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전쟁과 일본』(2014년)
_나카츠카 아키라, 이노우에 가쓰오, 박맹수/한혜인 옮김
동학에 대한 관심이 커져 경전인 수운의 동경대전과 용담유사, 해월의 어록인 해월신사법설은 자연스럽게 동학농민혁명으로 인도했다. 수운도 그렇지만 특히 해월의 어록은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와 자리를 떠나서 주요 개념이나 문장을 성리학이나 다른 종교의 배경을 가지고 푸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고 본다.
역사의 두 사건 청일전쟁과 동학혁명군 소탕이 일본의 침략 야욕에서 빚어진 연속된 역사라는 인식이 “또 하나의 청일전쟁”이라는 부제를 달게 되었는지 모르겠는데, 동학농민혁명을 청일전쟁의 연속으로 보는 인식이 마뜩하지 않다.
이 공동연구는 1995년 7월, 홋카이도대학 문학부 연구실에서 신문지에 쌓여 종이박스에 넣어진 채로 방치된 인간 두개골 여섯 구 중 한 구에 붓글씨로 쓰인 글귀가 촉발했다.
“한국 동학당 ‘수괴’의 수급(首級)이라고 전해진다. 사토 마사지로(佐藤正次郞)로부터”
1장 “청일전쟁을 둘러싼 역사 기억”에서 나카츠카 아키라 교수는 “또 하나나의 청일전쟁”이란 동학농민군이 일본군의 조선 침략에 반대해서 일어났을 때, 그 조선인을 상대로 일본군이 몰살 작전을 펼쳤던 전쟁이라고 말한다(25). 그러나 일본군이 처음으로 무력공격한 대상이 청나라 군대가 아니라 조선왕궁을 점령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한국 땅에서 벌어진 청일전쟁이 아니라 조선침략전쟁이라고 불러야 더 정확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와 같이 1894년 7월 23일 한밤중에 거사를 일으킨 일본군은 조선 왕궁(경복궁)을 습격하여 국왕을 사실상 포로로 삼아 버린 것입니다.”(32)
나카츠카 아키라는 점령 책임을 맡은 고시 대대장의 자살 기록을 유념하면서, 자살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자책했던 거짓 점령 동기 “조선의 독립을 위해”가 그를 괴롭힌 것은 아닐까, 양심의 일말(一抹)이라도 붙잡아 세우고자 한다.
2장 “동학농민전쟁은 왜 일어났을까”에서 나카츠카 아키라는 ‘사교’라는 동학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바로 잡는다. 동학의 중심 사상 네 가지를 일본인에게 전하다. 시천주(侍天主), 보국안민(輔國安民), 후천개벽(後天開闢), 그리고 유무상자(有無相資). 이어 접(접주) - 포(대접주) - 대도소(옛.집강소)를 설명하고, 농민의 혁명운동으로서 운동의 매듭을 잘 짚는다.
1894년 최초의 무장봉기
1894년 3월 20일 혁명을 목표로 한 동학동민군의 봉기 – 무장 포고문
1894년 6월 6일 전주화약(全州和約)
1894년 7월 23일 조선왕궁점령사건 이후의 제2차 봉기
3장에서 이노우에 가쓰오는 동학농민군 소탕을 “전원 살육”을 명령을 철저히 이행한 “일본군 최초의 제노사이드 작전”이라고 전개한다. 이 책에 실린 글 중 70쪽에 달하는 가장 긴 글이다. 2차 봉기는 호남에 국한된 운동이 아니라 경상, 충청, 강원, 경기, 황해도와 평안도 의주에 이르는 전국적 운동이다.
공주 우금티 전투 이후 사망자는 3만에서 5만 명으로 추정한다. 이노우에는 이 역사에서 잊지말아야 할 사실은 “조선의 반외세, 반침략, 농민자치운동, 넓고 깊은 민중적 기반을 바탕으로 일어났던 동학농민군을 서구 열강의 군대가 아니라 동아시아 내의 인접국인 일본의 서양화한 군대가 철저하게 파멸시켰다는 사실”(128)이라고 역설한다.
4장은 “동학농민전쟁의 역사를 걷는다”는 글인데 나카츠카 아키라가 작성한 한일 동학 여행로서 그때의 사실을 현재로 소환한다. 정읍의 동학혁명모의탑, 혁명의 발상지인 무장, 황토재(황토현) 언덕, 무명동학농민군 위령탑, 삼례의 동학농민기념공원, 공주의 우금티, 연산의 관아, 보은의 동학의 길, 장흥의 두 개의 기념비, 나주의 일본군 최후의 몰살 작전의 기지, 진도의 두개골을 채집했던 장소, 대둔산 동학농민군 최후의 전투, 그리고 동학농민혁명기념관.
이들 중 몇 곳은 답사했는데, 동학의 발상지인 경주로부터 시작해 혁명의 길을 걸어야겠다.
5장은 동학 연구의 최고의 권위자인 박맹수 교수님의 “동학농민혁명과 현대한국”이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이후 동학에 입문하게 된 동기와 지난했던 연구과정, 지금도 계속 발굴하며 연구하시는 모습의 열정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알 수 있다. 동학사상과 혁명운동은 오늘의 포괄적 생명운동임을 제언한다.
이 책은 이미 절판되어 마을도서관 책드림 기능을 통해 대출받았는데, 오늘 반납 마감일이라 부랴부랴 읽었다. 이웃 도서관에서 빌려온 도서는 연장되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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