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총수 구속이 국가 위기? 삼성공화국 경영학 교수의 자괴감 / 이한상 : 네이버 뉴스
[시론] 총수 구속이 국가 위기? 삼성공화국 경영학 교수의 자괴감 / 이한상
신문31면 1단 기사입력 2020.06.29. 오후 3:04 최종수정 2020.06.29. 오후 7:08 기사원문 스크랩 본문듣기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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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적절성을 검찰 외부 각계 전문가들이 심의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이 결정된 1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한상 ㅣ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검찰의 과잉 수사 및 제 식구 감싸기 등 기소독점권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지난주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사회 각 분야’(운영지침 제4조)에서 위촉된 위원들은 삼성 지배권 승계 의혹 사건과 관련하여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검찰에 권고했다.
이 제도는 약자 구제책인데, 이 부회장은 약자인가? 양창수 위원장은 최지성 전 삼성미래전략실장과 친구라며 회피 신청을 냈다. 그러나 그는 대법관으로 2009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배임 건에 무죄 의견을 냈고, 지난달엔 이 부회장을 옹호하는 신문 칼럼을 썼다. 무죄에 동조한 다른 대법관 김지형은 현재 법원의 맞춤형 봐주기 숙제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말을 건넬 수 있다는 최재경 전 민정수석은 삼성의 법무를 총괄한다. 법조계 최고의 전관 프리미엄을 누린다는 한승 전 전주지방법원장은 이 부회장 변호팀이다. 전관들이 모여 회장님을 위해 약자 보호 시스템을 악용한다.
삼성물산 시세조종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건은 수사기록만 20만쪽, 공소장도 150쪽이 넘는 복잡한 사안이다. 사회 각 분야 위원들이 짧은 시간에 안건을 숙지해 반나절에 결정할 성격이 아니다. 결국 삼성 측 표현처럼 ‘기업활동에 전념해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기회’를 주자는 여론이 위원회 결정의 배경으로 보인다.
총수의 구속은 나라 경제의 위기로 번지는가? 근거가 없다. 과거 한화, 에스케이(SK), 씨제이(CJ), 태광은 물론 지난번 이 부회장의 구속 기간 동안 이들 회사의 설비투자, 순이익, 주가는 오히려 상승했다. 검찰이 권고를 따르지 않아 생긴다는 여론의 비난은 근거 없는 기우다. 반면, 검찰이 권고를 따르면 앞으로 중요한 기업범죄 피의자들이 국민 정서를 방패로 비전문가들의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해 면죄부를 구할 길이 열린다. 검찰이 좌고우면하지 말고 기소해야 하는 이유다.
삼성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경제의 주역이다. 그러나 무리한 승계 과정의 불법들은 자본주의 국가 대한민국의 근간을 허물고 있다. 많은 회사 임원들과 전문가들이 범법자가 되어 기업윤리가 파괴되었다. 자본시장의 질서가 훼손되고, 회계 투명성이 악화되었다. 나는 묻는다, 왜 이렇게까지 합니까? 초엘리트 삼성 사람들은 답한다. 상속세 내고 어떻게 경영권을 승계합니까?
외국 학자들은 그 개념도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형 경영권이란 무엇인가? 현대 주식회사 제도의 기업 지배구조를 무력화해 상장회사를 개인 금고, 사병 집합소로 만들고 이해관계자와 사회에 행사하는 경제권 이상의 특수 권력이다. 총수 지위를 전근대적 신분으로 치환해 군림하되 어떠한 잘못도 책임지지 않을 권리다. 회사를 공공선을 위한 사회적 공기가 아니라 사익 편취와 인격 지배의 장으로 활용할 권리다.
