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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저널리스트 도이 도시쿠니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덕경의 일생을 추적한 책 ‘기억과 살다’에는 매우 논쟁적인 대목이 등장한다. 도야마의 군수 공장을 탈출한 자신을 붙잡아 강간한 뒤 군 위안소로 끌고 간 고바야시 헌병에 대한 강덕경의 증언이다. 고바야시는 15세 소녀를 지옥 구덩이로 던져 넣은 악마지만, “가끔 주먹밥과 건빵을 갖다주고 뱃놀이도 데려가 ...
유한양행 창업주인 유일한(柳一韓·1895~1971)이 대한민국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이 된 건 그가 남긴 유언장에서 비롯됐다. 손녀의 대학 학자금 1만달러를 제외한 전 재산을 사회에 내놓는다는 내용의 유언장이 공개되자 한국 사회가 신선한 충격에 휩싸였다. 정치 비자금, 탈세, 세습 경영을 당연시하던 1970년대였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1만달러 ‘상속’의...
‘20% 집값 대폭락’을 예측해 부동산 족집게란 별명을 얻은 김경민 서울대 교수는 내년도 전망을 묻자 미간을 찌푸렸다. “중국 부동산 위기, 5%에 근접한 미국 국고채 금리, 가계 부채, 총선 등 너무도 많은 변수가 맞물린 불확실성의 해”인 탓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터져 더더욱 안갯속. 다만 김 교수는 “서울의 경우 바닥은 확인됐다. 문제는 202...
윤미향 의원이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횡령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은 날, 이용수 할머니는 “저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윤 의원 수사는 3년 전 이 할머니 기자회견으로 시작됐다. 지난 4일 대구 자택에서 만난 할머니는 “기자회견 후 (쏟아진 비난에) 죽어버릴까도 했지만, 내가 죽으면 일본의 사죄를 받아낼 수 없지 않나”라며 눈시울을...
‘아메리칸 팩토리’는 미국 자동차 회사 GM의 폐쇄된 공장을 인수한 중국 기업 푸야오(福耀)가 2000명의 미국 노동자들과 원팀이 되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2020년 아카데미 수상작인데, 기업주는 악(惡), 노동자는 선(善)으로 그리길 좋아하는 한국 영화 풍토에선 나오기 힘든 작품이다. 노사 어느 편도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
‘바이오 라이더’라는 매연 저감 장치를 생산해내던 70평 작업실은 2020년 9월 21일 낮 1시 35분에 멈춰섰다. 여덟 살 때부터 아버지와 배를 타고, 수산고 졸업 후 원양어선을 타고 바다를 누빈 이래진은 각종 공구로 뒤덮인 작업실에서 새로운 기계를 발명할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다. 동생 이대준의 실종이 그의 인생을 180도 바꿔놨다. 누구도 믿어서는...
간첩 혐의로 두 차례 구속됐던 골수 주사파 민경우는 86세대 무용담은 걸러서 들어야 한다며 웃었다. 특히 고문·폭행담은 열 배, 스무 배쯤 과장된 것이라고 했다. “같은 시기 군대 폭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수준”이었고, ‘박종철 사건’ 이후 고문이 급속도로 사라졌는데도, 86세대 신화화를 위해 공권력의 악마성을 끊임없이 재생시킨다고 했다. 운동권이 제도...
베를린자유대 한국학 박사과정에 있는 궨돌린 덤닝은 원래 이 학교 의대생이었다. 열여섯 살 때부터 동방신기 팬이었던 그는 의대를 다니다 한국학으로 전과(轉科)했다. 이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한국 남자랑 사귀냐?”였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독일 지식인의 대다수는 K팝을 ‘쓰레기’라 여겼다. 하지만 괘념치 않았다. K팝에서 한국 정치, 역사로 폭을 넓힌...
박민식 장관을 보고 세 번 놀랐다. 왕방울만 한 눈에 한 번, 곱상한 입에서 튀어나오는 “치아라” “마, 됐다” 류의 사투리에 두 번, 그리고 휴대폰 번호가 큼지막하게 적힌 명함에 세 번! 명함에 관한한 보좌진은 극구 만류했으나 고집을 꺾지 않았다. “장관이라고 개인 번호를 명함에 넣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의원 시절에도 지역구민들 목소리를 (휴대폰으로) 직...
“여기가 보수의 심장이군요”라고 민경우는 말했다. 골수 주사파였던 그는 조선일보가 신기한 듯 연신 두리번거렸다. “젊을 때 형성된 생각의 원형은 쉽게 바뀌지 않아요. 새로운 지식, 경험을 통해 사람이 변한다고요? 개뿔입니다.” 한미 FTA 반대와 광우병 시위 주동자로 후쿠시마 괴담의 허구를 설파해 온 그이지만, 여전히 자기 검열에 시달린다고 했다. “조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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