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교수의 흑역사 ①
[김종구의 새벽에 문득]
김종구 (언론인) | 기사입력 2023.08.07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가 <MBC의 흑역사>란 책을 펴내 국민의힘이 환영 논평을 내고 <조선일보>가 사회면에서 비중 있게 다뤘다는 소식을 한참 뒤에 들었다. 요즘 뉴스를 잘 챙겨 읽지 않는데다 집에서 구독하는 <한겨레>에는 그 기사가 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검색해 관련 기사를 읽어보니 국민의힘과 조선일보가 반색한 이유를 알만했다.
강준만 교수의 저술을 '칭찬'하는 기사가 조선일보 실린 것은 그 자체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한때 '안티조선 운동'의 투사였던 그가 세월의 풍화와 함께 이제는 '조선일보의 사랑을 받는 지식인'이 됐다. 조선일보는 지난 2021년 2월에 '문 정부에 날 세운 '진보 원로' 강준만 교수, 이달 말 정년퇴임'이라는 기사를 내보내는 등 이미 오래전부터 강 교수에게 따스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그가 쓰는 글과 책들이 조선일보의 구미에 맞기 때문일 것이다.
서점에 들러 <MBC의 흑역사>를 찾아 자리에 선 채로 읽었다. 신문 기사에서 인용한 대목 등을 중심으로 30분 남짓 읽으니 내용을 얼추 파악할 수 있었다. 굳이 돈을 주고 살만한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서점을 나와 한참 걷다가 마음이 바뀌어 다시 뒤돌아가 책을 샀다.
나는 오랫동안 강 교수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는 내가 몸담고 일하던 <한겨레>의 대표적인 외부 필자이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의 글을 읽으면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때가 많아졌다. 뭐라고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불편함이 느껴졌다. 그러던 차에 이번 책을 접하면서 그 불편한 심정의 실체가 조금 분명해졌다. 나는 MBC를 변호할 생각도 능력도 없고, 그럴 위치에 있지도 않다. 다만 방송 문제를 포함한 강 교수의 전반적 인식, 글쓰기 태도를 한번 짚고 넘어가고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래서 책을 샀다.
'방송사 암흑기' 건너뛴 역사 서술
강 교수의 이번 책 구성은 연도별로 나누어 기술한 방식인데 '2016~2019년'이 첫 챕터다. 책을 펴들자마자 실망한 첫 번째 이유다. 책 이름에 '역사'를 내걸었다면 고대사, 중세사는 그만두고라도 근현대사는 충분히 다뤄야 한다. 2008~2016년은 MBC는 물론 전체 방송계에 매우 중요한 현대사 기간이다. 그런데 강 교수는 그 기간을 '선사시대'로 거의 통째로 생략했다. 박근혜 정권 말기 <TV조선> <JTBC> 등 종편 채널의 활약상을 잠깐 언급한 뒤 문재인 정권 출범 뒤 MBC에서 일어난 '적폐 청산'에 대한 비난부터 시작했다. MBC 입장에서 보면 한국사의 일제강점기는 건너뛰고 곧바로 '반민특위'부터 서술한 격이라고나 할까.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인 2008~2016년은 종합편성 채널 출범을 위한 한나라당의 미디어 관계법 강행통과, 검찰·국세청을 앞세운 KBS 정연주 사장과 MBC의 엄기영 사장 축출, YTN과 MBC 기자 해직 사태 등이 이어진 방송사의 '암흑기'였다. 그 당시 강 교수는 <한겨레>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연재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 출범 뒤인 2014년 5월에 '이젠 방송을 놓아주자'는 칼럼을 하나 쓴 것 정도가 고작이었다. 내용도 당시 방송계가 처한 처참한 상황에 비하면 맥빠진 원론 수준이었다. 인식의 기본적인 출발점도 "공정성을 둘러싼 지루한 정략 게임"이 계속되고 있다는 식의 철저한 양비론이었다.
이 시기 눈에 띄는 칼럼 하나는 2009년 3월에 쓴 '1억1400만 원의 정치학'이라는 글이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미디어 관계법안을 두고 '정권의 언론장악용'이라거나 '정권과 재벌·보수신문의 구린내 나는 유착'이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서민 대중의 관심은 오히려 'MBC 직원들의 실질적 평균 연봉이 1억1400만 원에 달한다'는 주장에 더 쏠리고 있다. 비극의 씨앗은 노무현 정권 시절에 뿌려졌다. 그토록 말 많은 대통령이었건만, 노 전 대통령은 단 한 번도 공기업의 '풍요'와 '도덕적 해이'에 대해 쓴소리를 한 적이 없다. 서민 대중은 미디어법 찬반 양쪽 모두를 불신하고 있다."
이 글에는 미디어 관계법에 대한 자신의 주장은 전혀 없다. 미디어법과는 별로 관계없는 일반 공기업을 끌어들여 '공기업의 풍요와 도덕적 해이'를 비난했다. 이 칼럼은 당시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이 주장하던 MBC 직원 급여 문제를 '광고'하면서 '서민 대중의 정서'를 핑계로 미디어법 반대 주장에 사실상 재를 뿌린 글이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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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09년 3월9일치에 실린 강준만 교수의 칼럼. 미디어법과는 별로 관계없는 일반 공기업의 풍요와 도덕적 해이를 비난하면서 “서민 대중은 미디어법 찬반 양쪽 모두를 불신하고 있다”는 양비론을 펼쳤다. ⓒ한겨레신문 갈무리
당시 이 칼럼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을 한 기억이 난다. '급여 문제를 따지자면 같은 언론업계에 종사하면서도 방송사의 절반 수준밖에 못 받는 한겨레 사람들이 더 부럽고 샘이 난다. 하지만 종편 출범은 그런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 강 교수가 참 이상하게 글을 썼다.' 어쨌든 강 교수는 이 칼럼 앞이든 뒤든 종편 문제나 한나라당의 미디어 관계법 날치기 통과 등 '본안'에 대해서는 한겨레 지면을 통해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
그가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했으면 그나마 낫다. 그런데 이번 책에서 강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의 비선 실세 국정농단 사건을 JTBC 등이 보도한 것 등을 예로 들면서 '종편에 대한 우려는 기우였다'는 식의 논리를 펼쳤다. 자신이 종편 출범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은 마치 그런 미래를 예측했기 때문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서도 5·18 광주항쟁 북한군 침투설 등 종편의 막말,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편파왜곡 방송, 미흡한 콘텐츠 투자, 보도의 과다 편성 등 숱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눈감았다. 애초 종편 출연을 거부했다가 철회한 민주당 쪽 사람들도 철저히 조롱했는데, 안티조선 운동의 기수였다가 지금은 조선일보와 밀월 관계에 있는 그가 이런 비판을 할 처지인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보수정권의 방송장악에는 늘 침묵
방송 문제에 관한 최근 몇 년간 강 교수의 글쓰기 패턴은 명확하다. 방송사에 대한 보수정권의 폭력적 관여에는 침묵으로 일관한다는 점이다. 권력이 우격다짐으로 경영진을 몰아내도, 언론사상 30년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기자 해직 사태가 일어나도, 입맛에 맞지 않는 방송 출연자들이 프로그램에서 줄줄이 쫓겨나도, "큰집 가서 조인트 까졌다"는 방문진 이사장 증언이 나와도, 해직된 이용마 기자가 암에 걸려 투병 끝에 숨져도, 강 교수는 아무런 분노도, 안타까움도, 연민도 표시하지 않았다. (그가 한 일이라고는 2008년 6월에 언론학자 124명이 발표한 '언론의 공공성 수호를 위한 언론학자 선언'에 아름을 올린 것 정도가 아닐까 한다.)