자본주의적 지배구조는 권한과 책임, 위험과 보상의 비례를 요구한다. 자본주의적 정의는 무엇인가? 나심 탈레브의 말처럼 “1%의 부자들도 자신의 판단 결과로 현재 위치에서 떨어져나갈 수 있는 리스크”가 상존하는 동적 평등(ergodicity)이다. 그래서 회사는 회장님 것이며 ‘케이(K)-경영권’은 디엔에이(DNA)에 따라 세습이 가능하다는 인식은 전근대적이고 반자본주의적이다. 국민들이 삼성 잘하는데 딴지 좀 걸지 말라는 단순 논리로 정의에 눈감으면 우리는 신분 사회로 퇴행한다.
경영학을 가르치며 학생들에게 바른 윤리 기준을 가지고 치열한 혁신 활동을 통해 최고의 인재가 되어 기업을 장악하고 대한민국을 성장시키자는 희망을 말하고 싶다. 그러나 2020년 삼성공화국의 경영학자는 조신한 회사생활, 영민한 사내정치, 빠른 가신그룹 진입이 현실의 성공방정식임을 알려야 하는 자괴감에 괴롭다.
경제를 챙기며 대통령은 피의자 신분인 이 부회장을 열번 이상 만났다. 경제는 경제고 정의는 정의다. 일개 위원회의 불투명한 절차를 악용해 범죄혐의자가 사법절차를 우회하는 길이 열리면 나라의 기강과 자본주의적 경제 질서는 근본부터 무너진다. 재판 후 유죄 확정에도 국민 대다수가 선처를 원하면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온전히 지고 사면을 하면 그뿐이다. 어려울수록 정도를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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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ch****댓글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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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합니다..돈으로 정의를 사는 사회는 반민주적입니다.2020.06.29. 15:23
답글9공감/비공감공감157비공감25
fish****댓글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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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하신 소신에 존경을 표합니다.2020.06.29. 15:25
답글2공감/비공감공감85비공감19
onej****댓글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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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본인이 국가경제를 일으키려는 목적이 있다고 해도 편법과 불법으로 세습받은 인물을 눈감아주고 국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을 주는 것부터 반민주적 반자본주의적.. 보수언론에서 그렇게 까는 북한이랑 다를게 없는데2020.06.29. 15:38
답글1공감/비공감공감71비공감15
ilho****댓글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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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총수구속으로ㅈ 우치되고 그럼 나라경제가ㅎㅎ이런 논리 이제 그만둘때도 되지 않았냐삼성이란 조직이 이재용하나에 의해 운영되냐 그조직의 구성 원들에 운영되는거지지금의 논리는 삼성학심 구성원의 밥그릇 챙기기 논리에 불과하고저딴식 운영은 오히려 기업이 추구하는 효율성 측면에서 마이너스다 구카적으로도 그렇고삼성은 이씨일가 개인기업이라기 보단 국민기업이다 근데 하는짓은 아직 이씨일가 개인기업 이히일가가 가진지분이 얼마인지 함봐라 죄지은건 죄지은거고 삼성은 삼성이다이젠 이히일가의 속임수에 속아선 안된다2020.06.29. 15:37
답글0공감/비공감공감55비공감14
kpri****댓글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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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사면권은 대통령에게 있지 검찰청 내규속 수사심의위에 있나? 그러고도 민주주의고 법앞에 평등이냐?2020.06.29. 15:33
답글0공감/비공감공감41비공감3
snuk****댓글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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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하게 세금 내고 상속받으면 될걸 그돈 내기 싫어서 불법 저지른건데 국가경제 운운하면서 사면한다고? 나라경제 위하는 사람은 세금 떼먹고 딴 사람들 피해줘도 면제부 받냐. 어이없네. 있는자일수록 모범을 보여야지2020.06.29. 16:46
답글0공감/비공감공감12비공감3
lee_****댓글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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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합니다. 기소조차 못한다면 말이 안되죠...2020.06.29. 16:32
답글0공감/비공감공감10비공감1
andh****댓글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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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메디~~ 이런 코메디가 없지...용이 죄값받는다고 나라가 망한다니뭔 개똥같은 코메디가...전문경영인이 잘하고 있어~아무 상관없어~~2020.06.29. 16:20
답글0공감/비공감공감9비공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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