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 경제학 고전에 공동체의 행복을 묻다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 경제학 고전에 공동체의 행복을 묻다
조형근,김종배 (지은이)반비2016-07-18
종이책 페이지수 4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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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13년7월부터 9월까지 방송된 팟캐스트 ‘김종배의 사사로운 토크(사사톡)’의 ‘꼬투리 경제학’ 코너를 수정 보완해 묶은 책. 방송에서 공개된 짧은 강연과 대담에, 방송 후에 여러 애청자들의 반응을 참고해 집필한 방송 후기와 참고문헌(더 읽을 거리)를 덧붙였다. 방송의 생생하고 친근한 분위기는 살리면서도 좀더 알차게 활자화하였다.
이 책은 애덤 스미스, 칼 마르크스, 막스 베버, 케인스, 슘페터, 폴라니, 베블런, 그리고 마르셀 모스까지, 경제학자들의 삶을 살펴보고, 이들이 시대와 호흡하며 진짜로 고민했던 문제들이 무엇인지 그 시대의 배경 속에서 살펴본다.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경제학자들의 아이디어를 빌려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금융위기, 임금할증률, 비정규직, 식민지 근대화론, 개신교 문제, 사회적 경제, 장기 불황, 복지국가, 창조경제, 협동조합 등등의 한국 사회와 연관된 주제들이 이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새롭게 해석된다. 저자인 조형근은 ‘경제사회학’을 전공한 사회학자로서 왜 경제가 곧 정치이자 사회인지, 왜 경제가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지를 줄곧 설득력 있게 강조한다.
목차
애덤 스미스
경제학의 패륜아들
애덤 스미스의 상생하는 삶
노동가치설의 원조는 애덤 스미스
생산은 쌓아놓기 위해서가 아니라 먹고살기 위해 하는 것
불의에 대한 단호한 처벌을 주장한 애덤 스미스
애덤 스미스는 어쩌다 신자유주의의 아버지가 되었나?
@ 정치경제학은 어쩌다 경제학이 되었나?
카를 마르크스 1
신용공황과 현대 금융위기
한 성깔 하시는 국제 공산주의 운동의 창시자
자본가의 사촌이자 절친인 국제 공산주의 운동의 창시자
공황은 태양 흑점 탓?
기술적 뻥튀기, 자본주의 경제의 고질적인 모순
부시는 공산주의자?
카를 마르크스 2
착취는 끝나지 않았다
마르크스와 엥겔스, 예니와 메리
노동력의 가치와 임금할증률
이윤의 마술
비정규직과 노동생산성
수탈과 식민지 근대화론
@ 노동이 아니라 쇼핑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이유
막스 베버
개신교와 자본가
온건 모범생 좌파의 일생
베버는 마르크스의 대척점에 서 있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의 의의와 한계
개신교 자본주의보다 더 대담한 유교 자본주의론
@ 막스 베버의 서구중심주의
칼 폴라니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헝가리 최고의 살롱이 낳은 지식인
노동의 상품화는 파시즘의 원인
사회적 경제의 원조
문제는 다시, 민주주의
@ 인간 욕망의 무한성이라는 신화를 해부하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 1
저축에 저주를
지금 당장의 쾌락을 사랑한 천재
대중과 함께 오류에 빠져라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하려면 확실하게
장기 불황 시대, 케인스의 한계
존 메이너드 케인스 2
삽질과 수정자본주의
병역 면제와 인종주의 발언 논란의 실상
전쟁 케인스주의의 효과
전후 복지국가의 네 가지 모델
삽질과 창조경제를 넘어서
@ 화폐 신비의 해부와 경제위기의 근원
조지프 슘페터
자본주의의 몰락을 예언하다
슘페터의 귀족 코스프레
민주주의의 진전과 엘리트주의의 부상
창조적 파괴의 진짜 의미
진화하는 생물학이 경제학의 모델이다
슘페터에 대한 지독한 오독
신고전파 경제학의 오류
재벌은 혁신의 주체인가
@슘페터는 왜 그토록 마르크스를 칭송했을까?
소스타인 베블런
과시적 소비의 힘과 함정
이주 농민의 아들에서 나쁜 남자로
주류 경제학과 상극인 제도학파 경제학의 선구자
과시적 소비의 먹이사슬
명품, 외제차, 강남 아파트 속에서 옅어지는 주체성
@ 제도학파 경제학과 주류 경제학
마르셀 모스
선물 경제는 가능한가
폭력 혁명보다 협동조합에서 미래를 본 인류학자
쫄딱 망할수록 존경받는 경제
착해서가 아니라 왕따가 되지 않으려고 하는 연대
마이크로크레디트, 그라민 은행, 레츠, 그리고 협동조합
@ 선물의 역설과 불가능성의 가능성
접기
책속에서
그가 찬미한 돈벌이는 쾌락과 현실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돈벌이였습니다. 그래서 케인스는 버는 만큼 엄청나게 썼습니다. 반면 혐오한 돈벌이는 소유물로서 돈을 사랑하는 행위였습니다. 축적을 위한 축적, 돈을 벌기 위한 돈벌이는 ˝구역질나는 병적 상태˝이고, ˝범죄적 성향과 질환의 성격을 보여주기 때문에 정신병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라고까지 주장했습니다. 역작 [고용, 이자,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의 마지막 대목에서는 소유물로서 돈을 사랑하는 계급인 금리생활자들을 안락사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개인의 저축이나 기업의 현금 보유, 긴축정책 ㄸ위를 매우 비판적으로 바라본 것입니다. 케인스는 오로지 버는 데만 집착하는 경제활동을 오늘의 즐거움을 희생해서 내일의 풍요를 기약한다는 피가학적, 마조히즘적 정신병에 비유했습니다. 그 결과 경제가 파괴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오늘을 즐기고 삶의 창조성과 쾌락을 마음껏 누리기 위해 경제생활을 할 때 비로소 우리는 경제와 삶,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가요, 매력적이지 않나요? (존 메이너드 케인스, p.220) 접기 - 다락방
다른 친구들은 평화주의 관점에서 전쟁을 반대했다고 해요. 즉 이 전쟁은 제국주의 전쟁이고 여기 나가서 목숨을 버려봐야 아무런 애국적 가치도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반면 케인스는, 자신의 병역 거부와 평화 주의가 아니라 자유주의에 기반한 행동임을 상당히 강조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어떤 개인도 근본적으로 전쟁에 함전하지 않을 권리가 ... 더보기 - 다락방
저자 및 역자소개
조형근 (지은이)
한림대학교 연구교수.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경제사회학을 공부해 「식민지기 재래시장에서 시장 갈등과 사회적 관계의 변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좌우파 사전』, 『근대주체와 식민지 규율권력』, 『한일 역사교과서 서술의 이념』 등의 책을 공저로 펴냈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와 팟캐스트 ‘사사(史事)로운 토크(사사톡)’에서 ‘꼬투리 경제학’, ‘대안 경제학’ 등의 코너를 진행했고 현재 팟캐스트 ‘시사통, 김종배입니다(시사통)’에서 ‘담론통’, ‘지식통’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작 : <섬을 탈출하는 방법>,<사회를 구하는 경제학>,<좌우파 사전> … 총 8종 (모두보기)
김종배 (지은이)
시사평론가.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을 지냈고, 1999년부터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에서 ‘뉴스 브리핑’ 코너를 진행하다 ‘외압에 의해’ 2011년 5월 하차했다. 2012년 1월부터 2013년 12월 31일까지 팟캐스트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를 진행하며 민간인 사찰 기록 관련 특종을 했고, 현재 팟캐스트 ‘시사통’을 진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30대 정치학』 등이 있다.
최근작 : <섬을 탈출하는 방법>,<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 총 8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경제학 천재들은 오늘의 한국 사회를 어떻게 봤을까?
저자는 균형 잡힌 시선으로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 올라가 경제학자들의 진짜 고민을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그리고 그 위대한 고민들을 지금 우리의 삶에 접목시킨다.
애덤 스미스는 어쩌다 신자유주의의 아버지가 되었나?
칼 마르크스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칼 폴라니 문제는 다시, 민주주의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 삽질과 창조경제를 넘어서자!
조지프 슘페터 재벌이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나?
소스타인 베블런 명품, 외제차, 강남 아파트 속에서 옅어지는 주체성
마르셀 모스 착해서가 아니라 왕따가 되지 않으려고 하는 연대가 진짜다!
애덤 스미스, 케인스, 슘페터, 마르셀 모스……
생생하게 되살려낸 경제학자들의 진짜 고민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여러 쟁점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사회학자가 경제학 고전들을 다시 펼쳤다. 애덤 스미스, 칼 마르크스, 막스 베버, 케인스, 슘페터, 폴라니, 베블런, 그리고 마르셀 모스까지, 경제학자들의 삶을 살펴보고, 이들이 시대와 호흡하며 진짜로 고민했던 문제들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그리고 더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 경제학자들의 아이디어를 빌려온다.
이렇게 해서 금융위기, 임금할증률, 비정규직, 식민지 근대화론, 개신교 문제, 사회적 경제, 장기 불황, 복지국가, 창조경제, 협동조합 등 한국 사회와 연관된 주제들이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새롭게 해석된다. 사회학자인 저자 조형근은 왜 경제가 곧 정치이자 사회인지, 왜 경제가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지를 책 전체에 걸쳐 설득력 있게 강조한다.
하나같이 거대한 사상가들이라 그들의 사상 전모를 풀어낼 능력도 지면도 허락될 리 없었다. 대신 지금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경제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거기에 이 사상가들이 밥 먹고 숨 쉬고 사랑하고 싸우던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버무렸다. 무릇 모든 사상은 시대의 자식인 법인지라 그 공리와 증명의 이면에는 개인과 시대의 영광과 상처, 흔적들이 아로새겨져 있는 법이다. 동시에 위대한 사사들은 자신을 낳은 어머니의 품을 떠나서 시대의 벽을 뛰어넘는다. 사상들의 시대적 한계와 현재적 의의를 동시에 찾아보려 애썼다. 주류 경제학의 좁고 음울한 세계 바깥에 이토록 광대한 인류의 지혜와 통찰들이 빛나고 있음을 보여주려 노력했다.(9쪽)
1. 사회학자가 말하는 경제학, 사회를 구하고, 바꾸고, 위하는 경제학
사회학자는 어쩌다가 경제학에 대해 말하게 되었을까? 물론 사회학자 조형근은 ‘(식민지 시기) 시장’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쓴 ‘경제사회학’ 전공자이긴 하다. 알프레드 마셜에게 8주간 수학한 것이 경제학 공부 이력의 전부인 케인스와 겨뤄도 빠지지 않는 경력이다. 사회학자가 쓴 경제학 입문서 내지 교양서의 최대 장점을 꼽자면 당연히 쉽다는 것이다. 수식과 그래프들을 걷어내고 일반 독자들의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문제틀을 통해 경제학자들의 사상을 살핀다.
