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출판을 바라며… - 불교신문
지속가능한 출판을 바라며…
승인 2007.09.12 11:01 호수 152 댓글 0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기사공유하기
프린트
메일보내기
글씨키우기
홍 현 숙
도서출판 호미 대표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의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는 1996년에 녹색평론사에서 처음 번역되어 나온 뒤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책이다. ‘모두가 고르게 가난하게 사는’ 평화로운 공동체 사회에서 ‘희망의 신호’를 찾는 이 책은, 같은 출판사의 격월간 잡지 <녹색평론>과 함께, 개발과 발전 일변도의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하고 지구 환경과 생태, 생명과 농업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갖게 하면서, 우리 사회가 삶을 바라보는 방식에서 은근하면서도 깊은 변혁을 일구어냈다. 그런데, 듣자니, 최근에 어느 힘센 출판사가 이 책의 한국어 출판권을 가져갔다고 한다.
해외의 좋은 책을 잘 가려내어 국내에 소개하는 일은 참으로 귀한 일일 터이나, 이 경우는 다르다. 이미 오래 전에 눈 밝은 선지식이 정성스럽게 번역하여 소개했고 몇해 전부터 개정판까지 내고 있는 것을 굳이 ‘빼앗아갔으니’ 말이다. 그 출판사가 이 책의 판권을 ‘가로챈’ 이유는, 10년도 더 된 지난 세월이 검증해 준 바, 오직 이 책의 상업적 가치 때문일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그렇게 판권을 가로채기 위하여 저작권료도 꽤 치렀을 것이다.) 녹색평론사가 이 책을 이 땅에 소개한 것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팔릴 만한 해외 신작의 경우 국내 출판사들이 그 저작권을 따내려고 과도한 경쟁을 하는 바람에 유독 한국만이 지나치게 높은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일이 왕왕 있어, 세계 출판 시장에서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하물며 이미 다른 출판사가 번역해 낸 책을, 그것도 여느 출판사와 달리 사업성은 뒷전으로 하고, 사람과 자연이 평화롭게 공생하는 세상을 재건하는 데 이바지하겠다는 철학으로 외롭게 버텨온 녹색평론사의 중요한 버팀목이 되어온 책을, 그 판권을 굳이 빼앗아갔음에야. 그 가파른 영리주의가 혀를 차게 한다.
바라건대, 그 출판사가 이제라도 이 문제를 돌이키면 좋겠다. 물론 출판사도 사업체인 만큼 이익을 좇음이 당연하다. 동시에 출판은 ‘지식 문화’ 사업이기에 다른 사업과는 차별화된 가치를 좇아야 하거니와 그것이 바로 독자들이 출판에 기대하는 바다. 크고 작은 출판사가 다함께 ‘지속가능한’ 길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
[불교신문 2360호/ 9월15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