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원
- The Economist : 대(對)중국 강경파, 미 정권에서 영향력 저하(닛케이 4.22 조간 오피니언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정책으로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기 전부터 그의 대 중국 전략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대부분 변덕에 의한 것이었고, 외교정책 고문들도 파벌로 나뉘어 서로 대립하고 있는 듯하다.
워싱턴 용어로 '우월주의자'는 모든 위협에 맞서 미국의 세계 패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우선주의자'는 미국이 대처할 수 있는 것은 중국뿐이며 우크라이나는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억제주의자'는 미국은 앞으로 전쟁을 피하고 자국에 전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트럼프의 생각이 어떠하든, 지금 드러나고 있는 것은 우월주의자든 우선주의자든 대중 강경파가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관세 소동에 가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이를 잘 보여주는 사건 중 하나가 4월 3일 공개된 국가안보회의(NSC) 고위관료 6명의 해임 및 이동이다. 그 전날 우익 음모론자 로라 루머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그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성스럽지 않다'고 주장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6명을 중국과의 전쟁도 불사하는 '네오콘(신보수주의자)으로 간주하고 제거하려는 생각은 트럼프 주니어 등 억압주의자들과 루머가 거의 일치한다.
해임된 사람 중 한 명이 NSC의 핵심 기술 담당 데이비드 페이스 선임국장이었는데, 이는 상징적이다.그의 아버지 더글러스도 초기 네오콘 중 한 명으로 미 국방부 고위관료로 2003년 대 이라크 군사작전 기획에 관여했다. 데이비드는 현 정부에서 가장 경험이 풍부한 중국 전문가 중 한 명으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무부에서 근무하며 동맹국과의 관계 강화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 수립을 지원했다. 이후 싱크탱크로 자리를 옮겨 강경한 대중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NSC에서 미국의 대중국 기술 수출 등의 문제를 담당하며 중국발 동영상 공유 앱 '틱톡(TikTok)'의 미국 사업을 비(非)중국 기업에 매각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바이든 전 행정부의 많은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지난 2월 발표한 '미국 우선 투자 정책' 등 새로운 정책도 추진했다. 이 정책은 러시아와 중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대(對)중국 투자 규제의 틀을 넓히는 내용이다.
이러한 정책에 대한 그의 견해가 해고를 초래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전직 동료들은 이번 해고를 고립주의자들의 승리이자 중국 전문가들의 패배로 보고 있다.
NSC의 대중 강경파인 이반 캐나파시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과 알렉스 웡 대통령 부보좌관(국가안보담당)의 앞날도 불투명해졌다. 루머는 캐너패시 보좌관이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인물과 함께 일했던 점, 원 부보좌관과 그의 아내가 중국계라는 점, 아내의 변호사 경력을 비판했다. 두 사람은 아직 해임되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의 상사인 월츠 대통령 보좌관(국가안보 담당이자 대중 강경파)이 이미 권위를 잃은 상태라 약한 입장에 놓여 있다.
캐나파시는 현 정권에서 가장 강력한 대만 지지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만큼 중국과 대만 당국은 그의 동향을 주시할 것이다. 2014~17년 미국의 대(對)대만 창구 기관인 미국주재 대만협회에서 주둔군으로 근무했으며, 24년에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NSC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을 지냈다.매트 포틴저가 편집한 대만 국방 관련 책에 기고했으며, 그와 함께 지난해 6월 라이칭더 대만 총통과 면담한 바 있다.
포틴저는 21년 1월 미 의회 습격 사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에 불만을 품고 사임했지만, 이후 중국의 정치적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강경한 대중 정책을 주장해 왔다.
이러한 움직임이 미국 정부의 대중국 대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을 최우선시하는 만큼 대 중국 정책을 둘러싼 고위 관료들의 갈등을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이상 1기 때처럼 대중 강경파가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일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미국이 최근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의 대만 지배에 반대하는 단호한 공동성명을 여러 차례 발표한 것이나 국무부 홈페이지에서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삭제된 것에 대해 대 중국 강경파의 개입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
국방부에서도 세력 구도가 바뀌고 있을지도 모른다. 요직 경험이 없는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지난 3월 아시아 동맹국들을 처음 방문했을 때, 바이든 전 행정부의 약속을 많이 반복하며 상대국을 안심시켰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아직 아시아에서 군사적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미 상원은 8일 콜비를 국방부 제3차관(정책담당)에 인준했다. 그는 헤그세스를 보좌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는데, 우선순위는 앞으로 밝혀질 것이다.
콜비 전 보좌관들은 콜비가 중국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온 만큼 적임자라고 입을 모은다. 그는 정통 중국 전문가는 아니지만,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방부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주요 적대국으로 간주하는 국방전략을 수립한 바 있다. 퇴임 후에는 중국의 아시아 패권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싱크탱크를 설립하고 책도 출간했다.
하지만 콜비는 최근 들어 오히려 억제주의자처럼 보인다. 대만은 미국의 '존립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며 대만의 국방비를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3%에서 10%로 올려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주장을 펼치며 한국에도 자주국방에 집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밴스 부통령과 트럼프 주니어는 이러한 발언을 지지하고 있다.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잠자는 용의 눈을 불필요하게 찌르는 것'을 피하고 '중국과 균형을 잡고 전쟁을 피하기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협상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콜비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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