드 등의 나라보다도 더 노동시간이 길다. 이들 국가들 사이에 있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보이나? 그나마 줄어들고 있는 추세를 반등시킬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대통령 될 것 같지도 않지만.. 사회적 생산력을 끌어올릴 생각은 안 하고 노동시간을 무제한으로 늘리는 아시아적 산업혁명=근면혁명을 언제쯤이나 버릴지.. 자유주의 하자고 하는 족속조차도 아시아적이니..


윤석열
4 d  · 
[매일경제 인터뷰 발언 왜곡에 대하여]

 ○ 저는 검사로 일하면서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하여는 무관용원칙으로 엄단하여 근로자를 보호하려 힘썼습니다. 당연하게도, 제가 부당노동행위를 허용하자는 것이 전혀 아닙니다. 
 ○ 제가 만난 스타트업 현장의 청년들은 “평균적으로 주52시간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게임개발 등 단기간의 집중 근로가 필요한 경우 주52시간을 획일적으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집중적으로 일하고 그만큼 길게 쉬는 것도 허용해야한다”, “현행 탄력근로제만으로는 부족하므로 업종의 특수성도 고려하고 노사정 합의에 따라 근로조건의 예외를 보다 폭넓게 인정해 달라”는 애로사항을 토로하였고, 저는 현장의 목소리와 문제의식에 공감하여 그대로 전달한 것입니다. 
 - 주120시간을 근무하는 것은 누가 봐도 불가능한 이야기로서 제게 그 말을 전달한 분들도 '주52시간제를 획일적으로 적용하는데 따른 현장의 어려움'을 강조한 것이지 실제로 120시간씩 과로하자는 취지가 전혀 아니었습니다. 
 ○ 여당 정치인들은 현장의 목소리, 청년들의 고충에 귀 기울여 정책을 보완할 생각은 하지 않고, 말의 취지는 외면한 채 꼬투리만 잡고 있습니다. 
 ○ 정부·여당이 말로만 K벤처, 4차 산업혁명, 스타트업 육성을 외치면서 분초를 다투면서 인생을 바치는 수많은 스타트업 창업자 및 종사자의 호소는 무시한 채 아우슈비츠 운운하며 극단적인 정치적 비난만 하는 것은 매우 유감입니다.
 ○ 규모·업종·지역을 따지지 않고 국가가 획일적으로 강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노사 간 합의하에 근로자가 실질적 선택권, 일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 보완을 논의해야 할 시점입니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