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29

[세상 읽기] 누가 당신의 진짜 이웃인가 / 김유익 : 칼럼 : 사설.칼럼 : 뉴스 : 한겨레



[세상 읽기] 누가 당신의 진짜 이웃인가 / 김유익 : 칼럼 : 사설.칼럼 : 뉴스 : 한겨레




세상 읽기] 누가 당신의 진짜 이웃인가 / 김유익

등록 :2018-05-27 18:07

김유익
다문화 ‘생활’ 통역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으로 한창 ‘우리 민족끼리' 백열되어 있던 2주간, 한반도에서 조금 떨어진 이웃나라 중국에 사는 처지라, 당사자인 듯 아닌 듯 상하좌우의 풍경을 두루 살펴볼 수 있었다.


안산에 사는 재일동포 3세 미수님은 일본 시민들이 3개월간 전세계를 배로 유람하고 학습하며 일본과 세계의 평화를 회고하도록 돕는 ‘피스보트’ 프로그램의 실무자로 오랜 기간 일했는데, 지금은 한·일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며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공동창작 뮤지컬을 운영하고 있다. 판문점 회담을 전후하여 그의 ‘페북’은 시시각각, 특히 일본의 지인들에게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의의를 전달하는 속보로 가득했고, 또 대부분의 일본인 친구들은 ‘좋아요’와 축복의 댓글로 화답했다.

중국의 서쪽 끝 청두에 사는 재중동포 3세 은실님은 중국 농민들이 유기농으로 전환함으로써 도시민에게는 건강한 음식, 농민에게는 생태적인 자연환경을 되돌려주는 일을 돕고 있다. 나는 남북정상회담 그날, 여느 한국인들처럼 살짝 기쁨에 겨워, 점심부터 맥주 한잔하면서 “오늘은 즐거운 날”이라고 중국판 카톡인 ‘위챗’에 사진을 올렸는데, 그녀는 ‘미’ 의문부호를 남겼다. 그러다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중에 알아차렸다며, ‘멋쩍은 웃음’ 이모티콘을 다시 답글로 남겼다. 그날 사진을 보고 사정을 이해한 중국인 친구들은 절반을 넘지 않았다.

한국 매체에는 동아시아 국제관계 전문가들의 어지러운 평론 글이 지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런데 이 바둑판 돌 두듯 하는 판세분석을 계속 듣다 보니, 어째 트럼프나 아베, 시진핑, 김정은이 동네 아저씨나 이웃집 청년처럼 느껴진다. 특히 김어준의 방송을 듣거나, 대척점의 ‘조중동’을 읽으며 조바심하다 보면 외교관, 언론인도 아닌 우리 같은 ‘장삼이사’로서는 감정이입의 과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의견이 갈려 친구나 동료 간에 핏대라도 올리게 되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결국 먼 나라 트럼프 아저씨는 우리의 짝사랑을 비웃기라도 하듯, 바둑판을 확 뒤집어 버렸다.

사실, 가까운 이웃나라에서 큰일이 벌어져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실시간으로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또 인터넷 등의 뉴미디어가 발달한 지금, 넘쳐나는 ‘정보의 거품’ 속에서 정확하고 적절한 정보를 가려내는 것도 고난도 과제이다. 그런 역사적 사건들이 우리 삶에 일상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파악하기는 더 어렵다.

인터넷 덕분에, 그리고 외국 출입이 잦아져 이제 외국에 지인 한두명은 있는 경우가 많다. 외국어 실력도 다들 만만찮다. 그쪽 친구들에게 오랜만에 안부나 한번 전해 보자. 미국, 일본, 중국이라면 더욱 좋겠다. 그래서 남북회담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성공적인 북-미 회담을 왜 우리가 그렇게 갈망하는지 조곤조곤 설명해 보자. 외국에 사는 한국인들, 특히 중국처럼 북한 식당이 있는 도시에 사는 분들은 현지 친구들에게 평양냉면 한 그릇 ‘쏘면’ 금상첨화겠다.

복잡한 국제정치역학을 다 공부하려 들 필요는 없다. 정의로워 보이지만 큰 틀에서 미국 엘리트 집단의 이익을 대변한 오바마가 아니라, 장사꾼 트럼프 개인의 셈속에 희망을 걸어야 하는 이 역설적인 상황에 어떻게 전모를 파악하겠나. 우리의 소원은 어마무시한 통일도 아니고, 그저 전쟁의 공포 없이 공생하며 번영하는 한반도의 평화체제일 뿐이라고 이야기해 보자. 물론 외국인 친구가 물냉면을 좋아할지 비빔냉면을 좋아할지는 알 수 없다.





이슈한반도 평화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46452.html#csidx90ae49eb2b8dc66b687c0a01211ef82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