누가 글을 쓰지 않는다고 종주먹을 들이미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다. 그 사안에 별로 관심도 없고 할 말도 없다는데 어쩔 것인가. 하지만 명색이 글 쓰는 사람이라면 권력의 부조리한 폭압에 대한 침묵은 그 자체가 편향이다. 게다가 강 교수의 본업은 언론학자 아닌가.
강 교수는 이번 책에서 자신을 "진정 MBC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묘사했지만, 실제 '팩트 체크'를 해보면 사랑의 흔적은 엿볼 수 없다. 방송 수난 시대에는 '냉담'했고, 문재인 정권 들어서는 곧바로 '분노'로 바뀌었다. 그 분노의 결실이 바로 이번 책이다.
이제 이 땅에는 '권력의 공영방송 장악 시즌2' 막이 본격적으로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녀 학폭 논란 등 온갖 부적격 사유도 아랑곳하지 않고 '방송 장악 기술자'로 불리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지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남영진 KBS 이사장,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에 대한 '묻지마 해임' 절차를 시작했다. 이에 앞서 KBS 수신료 분리징수 환원 조처, MBC 기자의 대통령 해외순방 전용기 탑승 배제 등 공영방송에 대한 권력의 노골적인 관여가 이어지고 있다. KBS 수신료 통합 징수 폐지도 KBS가 국가수사본부장에 지명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폭 문제를 처음 단독보도해 권력의 심기를 건드린 게 발단이 됐다고 한다. 그런데도 강 교수는 여전히 그런 문제는 오불관언이다. 강 교수의 글쓰기 태도에 대해 첫 번째로 주목할 대목이다.
편향적인 '가위와 풀의 역사'
강 교수의 책에 MBC의 편향 보도라고 열거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이것들을 모두 검토하기는 힘드니 모든 사림에게 친숙한 사례 몇 가지만 대표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보도'다. 강 교수는 제목에 "범죄적 언론 사기극" 등의 표현까지 끌어다 쓰며 MBC의 대통령 비속어 발언 보도가 언론윤리에 어긋났다고 융단폭격을 가했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동원된 것은 나경원, 권성동, 윤상현, 하태경 등 국민의힘 의원들의 비난 발언, 신동흔(조선일보), 오병상(중앙일보), 전영기(시사저널) 등 보수언론 기자들의 칼럼이었다.
역사에 대한 약간 냉소적 표현으로 '가위와 풀의 역사'라는 말이 있다. 역사 기술이란 결국 무수한 사료 중에서 필요한 내용을 뽑아(가위), 그 사실들을 시간과 공간, 인과관계에 따라 분류·배치(풀)하는 작업이라는 뜻이다. 강 교수는 '비속어 보도' 문제에 대해 국민의힘 및 보수신문 논평들을 가위로 잘라 풀로 덕지덕지 붙여서 '역사'를 만들고 여기에 '흑역사'란 명찰을 붙였다.
역사를 제대로 쓰려면 다양한 사료를 찾아 분석·고찰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강 교수가 한겨레, 경향신문 등을 외면한 것은 그렇다 치자. 그러나 KBS SBS YTN JTBC OBS 등 5개 방송사 기자협회의 공동성명, 한국영상기자협회 성명 등 현장 기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것은 결코 지나칠 수 없다.
"대통령 순방을 동행 취재한 방송사들은 MBC가 영상물을 올리기 전부터 각 언론사 스스로 이미 대통령 발언의 문제점을 파악했다. 각 방송사들도 MBC와 크게 시차를 달리하지 않고 잇따라 영상물을 유통했다." "이 영상물은 MBC 단독 취재가 아니기 때문에 영상물이 유통된 선후 시점을 따지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이것이 바로 이 사안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현장 기자들의 목소리다. 사료적 가치로 치면 정치권 성명이나 신문 칼럼 정도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귀중하다. 그런데 강 교수는 이런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했다. 이것이 '흑역사'를 쓰기 위한 강 교수의 역사 서술 방식이다.
조선일보에 대한 '오버 신뢰'
사실 강 교수의 글은 '스크랩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용에 인용의 연속이다. 가위와 풀은 그의 글쓰기 최대 도구다. 이 책도 마찬가지여서 뒷부분 색인을 보면 인용된 언론자료가 즐비하다. 그런데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펜앤드마이크, 뉴데일리 등 온통 보수언론 일색이다. 한겨레나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민들레 등은 찾아보기 힘들다. 가위질 자체가 한쪽에 크게 치우쳐 있다.
강준만 교수는 <한겨레>에 가장 오랫동안 글을 써온 외부 필자 중의 하나다. 그런데 그는 정작 자기가 기고하는 신문의 사설과 칼럼은 과소평가하는 듯하다. 내가 이 책에서 발견한 한겨레 사설은 두어 개 정도였디. 그나마 하나는 '종편 개국, 언론과 민주주의의 대재앙 시작이다'(2011년 12월1일)라는 사설인데, 글의 내용을 높게 평가해서 인용한 게 아니었다. 그 사설을 "독설"이라고 표현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종편의 '최순실 게이트' 보도 활약상을 강조하면서 애초의 전망이 얼마나 어리석었는가 하는 조롱 섞인 인용이었다. 칼럼은 '유레카' 딱 한편이었는데, 그나마 내용은 없이 제목만 나와 있어 인용이라고 할 수도 없다. 반면에 조선일보 사설과 칼럼은 색인 한 페이지에 최소한 3~4개씩 나온다. <월간조선>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난다.
▲강준만 교수의 책 <MBC의 흑역사> 색인의 일부분.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펜앤드마이크 등 온통 보수언론 일색이며 특히 조선일보가 압도적으로 많다. ⓒ <MBC의 흑역사> 내용 갈무리
"왜곡과 편견, 냉전적 대결 의식을 부추기는 반통일적 언론, 이념을 내세운 메카시즘적 발상, 청산되어야 할 역사를 미화하는 파시즘 언론…." 애초 강 교수 등 안티조선 운동 주창자들이 내건 조선일보의 문제점이었다. 이런 조선일보의 보도 태도는 변했는가. 최근만 해도 건설노동자 고 양회동씨의 분신 사망 당시 현장 동료가 분신을 막지 않았다는 기사 등 왜곡과 부풀리기 DNA는 여전하다. 그런데도 강준만 교수의 눈에는 조선일보야말로 가장 믿을만한 신문이요 '정론직필'을 펴는 신문으로 보이는 듯하다. 이것이 한때 "안티조선 운동의 사상적 뿌리"라는 말까지 들었던 강 교수의 현재 모습이다.
