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28

‘쪽발이’ :고바야시 마사루(1927-1971) 월간조선

‘쪽발이’ : 월간조선


‘쪽발이’

글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소설 '쪽발이'의 작가


일본의 서점에 가면 한국을 비판하는 책이 많이 있다. 대나무 숲처럼 책들이 꽉 들어찬 서가 속에서 “일한(日韓) 사랑의 환상”이 필자의 눈에 들어왔다. 그럴듯한 제목이라서 펼쳐 보았더니, 주로 ‘한류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저자가 일본인이 아닌 한국 사람이어서 깜짝 놀랐다.
오선화(吳善花) -

그녀의 경력 난에는 “1956년 생으로 ‘83년에 일본에 건너와 대동(大東)문화대학에서 영어학을 전공했고 도쿄외국어대학원을 수료하였으며, 현재는 다큐쇼쿠(拓植)대학 국제개발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고 쓰여 있었다. ‘착한 꽃(善花)’의 이름을 가진 그녀가 한국 비판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선화는 ‘치맛바람’, ‘일본의 교만(驕慢)과 한국의 오만(傲慢)’ 등 15년 동안 40여권의 책을 냈다고 한다.

한국을 비판하는 책을 한국 사람이 찍어내고 있으니 일본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 할까?
지난해 MBC PD수첩에서 방영한 그녀의 발언을 보면 경악을 금할 수 없다.
“한반도는 태풍이 거의 오지 않는다. 일본이 다 막아준다. 한반도에서 보면 고마운 일이다.”
참으로 한심한 사람이다.
구상 詩人의 ‘최후진술’이라는 시 한편을 그녀에게 보내야 할 것 같다.

"내가만일
조국을 팔았다면
그 앞잡이가 되었다면
또 그 손에 놀아났다면
재판장님!
징역이 아니라
사형(死刑)을 내려주십시오........"

오선화와 달리 조선에 대한 ‘일본인의 이중적인 심리’를 잘 그려낸 일본사람이 있다.


고바야시 마사루

‘일본인에게 조선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주제에 대하여 평생을 고뇌한 소설가 고바야시 마사루(小林勝, 1927-1971) -
그의 소설 ‘쪽발이’가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출간(이원희 역)됐다. 필자는 원제목이 궁금하여 출판사(소화)에 문의 하였다. 출판사 직원은 “제목이 너무 강하여 고민을 많이 했지만, 원제목을 그대로 쓰기로 하였다”고 했다.

일본 사람들의 경우 ‘쪽발이’란 말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한국에서 18년 살다간 유명 상사의 하야시(林)란 사람은 “자- 쪽발이 술 한 잔 받으시지요”하면서 술잔을 건넨다. 이 정도의 우리말 실력이라면 일본인이라기보다는 한국인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고바야시(小林) 씨는 경상남도 진주농림학교의 생물교사로 재직 중이던 고바야시 도키히로(小林時弘)의 셋째 아들로 진주에서 태어났다. 1944년 대구중학교 4학년을 수료하고 1945년 3월 육군항공사관학교에 입학하지만, 일본의 패전으로 귀국하였다. 1950년에 ‘레드 퍼지(red purge-공산주의자 숙청)’ 반대투쟁으로 정학처분을 당하여 와세다 대학을 중퇴한 그는, 화염병 투척에 대해서 실형을 받았다. 그 사이에 소설, 희곡 등을 발표하였다. 그는 좌익성향의 작가이긴 하지만, 조선인에 대한 사죄와 화해의 문제에 천착해 소설을 쓰고 행동해온 작가다(문화일보 2007. 7.12).
‘쪽발이’는 1970년에 간행된 소설이다. ‘쪽발이’의 소설 세계로 들어가 보았다. 무대는 1968년 도쿄의 한 병원이었다.


