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문가로부터 듣는다] 이동복 전 안기부장 특보 “트럼프가 김정은 이기려면…” - 미래한국
대북전문가로부터 듣는다] 이동복 전 안기부장 특보 “트럼프가 김정은 이기려면…”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승인 2018.06.08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
정리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과 북한의 밀고 당기기가 복잡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혹자들은 예정됐던 6·12 싱가포르 협상과 관련해 판을 들었다 놨다 하는 트럼프 대통령 협상의 기술이 빛을 발한다고 평하는 반면,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전략에 말려들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어쩌면 한반도 운명을 결정지을지도 모를 미북회담을 앞두고 <미래한국>은 긴급히 워싱턴을 다녀온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전 국회의원, 전 안기부장 특보)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이동복 대표는 1992년 남북고위급회담 대변인으로 일하는 등 북한의 실체를 잘 아는 대북전문가이다. 이 글은 이동복 대표의 구술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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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존 볼턴과 약속을 잡고 갔는데 직접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볼턴 보좌관이 너무 바쁘더군요. 제가 워싱턴에 가 있는 기간 동안 문재인 정부에서도 여러 사람이 와서 워싱턴을 누비는 모습을 봤는데, 그 사람들도 볼턴을 만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두 번 방문해서 한번 볼턴을 만났지요. 아무튼 바쁜 볼턴 보좌관을 직접 만나진 못했지만, 볼턴이 주선해서 구성돼 준비 중인 백악관 노스코리아 액션팀 멤버 거의 대부분을 만나 함께 대외비로 큰 회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팀원들과 함께 다른 사람들, 의회나 국무부 인사 또는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등 언론계 인사들과도 따로 만나 제가 가진 남북회담 경험을 통해 얻은 참고 될 만한 여러 사안을 가지고 충분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결과 현재 전개되는 상황이 제가 이야기한 거의 그대로, 그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이 들었고, 개인적으로는 희열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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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이 비핵화 전제조건 먼저 제시하게 하면 안 돼
본 회담에서 의제를 잡을 때 북핵 문제를 안건으로 잡는 문제도 난제 중 난제입니다. 가령 ‘조선한반도 비핵화’를 안건으로 잡는다면 회담 양상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냐를 그려낼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회담 자리에 앉으면 성격이 급한 트럼프 대통령이 “당신이 비핵화 의지를 먼저 표명해서 내가 왔으니, 비핵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안을 내놓으시오”라고 할 겁니다. 그럼 김정은이 기가 죽을까요? 아닙니다. 할 말이 더 많을 겁니다. 김정은은 아마 이렇게 말하겠지요.
‘나도 비핵화 하려고 한다. 비핵화는 선대에서 물려받은 유지다, 그런데 조선반도 비핵화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 당신이 말하는 것처럼 간단하고 쉬운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일부러 핵을 만든 게 아니다. 핵은 원인의 결과로, 원인이 해소 안 돼선 결과가 해소될 수 없다. 우리로 하여금 핵이라는 자위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게끔 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있고, 남조선과의 소위 한미동맹이 있어서 그게 우리 안전과 체제를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에 자위권 차원에서 핵을 만든 것이니, 이 문제 해결의 열쇠는 미국이 가지고 있다’ 이렇게 얘기할 겁니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어떻게 응수할까요? 김정은은 과제 공부를 달달 외워서 나온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건성건성 공부한 학생 꼴이니 김정은이 이렇게 치고 나오면 트럼프 대통령은 말문이 막힐 겁니다. 횡설수설할 수 있어요. 북한이 만들어 놓은 수렁 밭에 빠져 발을 빼기 어렵게 되지요.
또 하나 김정은이 이렇게 나올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으로, 핵보유국은 북한만이 아니라 세계 8개 핵보유국이 있고 미국도 그 하나다. 핵 이야기를 하려면 공평하게 다른 나라와 같이 논의해야지, 왜 우리 것만 가지고 얘기하느냐, 그러니까 9개 나라가 모여서 회의하자’ 이렇게 말이지요. 그럼 논리적으로 반박하기 까다롭게 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회담이 열리면 미국은 필패라는 겁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대비로서, 회담이 열리기 전 의제와 관련해 미국이 듣고 싶은 북한의 반응이 반드시 나올 수 있도록 전 단계에서 하드보일드한 협상이 필요한 것이지요. 제가 보기에 이 역할을 남한이 해주고 있는데, 남한은 그런 생각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남한은 어떻게 하든지 미북회담을 성사시켜 그로부터 나오는 정치적 부수입을 얻으려는 것이니, 절대 남한을 통해서는 미국의 필요가 해소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본 회담이 열리기 전에 미국이 직접 북한을 상대로 미국이 원하는 대답을 얻어 회담을 하는 게 옳다고 설명해줬습니다. 미국 측 사람들이 이런 제 조언을 경청했습니다.
