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농업∙공업 개혁②
[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농업∙공업 개혁②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19-03-14
대동강과수원의 정경. 인근에 있는 공장에서는 이 곳에서 수확한 과일을 원료로 쥬스나 사이다 등을 생산하고 있었다. (2011년 9월)
사진: 문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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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조선신보 평양 특파원을 역임한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오늘도 지난 시간에 이어 북한의 농업과 공업 부문에서 일고 있는 시장화 개혁 움직임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문성희 박사 (사진 제공:문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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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문성희 박사 모시고 북한의 농업∙공업 부문 시장화 움직임 살펴보고 있습니다. 문 박사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포전담당제를 도입했습니다. 사실상 농업부문에서 시장경제로 첫 발을 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포전담당제, 어떤 정책이고 주민들 반응은 어떻습니까?
문성희: 네, 포전담당제에 대해 말씀드리기 전에, 이미 북한에서는 2002년의 물가와 생활비(임금)을 대폭 상승시키는 조치를 취했을 때, 협동농장에서는 농업생산액의 15%에 해당하는 ‘토지사용료’를 국가에 납부하면 나머지 수확은 생산자의 소득으로 하는 농업개혁정책이 실시됐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량을 국가가 구입하는 식으로 국가에 납부하는 것이 의무였는데, 이 정책이 실시됨으로써 협동농장원은 농산물의 85%를 취득하게 됐지요. 이 조치를 개정한 포전담당제가 2004년 초 황해북도 수안군, 함경북도 회령시 등에서 시험적으로 실시되었습니다. 그 해 12월에는 무역성 김용술 부상(차관)이 포전담당제를 시험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 있어요.
포전담당제이란 협동농장에서 국가가 제시하는 생산계획분의 생산량을 상납하는 것과 동시에 토지사용료와 국가에서 빌린 관개시설 사용료와 영농물자, 비료 등의 대금에 상당하는 양을 현물로 국가에 상납하면 나머지 농작물의 처분권은 협동농장 측에 부여되는 제도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분조보다 작은 단위에서 농작업을 하는 것을 허가했다는 것입니다. 즉 분조의 인원수 10-25명보다 적은 인원수인 3-5명으로 하나의 포전을 담당하도록 한 것입니다.
다만 2004년에 실시된 포전담당제는 그 후 개혁이 후퇴하면서 보급이 안 됐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사실상 시작한 2012년에 포전담장제가 다시 도입됩니다. 저도 취재한 적이 있는 황해남도 재령군 삼지강협동농장에서 2012년부터 분조관리제와 포전담당제가 도입됐습니다. 협동농장에서는 일한 몫과 생산 실적에 따라 현물을 분배하는 새로운 조치가 취해졌어요.
<기자> 그러니까 포전담당제를 실시함으로써 농장원들이 일한 만큼 수확물을 더 가져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문성희: 네 그렇죠.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기자> 그런 측면에서 협동농장 위주로 이뤄지던 북한 농업에서 가히 혁명적이다, 이렇게 평가하시는 거구요.
문성희: 네, 중국의 농업생산청부제(일정 생산량을 국가에 상납한 뒤 나머지는 개인이 처리할 수 있도록 한 제도)와 많이 닮은 그런 정책이 실시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볼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자강도 희천시의 한 주택 모습. 지방 아파트의 전형적인 형태로 베란다에서 꽃 등을 가꾸고 있었다. (2011년 8월) 사진: 문성희
<기자> 이렇게 포전담당제가 도입됐다 사라지고 또 도입된 배경은 뭘까요?
문성희: 포전담당제의 내용을 보면 아시겠는데 한 포전을 개인 또는 2-3명의 아주 적은 인원이 담당하지요. 그러니까 어떤 측면에서 보면 개인농으로 봐도 될 듯한데 2004년에 한 차례 시범적으로 도입됐다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그런데 일반화하지 않은 건 왜냐,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현장 간부들이 소극적이었다고 합니다. 역시 그 정도까지 개혁하게 되면 완전히 시장경제화가 되는 게 아니냐, 그렇게 되면 부농이 생길게 아니냐, 북한에서 그런 현상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나 김정은 정권은 그런 점도 예견하면서도 ‘대담하게 해 보자,’ 그렇게 된 게 아니냐 하는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한 번 도입됐다 사라지고 또 도입한 게 아닐까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 네, 북한 정권으로선 부농이 생기고, 빈부격차가 생기고 하는 부작용을 우려했을 수 있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김정은 정권 들어 포전담당제가 다시 도입됐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김정은 집권 들어 다시 도입된 포전담당제, 이전에 비해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문성희: 다시 도입된 포전담당제의 특징은 현금이 아니라 현물로 분배가 실시된 것입니다. 현물 즉 농산물로 지급하고 그 처분권이 농장원에 부여됐다는 것은 그것을 시장에서 팔고 수입으로 해도 괜찮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저는 보았어요.
