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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신고리 공론화위, ‘숙의 민주주의’ 모범 남겨야
등록 :2017-07-24
신고리 5·6호기 건설공사를 계속할지, 아니면 백지화할지를 사실상 결정할 공론화위원회가 24일 출범했다. 위원장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앞으로 시민배심원단을 선정하고, 각종 공청회·토론회 개최 등 공론화 과정을 관리한다. 정부는 기존 핵발전소가 수명을 다하면 가동을 멈추고, 신규 원전은 추가 건설하지 않는 방식으로 장기간에 걸친 ‘탈핵 발전’을 추진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이미 착공해 공사를 진행하던 신고리 5·6호기를 어찌할 것인지만 다루지만, 공론화 과정에서 핵발전 정책 전반이 토론의 대상이 될 것이다.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나든 ‘숙의 민주주의’의 모범 사례를 남겨야 한다.
일단 공론화위원회의 구성은 무난해 보인다. 위원회가 공론화 과정을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하느냐가 최종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데, 원전 정책에 중립적인 인사들로 구성해 공정성을 기했다. 찬반 대표 단체에 후보자 명단을 주고, 제외하고 싶은 인사를 제척하는 과정을 거쳤다. 대신 공론화 과정을 잘 이끌 수 있게 갈등관리나 조사통계 등 분야에서 전문성이 있는 인사를 기용했다.
시민배심원단의 구성은, 이미 검증된 선정 방식을 활용한다면 공정성 확보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정부는 공론화위원회 구성 계획을 밝히면서, 독일의 핵폐기장 부지 선정 시민소통위원회 사례를 예로 든 바 있다. 수만명에게 전화 설문조사를 한 뒤, 그들 가운데서 표본을 추출해 배심원단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풍부하게 제공해서 숙고를 거친 결정이 나오게 하는 일이다.
그동안 원전사업자를 비롯해 원전 추진에 직접 이해관계가 걸린 쪽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광고를 내거나 전문가집단을 동원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를 일방적으로 확산시켜왔다. 공론화위원회는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히 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문화재단 등은 공론화 기간 동안 원자력 홍보를 중단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 공공기관은 가능한 한 모든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배심원단의 공론조사는 우리 국민 전체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 중 하나다. 많은 국민이 공론화 과정에 적극 참여해 정보를 얻고,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합리적인 의견을 밝히는 게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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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804129.html#csidxb5df0263eb435d79dc17afd573b51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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