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책, 한국 정부 창의력과 악전고투 드러나"[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673]
김현경 MBC 북한 전문기자
20.06.28
이영광(kwang3830)
공감42 댓글5
▲ 북한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에서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보류하겠다고 밝힌 뒤 대남비난 기사를 통한 여론전도 사실상 중단한 25일 인천 강화군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남도 연안군의 북한 초소.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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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상황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발단은 일부 탈북민단체가 살포한 대북전단이었다. 지난 4일과 13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원색적으로 비판하며 남북 연락사무소의 폭파를 예고했다. 그리고 16일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를 실행에 옮겼다. 북한은 또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변경해 군사행동을 할 것을 예고했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3일 주재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에서 군사행동 보류를 결정했다. 3주 사이 남북이 냉·온탕을 오간 느낌이다. 한반도 정세를 오랫동안 취재해 온 김현경 북한전문기자는 이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24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김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북한, 어느 정도 성과 거둬 숨고르는 중"
▲ 김현경 MBC 북한 전문기자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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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들어 숨 가쁘게 돌아가던 한반도 정세가 숨 고르기 하는 것 같아요. 일련의 흐름을 어떻게 보고 계세요?
"아시다시피 최근 북한은 대남전단을 고리 삼아 남북관계 전반과 북미 협상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냈습니다. 당국 관계뿐 아니라 주민과 군부의 불만까지 표출되면서 실제로 개성연락사무소 폭파를 행동으로 옮겼고 내부적으로 대남 관계를 대적 관계로 근본적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내부에서는 적개심을 고취시키는 여러 가지 행동들을 했었죠.
그러나 위기를 고조시키던 상황 속에서 북한이 바로 오늘(6월 24일) 아침에 어제 회의에서 한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발표했습니다. 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 회의'라는 특별한 형식의 회의에서 군사 행동계획을 '보류'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래서 고조됐던 위기가 약간은 새로운 전기를 맞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그럼 이건 하나의 시나리오였을까요? 아니면 우리 반응을 보고 북한이 태도를 바꾼 걸까요?
"북한은 대남관계의 성격을 대적 관계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교류협력과 접촉의 장이 필요없다면서 그 상징으로 연락사무소를 폭파했죠. 그 다음에는 군사행동 계획을 예고했습니다. 어디까지 갈 것인가? 그 답은 '갈 데까지 가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갈 데의 끝이 어딘지는 알 수 없었지요.
그런데 그 시작에서 '전단'이라는 고리를 걸었죠. 당시 남한의 태도를 보아가면서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었죠. 그런데 그 이후 몰아붙이는 양상이 쉽게 멈출 것 같지는 않았지만, 지금 보면 큰 흐름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강력한 대남 압박을 해가면서 남쪽의 태도와 조성되는 정세를 봐서 공언한 대로 끝을 향해 더 갈 수도 있고, 행동의 속도와 범위를 수정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었던 것 같습니다."
- 왜 남북연락사무소였을까요? 거기 북한이 말하려는 메시지가 있을 것 같거든요.
"북한이 명명백백하게 밝혔잖아요. 남북관계의 성격을 교류가 아닌 적과의 관계로 전환할 거기 때문에 접촉의 장은 필요 없고 연락선을 끊겠다는 상징이 연락사무소고, 방법이 폭파였습니다. 근데 그게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북한은 자기들 기준에서 시각적으로, 감정적으로, 가장 충격을 받을만한 장면을 연출해서 최대의 성과를 낸다는 판단이었을 겁니다. 이걸 실행에 옮긴다면 다른 것도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메시지, 자기들은 말하면 그대로 한다는 '시범'을 보여주기에 가장 효과적인 케이스로 택한 거 같아요."
- 전 연락사무소 폭파를 문재인 정부와 대화를 아예 끊겠다는 의지로 봤거든요. 그러나 오늘(24일) 메시지를 보면 아예 끊을 생각은 아닌 것 같아요.
