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19

박정미 - 권력에 물들지 않는 개벽의 길. 페친 이병철선생님의 <살림과 개벽> 강연회에 다녀왔다. 원불교 재단인...



박정미 - 권력에 물들지 않는 개벽의 길. 페친 이병철선생님의 <살림과 개벽> 강연회에 다녀왔다. 원불교 재단인...







박정미 is with 이병철.
5 hrs ·



권력에 물들지 않는 개벽의 길.

페친 이병철선생님의 <살림과 개벽> 강연회에 다녀왔다.
원불교 재단인 은덕문화원 주최의 이번 강연회는 한달에 한차례 이 시대 실천운동가들을 모시고 함께 한국사회의 미래를 모색하는 개벽포럼의 일환으로 기획된 것이다.
오늘 강연에서 이병철 선생님은 개인사와 접목된 생명사상으로의 전환경험과 그 구체적 실천인 한살림운동, 귀농운동을 회고하고 생명사상과 개벽학의 접점을 보여주셨다.

사실 생명운동의 헌장이라고 할 수 있는 '한살림선언'이 나온 때가 1989년이라는 것을 상기해보면 그 당시 민주화운동 진영내에서 생명사상의 새로운흐름이 어떤 파란을 불러일으켰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변절', '전선분열','적진으로의 투항'과 같은 서슬푸른 비난이 동지들로부터 화살처럼 쏟아져나왔던 시기로 기억한다.
그러니 그 전환점에 이르기까지 선생님께는 어떤 개인사적 역사적 내면적경험이 축적되어왔을까.

선생님은 민청학련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후 민주화운동의 방편으로 카톨릭농민회를 이끄셨다고 한다. 1978년 가톨릭농민회 광주집회에서 한국전쟁이후 처음으로 '죽창을 깎을' 만큼 자타공인 '과격파' 였던 선생님은 그러나 지금까지의 투쟁방식선상에서 절벽앞에 마주서게 된다.

외적으로는 6월항쟁의 실패(당시 항쟁지도부라고 할 수 있었던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의 핵심으로 일하고 계셨던 선생님께는 6월은 실패의 경험이었다고 한다)와 

내적으로는 적에 대한 분노를 동력으로 쓰던 운동의 한계에 봉착하신 것이다. 선생님이 전환점을 넘기까지의 가정생활과 내면생활에서의 고통은 지나가는 말로도 얼핏 짐작할 수 있었다.

그 때 선생님은 운명처럼 스승인 무위당 장일순선생과의 만남을 통해 생명사상에 눈을 뜨셨다고 했다. 무위당과 박재일, 김지하등과 함께 한 한살림공부모임을 통해 선생님은 사회체제모순 이전의 근원적인 인류문명의 모순에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자연을 대상화하는 반자연적 문명에 대한 고찰이며 지금까지의 인류문명은 생명을 파괴하는 자기살해적 문명이었다는 통찰이다. 

선생님은 무위당에게서 처음으로 '모심(시)'을 들었다고 한다. 해월의 사상('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을 재발견한 이 '모심'의 사상은 이후 자연과 인간, 운동주체와 세상, 깨달은자와 중생의 구별이 사라지고 모두가 주인이 되는 개벽사상에 이르는 단초가 되었다. 천지만물이 모두 하늘을 모시는 존재로 대등한 주인인 것이다.

선생님은 그 후 생명의 근본인 밥을 화두로 한 고민의 결과물로 <밥의 위기, 생명의 위기>라는 책을 펴내셨다. 거기서 선생님은 밥모심의 핵심은 서로에게 밥이 되는 것이라고 하셨다. 밥을 모실 때는 반드시 하늘에 이 모심을 고해야 하는데(식고) 이 식고를 통해 밥의 상품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각된 행위로서 밥을 모시고 온전한 똥이 되겠다고 할 수 있을 때 진정한 모심과 살림에 이를 수 있다는 말씀이었다.

실천적 측면에서 선생님은 운동의 근본성을 회복하는 새로운 운동을 찾아 고민하셨는데, 그것은 '수행과 병행하는 운동'으로 정리되었다.

지금까지의 운동판은 나와 세상을 분리시켜 내가 세상을 바꾸는 것으로 되어있었다. 하지만 내가 곧 세상이라는 것이다. 나의 개벽은 한 존재의 개벽이고 한 존재가 개벽되면 세상이 개벽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세상의 생명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생명평화가 되자"는 수행과 세상의 변화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자기깨어남의 운동을 주창하게 된다.

이에 선생님은 89년 카톨릭농민회를 투쟁단체에서 생명공동체로 탈바꿈시킴과 동시에 고향땅 경남 고성에서 우리밀살리기운동을 시작하셨다. 거기에는 농민을 사회경제적 투쟁의 주체에서 세상을 위한 생명의 양식을 짓는 이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있었다.

그리하여 농촌과 농업을 경제적가치가 아닌 생태적가치로 파악하고 생태적가치를 중심으로한 귀농운동을 세계처음으로 출범시킬수 있었다.
농업이야말로 인간이 땅과 함께 자신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고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는 깨달음이었다.

이에 따라 선생님은 개벽도 세상을 대상화한 '세상의 개벽'을 넘어서야한다고 강조하셨다.
"나의 개벽, 한 존재의 개벽은 그 존재의 세상이 개벽됨"이라며 "개벽하는 자의 세상이 개벽세상"이라는 것이다.

내가 주인으로 사는 것, 내가 곧 하늘이 되는 것, 그것이 개벽이라는 것이다.

한시간반동안 선생님의 강연을 들으면서 선생님 인생은 모든 것의 주인됨을 위해 걸어온 개벽의 길이었음을 은연중 깨닫게 되었다,
자연과 인간의 구별, 나와 세계의 구별, 적과 아의 진영의 구별, 지도부와 대중의 구별을 넘고 넘어 선생님이 걸어오신 개벽의 길에서 권력에 물들지 않는 참운동가의 길을 보았다.

선생님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20년전 바이칼호수앞에서 훅!들어온 '신령한 짐승'이라는 자기정체성은 올초 한권의 시집으로 묶어져나왔다. 이 후 올 한해 한살림생태영성순례와 며칠전에 끝난 몽골기행을 통해 선생님은 인간정체성을 넘은 새로운 정체성, '몸을 갖고 살아가는 생명체' 언저리를 모색 중이라고 하셨다. 

선생님 페친으로 시작한 인연이 무엇보다 행복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시간으로 선생님의 여정을 계속 지켜보고 함께 할 수 있으니까. 물론 오프라인으로 뵐 수 있었던 오늘은 더 복되고 기쁜날이었다.




35You, 박길수, 이병철 and 32 others

17 comments3 shares



강길모
Hide or report this


4


Like
· Reply
· 5h


박정미 강길모 아이고! 부끄럽습니당. 제 헤벌어진 모습이!!! ㅎㅎㅎ(그래도 좋네요. 잘 간직할게요. 고맙습니다.)
1
Hide or report this



  • 개벽도 세상을 대상화한 '세상의 개벽'을 넘어서야한다고 강조
  • 내가 주인으로 사는 것, 내가 곧 하늘이 되는 것, 그것이 개벽이라는 것이다.
  • 자연과 인간의 구별, 나와 세계의 구별, 적과 아의 진영의 구별, 지도부와 대중의 구별을 넘고 넘어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