강준만 교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이 했던 '안티조선 운동'을 스스로 부정해왔다. "지나치게 독선적이고 주관적인 비판을 남발한 점에 후회의 감정을 느낀다" "언론 개혁에 집착한 나머지 저지른 무리수였음을 인정하며 앞으론 절대 '오버'하지 않겠다"는 등의 '반성'을 했다. 강 교수가 요즘 자주 사용하는 어법으로 하면 '조선일보를 과도하게 악마화'한 것에 반성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제는 조선일보 대신 MBC를 악마화하는 데 올인하고 있다. 무엇보다 역설적인 점은 조선일보에 대한 '오버 신뢰'가 MBC 악마화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점이다. 독선과 주관, 오버는 방향만 달리할 뿐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권력의 주먹질이 희화화 대상인가
''MBC 보호'를 위해 발버둥친 윤석열'. 강 교수 책에 나오는 소제목 중 하나다. 아니, 윤석열 대통령이 MBC 보호를 위해 발버둥쳤다니 도대체 무슨 말인가? 그런데 내용을 읽어보니 쓴웃음이 나온다. "윤석열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연출했다. 그래서 윤석열에 대한 국민적 분노 덕분에 MBC는 마땅히 맞아야 할 매마저 피해갈 수 있었다. 윤석열 정권은 MBC를 '국기 문란 보도'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실은 MBC를 보호하기 위해 발버둥친 격이다."
윤석열 정권은 권력 행사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험악하다. 특히 검찰을 앞세운 공격은 집요하고도 잔인하다. 대통령 비속어 보도 이후 MBC에 대한 공격도 그렇다. 국민의힘의 고발 조처, MBC 기자의 대통령 해외순방 전용기 탑승 배제, MBC 기자 자택 압수수색, MBC 보도국에 대한 압수수색 시도 등 총공세가 이어졌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강 교수는 간단히 "MBC 보호를 위해 발버둥친 격" 정도로 격하했다. 국경없는기자회(RSF), 국제기자연맹(IFJ) 등 국제 언론인단체들까지 나서서 비판한 윤석열 정권의 언론자유 침해 행위를 "MBC 보호를 위한 발버둥"으로 희화화하는 것은 과연 온당한가? 이 대목에 이르면 강준만 교수의 글을 공들여 논평할 가치가 있는가 하는 회의가 밀려온다.
강준만 교수는 지난 2020년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 책을 내는 등 '권력' 문제에 깊이 천착해 왔다. '권력자는 민주주의를 어떻게 파괴하는가?'라는 부제를 단 이 책에서 그는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권력 남용을 신랄히 비판했다. 그런데 정작 윤석열 정권의 벌거벗은 권력 행사에 대해서는 '애교'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고작해야 "스타일" "성격" "엉뚱한 뚝심"이 문제라고 말할 뿐이다. 하지만 그 빗나간 뚝심에서 나오는 권력의 오남용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파괴하는지는 무관심하다. 정권의 권력 행사에 대한 강 교수의 이중 잣대와 '비대칭적 접근'은 여기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송건호언론상'도 편향적인가?
강 교수는 MBC 탐사 프로그램인 <스트레이트>와 <PD수첩>이 "김건희 때리기"를 했다고 비난했다. '때리기 보도'란 언론사가 어떤 목적이나 사적인 감정 때문에 근거도 별로 없는 내용을 부풀려 특정인에게 공격을 가하는 보도를 뜻한다. 강 교수가 '김건희 때리기' 보도라고 규정한 근거는 두 가지다. 첫째, 스트레이트가 두 차례, PD수첩이 한 차례 등 MBC의 대통령 배우자 의혹 보도 빈도가 너무 잦다는 것이다. 둘째는 PD수첩이 대역을 사용하면서 '재연'이라는 표기를 하지 않는 '조작'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보도) 빈도가 너무 잦고 '조작'이 가미된 방송"이기 때문에 "정당한 의혹제기"가 아니라 "김건희 때리기"에 불과하다고 결론지었다.
잘 알다시피 대통령 배우자인 '그분'을 둘러싼 논란과 의혹은 논문 문제부터 시작해 최근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리투아니아 명품 쇼핑에 이르기까지 손가락 열 개로도 모자랄 지경이다. 국정 전반에 걸쳐 어른거리는 그의 그림자를 생각하면 세 차례의 의혹 제기 보도가 그처럼 욕을 먹을 만큼 과한 것인가?
'재연'이라는 표기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MBC는 공식 사과했다. 방송 제작 과정에서 세심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은 엄히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의도적 조작'으로 몰아가는 것은 과잉으로 보인다. <스트레이트>에서 방영한 논문 의혹의 경우, 해당 논문들 자체가 수준 미달에 표절투성이고, 학문적 양심을 내팽개친 대학 당국의 뻔뻔함이 누가 봐도 확연해 굳이 보도에 조미료를 칠 필요도 없이 날 것 그대로도 싱싱하다.
"김건희를 '암묵적 금기어'로 만들어 성역시하던 관행을 계속 유지하겠다면 도대체 뭘 어쩌자는 건가?" 강 교수가 최근 한 신문 칼럼에서 던진 질문이다. 명품 쇼핑 등 계속되는 논란이 강 교수가 보기에도 너무 민망해서일까? 어쨌든 금기와 성역을 깨는 역할은 결국 언론의 몫이다. 그리고 금기와 성역 깨기의 횟수가 너무 많다고 딴죽을 거는 것은 온당치 않다.
<스트레이트>는 지난해 12월 언론계의 영원한 스승인 고 청암 송건호 선생을 기려 제정된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했다. 시점상으로 보면 '김건희 때리기' 보도(지난해 9월18일과 9월25일)가 나온 뒤에 수상이 결정됐으니 그 보도의 공과도 충분히 고려됐을 것이다. 송건호언론상 심사위원회는 선정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그동안 190회 이상의 방송을 통해 정치 권력, 사법, 자본, 언론, 검찰, 종교, 환경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적 병폐와 부조리를 꿋꿋이 고발하며 공신력을 쌓고 있다."
강 교수는 지난 2005년 송건호언론상 제4회 수상자이기도 하다. 강 교수가 <스트레이트> 등을 편파로 비판하려면 최소한 <스트레이트>가 송건호언론상을 받은 내용쯤은 언급하면서 비판을 하든 폭격을 가하든 해야 옳은 것 아닌가? 혹시 강 교수의 눈에는 이제 송건호언론상 심사위원들도 모두 친민주당 사람들로 보이는 것일까? 만약 송건호 선생이 살아계신다면 이 상황에서 언론의 권력 감시 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까. 결코 강 교수의 판단에 동의하지 않으리라고 확신한다.