"그렇죠. 북한은 남측이 4.27, 9.19 정상합의를 이행하지 않기 때문에 남북관계를 되돌린다고 선언하고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죠. 그런데 김여정 부부장이 처음에 전단을 강조했어요. 전단은 명백히 남북이 합의한 거죠. 우리야 민간이 하는 거라고 할 수 있지만, 그 합의를 법제화 할 거라고 했거든요.
다시 말해 남측이 전단 금지 합의를 이행하지 못한 걸 놓고 북한은 '요거 딱 걸렸다'고 걸어서 행동을 한 거죠. 갈 데까지 가겠다고 선언은 했지만, 전단에 대한 대응 행동을 고리로 여지를 열어놨고, 지금 자기들이 판단했을 때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둬서 잠깐 쉬어 가면서 상황을 추스르는 것 같습니다."
"탈북민 국회의원 당선도 영향 미쳤을 것"
- 왜 지금 대북전단을 문제 삼은 걸까요?
20.06.28
이영광(kwang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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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에서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보류하겠다고 밝힌 뒤 대남비난 기사를 통한 여론전도 사실상 중단한 25일 인천 강화군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남도 연안군의 북한 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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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상황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발단은 일부 탈북민단체가 살포한 대북전단이었다. 지난 4일과 13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원색적으로 비판하며 남북 연락사무소의 폭파를 예고했다. 그리고 16일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를 실행에 옮겼다. 북한은 또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변경해 군사행동을 할 것을 예고했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3일 주재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에서 군사행동 보류를 결정했다. 3주 사이 남북이 냉·온탕을 오간 느낌이다. 한반도 정세를 오랫동안 취재해 온 김현경 북한전문기자는 이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24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김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북한, 어느 정도 성과 거둬 숨고르는 중"
▲ 김현경 MBC 북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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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들어 숨 가쁘게 돌아가던 한반도 정세가 숨 고르기 하는 것 같아요. 일련의 흐름을 어떻게 보고 계세요?
"아시다시피 최근 북한은 대남전단을 고리 삼아 남북관계 전반과 북미 협상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냈습니다. 당국 관계뿐 아니라 주민과 군부의 불만까지 표출되면서 실제로 개성연락사무소 폭파를 행동으로 옮겼고 내부적으로 대남 관계를 대적 관계로 근본적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내부에서는 적개심을 고취시키는 여러 가지 행동들을 했었죠.
그러나 위기를 고조시키던 상황 속에서 북한이 바로 오늘(6월 24일) 아침에 어제 회의에서 한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발표했습니다. 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 회의'라는 특별한 형식의 회의에서 군사 행동계획을 '보류'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래서 고조됐던 위기가 약간은 새로운 전기를 맞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그럼 이건 하나의 시나리오였을까요? 아니면 우리 반응을 보고 북한이 태도를 바꾼 걸까요?
"북한은 대남관계의 성격을 대적 관계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교류협력과 접촉의 장이 필요없다면서 그 상징으로 연락사무소를 폭파했죠. 그 다음에는 군사행동 계획을 예고했습니다. 어디까지 갈 것인가? 그 답은 '갈 데까지 가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갈 데의 끝이 어딘지는 알 수 없었지요.
그런데 그 시작에서 '전단'이라는 고리를 걸었죠. 당시 남한의 태도를 보아가면서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었죠. 그런데 그 이후 몰아붙이는 양상이 쉽게 멈출 것 같지는 않았지만, 지금 보면 큰 흐름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강력한 대남 압박을 해가면서 남쪽의 태도와 조성되는 정세를 봐서 공언한 대로 끝을 향해 더 갈 수도 있고, 행동의 속도와 범위를 수정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었던 것 같습니다."
- 왜 남북연락사무소였을까요? 거기 북한이 말하려는 메시지가 있을 것 같거든요.
