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31

11 서평 북한 현대사 산책 1 - 해방과 김일성 체제

북한 현대사 산책 1 - 해방과 김일성 체제




오랜만에 나온 수준 높은 북한사 개설서 - <북한의 역사>(김성보, 이종석 지음, 역사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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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역사 세트 - 전2권
김성보, 이종석 지음, 역사문제연구소 기획 / 역사비평사
나의 점수 : ★★★★★

북한 역사에 관한 수준 높은 개설서.


북한 역사를 다룬 질 좋은 교양서적이 오랜만에 출판되었다. 북한사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학문이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북한사 대중교양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국현대사의 여러 부문이 대개 그러하지만, 북한사 연구 역시 본격적으로 이루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 북한의 역사를 학문적 견지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건이 민주화 이후에야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독재정권 시기에 북한 연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반공주의 편향이 워낙 심했던 탓에 수준 높은 연구가 드물었다. 1990년대에 들어서야 소장 연구자들이 북한사 연구에 뛰어들기 시작했고, 1990년대 후반부터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존에 나온 북한사 교양서 중 볼만한 것으로는 <북한 50년사>(임영태, 들녘, 1999),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 현대사>(김성보, 기광서, 이신철 공저, 웅진닷컴, 2004), <인물로 본 북한현대사>(정창현, 선인, 2011) 정도라고 보인다. 이중 마지막 것은 북한사의 주요 인물들을 위주로 다룬 책이라 재미는 있지만 형식상 본격적인 북한사 개설이라 보기는 힘들다. 두번째 책은 비교적 최근에 나온 강점이 있고 이미지가 풍부하여 독자의 흥미를 돋울 수 장점도 있으나, 아무래도 책 한 권이다보니 개설 치고는 서술 내용이 소략한 감이 있다. 첫번째 책이 그나마 두 권 분량으로 비교적 상세하게 북한사를 개설하고 있지만, 북한사 흐름을 보는 시각이 다소 분석적이지 못하고 평면적인 감이 있다. 더욱이 출판된지 10년이 넘었기 때문에 2000년대 나온 최근의 연구 성과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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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나온 <북한의 역사>의 가장 중요한 장점으로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번째는 북한에 관한 기초적인 사실(史實)들을 빠짐없이 알려주는 요긴한 북한사 개설서라는 점이다. 북한사 연구를 읽다보면 생소한 인명과 지명, 조직명 등이 많이 등장하여 자칫 지루해지기 십상이지만, 이 책은 그런 측면을 고려하여 되도록 읽기 쉽게 깔끔하고 명료한 문장을 구사했다. 대중이 접하기 쉽도록 글쓰기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인다.

두번째 장점은 최근의 연구 성과를 충실히 반영하여 북한사의 흐름을 분석적으로 서술했다는 점이다. 단순히 북한의 역사가 어떻게 변화해갔는지 평면적으로 서술하지 않고, 변화의 배경과 원인, 그 결과를 따져가며 분석적으로 썼기 때문에 수준 높은 개설서가 되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북한 체제가 어떻게 성립하여 어떻게 변화해갔으며 어떻게 지금의 침체 상태로 빠지게 되었는지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전 두 권으로 1권은 역사학 전공자인 김성보가, 2권은 정치학 전공자인 이종석이 집필했다. 각 권의 집필자는 다르지만, 책의 북한사 서술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은 동일하다. 현재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는 왜 헤어나기 힘든 침체에 빠지게 되었는가? 이 책은 북한의 역사를 살펴보며 그 배경과 원인을 추적한다. 저자들의 결론은 '다양성과 역동성의 상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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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처음부터 김일성 개인숭배로 점철된 유일체제로 출발하지는 않았다. 북한은 분단 이후 1950년대까지는 사회주의 이념을 기본으로 하되 국가 발전 전략에서 다양한 차이를 보이는 세력들이 통일전선을 형성한 '인민민주주의 체제'였다. 

그러나 체제 내 권력투쟁 과정에서 김일성을 위시한 항일유격대 계열이 승리했고, 그들은 반대세력들과의 공존을 허용하지 않고 모두 숙청해버렸다. 그리하여 점차 김일성 유일체제가 형성되어갔다. 김성보가 집필한 1권에서는 1945~1960년 시기를 대상으로 하여, 인민민주주의 체제의 성립과 전개, 종말을 다루었다. 1권은 특히 2000년대 나온 역사학계, 정치학계의 연구 성과를 충실히 반영하여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의 초기 역사를 '인민민주주의 체제'로 개념화할 수 있게 된 것도 이들 연구 성과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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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에는 이종석이 1960~1994년 시기를 대상으로 하여, 유일체제의 성립과 전개 과정을 다루었다. 저자는 북한 역사의 흐름에서 주체사상이 가지는 의미에 주목했다. 주체사상 역시 처음부터 개인숭배사상 일변도는 아니었다. 1960년대 내외 정세의 변화에 대응하여 북한 고유의 사회주의적 국가 발전 전략으로 제기된 것이었고, 나름의 합리성과 역동성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유일체제의 고착화와 함께 주체사상 역시 변용을 겪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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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저자들은 북한 체제가 초기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잃고 경직된 유일체제가 되어가는 과정을 분석적으로 살펴보았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북한 역사의 흐름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화해와 평화를 지향하는 입장에서 북한이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관하여 혜안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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