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 “한미일 걸림돌이라 정의연 공격” 진중권 “스탈린주의 괴물이었나”
박노자 교수 “조선·동아일보, 이미 사주 사조직”… 진중권 “믿었던 사람들 괴물돼” 비판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이메일 바로가기
승인 2020.05.31 20:23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가 정의연(정의기억연대·옛 정대협)에 대한 집중포화를 “정의연이 한미일 삼각동맹의 ‘발전’에 걸림돌이 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01년 한국인으로 귀화한 러시아 태생의 박노자 교수는 이방인 눈으로 한국사회 문제를 예리하게 짚는다는 평가를 받았던 진보 인사다.
박 교수는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윤미향 당선인을 미친 듯이 공격하는 극우보수 매체들은 기본적으로는 ‘연일론’, 즉 한국-미국-일본 삼각 동맹 강화론자들”이라며 “그들에게 윤미향 당선인의 ‘조직의 사조직화’ 등 의혹은 문제가 됐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교수는 “조선일보 조직은 방씨 족벌에 의해 1930년대 중반부터 이미 사조직화돼 왔으며 동아일보 조직은 애당초부터 김성수-김연수와 그 후손 집단의 사조직”이라며 “사조직화나 비합리적 운영 등으로 치면 정의연보다 100배, 1000배 더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피해자들의 지원자(윤미향)에 대한 불만이 아니다”라며 “그들이 보기에는 ‘위안부’ 인권 회복 운동 그 자체는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 즉 중국을 암묵적으로 겨냥하는 자민당과의 파트너십 강화의 ‘장애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보수신문 공격 이면에 ‘친일’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31일자 페이스북 갈무리.
박 교수는 “피해자(이용수 할머니)와 지원자(윤미향) 사이의 노골화된 갈등 국면을 이용해 저들은 그 ‘장애물’을 제거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자유주의 진영은 공격에 대놓고 참여하진 않아도 공격을 말리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아베를 싫어하더라도 아베가 일본 수상인 만큼 아베와의 ‘소통’을 해야 할 것이며 ‘관계 관리’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 입장에서는 일본의 ‘과거’를 캐내는 운동은 ‘불편’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주의 정당, 즉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정의연 사태를 사실상 관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사회주의적, 평화주의적 진보 입장에서는 이 운동의 내재적 문제(피해자와 지원자의 소통 부족 등등)를 지적하면서도 모든 ‘의혹’에 대한 공정한 조사를 기대하면서도 일차적으로는 마녀사냥을 당하는 운동가들을 응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뒤 “한미일 삼각 동맹은 미래 전쟁 가능성을 내포하는 한편, 정의연 운동은 일본뿐 아니라 세계 전체 전시 성폭력을 문제 삼은 기본적으로 반전 평화를 위한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의혹 제기를 구분하지 않고 ‘마녀사냥’으로 규정한 뒤 선악을 구분하는 시각에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박 교수 발언 인용 기사를 공유하고 “믿었던 사람들이 괴물이 되어가는 것을, 아니 어쩌면 오래 전부터 스탈린주의 괴물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큼 끔찍하게 우울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다른 페이스북 글에서는 “대체 누구를 위한 운동인지. 할머니들은 일제에 젊음만 빼앗긴 게 아니라 일제에 젊음을 빼앗겼다고 말할 자격까지 윤미향에게 빼앗겨 버렸다”며 “어느새 이 할머니가 아니라 윤미향이 운동 주인이 됐다. 그러니 운동을 지키려면 윤미향을 살리고 할머니 목소리를 잠재워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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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익숙해져서 더이상 감정적 반응을 하지 않지만, 그래도 '스탈린주의자' 같은 소리를 들을 때마다...은근히 조끔 억울하긴 합니다. 사실, 1920년대 쏘비에트 공산당 내에서의 토론들에 있어서는 저는 스탈린보다는 어떤 부분에서는 트로츠키를,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는 부하린을 훨씬 더 가깝게 생각합니다. 당내 민주주의 복귀 문제에 대해 트로츠키의 말을 더 신뢰하는가 하면, 부하린의 온건한 노-농관계론이 더 올바르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 연구하고 있는 상당수의 역사 인물들 (양명, 김단야, 이성태, 남만춘, 박진순....)은 바로 스탈린 대숙청에 희생 되신 분들입니다. 현재 제 연구의 목적은, 그들의 활약의 세계사적 의미, 맥락과 역사적 결과들을 구미권 독자들에게 전하는 것입니다. 스탈린의 피해자들을 연구해도 "스탈린주의자"가 되나요?
아마도 한국의 극우들이나, 그 극우들의 우군이 된 과거 좌파 출신들에게는, 쏘련/러시아 출신에다가 그 과거의 역사적 경험 전부에 대해 "후미에" (踏み絵 - 덕천막부 시절에 천주교 신도 용의자들에게 막부 관료들이 그 신앙의 부정의 의미에서 요구했던 성모 마리아 성상 밟기, 즉 스스로에 대한 전반적 부정)를 하지 않으려는 모든 사람들은 일단 "스탈린주의자"로 보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과 다른 역사적 경험을 가진 모든 지역 - 예컨대 월남이나 중국 등까지 포함해서 - 출신들에게는 대한민국에서 그 역사적 과거에 대한 스스로의 부정을 '충성 서약"처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인가요? 이게 저들이 생각하는 "자유민주주의" 모습인가요?
그건 그렇고, 진 전 교수님께서 지적하시는 한국 시민 단체들의 '문제'에 대해 저도 실은 절감해온 바 있습니다. 종종 해당 분야를 독점하려는 패권적 태도부터 단체의 사조직화, 단체 지도자의 정치적 야심이나 정치권과의 유착 등의 문제들이 노출되곤 합니다.
이는 분명 시민 사회에서 반성의 대상이 돼야죠. 그리고 시민 운동가는 당연 여/야 등 제도권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적이다는 것은 미덕이고, 정치권으로의 '영입'은 전혀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 윤미향 의원 등에 대한 마녀사냥을 주도하는 족벌 신문이나 재벌 신분들은 스스로부터 이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운가요?
동아일보를 100년동안 소유해온 김씨 집안은 사조직은 아니고 무엇인가요? 온갖 추문에 휩쌓인 Ch일보의 P가는 사조직이 아니고 공조직인가요?
삼성일보나 순복음일보 등등은 독립된 언론들인가요? 조중동은 정치권과 유착되지 않고 있나요? 저들이 정의연을 미치듯이 공격하는 이유는 '보다 나은 시민 운동"을 위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저들에게 '걸림돌'이 되는 존재를 제거시키는 방법일 뿐입니다. 이 일에 과어 좌파 출신의 논객까지 가세하다니, 좀 슬픈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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