미북회담 재개는 북한이 절박했기 때문
제가 보기엔 전체적으로 협상이 이렇게 전개될 수 있었던 것은 북한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작년 하반기부터 국제제재에 걸렸고, 특히 중국이 국제제재에 가담했기 때문에 경제가 엄청난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래서 작년 후반기부터 김정은이 중국에 가고 싶다고 계속 말했는데 금년 초까진 시진핑이 냉담했지요.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솔하게도 중국을 상대로 해서 무역전쟁, 관세전쟁을 선포하면서 변화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은 원래 자기들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풀어 미국을 골탕 먹이는 것으로 대응카드를 구상했는데, 고민 끝에 대신 북한 카드를 쓰자고 나온 것이지요. 미국 국채로 어떻게 해보겠다는 건 중국 자기들도 다칠 수 있으니까요. 중국은 김정은 더러 오라 해서 2박 3일 동안 극진히 환대하면서 두 가지를 했습니다.
하나는 지난 20년 동안 죽어 있었던 조중 상호원조 조약을 부활시킨 겁니다. 유사시 자동개입조항까지 있는 걸 부활시킨 거예요. 또 하나는 이번에 확실하게 북한 편을 들어준 거예요. 그동안 중국은 핵문제에 있어서 엉거주춤한 채로 북한 입장을 100% 지지하지 않았거든요. 시진핑은 점진적이고 동시적인 접근이라고 해서, 사실상 북한 입장을 그대로 수용해왔단 말이지요. 그럼으로써 미국의 입장을 아주 곤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이 점을 북한이 이용해 그동안 계속해서 수작을 벌여 왔던 겁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제 자신들의 절박한 상황 때문에 미북 정상회담 구도에서 발을 완전히 뽑을 수 없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미국에 엉겨 붙을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점을 이용해 CVID를 관철시켜보겠다는 꿍꿍이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렇게 전개되는 상황들이 제가 보기엔 저와 김석우 전 차관이 워싱턴에 가서 미국 측에 조언한 대로 플레이되고 있습니다.
제가 미국 사람들에게 이야기한 것 중 또 하나 첨가하자면, 그럼에도 북핵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북한은 핵의 끝자락이라도 붙들고 있어야지 그걸 손에서 완전히 놓으면 기댈 데가 없다는 것이지요. 핵문제가 상쾌하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제 자신들의 절박한 상황 때문에 미북 정상회담 구도에서 발을 완전히 뽑을 수 없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미국에 엉겨 붙을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점을 이용해 CVID를 관철시켜보겠다는 꿍꿍이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렇게 전개되는 상황들이 제가 보기엔 저와 김석우 전 차관이 워싱턴에 가서 미국 측에 조언한 대로 플레이되고 있습니다.
제가 미국 사람들에게 이야기한 것 중 또 하나 첨가하자면, 그럼에도 북핵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북한은 핵의 끝자락이라도 붙들고 있어야지 그걸 손에서 완전히 놓으면 기댈 데가 없다는 것이지요. 핵문제가 상쾌하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트럼프 조급해 하면 북에 당할 것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북핵 문제의 성격이에요. 북핵은 작년 9월, 11월 이전과 이후가 달라졌습니다. 작년 9월 3일 6차 핵실험 때 폭발력은 160kt으로, 단순 원자탄이 아니라 수소탄 언저리의 강력한 그 무엇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11월 28일에는 화성15형, 1만 3350마일 사정거리를 갖는 미사일이라는 사실이 입수돼서, 그동안 강 건너 불구경으로 여겼던 북한 핵이 이제는 자신들 발등의 불이 됐다는 겁니다. 미국 조야는 이제 북한으로부터 언제든지 얻어맞을 수 있다는 위협을 느끼기 때문에 북핵 문제는 한미동맹 차원이 아니라 미국 국가안보에 직결된 문제가 됐다는 것이에요.
미국은 북핵 문제를 한국과 협동해 풀지 않고 직접 다루겠다, 운전자석인지 조수석인지 몰라도 문 대통령을 그 자리에서 내리도록 하겠다는 의미인 것이지요. 여기까지 상황을 저는 미국이 북한을 직접 상대하여 준비협상을 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봅니다.
협상 결렬되면 미국은 군사 옵션 사용할 것
미북회담이 6월 12일로 예정돼 있지만 저는 실제로 그 날은 넘어갔다고 봅니다. 일정한 기간 동안 미북 간 회담은 계속되겠지만 북핵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달라졌기 때문에 협상을 무기한 끌 수 없을 겁니다. 미국은 일정한 단계까지 북한과 밀당을 계속하다가 희망이 안 보이면 다음 코스로 넘어갈 겁니다.