이 책은 경제라면 고등학교에서 얻은 약간의 기초 지식에 잘 해야 『맨큐의 경제학』 정도를 공부했을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경제가 내 삶에 참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지만 바로 그 경제를 도통 모르겠고 경제학은 더 어려워 절망하곤 하는 사람들. 수식과 그래프 들의 어지러운 향연보다는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우리들의 살림살이 문제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 경제가 어렵다는데 임금인상 투쟁을 해도 괜찮을지 걱정스러운 사람들, 복지를 확대해야 할 것 같긴 한데 나라 재정이 어려워지면 어쩌나 근심스러운 사람들, 쓸데없는 규제는 좀 풀어야 경제가 좋아질 듯한데 탐욕스러운 기업가들이 못 미더워 자꾸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 (5쪽)
사회학자가 굳이 경제학 사상가들의 고민들을 호출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학이 너무 중요한 학문이고, 그에 앞서 경제가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모든 사회적 문제들은 각 구성원들이 처한 경제적 문제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경제학이란 단순히 효율성만을 따지는 생각의 체계가 아니고, 인간의 경제활동 그 자체가 사회적 행위이자 문화적 행위라는 뜻이다.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애초부터 형식주의적이고 기능주의적인 논리들만으로 가득 찬 학문일 리 없으나 어찌 된 일인지 특히 한국에서는 이러한 소위 “주류 경제학”이 전부인 양 다뤄진다. 사회학자가 쓴 경제학 교양서인 이 책은 우리가 경제학을 가르치고 배우는 풍토에 대해 다시 한 번 성찰하게 한다. 그래서 제도학파 경제학의 창시자인 소스타인 베블런의 생각이 오늘날의 우리 삶을 되돌아보는 데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짚어보고, 막스 베버나 마르셀 모스처럼 통상 경제학자로 생각되지 않는 사상가들을 경제학이라는 관점에서 다룸으로써 경제학 자체에 대한 우리의 오해를 근본적으로 바로잡는다.
마치 휴전선 북쪽의 인민들이 다른 체제와 비교도 안 보고 자기 체제를 최고라고 생각하는 거나 다름없죠. 태어나 자라며 접한 체제가 오로지 그것뿐이기 때문이잖아요. 경제학에 관한 한 우리는 김씨 왕조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 정도로 주류 경제학 일색이에요. 그래도 김종배 선생님 세대는 시대 분위기 덕분에 원론 수준에서라도 정치경제학 서적들을 읽어보기는 했었죠. 그러나 요즘은, 사실 우리 기성세대의 잘못이기도 하지만, 비주류 공부는 씨가 마른 수준이에요. 특히 한국은 비참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어요.(83쪽)
사회주의국가들의 몰락과 함께 마르크스는 한동안 ‘죽은 개’ 취급을 당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더욱 심했지요. 지난 2007년 여름 고려대학교는 학내 단체가 신청한 ‘마르크시즘 2007’이라는 행사를 불허했습니다. 당시 강 모 고려대 학생처장은 외부 행사라고 무조건 불허하는 것은 아니라며, “지금 마르크시즘을 말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학생처장님, 신문이라도 좀 열심히 보셔야 했습니다. 바로 몇 달 전인 2007년 4월에 자본주의의 종주국인 영국 국방부의 미래전략환경팀이 작성한 2035년 예측보고서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중산 계급이 마르크스가 예견한 프롤레타리아의 역할을 맡아 혁명계급이 될 수 있고 (…) 세계적인 불평등의 심화로 마르크스주의가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는 더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헤지펀드의 제왕으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는 “마르크스는 우리가 유의해야 할 자본주의에 관한 무엇인가를 150년 전에 발견했다”라고 말했습니다.(58쪽)
제도주의 관점에서는 인간은 제도 속에 있는 존재이고 이 제도가 어떤 성향을 만들어주느냐에 따라서 인간은 이기적 인간이 될 수도, 이타적 인간일 될 수도, 매우 숭고한 인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도 연구와 변화 과정을 살피는 것이 중요해지겠지요. 따라서 제도주의 경제학은 역사적이고 사회학적 접근을 상당히 중시합니다. 알프레드 마셜 이래의 주류 경제학의 접근법을 비현실적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합니다. 수학의 공상 속에만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주류 경제학은 제도주의 경제학은 경제학 취급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나치게 사회학에 가까워졌다는 이유로요.(346쪽)
저자는 칼 폴라니의 말을 빌려 경제에 이어서도 “문제는 다시 민주주의”라고 주장한다. 특히 고도성장과 무한경쟁에 의지하는 경제와 삶의 모델이 점점 불가능해 보이는 한국 사회에서 대안적 모델들을 모색하는 경제학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한국은 피로를 넘어서 사실은 탈진 사회 같아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에너지를 완전 연소해야만 남보다 앞서기는커녕 겨우 제자리에라도 서 있을 수 있습니다. 완전 연소하지 않으면 곧바로 뒤떨어지면서 탈락하는 삶이죠. 삶의 길이 너무나 위태롭지 않습니까? 이렇게 위태로운 삶을 살다 보니 거의 탈진한 듯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뭐라도 다른 길이 없는가 고민하며 찾아가는 단계가 아닐까 합니다.(106쪽)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자영업, 특히 프랜차이즈 자영업 상황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동네 제과점, 치킨집, 편의점 운영하시는 분들이죠. 생산수단의 소유 여부라는 마르크스주의적 분류 기준에 따르면 이 분들이야말로 계급적으로 프티부르주아이고 계층론으로 보면 중산층이 되어야 하는 집단이지요. 사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동네에서 제과점 하나 운영해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하나의 모델이었습니다. 동네에서 성공하면 곧잘 자기 이름을 간판에 걸고 제과점을 운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극소수의 최고급 업소들만 살아남았습니다. 대다수는 대자본에 예속된 준프롤레타리아로 전락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골목의 CEO’라고 부르면서 경쟁력 살리라 라고 하면 그야말로 성불(成佛)하란 얘기죠.(127쪽)
우리나라의 가장 큰 생활협동조합 두 곳은 현재 연매출액이 3000억 원이 넘습니다. 그중 한 곳은 성장 속도가 웬만한 대기업을 뛰어넘는 상황이에요. 그렇다면 협동조합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가를 세계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유명한 곳이 스페인의 몬드라곤이죠. 1940년대부터 움지임이 시작되어 1956년에 10여 명이 참여한 작은 노동자 협동조합으로 출발했는데, 현재는 2010년 기준으로 자산이 약 53조 원, 매출액이 대략 22조원입니다. 전체 노동자 8만 4000여 명 가운데 조합원은 3만 5000명 정도인데, 나머지 노동자들도 조합원으로 전환하라는 권유를 받는 곳입니다. 자본주의 대기업도 이렇게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성장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조합원들은 아무리 경기가 나빠도 해고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합원이 아닌 노동자들은 아주 어려우면 해고될 수도 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해고 기간에 수당을 받고 경기가 좋아지면 맨 먼저 재고용되는 특별 협약이 맺어져 있습니다.(400쪽)
2. 우리가 오해한 경제학의 고전적 아이디어들
이 책은 주요 경제학자의 삶과 사상과 주요 개념에 대한 개론적이지만 균형 잡힌 해설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흔히 오독되고 있는 경제학자들의 개념이나 이론에 대해 짚어본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가령 신자유주의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애덤 스미스는 ‘노동가치설’의 원조로서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상을 가지고 있었으며, 노동자에게 고임금을 지급해야 나라가 잘 살게 된다고 주장하고, 근래 한국사회에서 논란이 되었던 ‘무상급식’보다 훨씬 더 급진적인 안이었던 ‘의무교육’을 주장하고, ‘누진세’에 찬성했을 뿐만 아니라, 주4일 근무를 실천하기도 했다. 또 슘페터가 돈 벌겠다는 욕심으로 가득한 자본가들을 얼마나 경멸했는지, ‘혁신 기업가’라는 개념이 오늘날 거론되는 것들과 얼마나 다른지, 또 그가 경제 체제를 역사적 유기체로 파악한 카를 마르크스의 사상에 얼마나 찬사를 보냈는지 등의 흥미로운 일화들을 들려준다.
그 밖에도 시장의 힘에 대해 긍정적인 언급을 남긴 마르크스, 서구 기독교 사회의 우월성을 전제한 것으로 오독되는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 대해서도 다룬다.
애덤 스미스는 원래 글래스고 대학의 도덕철학 교수였죠. 그의 정치경제학은 도덕철학의 일부였기에 도덕과 무관하게 “이기심 만세!”를 외치는 학문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더욱 철저히 도덕 원칙을 적용하료는 학문이 애덤 스미스의 정치경제학이었습니다. 이기심이라는 현실은 긍정하되 이를 올바르게 인도하는 도덕 원칙과 제도의 확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사람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참 통찰력 있고 균형 잡힌 인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23쪽)
요즘 일컬어지는 신자유주의는 사실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안 된 사조입니다. 그래서 애덤 스미스가 자유주의 경제사상의 원조라고는 볼 수 있겠지만, 신자유주의 사조의 아버지처럼 여겨지게 된 과정에는 곡절이 있습니다.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대처 영국 수상이 문을 열었다고 볼 수 있는데, 레이건이 1979년에 대통령 후보 시절 카터 대통령과 붙었을 때 넥타이에 애덤 스미스 초상화를 그려넣었습니다. 선거운동본부 사람들이 모두 그랬죠. 규제 반대와 감세라는 성거 공약의 상징 인물로 애덤 스미스를 내세운 겁니다.(46쪽)
슘페터는 자신을 찬양하던 우파, 보수주의자들에게 냉소했습니다. “나는 내 생각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오히려 내 입장이나 생각이 정말로 타당한지 다시 의문을 갖게 된다.”라고요. 왜 그랬을까요? 슘페터가 말한 기업가는 이윤욕에 가득 찬 자본가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기업가가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면 자신의 파멸이며, 자기 사명의 이행이 아니라 육체적 사멸의 징후다.”라고요. 그는 기업가 정신이 꽃피는 사회의 상류층을 호텔 로비에 비유했습니다. 호텔 로비는 참으로 화려하지만 늘 손님들이 바뀌는 장소죠. 혁신과 창조적 파괴가 일어나는 공간은 이렇게 열린 공간입니다.(294쪽)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경쟁시장이라면, 같은 시간을 일했어도 두 배 강도 높은 노동이 들어간 상품이라면 두 배의 가치로 팔리겠죠. 양쪽 상품이 질적으로 다를 테니까요. 결과도 다르고요. 이런 의미에서 마르크스는 어떻게 보면 시장의 힘을 상당히 긍정하는 사람입니다. 마르크스의 모델은 시장이 정상 작동한다는 전제 아래서 성립하거든요.(103쪽)
3. 인기 팟캐스트 ‘꼬투리 경제학’을 책으로 만난다!