"북한이 명명백백하게 밝혔잖아요. 남북관계의 성격을 교류가 아닌 적과의 관계로 전환할 거기 때문에 접촉의 장은 필요 없고 연락선을 끊겠다는 상징이 연락사무소고, 방법이 폭파였습니다. 근데 그게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북한은 자기들 기준에서 시각적으로, 감정적으로, 가장 충격을 받을만한 장면을 연출해서 최대의 성과를 낸다는 판단이었을 겁니다. 이걸 실행에 옮긴다면 다른 것도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메시지, 자기들은 말하면 그대로 한다는 '시범'을 보여주기에 가장 효과적인 케이스로 택한 거 같아요."
- 전 연락사무소 폭파를 문재인 정부와 대화를 아예 끊겠다는 의지로 봤거든요. 그러나 오늘(24일) 메시지를 보면 아예 끊을 생각은 아닌 것 같아요.
"그렇죠. 북한은 남측이 4.27, 9.19 정상합의를 이행하지 않기 때문에 남북관계를 되돌린다고 선언하고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죠. 그런데 김여정 부부장이 처음에 전단을 강조했어요. 전단은 명백히 남북이 합의한 거죠. 우리야 민간이 하는 거라고 할 수 있지만, 그 합의를 법제화 할 거라고 했거든요.
다시 말해 남측이 전단 금지 합의를 이행하지 못한 걸 놓고 북한은 '요거 딱 걸렸다'고 걸어서 행동을 한 거죠. 갈 데까지 가겠다고 선언은 했지만, 전단에 대한 대응 행동을 고리로 여지를 열어놨고, 지금 자기들이 판단했을 때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둬서 잠깐 쉬어 가면서 상황을 추스르는 것 같습니다."
"탈북민 국회의원 당선도 영향 미쳤을 것"
- 왜 지금 대북전단을 문제 삼은 걸까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첫째는 곧 미국 대선이 있을 예정이고, 문재인 정부도 임기 후반입니다. 북한은 기존의 북미협상 판 그대로 돌아오지 않고 리셋해서 돌아오고 싶겠지만 미국에서 북한 핵 문제는 잊힌 이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으로 시작했던 북미 협상이 끝까지 갈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다시 해볼 마지막 기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입니다.
두 번째는 어차피 남북교류는 코로나 때문에라도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죠. 세 번째는 대북 전단과 그 문제를 일으키는 탈북민 단체를 이대로 둬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탈북민 국회의원 당선도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탈북민들의 반북 운동을 토대로 경제적 이권을 획득하고, 탈북민 국회 진출이 이뤄지고, 한국 사회를 넘어 해외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는데 이걸 멈추고 싶었겠지요.
북한이 전단 문제를 표적으로 삼은 것은 전단 그 자체의 문제뿐 아니라 그 뒤 북한에 대한 증오를 바탕으로 대내외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반통일 반북 활동의 구심점이나 지원 세력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를 표적으로 삼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대북전단 보내는 건 어떻게 보세요?
"21세기에 대한민국의 품위를 생각해도 그러면 안 되죠, 대북전단은 당연한 표현의 자유가 아닙니다. 인터넷에 올린 글도 위법이면 책임을 지는 게 대한민국이에요. 게다가 대북 전단은 전단과 쌀과 정보가 담긴 USB를 수소가스 헬륨가스를 넣은 비행체에 넣어서 남북의 군대가 대치하는 군사분계선을 물리적으로 넘어 들어가는 행위를 시도하는 것입니다. 이건 심리전, 또는 물리적 침범행위로 받아들여지죠. "
- 북한이 이러는 건 우리 정부가 합의를 이행하지 않아서라는 주장도 있어요. 그럼 합의 이행 안 한 걸까요. 아님, 못한 걸까요.
