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25

17 [선우정 칼럼] 일본을 경시했을 때 생긴 일

[선우정 칼럼] 일본을 경시했을 때 생긴 일 - 1등 인터넷뉴스 조선닷컴 - 사설ㆍ칼럼 > 내부칼럼 > 선우정 칼럼

입력 : 2017.01.18 03:11

어리석은 나라는 분노하기 위해, 현명한 나라는 강해지기 위해 역사를 이용한다

우리는 어느 쪽일까

선우정 논설위원


일본을 다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10여년 전 일본 고대의 중심지 나라(奈良) 일대를 답사한 때다. 그동안 일본 고대 문화는 한반도 문화의 복사판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는 달랐다. 고대의 중심 무대로 갈수록 모습이 달라졌다. 직교역으로 중국 문화를 맹렬히 흡수했고 한반도 흔적은 옅어졌다. 수도를 교토(京都)로 옮긴 뒤 일본은 독자적으로 발전했다. 

나라와 교토를 대여섯 번씩 답사하면서 근대 서양인들이 일본에 열광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일본을 경시하는 선입관에 나만 이 문화를 무시하고 있었을 뿐이다.

600여년 전 조선이 만든 '혼일강리도'란 세계 지도가 있다. 여러 지도를 짜깁기해 엉성하지만 유럽·중동·아프리카까지 그려져 있다. 당시 지식인이 그린 나라 크기는 실제 크기가 아니다. 인식의 중요도에 따라 나라 크기를 그렸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이 가장 크고 다음 조선이다. 두 나라를 합한 크기가 세상 절반이 넘는다. 일본은 조선의 4분의 1 정도로 그렸다. 실제보다 멀리 떨어진 곳에 놓았다. 당시 선비들은 일본을 칼이나 휘두르는 벌거벗은 야만의 나라로 인식한 듯하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조선일보 DB


조선이 일본의 국력을 어렴풋이 안 건 큰일을 겪고 나서였다. 임진왜란이다. '간양록'은 전란 때 일본에 끌려갔다 돌아온 유학자 강항이 일본의 실상을 조정에 알리려고 쓴 보고서다. "왜국의 크기를 말할 때 우리나라만 못하다고 하였는데 그렇지 않았다. 난리 때 왜인이 조선의 토지대장을 모두 가져왔는데 일본의 절반도 안 됐다고 한다." 실제 한반도 크기는 일본의 59%다. 인구는 1920년 근대적 방식으로 처음 조사했을 때 일본의 30%를 약간 넘겼다. 한국의 생산력은 근세 이후 일본에 가장 근접해 있는 지금이 일본의 34% 수준이다.

신숙주는 전란 이전 일본의 실체를 알았던 조선의 극소수 지식인이었다. 일본에 사신으로 간 경험이 그의 인식을 바꾸었다. 혼일강리도 제작 70여년 후였다. 돌아와 일본의 실체를 알리는 '해동제국기'를 썼다. 훗날 류성룡은 전란의 교훈을 담은 '징비록' 서문(序文)에 신숙주가 임금 성종에게 남긴 유언을 적었다. '바라건대 우리나라는 일본과 화의하기를 잃지 마소서.' 조선은 관심이 없었다. 대다수는 왜 그런 유언을 남겼는지도 몰랐다. 일을 당하고야 뜻을 알았다.

하지만 조선은 달라지지 않았다. 피눈물로 쓴 간양록과 징비록은 조정의 서가에서 먼지를 뒤집어썼다. 징비록은 오히려 일본에 건너가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순신 병법을 근대 전술로 계승한 것도 일본이었다. 그때도 경고음을 울린 이들이 있었다. 일본을 직접 경험한 사신들이 중심에 섰다. 그들은 일본이 무(武)는 물론 문(文)에서도 조선을 앞선다고 했다. 실학자도 가세했다. 정약용은 "일본의 학문이 우리를 능가하게 되었으니 심히 부끄럽다"고 했다. 나라가 망하기 백 년 전 일이다.

우리 역사에서 일본을 중요시한 지식인의 말로는 비참했다. 조선 말 일본 근대화를 현장에서 목격한 젊은 엘리트 다수가 정치적 소용돌이에 말려 목숨을 잃었다. 개혁과 정변을 시도했다가 목이 잘리고 백성에게 맞아 죽은 이도 많았다. 일제강점기 이후 '지일(知日)'은 일제에 기생하는 '친일(親日)'과 같은 뜻이 됐고, 해방 후 이 말은 '사회적 매장'과 동의어가 됐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런 금기(禁忌)에 다가가 역사를 객관화하는 모험은 지뢰밭에 스스로 몸을 던지는 무모함과 비슷하다. 그럴수록 우리 인식이 일본의 실체로부터 멀어지는 걸 느낀다.

일본을 현장에서 7년 가까이 경험했다. 일본은 강한 나라다. 경제 강국이고 문화 강국이다. 헌법을 고치는 순간 바로 군사 강국이 된다. 국제적 존경까지 받는다. 우리는 이런 나라 대사관 앞에 70여년 전 잘못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조형물을 설치했다.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약속하고도 총영사관 앞에 또 하나를 설치했다. 