이 책은 2013년7월부터 9월까지 방송된 팟캐스트 ‘김종배의 사사로운 토크(사사톡)’의 ‘꼬투리 경제학’ 코너를 수정 보완해 책으로 묶은 것이다. 방송에서 공개된 짧은 강연과 대담에, 방송 후에 여러 애청자들의 반응을 참고해 집필한 방송 후기와 참고문헌(더 읽을 거리)를 덧붙였다. 방송의 생생하고 친근한 분위기는 살리면서도 좀더 알차게 활자화한 것이 이 책이다. 현재 조형근은 ‘시사통, 김종배입니다’에서 ‘담론통’ 코너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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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중에서
사춘기 시절 이야기를 하시니까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생각나는데요. 베블런이 10대 중반 농장에서 자라던 시절에 동네 친구인 여자아이와 함께 소떼를 돌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황소 한 마리와 암소 한 마리가 갑자기 격렬한 사랑을 나누는 광경을 보고 마음이 뜨거워졌나 봅니다. 그래서 옆에 있던 동네 여자친구에게 ˝저걸 보니 한번 해보고 싶어지지 않니?˝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여자친구가 ˝하고 싶으면 해. 저거 너희 집 소잖아.˝ 라고 대답했다고 하네요. 이게 좌절이라면 좌절인데, 이런 실패를 겪으면서 후에 반성하고 분발해서 여성편력을 쌓아가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소스타인 베블런, p,340)
저기서 오는 좌절(?)과 여성편력이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자친구의 말이 사이다 ㅋㅋㅋㅋㅋ
"하고 싶으면 해. 저거 너희 집 소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가 찬미한 돈벌이는 쾌락과 현실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돈벌이였습니다. 그래서 케인스는 버는 만큼 엄청나게 썼습니다. 반면 혐오한 돈벌이는 소유물로서 돈을 사랑하는 행위였습니다. 축적을 위한 축적, 돈을 벌기 위한 돈벌이는 ˝구역질나는 병적 상태˝이고, ˝범죄적 성향과 질환의 성격을 보여주기 때문에 정신병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라고까지 주장했습니다. 역작 [고용, 이자,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의 마지막 대목에서는 소유물로서 돈을 사랑하는 계급인 금리생활자들을 안락사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개인의 저축이나 기업의 현금 보유, 긴축정책 ㄸ위를 매우 비판적으로 바라본 것입니다. 케인스는 오로지 버는 데만 집착하는 경제활동을 오늘의 즐거움을 희생해서 내일의 풍요를 기약한다는 피가학적, 마조히즘적 정신병에 비유했습니다. 그 결과 경제가 파괴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오늘을 즐기고 삶의 창조성과 쾌락을 마음껏 누리기 위해 경제생활을 할 때 비로소 우리는 경제와 삶,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가요, 매력적이지 않나요? (존 메이너드 케인스, p.220)
다른 친구들은 평화주의 관점에서 전쟁을 반대했다고 해요. 즉 이 전쟁은 제국주의 전쟁이고 여기 나가서 목숨을 버려봐야 아무런 애국적 가치도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반면 케인스는, 자신의 병역 거부와 평화 주의가 아니라 자유주의에 기반한 행동임을 상당히 강조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어떤 개인도 근본적으로 전쟁에 함전하지 않을 권리가 있으며, 이에 대해서 이유를 물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반전 평화주의 보다는 양심의 자유를 강조한 거라 할 수 있죠. (존 메이너드 케인스,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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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6-14 공감(16) 댓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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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묻고 사회로 답하다
팟캐스트를 즐겨 듣지는 않는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자발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본 적은 여태 한 번도 없다. 일단 집에 들어오면 가장 기본적인 즐거움이 듣고 싶은 음악을 틀어두고서 다른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고, 무엇보다도 그렇게까지 듣고 싶은 목소리나 이야기가 있지도 않다. 어차피 음악을 틀고서 하는 일의 대부분은 책 읽기니까, 중복되는 것이 번잡한 탓도 있을 것이다. 어릴 때는 FM 라디오도 제법 즐겨 들었고, 들으면서 이것저것 잘도 꼼지락댔던 것 같은데 말이다. 아마도 그 사이에 이야기보다 음악 자체에 더 빠지게 된 탓일까. 그리고 어차피 귀로 듣고서 흩어져 버릴 소리라면, 책으로도 읽을 수 있는 언어보다도 다른 표현 수단이 없는 선율을 듣고 싶다는 생각도 점점 또렷해진 것 같다.
팟캐스트 <김종배의 사사로운 토크>에서 진행되었던 <꼬투리 경제학>의 강의와 대담을 바탕으로 한 이 책을 읽으면서도, (팟캐스트) 방송으로 이 책을 들었다면 얼마나 집중하면서 이 메시지를 이해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물론 각 강의에서 의도한 ‘핵심적인’ 메시지는 각인되었을 테지만, 가뜩이나 낯설고 어지러운 경제학자들의 세세한 주장들은 예전과 다름없이 스쳐 가 버리는 것이 더 많지 않았을까. 물론 팟캐스트에서 다뤄지는 수많은 이야기 중 그렇게 음악에 가깝게 흘릴 수 있는 것도 적지 않을 것이다. 반면 이 책에 담긴 경제학자들의 삶과 사상은 이것은 여러 번 반복해서 듣거나 한 번을 집중해서 읽어야 할 이야기에 가까웠다. 그나마 책으로 만난 덕분에 여러 번 반복해서 들어야 하는 수고를 덜었으니 다행이다.
김종배: 그러니까 지금 한국 사회가 심각한 위기 국면으로 가고 있다고 봐도 됩니까?
조형근: 제가 탈진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만, 저 혼자 생각하고 말을 못한 이유는 이것이 사실이 되어버릴까 두려워서 그랬어요. -p.128
애덤 스미스, 카를 마르크스, 막스 베버, 칼 폴라니, 존 메이너드 케인스, 조지프 슘페터, 소스타인 베블런, 마르셀 모스의 여덟 경제학자들을 다룬 강의에서는 슘페터나 모스처럼 그동안 이름만 들었던 정도의 낯선 학자도 있었고, 베버나 케인스처럼 그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있었다. 이 책은 이 학자들의 삶과 사상에서 우리가 무엇을 곡해하거나 외면했는지를 알려 주었다. 스미스나 마르크스처럼 보다 익숙한 사람이 있다면 그에 대한 왜곡이 그만큼 뿌리 깊다는 반증이고, 폴라니나 모스처럼 꽤나 생소한 사람이라면 무시해 온지가 이미 오래되었음을 의미했다. 이 경제학자들을 곡해하거나 무시했던 방식 속에는 지금 이 사회를 기진맥진하게 만든 원인이 있었고, 그 왜곡과 외면의 이면에서 이러한 상황을 해소할 단서를 찾을 수 있음을 이 책은 보여 주었다.
김종배: 그러니까 시장에 개입하지 마라는 애덤 스미스의 말은 결국 반독점을 주장한 것이잖아요.
조형근: 그렇습니다. -p.42
우리가 아는 애덤 스미스는 오직 ‘손이 안 보이는’ 사람일 뿐이다. 그는 자신이 이런 방식으로 이렇게 오래 기억될 것이라 상상이나 했을까? 그가 말한 자유 시장은 시장 참여자 개개인의 이기심에 따라 작동하므로 정부의 간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에 앞서서, 그 시장이 특정한 참여자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독점력을 갖지 않는다는 의미에서의 자유였다. 시장에 참여한 생산자들이 자신의 이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창조적으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특정한 생산자가 독점력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러한 방지책 중 하나로 정부의 규제는 빼놓을 수 없는 수단이며, 애덤 스미스는 이미 그 점을 자신의 저서에서 충분히 명백하게 밝히고 있었다. 그의 자유 시장은 내가 오해했던 것보다도 훨씬 적극적으로 자유로운 시장이었다. 스미스가 경험했던 부자유한 시장은 정부가 좌우하는 독점 기업이 주도했다. 그런 까닭에 스미스가 강조한 시장의 자유는 정부뿐만 아니라, 불가분의 관계였던 독점 기업으로부터 벗어나야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 책은 지적했다. 더 나아가서 독점 기업을 포기한 정부의 규제는 반드시 시장 자유에 위배된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오히려 시장 정의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인식은 이미 스미스로부터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조지프) 슘페터는 혁신하는 기업가에게 당연히 그만큼의 초과이윤이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을 뿐,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자본가와 CEO에게 먼저 막대한 이윤을 주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막대한 보상에 이끌려 열심히 혁신한다? 이건 슘페터가 보기엔 언어도단입니다. 왜냐하면 슘페터가 말한 기업가는 막대한 돈이 좋아서 혁신하는 게 아니라, 혁신이 좋아서 혁신하는 인간형이기 때문입니다. (조형근) -p.310
스미스가 꾸준히 오해받아 온 경제학자였다면, 조지프 슘페터는 비교적 새롭게 오해받은 쪽에 가깝다. 이 책에서 지적하듯이 언젠가부터 그의 이름은 이른바 ‘혁신적’ 기업가들에게 주어진 ‘넘치는’ 보상을 정당화하는 논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게 되었다. 문제는 어느새 ‘파격적인 보상’이 마치 경영자의 혁신을 증명하는 상징처럼 전도되었다는 데 있다. 일반 노동자와 수백 배 차이가 나는 연봉을 받는 최고 경영자들이 그에 상응하는 산업적 혁신을 이루었다는 실증적 근거가 너무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애초에 금전적 보상을 동기로 삼는 자들은 혁신을 선도하는 슘페터의 기업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은폐된 지 오래였다. 언론, 학자, 자본가들이 형이상학적 성격이 강한 슘페터의 엘리트주의의 틈새를 이용해, 천문학적인 연봉을 탐하는 사람들에게 혁신자의 훈장까지 달아서 대중들의 의문을 봉쇄한 결과였다. 그 덕분에 슘페터가 정의했던 기업가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는 충분히 증명되었다. 그들이 진정 ‘창조적 파괴’를 실현한 기업가라면 그들이 누리는 보상이 아무리 파격적일지라도 의문을 제기할 대중은 슘페터가 걱정할 만큼 많지는 않을 것이다.
(마르셀) 모스는 사회주의가 자본주의보다 ‘더 관대한 체제’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사회주의로의 이행 과정에서 폭력 혁명을 반대했지요. 관대하지 않은 방식으로 관대한 체제를 만들 수는 없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상대 혹은 적들도 관대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관대할 수 있다는 믿음도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모스는, 어찌 보면 순진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상대방을 마르크스주의적인 계급투쟁의 관점에서 비난하지는 않았습니다. (조형근) -p.393
마르셀 모스는 부자들이 자발적으로 그들의 부를 사회와 공유하고 이로써 대중들에게 존경을 받으면서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의 평화로운 이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은 사회학자이자, 인류학자이다. 이름은 몇 번 들어본 적이 있지만 그가 어떤 인물인지는 이 책에서 사실상 처음 알게 되었다. 원시적인 부족 사회에서 자신이 가진 재화를 분배해 타인의 존경을 얻고, 부의 양극화를 줄이며 사회의 화합을 기하는 경제 형태가 가능했다면, 그들보다 더 좋은 것을 더 많이 갖게 된 오늘날에는 왜 그런 경제가 불가능한지에 반문했던 그의 관점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보다 더 가진 자들이 우리와 같이 관대할 가능성을 처음부터 부정하고서 시작한다면, 우리들끼리 서로 잘 나눌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낙관일 뿐이다. 이렇게 본다면 그야말로 가장 온화하면서도 현실적인 시선을 견지했던 셈이다.
김종배: 하지만 내가 더 가지겠다는 경쟁이 아니라 정반대로 내가 조금이라도 더 베풀겠다는 경쟁이라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 아닙니까?