권력의 방송 장악 응원하는 '어용 지식인'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지명 첫날부터 "공산당의 신문·방송을 언론이라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등의 말 폭탄을 터뜨렸다.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무책임하게 가짜 뉴스를 퍼 나른다거나, 특정 진영의 정파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한 논리나 주장을 무책임하게 전달하는 것은 언론의 본 영역에서 이탈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의미심장한' 말도 했다.
이동관 후보자의 이 발언은 강준만 교수의 책 내용과 정확히 대구를 이룬다. 강 교수는 MBC를 '특정 진영의 정파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한 논리나 주장을 무책임하게 전달하는 언론'으로 정확히 성격 규정을 해놓았다. 이제 이동관 후보자는 '책임을 묻는' 행동에 돌입할 것이다. <MBC의 흑역사>는 윤석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을 뒷받침해주는 든든한 바이블이다.
이 후보자 지명이 발표된 뒤 한국기자협회와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등 15개 언론·시민단체가 "(이 후보자 지명은) 언론, 방송을 손아귀에 넣겠다는 독재 선언"이라고 규정하고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앞서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언론정보학회 등 40여개 단체가 참여하는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이 후보자의 방송위원장 지명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한국기자협회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현직 기자 10명 중 8명이 이 후보자를 '이명박 정부에서 언론탄압에 앞장선 인물'로 보고 방송위원장 지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온다. 모두 '사료'로서 귀중한 가치가 있는 당대 언론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다. 그러나 강 교수는 이런 사료는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윤석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시즌2'의 플롯과 스토리 전개는 시즌1과 너무 판박이여서 식상할 정도다. '이사장 및 일부 이사 축출→입맛에 맞는 새 이사진 임명→대표이사 등 경영진 교체→보도국 물갈이→권력에 순응하는 보도 체계 마련' 등의 순서를 착착 진행할 것이다. 이런 권력의 폭압에 맞선 공영방송 종사자들의 거센 항의와 파업이 뒤따르고 해직 사태가 다시 되풀이될 수도 있다. 이런 비극에 대해 강 교수는 뭐라 말할 것인가. "편파방송의 인과응보일 뿐"이라고 냉담하게 잘라 말할지도 모르겠다.
강 교수의 이번 책은 발간 시점도 절묘하다. 자신의 책이 이 중차대한 시기에 정권의 방송 장악 지원군 역할을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면 그의 말대로 "천진난만"이고, 미리 예상하고 썼다면 '교활'하다. 개인적 견해를 굳이 말하자면 후자 쪽이다.
'어용'이란 말의 사전적 의미는 권력에 영합해 줏대 없이 행동하는 것을 낮추어 이르는 말이다. '특정 집단에서 독립된 척하면서도 사실은 우두머리의 손발 노릇을 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라는 설명도 있다. 이 말에 강 교수를 대입해보자. 그는 '특정 집단에서 독립'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보수 정권의 방송 정책을 응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는 침묵으로. 그리고 이제는 행동으로. 현 정권의 방송 장악 정책에 국한해서 볼 때 그를 '어용 지식인'이라고 불러도 지나침이 없어 보인다. (계속)
===당시 이 칼럼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을 한 기억이 난다. '급여 문제를 따지자면 같은 언론업계에 종사하면서도 방송사의 절반 수준밖에 못 받는 한겨레 사람들이 더 부럽고 샘이 난다. 하지만 종편 출범은 그런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 강 교수가 참 이상하게 글을 썼다.' 어쨌든 강 교수는 이 칼럼 앞이든 뒤든 종편 문제나 한나라당의 미디어 관계법 날치기 통과 등 '본안'에 대해서는 한겨레 지면을 통해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
그가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했으면 그나마 낫다. 그런데 이번 책에서 강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의 비선 실세 국정농단 사건을 JTBC 등이 보도한 것 등을 예로 들면서 '종편에 대한 우려는 기우였다'는 식의 논리를 펼쳤다. 자신이 종편 출범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은 마치 그런 미래를 예측했기 때문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서도 5·18 광주항쟁 북한군 침투설 등 종편의 막말,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편파왜곡 방송, 미흡한 콘텐츠 투자, 보도의 과다 편성 등 숱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눈감았다. 애초 종편 출연을 거부했다가 철회한 민주당 쪽 사람들도 철저히 조롱했는데, 안티조선 운동의 기수였다가 지금은 조선일보와 밀월 관계에 있는 그가 이런 비판을 할 처지인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보수정권의 방송장악에는 늘 침묵
방송 문제에 관한 최근 몇 년간 강 교수의 글쓰기 패턴은 명확하다. 방송사에 대한 보수정권의 폭력적 관여에는 침묵으로 일관한다는 점이다. 권력이 우격다짐으로 경영진을 몰아내도, 언론사상 30년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기자 해직 사태가 일어나도, 입맛에 맞지 않는 방송 출연자들이 프로그램에서 줄줄이 쫓겨나도, "큰집 가서 조인트 까졌다"는 방문진 이사장 증언이 나와도, 해직된 이용마 기자가 암에 걸려 투병 끝에 숨져도, 강 교수는 아무런 분노도, 안타까움도, 연민도 표시하지 않았다. (그가 한 일이라고는 2008년 6월에 언론학자 124명이 발표한 '언론의 공공성 수호를 위한 언론학자 선언'에 아름을 올린 것 정도가 아닐까 한다.)
누가 글을 쓰지 않는다고 종주먹을 들이미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다. 그 사안에 별로 관심도 없고 할 말도 없다는데 어쩔 것인가. 하지만 명색이 글 쓰는 사람이라면 권력의 부조리한 폭압에 대한 침묵은 그 자체가 편향이다. 게다가 강 교수의 본업은 언론학자 아닌가.
강 교수는 이번 책에서 자신을 "진정 MBC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묘사했지만, 실제 '팩트 체크'를 해보면 사랑의 흔적은 엿볼 수 없다. 방송 수난 시대에는 '냉담'했고, 문재인 정권 들어서는 곧바로 '분노'로 바뀌었다. 그 분노의 결실이 바로 이번 책이다.
이제 이 땅에는 '권력의 공영방송 장악 시즌2' 막이 본격적으로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녀 학폭 논란 등 온갖 부적격 사유도 아랑곳하지 않고 '방송 장악 기술자'로 불리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지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남영진 KBS 이사장,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에 대한 '묻지마 해임' 절차를 시작했다. 이에 앞서 KBS 수신료 분리징수 환원 조처, MBC 기자의 대통령 해외순방 전용기 탑승 배제 등 공영방송에 대한 권력의 노골적인 관여가 이어지고 있다. KBS 수신료 통합 징수 폐지도 KBS가 국가수사본부장에 지명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폭 문제를 처음 단독보도해 권력의 심기를 건드린 게 발단이 됐다고 한다. 그런데도 강 교수는 여전히 그런 문제는 오불관언이다. 강 교수의 글쓰기 태도에 대해 첫 번째로 주목할 대목이다.