과거 일본은 잘못했다. 하지만 우리와 비슷한 고난을 겪은 어떤 나라도 상대에게 이러지 않는다. 한국은 그래도 되는 나라인가

지금 일본이 숨을 고르는 이유는 내가 아는 범위에서 오직 하나다. 두려워서가 아니라 한국이 미국의 동맹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각에선 동맹까지 흔들고 있다. [?]

여기저기 찾아가고 이것저것 읽으면서 공부했지만 여전히 일본의 실체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무시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는 건 분명히 안다. 일본을 무시할 때마다 고난을 당한 역사를 알기 때문이다. 그들의 유전자엔 칼이 있다. 어리석은 나라는 분노하기 위해 역사를 이용한다. 현명한 나라는 강해지기 위해 역사를 이용한다. 지금 우리는 어느 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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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115

찬성순

신현식(sh****)모바일에서 작성2017.01.18
삭제선우 기자님의 핵심을 꿰뚫는 필설에 깊게 공감합니다. 일본을 제대로 인식 못하고 허세적 과시나 무모한 일본무시 등의 국민 집단오류 의식은 이젠 거두고 미래 발전적 관계를 지향하는 지혜를 모으는데 선우기자님 글의 정수가 역할하기를 희망합니다. 신현식 드림
찬성165반대4댓글쓰기

김원준(kw****)2017.01.18
지구상에서 일본을 가장 우습게 여기는 국가라는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국가들이 선호하는 나라를 조사하면 일본은 최상위에 위치합니다.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힘은 대한민국과 비교할 바가 아닙니다. 북한 전체주의 체제를 해체하는 국가전략의 실행을 위해서 일본과의 협력은 필수입니다. 이것이 부인할 수 없는 진실입니다.
찬성130반대3댓글쓰기

안현진(khj****)2017.01.18
일본이 이 나라를 또 다시 점령하려 들면 하루 아침 해장거리도 안 된다. 소녀상을 들고 다니며 우방인 일본과 미국을 적으로 돌려 붕괴직전인 김일성 3대 세습독재의 체제를 연장시켜 보려는 반정부 종북척결에 온 국민이 총력을 기울여야.......
찬성121반대9댓글쓰기

김용신(newst****)모바일에서 작성2017.01.18
너무나 당연한 문제의식이고 지식인들 그릅이 먼저 치고나가 부숴야야될 영역이다 세계가 인정하는 일본을 우리가 능가할때 우리의 감정적분노는 승화되리라본다, ,그때까지 진정 우리는 분노의 칼을 숨기고 갈고 갈아야한다
찬성112반대2댓글쓰기

이재일(toto****)모바일에서 작성2017.01.18
개인적으로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에겐 죄송한 말씀이나,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면 그 문제에 너무 집착하면 안된다. 과거사만 매달려서 목전의 큰 일을 놓쳐서는 안된다.
찬성94반대9댓글쓰기
전체 100자평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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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두호(81b****)
모바일에서 작성2017.01.1804:02:23신고 | 삭제
이런 글을 신문 지면 상에서 본다는 것이 참 참담하다. 그것 조차 한국이란 나라의 현실이라는 것을 알자. 70년 된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상처는 그냥 망각하자는, 정치인도 외교관도 아니면서, 정의보다 정세가 더 중요하다는 지식인의 나체가 여기 있다. 한때 을사년은 그들 때문에 그렇게 왔다.
전순애(qa****)
2017.01.1810:53:05신고 | 삭제
선우정은 이제 중국도 미국도 그리고 다시 우리 역사도 공부해라! 구한말 일본의 능력을 본 얼치기 개화파들이 생각나는구나 . 작은 나라도 자신들의 정체성과 권리를 지키며 살아간다. 글을 읽어보니 선우정이 일본의에서 교유했던 자들 앞에서 오늘의 한국모습을 부끄러워하며 미안해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비루한 지식인이다.
이성용(tra****)
모바일에서 작성2017.01.1809:01:53신고 | 삭제
이상은 사대주의 패배주의자의 글이었습니다.
정승호(kaes****)
2017.01.1808:31:46신고 | 삭제
일본이 얼마나 별볼일 없는 우스운 국가가 되었는가는 한국이나 일본이 아니라 해외에서 실감합니다. 일본에서 친일논설을 쓰는 선우정씨 같은 친일파는 실감을 못하지요. 언제 일본인이 쓴 블로그를 보니까, 해외에 나가면 중국인이냐? 아니오. 한국인이냐? 아니오. 끝내 일본인이냐라고 안묻더랍니다. 이젠 동남아에 가도 중국어와 한국어가 갑입니다.
김달우(sbe0****)
2017.01.1822:26:24신고 | 삭제
어리석은 나라는~ 현명한 나라는~ 이 구절을 대체 뭘 말하고자 하는건지 모르겠다.우리가 분노하기위해서 역사를 이용하는건가? 마치 화풀이를 하기 위해서 역사를 이용했다는 소리로 밖에는 안들린다. 그리고 글 전체에서 무시하면 안된다는 구절이 많이 보이는데 소녀상이 우리가 일본을 무시하는 처사인가? 오히려 무시한건 일본쪽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7/201701170286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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