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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진화 - 산골 마을 가미야마에서 만난 미래>>(간다 세이지 저, 류석진, 윤정구, 조희정 역, 반비, 2020년 2월)
1.
마을 재생에 관심이 계신지요. 저는 좀 취미가 있는 편입니다. 지난 2009년부터 햇수로 5년 동안 충청도의 어느 농촌 마을에서 대안 교육에 종사한 적도 있었지요. 그런 경험이 있어서겠지만 어느 분이 이 책을 선물로 주자 단숨에 읽어버렸습니다. 무척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혹시 일본의 가미야마 마을을 아시는지요. 알고 보면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을이랍니다. 가미야마는 일본 도쿠시마현에 있는데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아무 전망도 없는 산골 마을이었을 뿐이지요. 수십 년 뒤에는 저절로 소멸하고 말 가난한 농촌 마을이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지난 40년 동안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이 마을은 예측을 뒤엎고 우뚝 섰습니다. 마을의 활동이 위축되고 인구가 해마다 줄기는커녕 반대 현상이 일어난 거지요. 조금씩이라도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과거에는 목격하지 못한 새로운 사업이 마을의 삶을 바꾸고 있습니다. 작은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는 거지요.
어떤 이들은 가미야마를 ‘일본의 실리콘밸리’라고 부릅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이곳에는 웹디자이너, 컴퓨터 그래픽 엔지니어 등이 많이들 거주합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IT 기업 종사자들이 조용한 이 산속 마을로 몰려든 것이 참으로 신기한데요. 이것은 물론 최근에 네트워크 환경이 크게 발달한 덕분입니다. 깊은 숲속 마을에서라도 전문가라면 복잡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왔지요.
그런데 왜, 하필 가미야마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일까요? 마치 순환논법과도 같습니다만, 변화를 원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이 마을에 살고 있기 때문이지요. 다양한 성향의 예술가들을 비롯해 최고 수준의 요리사와 수제구두 장인, 개성적인 목수 등 여러 가지 창의적인 직업에 종사하는 젊은이들이 이 마을에 많지요. 그들이 서로를 연달아 불러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마을은 재생의 단계를 진즉에 넘어섰습니다. 이제는 마을 진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듯도 합니다. 가미야마는 세계 속의 마을로 자리매김하였다고 봐도 옳지 싶습니다.
2.
이 산골 마을에는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이 책에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빼곡합니다. 도쿄에서 온 사이토 씨를 잠깐 예로 들어보지요.
그는 도시의 직장 생활에 지친 나머지 조용한 숲속 마을로 들어왔지요. ‘카페 오니바’를 열고 주인이 되었어요. 새로운 삶을 시작한 거였는데, 씨는 일주일에 4일만 가게 문을 열었어요. 나머지 시간은 유유히 자신의 취미 생활을 즐겼습니다.
또, 해마다 가을철이 되면 한 달 동안이나 가게 문을 닫아걸고 유럽으로 떠났습니다. 휴가 겸 연수를 간 거지요. 사이토 씨는 프랑스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즐기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구상해서 다시 돌아오곤 하였습니다.
그런 사이토 씨는 한 가지 새로운 결정을 내렸어요. 자신이 소유한 카페를 주식회사로 전환하기로 하였다는 말씀입니다. 주인과 셰프, 종업원의 위계를 허물고, 서로 균등하게 주식을 나눠 가졌습니다. 수평적인 직장을 새로 연 사이토 씨는 날마다 새로운 삶을 추구하는 전형적인 가미야마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이 마을에는 정말 많습니다. 어떤 이들은 ‘푸드허브’라는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지요. 마을의 토박이들과 이주민들이 함께 하는 조직이지요. 그들은 식당도 직접 운영합니다. 자신들이 직접 기른 농산물로 요리를 만들어 팔기도 하고, 마을 청소년들에게 농사 체험을 선사하기도 하면서 마을의 정체성을 일깨웁니다,
그들은 먹거리 교육도 하는데요.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까지 학생들은 물론, 주민들에게도 현지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소비하도록 이끕니다.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고, 함께 오순도순 지내며 건강하게 살아갈 방법을 탐구하는 가지요. 생각해 보면, 농산물이야말로 마을 사람들을 서로 밀접하게 이어주는 연결고리이자, 지역을 활기차게 가꾸는 역동적인 힘을 가졌습니다.
이런 사실에 공감한 마을 사람들이 많아지자 여러 가지 새로운 사업이 더욱 힘차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3.
어떻게 하면 이런 놀라운 변화가 계속해서 일어날 수 있을까요? 이 책은 한 가지 간단한 답을 줍니다. 상상력을 가진 몇 명의 사람들만 힘을 합쳐도 충분하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40년 동안 가미야마가 어떻게 변천했는지 그 과정을 소급해보면, 우리는 오오미나미 씨를 반드시 만나게 됩니다.