편향적인 '가위와 풀의 역사'
강 교수의 책에 MBC의 편향 보도라고 열거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이것들을 모두 검토하기는 힘드니 모든 사림에게 친숙한 사례 몇 가지만 대표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보도'다. 강 교수는 제목에 "범죄적 언론 사기극" 등의 표현까지 끌어다 쓰며 MBC의 대통령 비속어 발언 보도가 언론윤리에 어긋났다고 융단폭격을 가했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동원된 것은 나경원, 권성동, 윤상현, 하태경 등 국민의힘 의원들의 비난 발언, 신동흔(조선일보), 오병상(중앙일보), 전영기(시사저널) 등 보수언론 기자들의 칼럼이었다.
역사에 대한 약간 냉소적 표현으로 '가위와 풀의 역사'라는 말이 있다. 역사 기술이란 결국 무수한 사료 중에서 필요한 내용을 뽑아(가위), 그 사실들을 시간과 공간, 인과관계에 따라 분류·배치(풀)하는 작업이라는 뜻이다. 강 교수는 '비속어 보도' 문제에 대해 국민의힘 및 보수신문 논평들을 가위로 잘라 풀로 덕지덕지 붙여서 '역사'를 만들고 여기에 '흑역사'란 명찰을 붙였다.
역사를 제대로 쓰려면 다양한 사료를 찾아 분석·고찰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강 교수가 한겨레, 경향신문 등을 외면한 것은 그렇다 치자. 그러나 KBS SBS YTN JTBC OBS 등 5개 방송사 기자협회의 공동성명, 한국영상기자협회 성명 등 현장 기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것은 결코 지나칠 수 없다.
"대통령 순방을 동행 취재한 방송사들은 MBC가 영상물을 올리기 전부터 각 언론사 스스로 이미 대통령 발언의 문제점을 파악했다. 각 방송사들도 MBC와 크게 시차를 달리하지 않고 잇따라 영상물을 유통했다." "이 영상물은 MBC 단독 취재가 아니기 때문에 영상물이 유통된 선후 시점을 따지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이것이 바로 이 사안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현장 기자들의 목소리다. 사료적 가치로 치면 정치권 성명이나 신문 칼럼 정도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귀중하다. 그런데 강 교수는 이런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했다. 이것이 '흑역사'를 쓰기 위한 강 교수의 역사 서술 방식이다.
조선일보에 대한 '오버 신뢰'
사실 강 교수의 글은 '스크랩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용에 인용의 연속이다. 가위와 풀은 그의 글쓰기 최대 도구다. 이 책도 마찬가지여서 뒷부분 색인을 보면 인용된 언론자료가 즐비하다. 그런데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펜앤드마이크, 뉴데일리 등 온통 보수언론 일색이다. 한겨레나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민들레 등은 찾아보기 힘들다. 가위질 자체가 한쪽에 크게 치우쳐 있다.
강준만 교수는 <한겨레>에 가장 오랫동안 글을 써온 외부 필자 중의 하나다. 그런데 그는 정작 자기가 기고하는 신문의 사설과 칼럼은 과소평가하는 듯하다. 내가 이 책에서 발견한 한겨레 사설은 두어 개 정도였디. 그나마 하나는 '종편 개국, 언론과 민주주의의 대재앙 시작이다'(2011년 12월1일)라는 사설인데, 글의 내용을 높게 평가해서 인용한 게 아니었다. 그 사설을 "독설"이라고 표현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종편의 '최순실 게이트' 보도 활약상을 강조하면서 애초의 전망이 얼마나 어리석었는가 하는 조롱 섞인 인용이었다. 칼럼은 '유레카' 딱 한편이었는데, 그나마 내용은 없이 제목만 나와 있어 인용이라고 할 수도 없다. 반면에 조선일보 사설과 칼럼은 색인 한 페이지에 최소한 3~4개씩 나온다. <월간조선>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난다.
▲강준만 교수의 책 <MBC의 흑역사> 색인의 일부분.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펜앤드마이크 등 온통 보수언론 일색이며 특히 조선일보가 압도적으로 많다. ⓒ <MBC의 흑역사> 내용 갈무리
"왜곡과 편견, 냉전적 대결 의식을 부추기는 반통일적 언론, 이념을 내세운 메카시즘적 발상, 청산되어야 할 역사를 미화하는 파시즘 언론…." 애초 강 교수 등 안티조선 운동 주창자들이 내건 조선일보의 문제점이었다. 이런 조선일보의 보도 태도는 변했는가. 최근만 해도 건설노동자 고 양회동씨의 분신 사망 당시 현장 동료가 분신을 막지 않았다는 기사 등 왜곡과 부풀리기 DNA는 여전하다. 그런데도 강준만 교수의 눈에는 조선일보야말로 가장 믿을만한 신문이요 '정론직필'을 펴는 신문으로 보이는 듯하다. 이것이 한때 "안티조선 운동의 사상적 뿌리"라는 말까지 들었던 강 교수의 현재 모습이다.
강준만 교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이 했던 '안티조선 운동'을 스스로 부정해왔다. "지나치게 독선적이고 주관적인 비판을 남발한 점에 후회의 감정을 느낀다" "언론 개혁에 집착한 나머지 저지른 무리수였음을 인정하며 앞으론 절대 '오버'하지 않겠다"는 등의 '반성'을 했다. 강 교수가 요즘 자주 사용하는 어법으로 하면 '조선일보를 과도하게 악마화'한 것에 반성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제는 조선일보 대신 MBC를 악마화하는 데 올인하고 있다. 무엇보다 역설적인 점은 조선일보에 대한 '오버 신뢰'가 MBC 악마화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점이다. 독선과 주관, 오버는 방향만 달리할 뿐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권력의 주먹질이 희화화 대상인가
''MBC 보호'를 위해 발버둥친 윤석열'. 강 교수 책에 나오는 소제목 중 하나다. 아니, 윤석열 대통령이 MBC 보호를 위해 발버둥쳤다니 도대체 무슨 말인가? 그런데 내용을 읽어보니 쓴웃음이 나온다. "윤석열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연출했다. 그래서 윤석열에 대한 국민적 분노 덕분에 MBC는 마땅히 맞아야 할 매마저 피해갈 수 있었다. 윤석열 정권은 MBC를 '국기 문란 보도'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실은 MBC를 보호하기 위해 발버둥친 격이다."
윤석열 정권은 권력 행사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험악하다. 특히 검찰을 앞세운 공격은 집요하고도 잔인하다. 대통령 비속어 보도 이후 MBC에 대한 공격도 그렇다. 국민의힘의 고발 조처, MBC 기자의 대통령 해외순방 전용기 탑승 배제, MBC 기자 자택 압수수색, MBC 보도국에 대한 압수수색 시도 등 총공세가 이어졌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강 교수는 간단히 "MBC 보호를 위해 발버둥친 격" 정도로 격하했다. 국경없는기자회(RSF), 국제기자연맹(IFJ) 등 국제 언론인단체들까지 나서서 비판한 윤석열 정권의 언론자유 침해 행위를 "MBC 보호를 위한 발버둥"으로 희화화하는 것은 과연 온당한가? 이 대목에 이르면 강준만 교수의 글을 공들여 논평할 가치가 있는가 하는 회의가 밀려온다.