"못 하는 거죠. 못하는 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꼭 미국 탓만 할 것도 아녜요. 한미워킹그룹 회의라는 허들을 헤쳐나가는 데는 우리의 실력이나 의지가 필요합니다. 의도적으로 합의 이행을 회피하는 건 아니지만 합의 이행을 못 하는 데는 실력과 의지가 부족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미국과 유엔 대북제재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 바탕에는 북핵 문제가 있고요. 우리의 여건이 북한 핵 문제 해결과 유엔제재는 발걸음을 맞춰 갈 수밖에 없고 우리는 그 여건을 완전히 무시하거나 초월할 수 없기 때문에 여건의 제약이 큰 것도 사실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여건 속에서, 또는 여건을 조금씩 개선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고, 그건 우리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은 한미워킹그룹 받은 게 패착이라고 하던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죠. 한미워킹그룹을 만든 이유가 사사건건 유엔 제재 심의위원회로 가져가다 보면 시간이 너무 걸리기 때문에 이걸 단축할 패스트트랙으로 생각한 거죠. 그럼 그 제도가 그렇게 운용이 되도록 했어야죠. 저는 그 제도 때문에 못 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제도를 활용해서, 본래의 취지에 맞게끔 우리의 의도를 관철하려는 노력과 실력이 더 필요했다고 봅니다."
- '문재인 정부가 너무 미국 눈치 본다'는 지적도 있는데.
"눈치 봐야죠. 외교가 눈치 봐 가면서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눈치도 봐가면서 때로는 큰소리도 쳐 가면서 하는 게 외교일 겁니다. 제가 보기에는 정부 부처 간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외교부 역할, 통일부 역할, 국방부, 국회, 시민사회 역할이 각각 있다고 봅니다.
이게 유기적으로 되면 좋겠는데 통일부가 좀 소극적인 게 아쉬워요. 외교부가 남북관계에 대한 우리의 목소리를 미국에 잘 전달하면 좋겠지만, 그보다는 통일부가 좀 더 목소리를 높이고,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에 옮기도록 할 수 있는 만큼 최대치로 나가주고, 정치권이나 시민사회도 그걸 푸시해주면 좋겠죠."
- 지난 17일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사의를 표명했고 문 대통령이 수리했죠.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라도 외교안보 라인의 교체가 필요한 것 아닐까요?
"정말 안타깝습니다.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되는 충격적인 결과를 놓고 통일부장관이 정치적 책임을 지기로 결단했습니다. '정치적 책임'이 정확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분위기 쇄신의 필요성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항간에서는 '그게 뭐 통일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다고 그 왜 통일부 장관만 물러나냐'는 비판도 있는데요. 사람 바꿔서 문제가 해결될 거 같으면 얼굴 싹 바꾸죠. 그런데 지금은 그게 아니잖아요? 북한이 새로운 합의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그게 필요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 합의를 지키라는 거죠.
"그렇죠. 행동할 때지 언제까지 합의만 하고 있을 거냐는 말이죠. 그 말은 이제 결실을 만들어야지 처음부터 끝까지 싹 다 갈아엎자거나 여태까지 있었던 건 없던 일로 하고 새로운 길을 걷자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게 보면 국면 전환 과정에서 통일부 장관이 책임을 지고 퇴진한 것은 안타깝지만, 그것이 밀알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참에 좀 더 말씀드리자면 통일부 구성원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자기들의 역할을 모색하고 역할 공간을 넓히지 않는 한 다음 통일부장관이 누가 되더라도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미워킹그룹 과정에서 강하게 의견을 내야 할 부처도 통일부이고, 교류 협력 실행과 촉진에 가장 적극적이어야 할 부처도 통일부입니다. 그런데 통일부는 정책 부서라는 인식이 너무 강합니다. 지금은 새로운 합의서를 만드는 것보다 합의를 이행, 실행해야 하는데 실제 실행부처라는 정체성은 약하지 않냐는 겁니다."