조형근: 정확히 그렇습니다. 축적을 위한 경쟁이 아니라 나눔을 위한 경쟁이라는 사실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많이 나눠줘서 크게 망할수록 더 존경을 받는 거죠. 물질적 부와 사회적 존경으로 동시에 누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p.386~387
재화를 갈등과 경쟁의 수단으로만 보았던 경제학자들의 긴 이야기 끝에 맨 마지막에 서로 조건 없이 주고받는 증여와 선물로 운용되는 경제의 가능성을 모색했던 사회학자인 모스가 등장한 것은 일종의 필연처럼 보이기도 한다. 결국 어떻게, 얼마나 더 지속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지를 궁리하며 여기까지 왔지만, 이제는 기존과는 다른 개념의 경쟁을 생각해야 한다는 모스의 메시지는 그가 살았던 당시보다 지금에 더 적합할 것이다. 물론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눠 주려는 경쟁은 지금으로서는 너무도 먼 이야기처럼 들리고, 오히려 케인스 편에서 이야기했던 보다 보편적인 복지 국가를 이루기 위해 정부, 자본가, 노조가 지치지 않고 다투었던 스웨덴의 사례가 차라리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더 나누려는 이 경쟁이 불가능하기에 비로소 그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까. 그것이 이뤄지는 방식이 스웨덴의 과정과 비슷할지라도 말이다.
온전히 구어로 채워지는 팟캐스트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종이책이 보여 줄 수 있는 형식과 체계의 정연함을 유지한 덕분에, 묵직한 이야기를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대담에서 이야기의 속도와 심도를 독자의 입장에서 적절히 조절하는 질문을 던진 사회자의 역할이 컸다. 또한 역사적으로 중요한 경제학자 중 현재 한국 사회에서 시사점을 던질 수 있는 이들을 선택해, 지금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경제적 현안들에 이들이 어떻게 응답할 수 있는지를 질문해 나가는 책의 방향성이 또렷했다. 그 덕분에 서로 상이한 부분이 많고, 시대적 연속성이 강하지 않은 학자들이 모였음에도 책 자체의 일관성은 유지되었다. 그동안 몰랐던 경제학자의 인간적, 학문적 면모와 그 속에 담긴 현대의 한국 사회를 풀 수 있는 단서가 한 자리에서 교류하는 현장을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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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15-03-15 공감(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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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을 수 있는 비주류 경제학..
우리 사회는 공정한가..?
한때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철학 서적이 우리나라의 서점가를 강타한 때가 있었다.. 유행이 한참 지난 지금에서야 이제 읽어 보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그 책을 한 권 읽으려면 너무나 에너지가 많이 소모될 것 같아서 선뜻 손에 잡지는 못하고 있다.. 사실상 철학에 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어처구니 없이 어려울 것이 틀림없는 책을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읽은 이유는 모두들 알고 있는 것처럼 책의 제목에서 나타내듯이 우리의 사회가.. 결국은 세계가 정의롭지 못한데 따르는 고민을 반영했을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몇장 읽다가 내팽겨쳐 두었을 것 같다.. 대충 훑어 봐도 쉽지 않은 책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주류가 되고 많은 사람들이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 하고 있을 때 현실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인문학이고 경제학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기는 한다..
뭐라도 좀 알아야 반박을 하지.. 아니.. 최소한 꿈틀이라도 하지..
나 자신도 경제학은 대학에서 한학기 교양수업을 들은게 전부이고 가끔씩 경제학에 대한 책을 읽는게 전부다.. 그렇기 때문에 보고 듣는 경제에 대한 얘기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들을 수 있는 소양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저 나오는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뭔가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도대체 그게 뭔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도 없고.. 모두의 얘기들과 다른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고 간혹 있다고 하더라도 비주류 중의 비주류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정당한 조명을 받지도 못한다.. 그래도 숨통을 좀 트이기 위해서.. 그리고 조금은 반박을 해보고 싶어서 이런 책을 보고 생각이라도 정리를 해 봐야 한다..
애덤 스미스에서 마르셀 모스까지.. 비주류 경제학자들을 본다..
애덤 스미스는 고전경제학의 아버지이니만큼 비주류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이 책은 경제를 잘 몰라도 들어봤을법한 경제학자들과 일반적인 상식으로 봤을 때도 처음 들어 볼 법한 8명의 경제학자들을 8장에 걸쳐서 소개하고 있다.. 소개하는 관점은 신자유주의가 인용하고 있는 경제학자들의 태도가 옳은 것인지.. 또한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경제학자들의 아이디어는 무엇인지를 보고 있다.. 예를 들면 주류 경제학자들이 항상 얘기하는 애덤 스미스가 어떻게 오해를 받고 있는지도 설명해 주고 있고.. 마르크스가 자본가를 비판한 것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면도 있었다는 것들이다.. 경제학을 깊이 읽을 수 없는 일반적인 사람들을 위해서 오해를 받고 있는 경제학자들은 오해를 풀어 주고 잘 모른 경제학자들의 관점을 설명해 주고 있다..
난 칼 폴라니가 좋다..
8명의 경제학자들에 대해 읽으면서 당연히 생각해 왔던 경제와 사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내가 가장 마음에 든 사람은 칼 폴라니(Karl Polanyi, 1986~1964, 터키)이다.. 칼 폴라티를 다룬 장의 부제가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이다.. 이 말이 듣고 싶었다.. 흔히 '노동시장'이라는 말을 아무런 비판도 없이 쓴다.. 언어는 사회를 지배하는 담론을 표현하는 것이고 그 담론은 결국은 구성원들의 의식을 지배한다고 생각을 해 보면 우리는 모두 부지불식간에 우리 자신을 상품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런 개인의 상품화는 결국은 모든 개인의 가치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것들로 바꾸어서 내보여야 하고 그런 것들을 '스펙'이라는 말로 포장되어 상품설명서처럼 나를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치로 표현할 수 없는 나'는 사실상 현재의 사회에서 쓸모없는 것들로 폄하되고 있다.. 이 책에서 써 있듯이.. 우리의 부모님은 우리를 팔기 위해서 낳은 것이 아니다..
쉽게 읽을 수 있으니 좋다..
이 책은 '김종배의 사사톡(사사로운 토크)'이라는 지금은 없어진 팟캐스트에서 방송한 내용을 책으로 옮긴 것이다.. 저자 서문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고'등학교에서 얻은 약간의 기초 지식이 있고 잘 해야 '맨큐의 경제학' 정도를 공부했을 사람들'을 위해서 썼다고 한다.. 나는 '맨큐의 경제학'은 이름만 들어 봤지 어떻게 생긴 책인지도 잘 모르지만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사실상 '맨큐의 경제학'을 몰라도 읽을 수 있으니 책을 집어들 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대담 형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대화를 훔쳐보는 것처럼 친근하게 읽을 수 있고.. 공저자인 김종배씨는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의 상태로 자신의 상태를 설정하고 자세히 물어보기 때문에 (중간중간 잡담도 많이 들어간다.. 이것도 괜찮다.. 어차피 우리도 대화할 때 그러니까..) 더더욱 편하다..
이 책을 읽는다고 나의 경제생활이 좋아질 리는 만무하다.. 이 책 한 권 읽었다고 유식한 사람들 사이에 끼여서 대화라도 할라 치면 알량한 지식으로 엄청나게 까일 것도 틀림없다.. 우리는 그저 삶에 찌든 일반 서민들일 뿐이니까..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지금의 사회가 많이 답답하지만 도대체 그 답답함의 원인이 뭔지 잘 모르겠는 사람들은 사회를 보는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회를 경제학적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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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담 2014-10-09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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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구하는 경제학-결국 경제학은 사람을 위한 것
고1 때 사회 시간 이후로는 경제학을 공부한 적이 없었고, 경제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GNP(국민 총생산)와 GDP(국내 총생산)도 헷갈리고 리먼 브라더스가 왜 망했는지도 모르고 있는 내 자신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 나 자신의 재정 관리를 위해서라도,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 정책들이 올바른 건지 제대로 시행되고 있기는 한지 알기 위해서라도 경제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년부터 경제학 책을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경제학 공식이나 법칙을 설명하기보다는, 경제학이 실질적으로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해 주는 책들을 읽고 있다. 이 책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도 그런 책이다. 이 책은 팟캐스트 방송 '김종배의 사사로운 토크'에서 사회학자 조형근 교수와 시사평론가 김종배가 진행했던 코너 '꼬투리 경제학'의 내용을 정리, 보충한 책이다. "경제라면 고등학교에서 얻은 약간의 기초 지식이 있고 잘 해야 『맨큐의 경제학』 정도를 공부했을 사람들"을 위해 썼다지만, 고등학교에서 얻은 기초 지식도 다 잊어버렸고 맨큐의 경제학은 이 책 서문을 읽고 그 존재를 알게 된 나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물론 검색의 힘이 좀 필요했지만.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이라는 제목대로 이 책에 소개되는 경제학자들이 고민했던 것은 경제학이 사회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 경제학이 인간의 삶에 어떻게 접목되어야 하는가, 였다. 자본가들은 이들 경제학자들이 쓴 경제학 고전마저 거대 자본과 시장 논리를 옹호하는 근거로 이용하고 있고, 지금의 주류 경제학은 거대 자본과 시장 논리에 치우쳐져 실제 인간의 삶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 책은 거기에 맞서 말한다. 경제학의 기초를 다진 이들 경제학자들이 고민한 것은 인간의 경제 현실이었다고. 경제학의 지향점은 결국 인간이어야 한다고.
이 책은 애덤 스미스에서 마르크스, 케인즈, 슘페터까지 경제학의 기초를 다진 경제학자 여덟 명의 이론 중에서도 우리의 현실 경제 문제와 맞닿아 있는 부분들을 살펴보고 있다. 타인과 상생하며 사는 삶을 중시했던 애덤 스미스, 노동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고민했던 마르크스, 협동조합에서 서로를 돕는 선물경제의 가능성을 본 마르셀 모스 등의 모습을 통해, 이들 경제학자들이 생각했던 경제학의 토대이자 지향점은 결국 인간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의 경제 현실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고민한 결과가 그들의 경제학 이론이었던 것이다. 그들의 고민과 대안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지금의 자본주의의 한계를 넘어 우리의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가볍지 않지만, 주제를 다루는 방식은 딱딱하지 않다. 평범한 생활인의 눈높이에 맞춘 김종배의 질문과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알찬 조형근 교수의 대답을 통해 이들 경제학자의 이론을 즐겁게 배울 수 있다. 애덤 스미스를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칭송하면서, 정작 그의 이론 중 타인과 약자를 배려하는 도덕 원칙은 무시하는 재벌들을 "경제학의 패륜아들"이라고 하고,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개신교가 경제 발전에 유리하다는 취지로 오용하는 사람들에게 "베버의 책을 안 읽은 티가 확 난다"고 말하는, 이들의 거침 없는 입담은 읽는 사람의 속을 시원하게 만든다. 평생 마르크스를 경제적으로 지원했던 엥겔스의 우정과, 화려한 연애 경력 끝에 정착한 아내를 향한 케인즈의 순애보 등 경제학자들의 숨겨진 개인사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경제학이 숫자와 공식이 아닌 우리의 현실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은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삶을,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각 챕터 끝에는 더 읽을거리들의 목록이 있는데, 여기에 있는 책들을 통해 각 학자들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할 수 있다. 유튜브에 '꼬투리 경제학' 10강이 모두 올라와 있는데, 실제 방송된 내용과 책의 내용을 비교하면서 어떻게 수정되고 보완되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책소개
2013년7월부터 9월까지 방송된 팟캐스트 ‘김종배의 사사로운 토크(사사톡)’의 ‘꼬투리 경제학’ 코너를 수정 보완해 묶은 책. 방송에서 공개된 짧은 강연과 대담에, 방송 후에 여러 애청자들의 반응을 참고해 집필한 방송 후기와 참고문헌(더 읽을 거리)를 덧붙였다. 방송의 생생하고 친근한 분위기는 살리면서도 좀더 알차게 활자화하였다.