강준만 교수는 지난 2020년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 책을 내는 등 '권력' 문제에 깊이 천착해 왔다. '권력자는 민주주의를 어떻게 파괴하는가?'라는 부제를 단 이 책에서 그는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권력 남용을 신랄히 비판했다. 그런데 정작 윤석열 정권의 벌거벗은 권력 행사에 대해서는 '애교'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고작해야 "스타일" "성격" "엉뚱한 뚝심"이 문제라고 말할 뿐이다. 하지만 그 빗나간 뚝심에서 나오는 권력의 오남용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파괴하는지는 무관심하다. 정권의 권력 행사에 대한 강 교수의 이중 잣대와 '비대칭적 접근'은 여기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송건호언론상'도 편향적인가?
강 교수는 MBC 탐사 프로그램인 <스트레이트>와 <PD수첩>이 "김건희 때리기"를 했다고 비난했다. '때리기 보도'란 언론사가 어떤 목적이나 사적인 감정 때문에 근거도 별로 없는 내용을 부풀려 특정인에게 공격을 가하는 보도를 뜻한다. 강 교수가 '김건희 때리기' 보도라고 규정한 근거는 두 가지다. 첫째, 스트레이트가 두 차례, PD수첩이 한 차례 등 MBC의 대통령 배우자 의혹 보도 빈도가 너무 잦다는 것이다. 둘째는 PD수첩이 대역을 사용하면서 '재연'이라는 표기를 하지 않는 '조작'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보도) 빈도가 너무 잦고 '조작'이 가미된 방송"이기 때문에 "정당한 의혹제기"가 아니라 "김건희 때리기"에 불과하다고 결론지었다.
잘 알다시피 대통령 배우자인 '그분'을 둘러싼 논란과 의혹은 논문 문제부터 시작해 최근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리투아니아 명품 쇼핑에 이르기까지 손가락 열 개로도 모자랄 지경이다. 국정 전반에 걸쳐 어른거리는 그의 그림자를 생각하면 세 차례의 의혹 제기 보도가 그처럼 욕을 먹을 만큼 과한 것인가?
'재연'이라는 표기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MBC는 공식 사과했다. 방송 제작 과정에서 세심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은 엄히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의도적 조작'으로 몰아가는 것은 과잉으로 보인다. <스트레이트>에서 방영한 논문 의혹의 경우, 해당 논문들 자체가 수준 미달에 표절투성이고, 학문적 양심을 내팽개친 대학 당국의 뻔뻔함이 누가 봐도 확연해 굳이 보도에 조미료를 칠 필요도 없이 날 것 그대로도 싱싱하다.
"김건희를 '암묵적 금기어'로 만들어 성역시하던 관행을 계속 유지하겠다면 도대체 뭘 어쩌자는 건가?" 강 교수가 최근 한 신문 칼럼에서 던진 질문이다. 명품 쇼핑 등 계속되는 논란이 강 교수가 보기에도 너무 민망해서일까? 어쨌든 금기와 성역을 깨는 역할은 결국 언론의 몫이다. 그리고 금기와 성역 깨기의 횟수가 너무 많다고 딴죽을 거는 것은 온당치 않다.
<스트레이트>는 지난해 12월 언론계의 영원한 스승인 고 청암 송건호 선생을 기려 제정된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했다. 시점상으로 보면 '김건희 때리기' 보도(지난해 9월18일과 9월25일)가 나온 뒤에 수상이 결정됐으니 그 보도의 공과도 충분히 고려됐을 것이다. 송건호언론상 심사위원회는 선정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그동안 190회 이상의 방송을 통해 정치 권력, 사법, 자본, 언론, 검찰, 종교, 환경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적 병폐와 부조리를 꿋꿋이 고발하며 공신력을 쌓고 있다."
강 교수는 지난 2005년 송건호언론상 제4회 수상자이기도 하다. 강 교수가 <스트레이트> 등을 편파로 비판하려면 최소한 <스트레이트>가 송건호언론상을 받은 내용쯤은 언급하면서 비판을 하든 폭격을 가하든 해야 옳은 것 아닌가? 혹시 강 교수의 눈에는 이제 송건호언론상 심사위원들도 모두 친민주당 사람들로 보이는 것일까? 만약 송건호 선생이 살아계신다면 이 상황에서 언론의 권력 감시 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까. 결코 강 교수의 판단에 동의하지 않으리라고 확신한다.
권력의 방송 장악 응원하는 '어용 지식인'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지명 첫날부터 "공산당의 신문·방송을 언론이라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등의 말 폭탄을 터뜨렸다.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무책임하게 가짜 뉴스를 퍼 나른다거나, 특정 진영의 정파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한 논리나 주장을 무책임하게 전달하는 것은 언론의 본 영역에서 이탈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의미심장한' 말도 했다.
이동관 후보자의 이 발언은 강준만 교수의 책 내용과 정확히 대구를 이룬다. 강 교수는 MBC를 '특정 진영의 정파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한 논리나 주장을 무책임하게 전달하는 언론'으로 정확히 성격 규정을 해놓았다. 이제 이동관 후보자는 '책임을 묻는' 행동에 돌입할 것이다. <MBC의 흑역사>는 윤석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을 뒷받침해주는 든든한 바이블이다.
이 후보자 지명이 발표된 뒤 한국기자협회와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등 15개 언론·시민단체가 "(이 후보자 지명은) 언론, 방송을 손아귀에 넣겠다는 독재 선언"이라고 규정하고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앞서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언론정보학회 등 40여개 단체가 참여하는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이 후보자의 방송위원장 지명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한국기자협회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현직 기자 10명 중 8명이 이 후보자를 '이명박 정부에서 언론탄압에 앞장선 인물'로 보고 방송위원장 지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온다. 모두 '사료'로서 귀중한 가치가 있는 당대 언론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다. 그러나 강 교수는 이런 사료는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윤석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시즌2'의 플롯과 스토리 전개는 시즌1과 너무 판박이여서 식상할 정도다. '이사장 및 일부 이사 축출→입맛에 맞는 새 이사진 임명→대표이사 등 경영진 교체→보도국 물갈이→권력에 순응하는 보도 체계 마련' 등의 순서를 착착 진행할 것이다. 이런 권력의 폭압에 맞선 공영방송 종사자들의 거센 항의와 파업이 뒤따르고 해직 사태가 다시 되풀이될 수도 있다. 이런 비극에 대해 강 교수는 뭐라 말할 것인가. "편파방송의 인과응보일 뿐"이라고 냉담하게 잘라 말할지도 모르겠다.
강 교수의 이번 책은 발간 시점도 절묘하다. 자신의 책이 이 중차대한 시기에 정권의 방송 장악 지원군 역할을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면 그의 말대로 "천진난만"이고, 미리 예상하고 썼다면 '교활'하다. 개인적 견해를 굳이 말하자면 후자 쪽이다.