- 통일부가 처한 여건이 열악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 여건을 누가 만들어주나요? 2018년 판문점 합의 이후 1년 동안 통일부의 역할이 절실할 때 소극적으로 임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그게 아쉽습니다. 한 가지만 예를 들면 2019년 금강산의 해맞이 남북 행사 때 우리 기자들이 대북제재에 묶여서 방송용 카메라 못 들고 들어가는 그 참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금까지 그런 적이 없는 건 물론이고,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때 미국 기자들이 다 방송용 카메라 들고 들어갔는데 왜 우리 기자들이 금강산 가는데 왜 방송용 카메라가 못 들어갑니까? 그것도 하나 해결도 못해서 출입기자들을 관광객용 카메라를 들려서 보내는 그런 실력과 태도로 여건 탓만 하면 안 되죠."
- 지금 청와대가 대북정책 주도하는 건 맞다고 보세요?
"이번에 볼턴 회고록에서도 보셨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정책 방향과 국정철학과 방향성과 아젠다를 제시하는 것은 대통령의 역할이 맞다고 봅니다. 과거 우리 정부가 통일방안 마련할 때, 통일부가 많은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 통일부의 역할은 정상간 합의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교류 협력을 통한 신뢰 구축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역량을 보이면 됩니다. 우리 기자들 일반 카메라 들고 가게 하는 게 아니라요.
여건을 말하는데, 문재인 정부가 여건이 마련돼 있어서 남북정상회담하고 북미회담 중재한 게 아니었죠. 여건을 만들어나갔던 거예요. 통일부의 일이 그렇습니다. 여건이 안돼서 열매를 못 딴다? 민간의 어느 조직, 어느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그런 말을 하나요?
개인적으로 저는 통일부가 제 오랜 출입처였고, 제 커리어의 기반입니다. 막말로 밥줄입니다. 치열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분단 75년 차 통일부, 남북정상회담을 5차례, 북미정상회담을 3차례나 한 21세기의 통일부에 대한 시대적 요구는 뭔지, 뭘 만들어내야 하는지 적극적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 정부, 지치지 말고 계속 돌파해 나아가야"
▲ 김현경 MBC 북한 전문기자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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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정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잘해야죠(웃음). 볼턴 회고록이 아주 많은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볼턴 주장의 핵심이 뭡니까? 한국 정부가 한 일은 자기 국익에 맞춰서 창의력을 발휘했고, 미국 대통령까지 움직였다. 그 말이잖아요. 그리고 자기가 그걸 막았고, 그 열악한 환경에서 우리 정부가 악전고투했는지 거기 다 드러나죠.
앞으로도 이런 노력이 지속돼야 하는데 여건은 훨씬 좋지 않습니다. 뭔가 결실을 맺을 수 있다면 좋고, 당면하게는 위기 고조, 북한의 도발, 상호 적대적인 상황 관리를 잘해야 할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외교 안보 부처에서 보였던 역량의 분산, 거칠게 말하자면 무기력과 난맥을 극복하고 어떻게든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어서, 시너지와 역량과 효율을 발휘해야 합니다.
가장 역량을 집중해야 할 분야는 탈선 일보 직전인 비핵화의 트랙입니다. 북미 협상의 궤도에서 완전히 탈선하지 않도록 하고 전기를 마련할 방법들을 끈질기게 모색해야 된다고 봅니다.
북한은 하노이의 기억을 완전히 삭제하고 싶겠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최초의 북미정상회담 이전으로 돌아가는 걸 원하지는 않을 겁니다.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마지막 기대가 있을 수 있습니다. 탈선하지 않고 가다 보면 다른 기회를 모색할 여건을 만날 수도 있고, 지금까지 그래왔듯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여건과 명분을 만들면서 지치지 말고 상황 관리와 돌파를 해 나가야 할 겁니다."
- 전문가들 사이에서 정상회담 필요성이 계속 나와요. 현재 상황에서 정상회담이 가능할까요?
"필요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가능할지는 별개의 문제죠. 아주 현실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쉽지 않습니다. 첫째, 뭔가 성과에 대한 전망이 있어야 하지만 한계가 있고요, 두 번째는 코로나19라는 여건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어려운 여건을 헤치고 온 것처럼 앞으로도 지치지 않고 해 나가는 게 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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