그는 이곳 출신 건축업자입니다. 젊은 시절 미국 유학까지 경험한 인재지요. 1990년대 초, 그이가 몇몇 친구들과 함께 작은 프로젝트 하나를 추진했어요. 1920년대에 미국에서 건너온 인형의 귀향을 주선한 것입니다. 거창한 목표라고는 할 수 없는 사소한 일, 한 시골 청년의 소박한 꿈을 펼친 행사였지요,
그런데 이 행사를 계기로 가미야마가 달라졌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평범한 꿈, 재미있는 상상을 앞다퉈서 펼쳤습니다. 그러자 폐쇄적이기만 했던 시골 마을의 분위기가 차츰 개방적으로 바뀌었어요. 결국에는 다양한 관점이 공존하는 새로운 사회가 그들의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한번 사람들의 마음이 새로운 방향을 잡자 많은 아이디어가 연달아 떠올랐고, 사람들은 점점 더 큰 자신감을 얻었어요. 행운도 뒤따랐습니다. 마을에는 실천과 계획의 주체가 확대되었고, 여러 가지 사업이 연신 좋은 결실을 얻었습니다.
작은 마을에 관한 일이었지만 이모저모로 쓸만한 인물이 참 많이도 힘을 모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일본 사회의 숨은 힘을 새롭게 발견했습니다. 그 나라는 우리가 쉽게 보아도 좋은 평범한 나라가 아닙니다.
가미야마 마을의 최초 변화를 주도한 것은 민간단체였어요. ‘그린밸리’였습니다. 그들이 사업의 방향을 잘 잡았던 거지요. 무엇보다도, 그들은 마을의 본업인 농림어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는데요, 이 점이 미래의 방향을 좌우했다고 봐요. 가미야마 사람들은 본업인 농업을 고수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일거리를 들고 마을로 이주해올 사람들을 뽑은 겁니다. 이것이 창의적인 이주자들의 행렬이 아직도 계속되는 역사적 배경입니다.
객관적 사실에 기초한 발상의 전환, 이것이야말로 가미야마 마을이 큰 성공을 거두게 만든 열쇠였습니다.
4.
저자 간다세이지(神田誠司)는 언론인입니다. 그는 10년도 넘게 일본의 지방 분권과 지방 자치 문제를 취재했다지요. 특히 마을 만들기와 지방재생에 관해서는 최고의 전문가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의 날카롭고 섬세한 눈이 있었기에, 이 책은 성공적인 저술이 되었습니다. 가미야마에서 그는 100명도 넘게 많은 주민을 정밀하게 취재하였고, 그 결과적 해상도가 무척 높은 현장 사진이 만들어졌다고 하겠습니다.
처음에 마을의 혁신을 주도한 사람은 오오미나미 씨인데요. 그의 말을 빌려, 저자는 마을 재생의 세 가지 지침을 선포합니다.
첫째, 토박이와 이주민이 서로 대립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마을 사람들과 정부 기관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입니다.
끝으로, 마을 만들기에도 세대교체가 중요하다는 점이지요.
이 가운데 어느 것 하나 풀기 쉬운 문제가 없어요. 이런 난제를 극복하려면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하고, 그런 점에서 외부인의 도움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마을 재생사업을 벌이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교훈이 아닐까 합니다.
3.
책을 읽다가 시선이 저절로 멎은 몇 대목을 옮깁니다. 책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네트워크화가 가속화되어 굳이 도시의 사무실에서 일할 필요가 없어지는 환경은 IT 업계에 한정되지 않는다. 인재 부족도 IT 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 위성사무실이라는 업무방식이 더욱더 확대될 것은 틀림없다.”(75쪽)
“지방자치단체가 인구 적정 규모를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대해 결정된 산술은 있을 리 없다. 최소한 어느 수준에서 인구감소를 멈추고 싶은가. 목표 인구는 지방자치단체의 어림짐작으로 결정한다. 그러나 가미야마에서는 초등학교 유지를 전제로 목표 인구를 역산했다.
가미야마의 이 방법은 과소화 지역의 모델이 될 것이다. 과소화 지역의 주민에게 학교 유지는 가장 절실한 소망이기 때문이다.”(167쪽)
“오노지 공동주택에는 2018년 내에 4세대, 2021년까지는 총 20세대가 입주한다. 그즈음에는 ‘아쿠이강 컴온’을 많은 주민이 찾을 것이다.
10년 뒤에는 고교생들이 심은 수목이 성장하여 여름에는 그늘을 만들고, 여러 가지 마을 만들기의 꿈을 실은 주택이 차근차근 지어져 있을 것이다.”(248쪽)
208민속원, 유상용 and 206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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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choon Kim
읽어 보고 싶습니다
초보적 단계의 마을재생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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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종 replied ·1 reply
이도형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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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종 replied ·1 reply
Sang Shim
아직 이북으로는 안나온것 같네요..꼭 읽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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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
백승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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