이 책은 애덤 스미스, 칼 마르크스, 막스 베버, 케인스, 슘페터, 폴라니, 베블런, 그리고 마르셀 모스까지, 경제학자들의 삶을 살펴보고, 이들이 시대와 호흡하며 진짜로 고민했던 문제들이 무엇인지 그 시대의 배경 속에서 살펴본다.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경제학자들의 아이디어를 빌려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금융위기, 임금할증률, 비정규직, 식민지 근대화론, 개신교 문제, 사회적 경제, 장기 불황, 복지국가, 창조경제, 협동조합 등등의 한국 사회와 연관된 주제들이 이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새롭게 해석된다. 저자인 조형근은 ‘경제사회학’을 전공한 사회학자로서 왜 경제가 곧 정치이자 사회인지, 왜 경제가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지를 줄곧 설득력 있게 강조한다.
목차
애덤 스미스
경제학의 패륜아들
애덤 스미스의 상생하는 삶
노동가치설의 원조는 애덤 스미스
생산은 쌓아놓기 위해서가 아니라 먹고살기 위해 하는 것
불의에 대한 단호한 처벌을 주장한 애덤 스미스
애덤 스미스는 어쩌다 신자유주의의 아버지가 되었나?
@ 정치경제학은 어쩌다 경제학이 되었나?
카를 마르크스 1
신용공황과 현대 금융위기
한 성깔 하시는 국제 공산주의 운동의 창시자
자본가의 사촌이자 절친인 국제 공산주의 운동의 창시자
공황은 태양 흑점 탓?
기술적 뻥튀기, 자본주의 경제의 고질적인 모순
부시는 공산주의자?
카를 마르크스 2
착취는 끝나지 않았다
마르크스와 엥겔스, 예니와 메리
노동력의 가치와 임금할증률
이윤의 마술
비정규직과 노동생산성
수탈과 식민지 근대화론
@ 노동이 아니라 쇼핑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이유
막스 베버
개신교와 자본가
온건 모범생 좌파의 일생
베버는 마르크스의 대척점에 서 있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의 의의와 한계
개신교 자본주의보다 더 대담한 유교 자본주의론
@ 막스 베버의 서구중심주의
칼 폴라니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헝가리 최고의 살롱이 낳은 지식인
노동의 상품화는 파시즘의 원인
사회적 경제의 원조
문제는 다시, 민주주의
@ 인간 욕망의 무한성이라는 신화를 해부하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 1
저축에 저주를
지금 당장의 쾌락을 사랑한 천재
대중과 함께 오류에 빠져라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하려면 확실하게
장기 불황 시대, 케인스의 한계
존 메이너드 케인스 2
삽질과 수정자본주의
병역 면제와 인종주의 발언 논란의 실상
전쟁 케인스주의의 효과
전후 복지국가의 네 가지 모델
삽질과 창조경제를 넘어서
@ 화폐 신비의 해부와 경제위기의 근원
조지프 슘페터
자본주의의 몰락을 예언하다
슘페터의 귀족 코스프레
민주주의의 진전과 엘리트주의의 부상
창조적 파괴의 진짜 의미
진화하는 생물학이 경제학의 모델이다
슘페터에 대한 지독한 오독
신고전파 경제학의 오류
재벌은 혁신의 주체인가
@슘페터는 왜 그토록 마르크스를 칭송했을까?
소스타인 베블런
과시적 소비의 힘과 함정
이주 농민의 아들에서 나쁜 남자로
주류 경제학과 상극인 제도학파 경제학의 선구자
과시적 소비의 먹이사슬
명품, 외제차, 강남 아파트 속에서 옅어지는 주체성
@ 제도학파 경제학과 주류 경제학
마르셀 모스
선물 경제는 가능한가
폭력 혁명보다 협동조합에서 미래를 본 인류학자
쫄딱 망할수록 존경받는 경제
착해서가 아니라 왕따가 되지 않으려고 하는 연대
마이크로크레디트, 그라민 은행, 레츠, 그리고 협동조합
@ 선물의 역설과 불가능성의 가능성
접기
책속에서
그가 찬미한 돈벌이는 쾌락과 현실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돈벌이였습니다. 그래서 케인스는 버는 만큼 엄청나게 썼습니다. 반면 혐오한 돈벌이는 소유물로서 돈을 사랑하는 행위였습니다. 축적을 위한 축적, 돈을 벌기 위한 돈벌이는 ˝구역질나는 병적 상태˝이고, ˝범죄적 성향과 질환의 성격을 보여주기 때문에 정신병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라고까지 주장했습니다. 역작 [고용, 이자,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의 마지막 대목에서는 소유물로서 돈을 사랑하는 계급인 금리생활자들을 안락사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개인의 저축이나 기업의 현금 보유, 긴축정책 ㄸ위를 매우 비판적으로 바라본 것입니다. 케인스는 오로지 버는 데만 집착하는 경제활동을 오늘의 즐거움을 희생해서 내일의 풍요를 기약한다는 피가학적, 마조히즘적 정신병에 비유했습니다. 그 결과 경제가 파괴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오늘을 즐기고 삶의 창조성과 쾌락을 마음껏 누리기 위해 경제생활을 할 때 비로소 우리는 경제와 삶,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가요, 매력적이지 않나요? (존 메이너드 케인스, p.220) 접기 - 다락방
다른 친구들은 평화주의 관점에서 전쟁을 반대했다고 해요. 즉 이 전쟁은 제국주의 전쟁이고 여기 나가서 목숨을 버려봐야 아무런 애국적 가치도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반면 케인스는, 자신의 병역 거부와 평화 주의가 아니라 자유주의에 기반한 행동임을 상당히 강조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어떤 개인도 근본적으로 전쟁에 함전하지 않을 권리가 ... 더보기 - 다락방
저자 및 역자소개
조형근 (지은이)
한림대학교 연구교수.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경제사회학을 공부해 「식민지기 재래시장에서 시장 갈등과 사회적 관계의 변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좌우파 사전』, 『근대주체와 식민지 규율권력』, 『한일 역사교과서 서술의 이념』 등의 책을 공저로 펴냈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와 팟캐스트 ‘사사(史事)로운 토크(사사톡)’에서 ‘꼬투리 경제학’, ‘대안 경제학’ 등의 코너를 진행했고 현재 팟캐스트 ‘시사통, 김종배입니다(시사통)’에서 ‘담론통’, ‘지식통’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작 : <섬을 탈출하는 방법>,<사회를 구하는 경제학>,<좌우파 사전> … 총 8종 (모두보기)
김종배 (지은이)
시사평론가.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을 지냈고, 1999년부터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에서 ‘뉴스 브리핑’ 코너를 진행하다 ‘외압에 의해’ 2011년 5월 하차했다. 2012년 1월부터 2013년 12월 31일까지 팟캐스트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를 진행하며 민간인 사찰 기록 관련 특종을 했고, 현재 팟캐스트 ‘시사통’을 진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30대 정치학』 등이 있다.
최근작 : <섬을 탈출하는 방법>,<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 총 8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경제학 천재들은 오늘의 한국 사회를 어떻게 봤을까?
저자는 균형 잡힌 시선으로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 올라가 경제학자들의 진짜 고민을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그리고 그 위대한 고민들을 지금 우리의 삶에 접목시킨다.
애덤 스미스는 어쩌다 신자유주의의 아버지가 되었나?
칼 마르크스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칼 폴라니 문제는 다시, 민주주의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 삽질과 창조경제를 넘어서자!
조지프 슘페터 재벌이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나?
소스타인 베블런 명품, 외제차, 강남 아파트 속에서 옅어지는 주체성
마르셀 모스 착해서가 아니라 왕따가 되지 않으려고 하는 연대가 진짜다!
애덤 스미스, 케인스, 슘페터, 마르셀 모스……
생생하게 되살려낸 경제학자들의 진짜 고민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여러 쟁점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사회학자가 경제학 고전들을 다시 펼쳤다. 애덤 스미스, 칼 마르크스, 막스 베버, 케인스, 슘페터, 폴라니, 베블런, 그리고 마르셀 모스까지, 경제학자들의 삶을 살펴보고, 이들이 시대와 호흡하며 진짜로 고민했던 문제들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그리고 더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 경제학자들의 아이디어를 빌려온다.
이렇게 해서 금융위기, 임금할증률, 비정규직, 식민지 근대화론, 개신교 문제, 사회적 경제, 장기 불황, 복지국가, 창조경제, 협동조합 등 한국 사회와 연관된 주제들이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새롭게 해석된다. 사회학자인 저자 조형근은 왜 경제가 곧 정치이자 사회인지, 왜 경제가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지를 책 전체에 걸쳐 설득력 있게 강조한다.
하나같이 거대한 사상가들이라 그들의 사상 전모를 풀어낼 능력도 지면도 허락될 리 없었다. 대신 지금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경제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거기에 이 사상가들이 밥 먹고 숨 쉬고 사랑하고 싸우던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버무렸다. 무릇 모든 사상은 시대의 자식인 법인지라 그 공리와 증명의 이면에는 개인과 시대의 영광과 상처, 흔적들이 아로새겨져 있는 법이다. 동시에 위대한 사사들은 자신을 낳은 어머니의 품을 떠나서 시대의 벽을 뛰어넘는다. 사상들의 시대적 한계와 현재적 의의를 동시에 찾아보려 애썼다. 주류 경제학의 좁고 음울한 세계 바깥에 이토록 광대한 인류의 지혜와 통찰들이 빛나고 있음을 보여주려 노력했다.(9쪽)
1. 사회학자가 말하는 경제학, 사회를 구하고, 바꾸고, 위하는 경제학
사회학자는 어쩌다가 경제학에 대해 말하게 되었을까? 물론 사회학자 조형근은 ‘(식민지 시기) 시장’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쓴 ‘경제사회학’ 전공자이긴 하다. 알프레드 마셜에게 8주간 수학한 것이 경제학 공부 이력의 전부인 케인스와 겨뤄도 빠지지 않는 경력이다. 사회학자가 쓴 경제학 입문서 내지 교양서의 최대 장점을 꼽자면 당연히 쉽다는 것이다. 수식과 그래프들을 걷어내고 일반 독자들의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문제틀을 통해 경제학자들의 사상을 살핀다.