‘뼈에 사무치는 경멸의 불꽃’

〈그리고 그녀는 문득 생각난 듯이 말했다. 선생님, 선생님은 조선에서 살다 귀한하신 분이죠. 나시야마(梨山) 씨가 말한 그 쪽발이라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요? 쪽발이, 어쩐지 매우 추잡한 느낌이 들어요. 선생님, 입에 담기 거북한 말인가요?〉

〈쪽발이, 나는 그것을 내가 알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간호사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었다. 쪽발이가 최종적으로 일본인을 지칭한다고 해도 일본인이라는 문자로 대신 할 수는 없다. 쪽발이의 직접적인 의미는 ‘발굽이 갈라진 자’라는 것으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개만도 못한 짐승을 가르키는 말이리라.〉

〈나는 중학교 하급생 시절, 아버지에게 조선인들은 왜 일본인을 ‘발굽이 갈라진 자’라고 부르는지를 물어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조선인들의 눈에는 신기한 버선과 신발을 신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대답했지만, 물론 그것은 일반적으로 그렇게들 말하는 이야기였을 뿐이다. ‘쪽’이라는 발음에서 추정할 수 있는 한자는 족(足)이다. 따라서 ‘쪽발이’는 어쩌면 족할(足割)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아버지는 덧붙였다.〉

우리의 국어사전에는 ‘쪽발이’의 의미가 세 가지로 정리되어 있다. ① 발이 하나 달린 물건 ② 발통이 두 갈래로 된 물건 ③ 일본 사람을 나쁘게 일컫는 말이다.
일본 사람을 욕하는 쪽발이의 의미를 고바야시(小林) 씨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소설 속의 주인공「나」를 통해서 정의를 내렸다.

〈.......쪽발이....아버지의 추론에 불과했다. 어찌됐던 개만도 못하다는 말은, 실로 오랜 역사를 통해서 언제나 선진문화를 일본에 전해 주었다는 자존심 강한 조선인들의 처지에서 보면 원통하기 짝이 없는 증오와 저주에서 생겨난 뼈에 사무치는 경멸의 불꽃이었다.〉

〈조선인들에게 일본이란 16세기 말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에 의한 임진왜란 이래, 정한론(征韓論) 이래, 강화도 사건 이래, 청일 전쟁 이래, 한일합방 이래, 토지 수탈 이래, 삼일 만세사건 이래,..... 조선어 금지 이래, 창씨개명 이래, 강제 노동 이래, 그리고 한국전쟁과 특수 경기에 의한 일본 산업의 부흥 이래, 기타 여러 가지 이래, 그 종합적 통일체로서의 일본인인 것이에요. 이런 사실과 관계없는 일본인이란 하나의 추상으로, 즉 자네들이 언제 어디서 어떤 조선인을 마주하더라도 자네들은 자네들로 대표되는 일본인이라는 존재 그 자체라는 식으로 자신을 실감해 본 적이 있습니까?

〈나는 일어나서 벽에 걸려 있는 거울을 보았다. 머리카락은 엉망으로 흐트러져 있고 눈은 퉁퉁 붓고 수염은 자라 길었다. 엉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란 놈은 뒤죽박죽이구나. 참담한 모습이군. 쪽발이. 그리고 문을 열고 진찰실 쪽으로 비실비실 걸어갔다.〉

‘일본은 우리의 문제다’

고바야시(小林) 씨가 조선 문제를 주제로 소설을 쓴 것은 ‘과거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전망하는 것’이란다.

명지대학교 김정운 교수도 「일본열광」에서 “일본은 바로 우리의 문제다. 우리가 그네들을 ’섬나라 쪽발이‘라고 무시하고 친일/반일의 이분법으로 칼질해서, 해결할 수 있는 ’우리의 문제‘는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그렇다. 일본은 우리 스스로가 풀어야 할 우리의 문제다.
소설속의 얘기처럼 “야! 이 쪽발이야-” 하면서 일본인 아내를 매질하는 한국인 남편의 분풀이는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진정한 마음으로 상대를 움직일 수 있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노력 없는 대가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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