'어용'이란 말의 사전적 의미는 권력에 영합해 줏대 없이 행동하는 것을 낮추어 이르는 말이다. '특정 집단에서 독립된 척하면서도 사실은 우두머리의 손발 노릇을 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라는 설명도 있다. 이 말에 강 교수를 대입해보자. 그는 '특정 집단에서 독립'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보수 정권의 방송 정책을 응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는 침묵으로. 그리고 이제는 행동으로. 현 정권의 방송 장악 정책에 국한해서 볼 때 그를 '어용 지식인'이라고 불러도 지나침이 없어 보인다. (계속)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3080714221274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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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교수의 흑역사 ②
[김종구의 새벽에 문득]
김종구 (언론인) | 기사입력 2023.08.07.
☞[김종구의 새벽에 문득] 강준만 교수의 흑역사 ① 바로가기
강준만 교수를 두고 "진중권 교수나 비슷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 친한 후배 기자에게 '강 교수에 대한 비평 글을 써보면 어떨까' 하고 넌지시 물었더니 곧바로 "강준만·진중권 교수 두 사람 모두 비평할 가치조차 없다"는 냉담한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두 사람은 한때 '안티조선 운동'을 이끈 '투톱 아이콘'이었다. 사이가 좋던 두 사람은 2002년 지방선거 때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를 둘러싼 이른바 '옥석 전쟁'으로 사이가 틀어졌고, 그 뒤 노무현 정권 출범 후 열린우리당 창당 등을 계기로 정치적 입장이 확연히 달라지며 결별했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강-진 교수는 한때 서로를 향해 날 선 공격을 퍼붓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독설가들인지라 내용이 섬뜩할 정도로 신랄하다. "진중권은 '소아병적 의인'이다. 모든 사람이 진중권을 알아주고 떠받들어주는 한 그는 우리 사회를 위해 의로운 일을 많이 할 사람이다." "궤변가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자신의 방어에 주력하는 '소극적 궤변가'와 상대편의 약을 올리는 데에서 쾌감을 느끼는 '적극적 궤변가' 또는 '가학적 궤변가'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의 진중권은 후자의 경우다." 2002년 7월 강 교수가 '진중권식 궤변의 '폭력성'을 비판한다'는 글에서 한 말이다.
독설의 강도로 치면 진중권 교수도 이에 못지않다. 그는 강 교수가 2004년 한국일보 칼럼을 중단하자 웹진 <진보누리>에 이런 독설을 날렸다. "(강 교수에게) 필요한 것은 도덕적 '자성'이 아니라 그동안 자기 논리의 모순, 말하자면 자기가 사용했던 기준에 자신의 발언이 어긋난 부분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논리적 '점검'일 것이다." 진 교수는 '강 교수의 두 가지 문제'로 △글쓰기의 기준이 상식/몰상식 혹은 사회적 공공선 위에 서 있기보다는, 김대중과 그의 당을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삼았고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꾸 기준을 이리저리 바꿨다는 점을 들었다. (<미디어오늘> 2004년 3월15일)
▲강준만 교수와 진중권 교수는 한때 서로를 향해 날 선 공격을 주고 받았다. 강 교수는 진 교수를 향해 “상대편의 약을 올리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가학적 궤변가”라는 독설을 날렸고, 진 교수는 “강 교수가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꾸 기준을 이리저리 바꿨다”며 “자기가 사용했던 기준에 자신의 발언이 어긋난 부분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논리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강준만-진중권 싸움의 종말
그런데 세월이 흘러 이제는 두 사람이 다시 비슷해졌다. 우선 '조선일보 신봉자'가 됐다. 조선일보를 향해 "하루에도 300만부씩이나 찍어 전국을 '거짓말'로 도배하는 신문"이라고 질타했던 진중권 교수는 '조선일보가 가장 사랑하는 코멘테이터'가 됐다. 기피 대상이던 조선일보와 직접 인터뷰도 했다. 강 교수의 조선일보 사랑은 이미 앞에서 많이 언급했다.
두 사람 모두 '반민주당'으로 정치적 입장 통일도 이루었다. 강 교수는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친노' '친문'과 멀어졌고, 진 교수 역시 '조국 사태'를 계기로 민주당을 향한 공격의 선봉장이 됐다. 두 사람은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과 평가다.
대선 이후에도 강 교수의 입장은 크게 변함이 없는 듯하다. <신동아> <UPI뉴스> 등에 연재하는 글을 보면 온통 민주당 비판 일색이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언급은 가뭄에 콩 나듯한데 주로 "대통령의 스타일 문제"나 "희한한 성격" 등을 비판하는 데 쏠려 있다. 심지어 윤석열 정권이 "정권의 이익조차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다"고 '걱정'한다. "탈레반식 도그마와 맹목적 돌진을 사랑했던 문재인 정권은 나라의 장래에 큰 부담을 안겨줄 과오들을 저질렀지만, 정권의 이익을 챙기는 일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능했다. (…) 반면 윤석열 정권은 제대로 된 국정운영도 해보기 전에 최소한의 정권 이익조차 지켜내지 못하면서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강준만의 직설, UPI뉴스 2022년 9월19일)
'DJ 신봉자'의 윤석열 지지
강준만 교수는 잘 알려져 있듯이 고 김대중 대통령의 열렬한 신봉자다. 고 김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인권, 남북화해와 평화공존의 대명사와 같은 존재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만들고 4대 보험을 보편적으로 적용해 한국을 복지국가 반열에 오르게 했다. 야당 때부터 가족법 개정으로 여성 인권신장을 이끌었고, 재임 시기 국가인권위를 설립하고, 남녀평등을 국가적 과제로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은 이와는 완전히 정반대다. 남북관계 개선 노력은 포기했고, 극우적 성향의 대북 강경론자를 통일부 장관에 앉힌 뒤 통일부의 남북 대화와 교류·협력 기능을 사실상 없애려 한다. 민주주의와 인권 역시 뒷걸음질을 계속하고 있다. 시민사회의 집회와 시위, 노조 활동에 대해서는 강경 대응 일변도이고, 인권 청사진인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수립은 1년 가까이 미루고 있다. 여성가족부도 계속 유지될지 미지수고, 언론자유도 축소됐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세계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지난해보다 4단계나 하락했다. 앞으로 공영방송 장악이 이뤄지면 언론자유지수는 더 폭락할 것이다. 복지 분야에서도 재벌 특혜와 부자감세 정책은 추진하면서 서민복지는 '재정 건전성'을 앞세워 대폭 줄이고 있다. 쉽게 말하면 김대중 대통령의 업적을 원점으로 돌리는 방향으로 국정운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강 교수의 글들에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에 대한 비판의식은 별로 찾아볼 수 없다. 강 교수가 말하는 대로 '진보적 가치'니 '보수적 가치'니 하는 것은 사실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좌우 노선 구분을 떠나 윤석열 정권이 가는 방향이 과연 나라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한가에 대한 판단은 끊임없이 해야 하지 않을까. 그 대목에서 강 교수의 판단과 견해는 대체로 실종 상태다. 강 교수가 고 김대중 대통령을 신봉한 것은 애초부터 고인의 이념과 정책 방향과는 무관한 것이었는가?
