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국은] 국민차, ‘귀농·귀촌’하다
2025.04.13
기자명김유익 한중문화교류 코디네이터

상하이 근교의 농촌에서 지내던 10여년 전 내가 살던 중국 농가의 단거리 운송수단은 전동삼륜차, 장거리 운송수단은 ‘빵차’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승합차였다. 누가 봐도 로고가 일본의 미쓰비시 ‘싼링(三菱)’을 베낀 ‘우링(五菱)’ 브랜드의 낡은 차량들이 농촌과 도시 사이를 바삐 오갔다. 화물과 많은 사람들을 나를 만큼 튼튼하고 가격도 저렴한 ‘인민의 차’였기 때문이다.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이 된 것은 2024년이지만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 된 것은 한참 전인 2009년이다. 지금은 모두가 중국 전기차에 두려움을 느끼거나 열광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내연기관 차를 더 많이 생산하고 수출한다. 가성비와 연비 모두 뛰어난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차를 선호하는 곳은 여전히 선진국보다는 일대일로 등에 위치한 개발도상국들이 많다. 이쯤 되면 중국의 ‘국민차’가 뭘까 궁금해질 수도 있다. 아주 오래전 개발도상국 혹은 중진국으로서의 한국에서도 ‘마이카 시대’를 열게 된 포니, 티코, 쏘나타 등의 특정 브랜드가 차지하던 그런 위상 말이다.
하지만 중국의 국민차는 바로 우링이다. 2010년 포브스지는 우링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차라며 커버스토리로 다룬 적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빠진 경제를 구원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농촌 등에 4000억위안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이 돈은 농촌 인프라 개선 프로젝트에 많이 사용됐지만, 한편 농민들이 가전제품과 차량을 구매하는 데 보조금으로도 사용됐다. 우링이 그 덕에 엄청나게 팔렸고, 2009년 가장 많이 생산된 차량이다. 포브스가 우링을 주목한 것은 그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14년부터 ‘신형성진화’ 계획을 추진했는데 이는 한국처럼 농촌과 분리된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군’ 규모에 해당하는 ‘현’을 농촌 소도시로 키우고 주위의 농촌과 연계한 현 권역을 설정해서 하나의 자족적 체제로 발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우링은 그렇게 농촌과 도시를 오가는 운송수단을 대표하게 됐다. 과거 향진기업으로 불리던 중국 농촌 지역 중소 제조·유통업체의 발이 돼준 것이 우링이다. 중국의 경제성장과 지역 도시화 과정의 모세혈관을 타고 흐른 것이 우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링의 또 다른 성공비결은 회사의 모토와 무관하지 않다. “인민이 원하면 우링은 만든다.” 한국은 이미 선진국으로 등극한 덕에 다양한 차종에 대한 소비 선호가 있고, 더 이상 국민차라 불릴만한 차종이 존재하지 않는다. 또 고급 디자인과 하이테크 고부가가치 차량을 만들어 수출하는 것이, 한국 대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택한 전략이다.
유독 만인이 ‘엘리트’가 되기를 열망하는 한국인들은 ‘보통사람’이라고 호명되는 것을, 그리고 서울과 수도권에서 벗어나는 것을 질색한다. 그래서 우리는 더 이상 국민차도 선호하지 않는다. 한강의 기적이 양자강의 기적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하지만 선진국이 되는 것이 전 국민 소비 취향의 엘리트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계엄사태를 겪으면서 ‘한국 엘리트’의 추한 진면목도 확인했으니 이제 보통사람들, 그리고 농촌과 지역의 삶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더 다양하고 풍성하고 균형 잡힌 모델을 생각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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