다음 코스는 결국 군사 옵션이이라고 봐요. 그동안 이 옵션과 관련해서는 외과수술식 타격이다, 코피작전이다 이런 말들이 나왔는데 그건 천만의 말씀이에요. 괜히 어설프게 건드렸다가는 상처가 덧나기 때문이지요. 매티스 국방장관이 그동안 개발한 군사 옵션은 북한 군사력을 한 번에 넉다운 시키는 대량공격입니다. 대량공격을 하더라도 동맹국인 한국이 입는 피해는 없게 하거나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갈 겁니다.
대한민국이 미국의 맹방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미국이 우선 고려하는 게 있어요.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동맹 국가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동맹국 가운데 하나인 한국이, 미국의 군사행동으로부터 피해를 입는다고 하면 미국의 동맹 관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은 맹방인 대한민국이 입는 피해를 없애거나 최소화시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걸 위한 군사수단을 개발해왔던 겁니다.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B61-12라고 하는 전술핵폭탄이 최근 개량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무기는 방사능 유출이나 핵폭풍을 최소화시켜줘요. 미국은 휴전선 근방 북한 군사시설에 이걸 사용하더라도 낙진으로 인한 피해가 없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는 그런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한미동맹과는 다른 별도의 워(WAR) 게임을 통해 여러 차례 시험 운영을 해봤습니다. 물론 미국이 이걸 사용하면 핵무기 사용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 있고, 선제공격에 대한 비판을 감당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야기해본 미국 사람들은 그에 대한 대답이 있었습니다. 비례원칙이란 게 있습니다. 과거 2차 세계대전 말기에 트루먼 대통령이 일본에 원자탄을 쓸 것인지 고민할 때입니다. 원자탄을 안 쓰고 일본 본토까지 점령하려면 상당한 기간도 필요하고 미군도 백만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는 데 반해, 원자탄을 쓰면 20만~30만 정도의 피해가 예상되지만 안 쓸 때 미군의 피해와는 비교가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온 겁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그런 비례원칙에 입각해 원자탄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던 것이지요. 이 비례원칙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이 가진 핵무기의 실체가 분명치는 않지만 북한 주장으로 작년 9월 수소탄인지 열외폭탄인지 대용량의 폭탄 양산에 들어갔으니, 지금 북한을 상대로 해서 일어나는 인명피해와 5년 뒤 일어날 인명피해는 천문학적 차이가 난다는 것이지요. 그런 비례원칙에 입각해 군사 옵션 사용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기류가 미국에 있습니다.
미국, 북한 공격한다면 반격 불능 상태로 만들 것
그 다음 추가적인 또 하나의 문제로,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하는 것은 국제법상 문제가 있다는 전통적인 주장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문제는 해소됐다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생각할 때 유엔 헌장을 깊이 연구하지 않는데요, ‘모든 국제분쟁은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해라, 그러나 무력분규로 세계평화가 위협받을 때는 군사적 수단을 강구하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통제를 받아라’ 이게 유엔 헌장 41조의 의미입니다. 이 조항에 근거해, ‘그러나 5개 상임이사국이 분포돼 있어 평화적으로는 해결이 잘 안 되고 미국도 군사적 수단을 강구하는 데 제한이 있다’는 주장을 합니다.
그러나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유엔 헌장 51조를 제대로 읽지 않은 사람들이에요. 거기엔 ‘유엔 회원국이 다른 나라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으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평화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는 당사국 독자적 또는 집단적 무력행사에 대해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을 유엔 헌장 어느 곳에서도 제한하지 않는다’고 돼 있습니다.
만일 미국과 북한이 사실상 전쟁 상태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미국은 유엔 헌장 51조를 발동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미국이 선제공격한 것인가 아닌가 하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선제공격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소총으로 쏠 때 혹은 대포로 싸울 때 국제법 해석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지금 논란의 대상은 핵무기와 ICBM입니다. 북한이 이걸로 미국을 공격할 개연성이 객관적으로 드러났을 때, 전쟁방지를 위해서 무력행사하는 것은 유엔 헌장 51조에 의해 얼마든지 정당화될 수 있지요. 실제로 이스라엘이 이와 유사한 군사공격을 두 차례 걸쳐 취한 전례가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그때 취한 군사행동은 아직 합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법 시비가 크지도 않습니다. 불법 시비는 아직도 일부 제한된 논란에 그치고 있어요. 다시 말하면 불법화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행동하기에 따라 미국은 충분히 선제적 군사 행동을 취할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지금 미국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우리가 앞으로 미래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지요. 저는 워싱턴에 가서 만난 미국 사람들한테 이렇게 강조해 이야기했습니다. “북핵 문제는 결국 군사적 해결의 방법으로 가게 될 겁니다.
제가 알기로 미국 정부도 그 방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아요. 그럴 경우 미국은 코피작전이나 외과수술식 타격을 생각해선 안 됩니다. 그럴 경우 문제 해결도 안 되고, 부작용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군사 행동을 하려면 올 아웃(all-out), 매스(mass)한 방법을 통해 북한이 군사적으로 반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 사람들은 제 의견에 가타부타 의견을 내진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였습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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