강 교수는 진보세력의 위선과 이중성, 우리 사회에 만연한 증오와 혐오, 독선과 편견, 집단적 갈등 문제 등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한다. 나름 귀 기울여 들을 지적이 많다. 하지만 증오와 혐오에 대해 말하자면 '살아 있는 권력의 증오와 혐오' 만큼 심각하고 무서운 것이 있을까? 편견과 독선의 위태로움으로 치면 '최고권력자의 편견과 독선' 만큼 나라의 장래에 해를 끼치는 것이 있을까? 그것이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이다.
강 교수가 윤석열 정권의 국정운영 방향에 별로 심각성을 느끼지 않는 점은 충분히 존중한다. 모든 판단은 강 교수의 자유다. 다만 '윤석열만 비판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훈계하는 식의 태도는 삼갔으면 한다.
강 교수는 8월7일치 <한겨레> 칼럼에서도 윤 대통령 비판자들에 대한 훈계와 폄하를 이어갔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권을 향한 비판은 대부분 '너 죽어라'는 비판이지 '너 잘돼라'는 비판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강 교수의 날선 민주당 비판은 '너 잘돼라'는 '사랑의 매'이고, 다른 사람들의 윤석열 대통령 비판은 모두 '너 죽어라'는 '고의적 비방'이라는 말인가? 강 교수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심각한 자가당착이고 오류다.
강 교수는 이번 칼럼에서 "논객들 자신의 진보적 관점을 절대시하면서 하는 비판"의 무용성도 비판했다. 하지만 실제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칼럼들을 읽어 보면 '진보적 관점'을 운위할 정도도 못된다. 정부의 주요 요직을 모조리 검사 출신들로 채운 '검찰공화국', 정권 핵심인사들만 뭉치는 인사 편향, '용산출장소'로 전락한 여당의 역할, 대형참사 졸속 대응과 책임 떠넘기기, 정부 국책사업을 하루아침에 백지화했다가 되돌리는 갈지자 행보 등등 진보니 보수니 하는 잣대를 들이밀기도 민망한 난맥상에 대한 비판이 주류를 이룬다.
강 교수는 "비판 대상에게 어떤 식으로건 도움이 될 수 있게끔 소통의 선의와 진정성"이 필요하다는 훈계도 덧붙였다. 그런데 거꾸로 묻고 싶다.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가해지는 비판에 한번이라도 '소통'하는 반응을 보인 적이 있는가? 윤 대통령을 향한 비판의 상당 부분은 바로 "소통 부재"에 쏠려 있음을 강 교수는 모르는가. 다시 말하지만, 강 교수가 윤 대통령 비판을 절제하는 것이야 뭐라 말할 일이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의 비판마저 조롱하고 폄하하지는 말기 바란다.
"30여년 전의 나를 다시 만나 보는 일"
강준만-진중권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가한 독설은 어느 면에서 정곡을 찌르는 게 있다. 진 교수의 행보를 보면 "소아병적 의인"이니 "가학적 궤변가"니 하는 강 교수의 촌평에 새삼 무릎을 치게 된다. 강준만 교수에 대한 진중권 교수의 평 역시 그렇다. "자신이 애초 가졌던 기준과 지금의 발언이 어긋나지 않는지에 대한 논리적 점검"이 강 교수에게는 가장 절실한 과제가 아닐까.
강준만 교수는 <MBC의 흑역사> 책 서문에 이렇게 적었다. "머리말을 쓰기 전에 내가 33년 전인 1990년 출간한 『한국 방송 민주화 운동사』란 책을 다시 읽어 보았다. (…) 세상에 이 책이나마 내놓으면서 33년 전의 나를 다시 만나보련다."
그렇다. 강 교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30여년 전의 나를 다시 만나 보는 일"이다. 그때의 생각과 논리, 그 당시 썼던 글에서 지금 얼마나 멀리 벗어나 있는지를 진지하게 되돌아보면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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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순
'감히 내 말을 무시하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나'
'내가 노빠들에게 비난당할때 나를 감싸준 진보정치인이 있나'
'김대중과 노무현을 당선시켜준 나에게 감히 이럴수 있나'
강준만이 악에 받쳐 진보를 비난하게 된 이유라고 한다. 황당하다. 강준만은 여당에게 서운한 취급을 당했다고 투덜거릴만큼의 거물이 아니다. 진보정권을 자기 힘으로 창출했다는 것도 강준만의 못난 착각이다. 강준만에게 그만한 능력이 있었다면 윤석열의 지지도가 현재 30%따리에 정체되어 있지도 않았다. 방구석 작가가 뭘 잘못 먹었길래 이래 허세가 심한가? 자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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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회원닉네임없음2023-08-09 02:08:0710
강준만 추종자도 강준만이 문정부와 윤정부에 동일한 잣대로 동일한 수준으로 비판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아무도 없음. 윤석열의 노동 탄압과 반민주적 퇴행정치가 심해질수록 윤석열 비판자들을 조롱할 궁리만 찾는 강준만의 추잡한 이중잣대와 정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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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회원X2023-08-07 22:51:3820
전 강준만이 타락했다곤 생각하지 않아요. 언제 멀쩡한 적이나 있었어야 타락도 할 수 있는거죠. 강준만은 원래부터 인격적, 정서적으로 결함이 많았던 사람이라 봐요. 시비를 걸지 않으면 좀이 쑤시는 부류라고나 할까? 예를 들어 소설가 이문열이 악독한 글을 많이 쓰긴 했죠. 하지만 그 사실이 이문열을 성희롱적 발언으로 모욕한 강준만의 행태를 정당화하지 않아요. 강준만은 그렇듯 늘 선을 넘어요. 절제하지 못하고, 뭔가를 쟁취하려는 탐욕에 찌든 오버액션을 자주 보여주죠. 그 오버액션의 끝이 바로 폭군 윤석열과의 추물스러운 결합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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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회원X2023-08-07 22:50:4920
강준만은 '정권과 유착하는 글쟁이'라고 보면 될 거예요. 유착할 정권이 어딘지는 강준만에게 별로 중요하지도 않았겠죠. 원래 이익추구형 잡배들이 사상적 스펙트럼을 딱지처럼 엎었다 뒤집길 잘하니깐요.
'김대중 죽이기'가 강준만에게 적잖은 학자적, 금전적 이득을 안겨줬죠? 강준만은 아직도 그때의 짜릿함에 도취되서 벗어나질 못하더군요. 열우당 분당으로 쫓겨나며 펄펄 뛰던 모습, 유시민 등 진보 인사들과 험한말로 싸우던 모습, 진보세력에 '싸가지' 들먹이며 뒤끝부리던 모습.... 이런 게 다 놓쳐버린 돈맛과 권력맛에 대한 집착의 흔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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