또한 영농물자나 비료 등을 자기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그 몫을 국가에 상납할 필요도 없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농장이 받을 몫이 더 많아진다는 것이고 결국엔 농장원에 돌아가는 분배 몫도 많아지게 됩니다. 실제로는 현물과 현금의 분배를 배합시키고 있다는 증언도 들려왔는데, 이는 협동농장이 생산한 야채나 가축 등을 판매해서 얻은 현금을 각 농장원들에게 분배한다는 것으로 결국은 현물 분배와 다름이 없다고 할수 있겠지요.
<기자> 결국 농장원들에게 자신들이 수확한 농작물을 현물로 분배했다는 말씀인데요, 현물 분배가 중요한 이유는 뭔가요?
문성희: 여기서 분조관리제와 포전담당제에 대해서 정리를 할 필요가 있는데, 분조관리제 안에 포전담당제가 포함됩니다. 10-25명이라는 분조관리제 인원수를 1명, 아니면 3-5명으로 나뉘어 하나의 포전을 담당시키게 하는 것이 포전담당제인 것입니다. 되풀이되는데 3-5명이라는 것은 하나의 가정 단위라고 생각되는데 그렇게 되면 사회주의혁명을 실시하기 전의 개인농이나 다름이 없다는 것으로 되지요. 중국의 개혁 시발이 된 농업생산청부제와 다름이 없다고도 할 수 있지 않으냐는 분석도 가능합니다.
황해북도 사리원시 미곡협동농장 소속 한 농장원의 집 안 모습. 컴퓨터가 설치돼있다. 수확이 높은 농장에서는 이렇게 컴퓨터를 구할 수 있는 농장원들도 생기고 있다고 했다. (2008년 8월) 사진: 문성희
황해북도 사리원시 미곡협동농장 소속 한 농장원의 집 안 모습. 컴퓨터가 설치돼있다. 수확이 높은 농장에서는 이렇게 컴퓨터를 구할 수 있는 농장원들도 생기고 있다고 했다. (2008년 8월) 사진: 문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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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그러니까 사실상의 개인농 제도가 도입된 셈이라는 말씀이시군요.
문성희: 북한에서 쌀의 시장가격은 2012년에 5천 원(약 1.25달러)을 돌파한 이후로는 4천-5천원대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는 시장에 흘러가는 쌀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현상이라고 봅니다. 처분권 완화로 농민들이 시장에 쌀을 팔고 있다는 추측도 가능하지요. 실제로 2.4톤의 분배를 받은 농민도 있다고도 합니다. 분배가 많았던 농장에서는 농민들이 핸드폰이나 가전품을 구입한 가정도 많았다고 합니다.
<기자> 수확량 증대랄까 주민들의 근로의욕도 높아졌겠군요.
문성희: 포전담당제가 실시된 이후 북한에서는 실지로 곡물생산량이 늘어났습니다.
- 2010년에는 약 451만 톤,
- 2011년에는 약 469만 톤,
- 2012년에는 519만 톤,
- 2013년에는 519만 톤,
- 2014년에는 524만 톤,
- 2015년에는 약 548만 톤,
- 2016년에는 약 498만 톤인데,
특히 포전담당제가 실시된 2012년에는 곡물 생산량이 부쩍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포전담당제의 효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이르지만 실제로 농업생산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지요.
생산량이 오르고 있다는 것은 농민들의 근로의욕이 높아지고 있는 증거라 할수 있겠지요.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생산량이 오르고 있다는 것은 농민들의 근로의욕이 높아지고 있는 증거라 할수 있겠지요.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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