이 책은 경제라면 고등학교에서 얻은 약간의 기초 지식에 잘 해야 『맨큐의 경제학』 정도를 공부했을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경제가 내 삶에 참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지만 바로 그 경제를 도통 모르겠고 경제학은 더 어려워 절망하곤 하는 사람들. 수식과 그래프 들의 어지러운 향연보다는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우리들의 살림살이 문제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 경제가 어렵다는데 임금인상 투쟁을 해도 괜찮을지 걱정스러운 사람들, 복지를 확대해야 할 것 같긴 한데 나라 재정이 어려워지면 어쩌나 근심스러운 사람들, 쓸데없는 규제는 좀 풀어야 경제가 좋아질 듯한데 탐욕스러운 기업가들이 못 미더워 자꾸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 (5쪽)
사회학자가 굳이 경제학 사상가들의 고민들을 호출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학이 너무 중요한 학문이고, 그에 앞서 경제가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모든 사회적 문제들은 각 구성원들이 처한 경제적 문제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경제학이란 단순히 효율성만을 따지는 생각의 체계가 아니고, 인간의 경제활동 그 자체가 사회적 행위이자 문화적 행위라는 뜻이다.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애초부터 형식주의적이고 기능주의적인 논리들만으로 가득 찬 학문일 리 없으나 어찌 된 일인지 특히 한국에서는 이러한 소위 “주류 경제학”이 전부인 양 다뤄진다. 사회학자가 쓴 경제학 교양서인 이 책은 우리가 경제학을 가르치고 배우는 풍토에 대해 다시 한 번 성찰하게 한다. 그래서 제도학파 경제학의 창시자인 소스타인 베블런의 생각이 오늘날의 우리 삶을 되돌아보는 데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짚어보고, 막스 베버나 마르셀 모스처럼 통상 경제학자로 생각되지 않는 사상가들을 경제학이라는 관점에서 다룸으로써 경제학 자체에 대한 우리의 오해를 근본적으로 바로잡는다.
마치 휴전선 북쪽의 인민들이 다른 체제와 비교도 안 보고 자기 체제를 최고라고 생각하는 거나 다름없죠. 태어나 자라며 접한 체제가 오로지 그것뿐이기 때문이잖아요. 경제학에 관한 한 우리는 김씨 왕조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 정도로 주류 경제학 일색이에요. 그래도 김종배 선생님 세대는 시대 분위기 덕분에 원론 수준에서라도 정치경제학 서적들을 읽어보기는 했었죠. 그러나 요즘은, 사실 우리 기성세대의 잘못이기도 하지만, 비주류 공부는 씨가 마른 수준이에요. 특히 한국은 비참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어요.(83쪽)
사회주의국가들의 몰락과 함께 마르크스는 한동안 ‘죽은 개’ 취급을 당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더욱 심했지요. 지난 2007년 여름 고려대학교는 학내 단체가 신청한 ‘마르크시즘 2007’이라는 행사를 불허했습니다. 당시 강 모 고려대 학생처장은 외부 행사라고 무조건 불허하는 것은 아니라며, “지금 마르크시즘을 말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학생처장님, 신문이라도 좀 열심히 보셔야 했습니다. 바로 몇 달 전인 2007년 4월에 자본주의의 종주국인 영국 국방부의 미래전략환경팀이 작성한 2035년 예측보고서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중산 계급이 마르크스가 예견한 프롤레타리아의 역할을 맡아 혁명계급이 될 수 있고 (…) 세계적인 불평등의 심화로 마르크스주의가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는 더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헤지펀드의 제왕으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는 “마르크스는 우리가 유의해야 할 자본주의에 관한 무엇인가를 150년 전에 발견했다”라고 말했습니다.(58쪽)
제도주의 관점에서는 인간은 제도 속에 있는 존재이고 이 제도가 어떤 성향을 만들어주느냐에 따라서 인간은 이기적 인간이 될 수도, 이타적 인간일 될 수도, 매우 숭고한 인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도 연구와 변화 과정을 살피는 것이 중요해지겠지요. 따라서 제도주의 경제학은 역사적이고 사회학적 접근을 상당히 중시합니다. 알프레드 마셜 이래의 주류 경제학의 접근법을 비현실적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합니다. 수학의 공상 속에만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주류 경제학은 제도주의 경제학은 경제학 취급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나치게 사회학에 가까워졌다는 이유로요.(346쪽)
저자는 칼 폴라니의 말을 빌려 경제에 이어서도 “문제는 다시 민주주의”라고 주장한다. 특히 고도성장과 무한경쟁에 의지하는 경제와 삶의 모델이 점점 불가능해 보이는 한국 사회에서 대안적 모델들을 모색하는 경제학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한국은 피로를 넘어서 사실은 탈진 사회 같아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에너지를 완전 연소해야만 남보다 앞서기는커녕 겨우 제자리에라도 서 있을 수 있습니다. 완전 연소하지 않으면 곧바로 뒤떨어지면서 탈락하는 삶이죠. 삶의 길이 너무나 위태롭지 않습니까? 이렇게 위태로운 삶을 살다 보니 거의 탈진한 듯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뭐라도 다른 길이 없는가 고민하며 찾아가는 단계가 아닐까 합니다.(106쪽)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자영업, 특히 프랜차이즈 자영업 상황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동네 제과점, 치킨집, 편의점 운영하시는 분들이죠. 생산수단의 소유 여부라는 마르크스주의적 분류 기준에 따르면 이 분들이야말로 계급적으로 프티부르주아이고 계층론으로 보면 중산층이 되어야 하는 집단이지요. 사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동네에서 제과점 하나 운영해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하나의 모델이었습니다. 동네에서 성공하면 곧잘 자기 이름을 간판에 걸고 제과점을 운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극소수의 최고급 업소들만 살아남았습니다. 대다수는 대자본에 예속된 준프롤레타리아로 전락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골목의 CEO’라고 부르면서 경쟁력 살리라 라고 하면 그야말로 성불(成佛)하란 얘기죠.(127쪽)
우리나라의 가장 큰 생활협동조합 두 곳은 현재 연매출액이 3000억 원이 넘습니다. 그중 한 곳은 성장 속도가 웬만한 대기업을 뛰어넘는 상황이에요. 그렇다면 협동조합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가를 세계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유명한 곳이 스페인의 몬드라곤이죠. 1940년대부터 움지임이 시작되어 1956년에 10여 명이 참여한 작은 노동자 협동조합으로 출발했는데, 현재는 2010년 기준으로 자산이 약 53조 원, 매출액이 대략 22조원입니다. 전체 노동자 8만 4000여 명 가운데 조합원은 3만 5000명 정도인데, 나머지 노동자들도 조합원으로 전환하라는 권유를 받는 곳입니다. 자본주의 대기업도 이렇게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성장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조합원들은 아무리 경기가 나빠도 해고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합원이 아닌 노동자들은 아주 어려우면 해고될 수도 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해고 기간에 수당을 받고 경기가 좋아지면 맨 먼저 재고용되는 특별 협약이 맺어져 있습니다.(400쪽)
2. 우리가 오해한 경제학의 고전적 아이디어들
이 책은 주요 경제학자의 삶과 사상과 주요 개념에 대한 개론적이지만 균형 잡힌 해설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흔히 오독되고 있는 경제학자들의 개념이나 이론에 대해 짚어본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가령 신자유주의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애덤 스미스는 ‘노동가치설’의 원조로서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상을 가지고 있었으며, 노동자에게 고임금을 지급해야 나라가 잘 살게 된다고 주장하고, 근래 한국사회에서 논란이 되었던 ‘무상급식’보다 훨씬 더 급진적인 안이었던 ‘의무교육’을 주장하고, ‘누진세’에 찬성했을 뿐만 아니라, 주4일 근무를 실천하기도 했다. 또 슘페터가 돈 벌겠다는 욕심으로 가득한 자본가들을 얼마나 경멸했는지, ‘혁신 기업가’라는 개념이 오늘날 거론되는 것들과 얼마나 다른지, 또 그가 경제 체제를 역사적 유기체로 파악한 카를 마르크스의 사상에 얼마나 찬사를 보냈는지 등의 흥미로운 일화들을 들려준다.
그 밖에도 시장의 힘에 대해 긍정적인 언급을 남긴 마르크스, 서구 기독교 사회의 우월성을 전제한 것으로 오독되는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 대해서도 다룬다.
애덤 스미스는 원래 글래스고 대학의 도덕철학 교수였죠. 그의 정치경제학은 도덕철학의 일부였기에 도덕과 무관하게 “이기심 만세!”를 외치는 학문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더욱 철저히 도덕 원칙을 적용하료는 학문이 애덤 스미스의 정치경제학이었습니다. 이기심이라는 현실은 긍정하되 이를 올바르게 인도하는 도덕 원칙과 제도의 확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사람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참 통찰력 있고 균형 잡힌 인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23쪽)
요즘 일컬어지는 신자유주의는 사실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안 된 사조입니다. 그래서 애덤 스미스가 자유주의 경제사상의 원조라고는 볼 수 있겠지만, 신자유주의 사조의 아버지처럼 여겨지게 된 과정에는 곡절이 있습니다.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대처 영국 수상이 문을 열었다고 볼 수 있는데, 레이건이 1979년에 대통령 후보 시절 카터 대통령과 붙었을 때 넥타이에 애덤 스미스 초상화를 그려넣었습니다. 선거운동본부 사람들이 모두 그랬죠. 규제 반대와 감세라는 성거 공약의 상징 인물로 애덤 스미스를 내세운 겁니다.(46쪽)
슘페터는 자신을 찬양하던 우파, 보수주의자들에게 냉소했습니다. “나는 내 생각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오히려 내 입장이나 생각이 정말로 타당한지 다시 의문을 갖게 된다.”라고요. 왜 그랬을까요? 슘페터가 말한 기업가는 이윤욕에 가득 찬 자본가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기업가가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면 자신의 파멸이며, 자기 사명의 이행이 아니라 육체적 사멸의 징후다.”라고요. 그는 기업가 정신이 꽃피는 사회의 상류층을 호텔 로비에 비유했습니다. 호텔 로비는 참으로 화려하지만 늘 손님들이 바뀌는 장소죠. 혁신과 창조적 파괴가 일어나는 공간은 이렇게 열린 공간입니다.(294쪽)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경쟁시장이라면, 같은 시간을 일했어도 두 배 강도 높은 노동이 들어간 상품이라면 두 배의 가치로 팔리겠죠. 양쪽 상품이 질적으로 다를 테니까요. 결과도 다르고요. 이런 의미에서 마르크스는 어떻게 보면 시장의 힘을 상당히 긍정하는 사람입니다. 마르크스의 모델은 시장이 정상 작동한다는 전제 아래서 성립하거든요.(103쪽)
3. 인기 팟캐스트 ‘꼬투리 경제학’을 책으로 만난다!
이 책은 2013년7월부터 9월까지 방송된 팟캐스트 ‘김종배의 사사로운 토크(사사톡)’의 ‘꼬투리 경제학’ 코너를 수정 보완해 책으로 묶은 것이다. 방송에서 공개된 짧은 강연과 대담에, 방송 후에 여러 애청자들의 반응을 참고해 집필한 방송 후기와 참고문헌(더 읽을 거리)를 덧붙였다. 방송의 생생하고 친근한 분위기는 살리면서도 좀더 알차게 활자화한 것이 이 책이다. 현재 조형근은 ‘시사통, 김종배입니다’에서 ‘담론통’ 코너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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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중에서
사춘기 시절 이야기를 하시니까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생각나는데요. 베블런이 10대 중반 농장에서 자라던 시절에 동네 친구인 여자아이와 함께 소떼를 돌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황소 한 마리와 암소 한 마리가 갑자기 격렬한 사랑을 나누는 광경을 보고 마음이 뜨거워졌나 봅니다. 그래서 옆에 있던 동네 여자친구에게 ˝저걸 보니 한번 해보고 싶어지지 않니?˝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여자친구가 ˝하고 싶으면 해. 저거 너희 집 소잖아.˝ 라고 대답했다고 하네요. 이게 좌절이라면 좌절인데, 이런 실패를 겪으면서 후에 반성하고 분발해서 여성편력을 쌓아가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소스타인 베블런, p,340)
저기서 오는 좌절(?)과 여성편력이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자친구의 말이 사이다 ㅋㅋㅋㅋㅋ
"하고 싶으면 해. 저거 너희 집 소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가 찬미한 돈벌이는 쾌락과 현실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돈벌이였습니다. 그래서 케인스는 버는 만큼 엄청나게 썼습니다. 반면 혐오한 돈벌이는 소유물로서 돈을 사랑하는 행위였습니다. 축적을 위한 축적, 돈을 벌기 위한 돈벌이는 ˝구역질나는 병적 상태˝이고, ˝범죄적 성향과 질환의 성격을 보여주기 때문에 정신병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라고까지 주장했습니다. 역작 [고용, 이자,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의 마지막 대목에서는 소유물로서 돈을 사랑하는 계급인 금리생활자들을 안락사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개인의 저축이나 기업의 현금 보유, 긴축정책 ㄸ위를 매우 비판적으로 바라본 것입니다. 케인스는 오로지 버는 데만 집착하는 경제활동을 오늘의 즐거움을 희생해서 내일의 풍요를 기약한다는 피가학적, 마조히즘적 정신병에 비유했습니다. 그 결과 경제가 파괴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오늘을 즐기고 삶의 창조성과 쾌락을 마음껏 누리기 위해 경제생활을 할 때 비로소 우리는 경제와 삶,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가요, 매력적이지 않나요? (존 메이너드 케인스, p.220)
다른 친구들은 평화주의 관점에서 전쟁을 반대했다고 해요. 즉 이 전쟁은 제국주의 전쟁이고 여기 나가서 목숨을 버려봐야 아무런 애국적 가치도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반면 케인스는, 자신의 병역 거부와 평화 주의가 아니라 자유주의에 기반한 행동임을 상당히 강조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어떤 개인도 근본적으로 전쟁에 함전하지 않을 권리가 있으며, 이에 대해서 이유를 물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반전 평화주의 보다는 양심의 자유를 강조한 거라 할 수 있죠. (존 메이너드 케인스,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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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6-14 공감(16) 댓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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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묻고 사회로 답하다
팟캐스트를 즐겨 듣지는 않는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자발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본 적은 여태 한 번도 없다. 일단 집에 들어오면 가장 기본적인 즐거움이 듣고 싶은 음악을 틀어두고서 다른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고, 무엇보다도 그렇게까지 듣고 싶은 목소리나 이야기가 있지도 않다. 어차피 음악을 틀고서 하는 일의 대부분은 책 읽기니까, 중복되는 것이 번잡한 탓도 있을 것이다. 어릴 때는 FM 라디오도 제법 즐겨 들었고, 들으면서 이것저것 잘도 꼼지락댔던 것 같은데 말이다. 아마도 그 사이에 이야기보다 음악 자체에 더 빠지게 된 탓일까. 그리고 어차피 귀로 듣고서 흩어져 버릴 소리라면, 책으로도 읽을 수 있는 언어보다도 다른 표현 수단이 없는 선율을 듣고 싶다는 생각도 점점 또렷해진 것 같다.
팟캐스트 <김종배의 사사로운 토크>에서 진행되었던 <꼬투리 경제학>의 강의와 대담을 바탕으로 한 이 책을 읽으면서도, (팟캐스트) 방송으로 이 책을 들었다면 얼마나 집중하면서 이 메시지를 이해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물론 각 강의에서 의도한 ‘핵심적인’ 메시지는 각인되었을 테지만, 가뜩이나 낯설고 어지러운 경제학자들의 세세한 주장들은 예전과 다름없이 스쳐 가 버리는 것이 더 많지 않았을까. 물론 팟캐스트에서 다뤄지는 수많은 이야기 중 그렇게 음악에 가깝게 흘릴 수 있는 것도 적지 않을 것이다. 반면 이 책에 담긴 경제학자들의 삶과 사상은 이것은 여러 번 반복해서 듣거나 한 번을 집중해서 읽어야 할 이야기에 가까웠다. 그나마 책으로 만난 덕분에 여러 번 반복해서 들어야 하는 수고를 덜었으니 다행이다.
김종배: 그러니까 지금 한국 사회가 심각한 위기 국면으로 가고 있다고 봐도 됩니까?
조형근: 제가 탈진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만, 저 혼자 생각하고 말을 못한 이유는 이것이 사실이 되어버릴까 두려워서 그랬어요. -p.128
애덤 스미스, 카를 마르크스, 막스 베버, 칼 폴라니, 존 메이너드 케인스, 조지프 슘페터, 소스타인 베블런, 마르셀 모스의 여덟 경제학자들을 다룬 강의에서는 슘페터나 모스처럼 그동안 이름만 들었던 정도의 낯선 학자도 있었고, 베버나 케인스처럼 그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있었다. 이 책은 이 학자들의 삶과 사상에서 우리가 무엇을 곡해하거나 외면했는지를 알려 주었다. 스미스나 마르크스처럼 보다 익숙한 사람이 있다면 그에 대한 왜곡이 그만큼 뿌리 깊다는 반증이고, 폴라니나 모스처럼 꽤나 생소한 사람이라면 무시해 온지가 이미 오래되었음을 의미했다. 이 경제학자들을 곡해하거나 무시했던 방식 속에는 지금 이 사회를 기진맥진하게 만든 원인이 있었고, 그 왜곡과 외면의 이면에서 이러한 상황을 해소할 단서를 찾을 수 있음을 이 책은 보여 주었다.
김종배: 그러니까 시장에 개입하지 마라는 애덤 스미스의 말은 결국 반독점을 주장한 것이잖아요.
조형근: 그렇습니다. -p.42
우리가 아는 애덤 스미스는 오직 ‘손이 안 보이는’ 사람일 뿐이다. 그는 자신이 이런 방식으로 이렇게 오래 기억될 것이라 상상이나 했을까? 그가 말한 자유 시장은 시장 참여자 개개인의 이기심에 따라 작동하므로 정부의 간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에 앞서서, 그 시장이 특정한 참여자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독점력을 갖지 않는다는 의미에서의 자유였다. 시장에 참여한 생산자들이 자신의 이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창조적으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특정한 생산자가 독점력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러한 방지책 중 하나로 정부의 규제는 빼놓을 수 없는 수단이며, 애덤 스미스는 이미 그 점을 자신의 저서에서 충분히 명백하게 밝히고 있었다. 그의 자유 시장은 내가 오해했던 것보다도 훨씬 적극적으로 자유로운 시장이었다. 스미스가 경험했던 부자유한 시장은 정부가 좌우하는 독점 기업이 주도했다. 그런 까닭에 스미스가 강조한 시장의 자유는 정부뿐만 아니라, 불가분의 관계였던 독점 기업으로부터 벗어나야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 책은 지적했다. 더 나아가서 독점 기업을 포기한 정부의 규제는 반드시 시장 자유에 위배된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오히려 시장 정의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인식은 이미 스미스로부터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조지프) 슘페터는 혁신하는 기업가에게 당연히 그만큼의 초과이윤이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을 뿐,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자본가와 CEO에게 먼저 막대한 이윤을 주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막대한 보상에 이끌려 열심히 혁신한다? 이건 슘페터가 보기엔 언어도단입니다. 왜냐하면 슘페터가 말한 기업가는 막대한 돈이 좋아서 혁신하는 게 아니라, 혁신이 좋아서 혁신하는 인간형이기 때문입니다. (조형근) -p.310
스미스가 꾸준히 오해받아 온 경제학자였다면, 조지프 슘페터는 비교적 새롭게 오해받은 쪽에 가깝다. 이 책에서 지적하듯이 언젠가부터 그의 이름은 이른바 ‘혁신적’ 기업가들에게 주어진 ‘넘치는’ 보상을 정당화하는 논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게 되었다. 문제는 어느새 ‘파격적인 보상’이 마치 경영자의 혁신을 증명하는 상징처럼 전도되었다는 데 있다. 일반 노동자와 수백 배 차이가 나는 연봉을 받는 최고 경영자들이 그에 상응하는 산업적 혁신을 이루었다는 실증적 근거가 너무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애초에 금전적 보상을 동기로 삼는 자들은 혁신을 선도하는 슘페터의 기업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은폐된 지 오래였다. 언론, 학자, 자본가들이 형이상학적 성격이 강한 슘페터의 엘리트주의의 틈새를 이용해, 천문학적인 연봉을 탐하는 사람들에게 혁신자의 훈장까지 달아서 대중들의 의문을 봉쇄한 결과였다. 그 덕분에 슘페터가 정의했던 기업가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는 충분히 증명되었다. 그들이 진정 ‘창조적 파괴’를 실현한 기업가라면 그들이 누리는 보상이 아무리 파격적일지라도 의문을 제기할 대중은 슘페터가 걱정할 만큼 많지는 않을 것이다.
(마르셀) 모스는 사회주의가 자본주의보다 ‘더 관대한 체제’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사회주의로의 이행 과정에서 폭력 혁명을 반대했지요. 관대하지 않은 방식으로 관대한 체제를 만들 수는 없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상대 혹은 적들도 관대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관대할 수 있다는 믿음도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모스는, 어찌 보면 순진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상대방을 마르크스주의적인 계급투쟁의 관점에서 비난하지는 않았습니다. (조형근) -p.393
마르셀 모스는 부자들이 자발적으로 그들의 부를 사회와 공유하고 이로써 대중들에게 존경을 받으면서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의 평화로운 이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은 사회학자이자, 인류학자이다. 이름은 몇 번 들어본 적이 있지만 그가 어떤 인물인지는 이 책에서 사실상 처음 알게 되었다. 원시적인 부족 사회에서 자신이 가진 재화를 분배해 타인의 존경을 얻고, 부의 양극화를 줄이며 사회의 화합을 기하는 경제 형태가 가능했다면, 그들보다 더 좋은 것을 더 많이 갖게 된 오늘날에는 왜 그런 경제가 불가능한지에 반문했던 그의 관점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보다 더 가진 자들이 우리와 같이 관대할 가능성을 처음부터 부정하고서 시작한다면, 우리들끼리 서로 잘 나눌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낙관일 뿐이다. 이렇게 본다면 그야말로 가장 온화하면서도 현실적인 시선을 견지했던 셈이다.
김종배: 하지만 내가 더 가지겠다는 경쟁이 아니라 정반대로 내가 조금이라도 더 베풀겠다는 경쟁이라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 아닙니까?
조형근: 정확히 그렇습니다. 축적을 위한 경쟁이 아니라 나눔을 위한 경쟁이라는 사실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많이 나눠줘서 크게 망할수록 더 존경을 받는 거죠. 물질적 부와 사회적 존경으로 동시에 누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p.386~387
재화를 갈등과 경쟁의 수단으로만 보았던 경제학자들의 긴 이야기 끝에 맨 마지막에 서로 조건 없이 주고받는 증여와 선물로 운용되는 경제의 가능성을 모색했던 사회학자인 모스가 등장한 것은 일종의 필연처럼 보이기도 한다. 결국 어떻게, 얼마나 더 지속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지를 궁리하며 여기까지 왔지만, 이제는 기존과는 다른 개념의 경쟁을 생각해야 한다는 모스의 메시지는 그가 살았던 당시보다 지금에 더 적합할 것이다. 물론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눠 주려는 경쟁은 지금으로서는 너무도 먼 이야기처럼 들리고, 오히려 케인스 편에서 이야기했던 보다 보편적인 복지 국가를 이루기 위해 정부, 자본가, 노조가 지치지 않고 다투었던 스웨덴의 사례가 차라리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더 나누려는 이 경쟁이 불가능하기에 비로소 그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까. 그것이 이뤄지는 방식이 스웨덴의 과정과 비슷할지라도 말이다.
온전히 구어로 채워지는 팟캐스트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종이책이 보여 줄 수 있는 형식과 체계의 정연함을 유지한 덕분에, 묵직한 이야기를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대담에서 이야기의 속도와 심도를 독자의 입장에서 적절히 조절하는 질문을 던진 사회자의 역할이 컸다. 또한 역사적으로 중요한 경제학자 중 현재 한국 사회에서 시사점을 던질 수 있는 이들을 선택해, 지금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경제적 현안들에 이들이 어떻게 응답할 수 있는지를 질문해 나가는 책의 방향성이 또렷했다. 그 덕분에 서로 상이한 부분이 많고, 시대적 연속성이 강하지 않은 학자들이 모였음에도 책 자체의 일관성은 유지되었다. 그동안 몰랐던 경제학자의 인간적, 학문적 면모와 그 속에 담긴 현대의 한국 사회를 풀 수 있는 단서가 한 자리에서 교류하는 현장을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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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15-03-15 공감(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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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을 수 있는 비주류 경제학..
우리 사회는 공정한가..?
한때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철학 서적이 우리나라의 서점가를 강타한 때가 있었다.. 유행이 한참 지난 지금에서야 이제 읽어 보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그 책을 한 권 읽으려면 너무나 에너지가 많이 소모될 것 같아서 선뜻 손에 잡지는 못하고 있다.. 사실상 철학에 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어처구니 없이 어려울 것이 틀림없는 책을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읽은 이유는 모두들 알고 있는 것처럼 책의 제목에서 나타내듯이 우리의 사회가.. 결국은 세계가 정의롭지 못한데 따르는 고민을 반영했을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몇장 읽다가 내팽겨쳐 두었을 것 같다.. 대충 훑어 봐도 쉽지 않은 책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주류가 되고 많은 사람들이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 하고 있을 때 현실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인문학이고 경제학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기는 한다..
뭐라도 좀 알아야 반박을 하지.. 아니.. 최소한 꿈틀이라도 하지..
나 자신도 경제학은 대학에서 한학기 교양수업을 들은게 전부이고 가끔씩 경제학에 대한 책을 읽는게 전부다.. 그렇기 때문에 보고 듣는 경제에 대한 얘기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들을 수 있는 소양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저 나오는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뭔가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도대체 그게 뭔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도 없고.. 모두의 얘기들과 다른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고 간혹 있다고 하더라도 비주류 중의 비주류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정당한 조명을 받지도 못한다.. 그래도 숨통을 좀 트이기 위해서.. 그리고 조금은 반박을 해보고 싶어서 이런 책을 보고 생각이라도 정리를 해 봐야 한다..
애덤 스미스에서 마르셀 모스까지.. 비주류 경제학자들을 본다..
애덤 스미스는 고전경제학의 아버지이니만큼 비주류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이 책은 경제를 잘 몰라도 들어봤을법한 경제학자들과 일반적인 상식으로 봤을 때도 처음 들어 볼 법한 8명의 경제학자들을 8장에 걸쳐서 소개하고 있다.. 소개하는 관점은 신자유주의가 인용하고 있는 경제학자들의 태도가 옳은 것인지.. 또한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경제학자들의 아이디어는 무엇인지를 보고 있다.. 예를 들면 주류 경제학자들이 항상 얘기하는 애덤 스미스가 어떻게 오해를 받고 있는지도 설명해 주고 있고.. 마르크스가 자본가를 비판한 것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면도 있었다는 것들이다.. 경제학을 깊이 읽을 수 없는 일반적인 사람들을 위해서 오해를 받고 있는 경제학자들은 오해를 풀어 주고 잘 모른 경제학자들의 관점을 설명해 주고 있다..
난 칼 폴라니가 좋다..
8명의 경제학자들에 대해 읽으면서 당연히 생각해 왔던 경제와 사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내가 가장 마음에 든 사람은 칼 폴라니(Karl Polanyi, 1986~1964, 터키)이다.. 칼 폴라티를 다룬 장의 부제가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이다.. 이 말이 듣고 싶었다.. 흔히 '노동시장'이라는 말을 아무런 비판도 없이 쓴다.. 언어는 사회를 지배하는 담론을 표현하는 것이고 그 담론은 결국은 구성원들의 의식을 지배한다고 생각을 해 보면 우리는 모두 부지불식간에 우리 자신을 상품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런 개인의 상품화는 결국은 모든 개인의 가치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것들로 바꾸어서 내보여야 하고 그런 것들을 '스펙'이라는 말로 포장되어 상품설명서처럼 나를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치로 표현할 수 없는 나'는 사실상 현재의 사회에서 쓸모없는 것들로 폄하되고 있다.. 이 책에서 써 있듯이.. 우리의 부모님은 우리를 팔기 위해서 낳은 것이 아니다..
쉽게 읽을 수 있으니 좋다..
이 책은 '김종배의 사사톡(사사로운 토크)'이라는 지금은 없어진 팟캐스트에서 방송한 내용을 책으로 옮긴 것이다.. 저자 서문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고'등학교에서 얻은 약간의 기초 지식이 있고 잘 해야 '맨큐의 경제학' 정도를 공부했을 사람들'을 위해서 썼다고 한다.. 나는 '맨큐의 경제학'은 이름만 들어 봤지 어떻게 생긴 책인지도 잘 모르지만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사실상 '맨큐의 경제학'을 몰라도 읽을 수 있으니 책을 집어들 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대담 형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대화를 훔쳐보는 것처럼 친근하게 읽을 수 있고.. 공저자인 김종배씨는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의 상태로 자신의 상태를 설정하고 자세히 물어보기 때문에 (중간중간 잡담도 많이 들어간다.. 이것도 괜찮다.. 어차피 우리도 대화할 때 그러니까..) 더더욱 편하다..
이 책을 읽는다고 나의 경제생활이 좋아질 리는 만무하다.. 이 책 한 권 읽었다고 유식한 사람들 사이에 끼여서 대화라도 할라 치면 알량한 지식으로 엄청나게 까일 것도 틀림없다.. 우리는 그저 삶에 찌든 일반 서민들일 뿐이니까..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지금의 사회가 많이 답답하지만 도대체 그 답답함의 원인이 뭔지 잘 모르겠는 사람들은 사회를 보는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회를 경제학적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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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담 2014-10-09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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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구하는 경제학-결국 경제학은 사람을 위한 것
고1 때 사회 시간 이후로는 경제학을 공부한 적이 없었고, 경제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GNP(국민 총생산)와 GDP(국내 총생산)도 헷갈리고 리먼 브라더스가 왜 망했는지도 모르고 있는 내 자신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 나 자신의 재정 관리를 위해서라도,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 정책들이 올바른 건지 제대로 시행되고 있기는 한지 알기 위해서라도 경제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년부터 경제학 책을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경제학 공식이나 법칙을 설명하기보다는, 경제학이 실질적으로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해 주는 책들을 읽고 있다. 이 책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도 그런 책이다. 이 책은 팟캐스트 방송 '김종배의 사사로운 토크'에서 사회학자 조형근 교수와 시사평론가 김종배가 진행했던 코너 '꼬투리 경제학'의 내용을 정리, 보충한 책이다. "경제라면 고등학교에서 얻은 약간의 기초 지식이 있고 잘 해야 『맨큐의 경제학』 정도를 공부했을 사람들"을 위해 썼다지만, 고등학교에서 얻은 기초 지식도 다 잊어버렸고 맨큐의 경제학은 이 책 서문을 읽고 그 존재를 알게 된 나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물론 검색의 힘이 좀 필요했지만.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이라는 제목대로 이 책에 소개되는 경제학자들이 고민했던 것은 경제학이 사회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 경제학이 인간의 삶에 어떻게 접목되어야 하는가, 였다. 자본가들은 이들 경제학자들이 쓴 경제학 고전마저 거대 자본과 시장 논리를 옹호하는 근거로 이용하고 있고, 지금의 주류 경제학은 거대 자본과 시장 논리에 치우쳐져 실제 인간의 삶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 책은 거기에 맞서 말한다. 경제학의 기초를 다진 이들 경제학자들이 고민한 것은 인간의 경제 현실이었다고. 경제학의 지향점은 결국 인간이어야 한다고.
이 책은 애덤 스미스에서 마르크스, 케인즈, 슘페터까지 경제학의 기초를 다진 경제학자 여덟 명의 이론 중에서도 우리의 현실 경제 문제와 맞닿아 있는 부분들을 살펴보고 있다. 타인과 상생하며 사는 삶을 중시했던 애덤 스미스, 노동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고민했던 마르크스, 협동조합에서 서로를 돕는 선물경제의 가능성을 본 마르셀 모스 등의 모습을 통해, 이들 경제학자들이 생각했던 경제학의 토대이자 지향점은 결국 인간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의 경제 현실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고민한 결과가 그들의 경제학 이론이었던 것이다. 그들의 고민과 대안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지금의 자본주의의 한계를 넘어 우리의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가볍지 않지만, 주제를 다루는 방식은 딱딱하지 않다. 평범한 생활인의 눈높이에 맞춘 김종배의 질문과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알찬 조형근 교수의 대답을 통해 이들 경제학자의 이론을 즐겁게 배울 수 있다. 애덤 스미스를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칭송하면서, 정작 그의 이론 중 타인과 약자를 배려하는 도덕 원칙은 무시하는 재벌들을 "경제학의 패륜아들"이라고 하고,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개신교가 경제 발전에 유리하다는 취지로 오용하는 사람들에게 "베버의 책을 안 읽은 티가 확 난다"고 말하는, 이들의 거침 없는 입담은 읽는 사람의 속을 시원하게 만든다. 평생 마르크스를 경제적으로 지원했던 엥겔스의 우정과, 화려한 연애 경력 끝에 정착한 아내를 향한 케인즈의 순애보 등 경제학자들의 숨겨진 개인사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경제학이 숫자와 공식이 아닌 우리의 현실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은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삶을,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각 챕터 끝에는 더 읽을거리들의 목록이 있는데, 여기에 있는 책들을 통해 각 학자들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할 수 있다. 유튜브에 '꼬투리 경제학' 10강이 모두 올라와 있는데, 실제 방송된 내용과 책의 내용을 비교하면서 어떻게 수정되고 보완되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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