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문화공간 2017.02.27 20:00
강만길 교수가 쓴 <우리 통일, 어떻게 할까요>는 2003년에 출판되어 15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분단과 통일에 대해 무겁지 않으면서도 정확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본 포스트에서는 강만길 교수의 <우리 통일, 어떻게 할까요>의 내용을 짚어보겠습니다.
근대 한반도 두 가지 질문
책은 두 가지 질문을 통해 시작합니다. 한반도 사회는 세계 다른 어느 지역에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우수한 문명이었습니다. 책은 먼저, 그 정도의 문화수준을 가진 한반도 민족사회가 왜 자본주의 문명이 앞선 유럽 열강도 아니고, 같은 동양 문화권 안에 있는, 더구나 중세문화는 말할 것도 없고 근대문화도 우리보다 크게 앞섰다고 보기 어려운 일본의 지배를 받게 되었는지를 묻습니다.
물론 한반도와 일본열도 간 문화의 우열을 가릴 수는 없지만, 중세까지는 문화적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었던 한반도가 왜 20세기 초에, 그것도 같은 동양 문화권 내의 국가에게 지배받았는지는 충분히 의문을 가져볼 만한 일입니다. 왜, 무엇이 잘못되어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넓고 깊은 관점에서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아야합니다.
둘째로, 근 40년 동안 일본의 지배를 받고 해방되면서 한반도 사회가 왜 분단되었는지를 묻습니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일제 패망 당시 한민족의 “민족해방운동” 전선의 역량은, 그리고 민족국가 건설 준비는 어느정도였는가를 묻습니다. 가령 미국과 소련의 분할점령 이후 분단 외에 다른 길은 없었을지를 고민해볼 수 있는 것입니다.
두 가지의 질문을 바탕으로, 저자는 "어떻게 통일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질문으로 넘어갑니다. 한반도 사회가 나름대로 발달된 문명사회를 이룩했음에도 옆나라에게 40년에 가까운 식민통치를 받았다는 것, 그리고 식민통치가 끝난 후 기존의 국토가 반으로 쪼개지고 그 상태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것, 이는 극단적으로 표현해 '역사실패'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두 역사 실패를 딛고 어떻게 일어서야 하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어떻게 통일할 것인가"
어떻게 통일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저자는 크게 네 가지의 세부 항목을 설정합니다. 첫째로는 왜 통일해야 하는가 하는 당위적인 차원, 둘째로는 통일정책 및 통일운동의 역사적인 차원, 셋째로는 어떤 통일을 할 것인가 하는 계획적인 차원, 넷째로는 남북을 포함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동북아 4강과의 역학관계적 차원입니다.
동북아시아 지역에는 수많은 갈등요인이 있습니다. ⓒ세계일보
우리는 왜 통일해야 할까요? 통일의 이유로 가장 먼저 제시되곤 하는 것은 이른바 동일 민족 논리입니다.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통일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여기에서의 민족이 다른 민족이나 다른 나라에 배타적인 민족주의와 꼭 같은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자는 동일 민족 논리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한민족 공동체라는 것이 설령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한민족 공동체가 꼭 하나의 국가를 형성해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세계 전역에는 한 국가가 여러 민족으로 이루어진 경우도, 한 민족이 여러 국가로 나누어진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근대의 민족 개념은 국민이라는 개념과 완전히 구분되지 않는 서구적 개념이고, 한국, 중국, 일본 등이 포함된 동아시아의 민족성과 유럽의 민족성을 단순비교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상태의 분단된 국민국가를, 통일 이후의 민족국가로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는 근거가 부족합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민족을 어떻게 규명할 수 있는지와 같은 문제들도 있습니다. 민족을 어떻게 규명할 수 있을까요? 언어와 혈통, 역사 동질성 등일까요? 저자는 민족성이 "비과학적 소속감"일 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통일의 이유로 다른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요? 2000년대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 평화를 위한 통일입니다. 즉, 미래지향적이고 평화지향적인 통일을 통해 오늘날 평화적이지 못한 분단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는, 평화에의 의지에서 당위성을 찾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통일이 한반도 평화로 가는 좋은 길이라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두 번의 참혹한 세계전쟁과 피말리는 냉전으로 진행되었던 20세기가 지나고, 21세기는 보다 평화적인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사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한반도가 가지는 위상은 유별납니다. 아직도 냉전식 갈등이 잔존하는 동아시아(내지는 동북아시아)는 남북 분단을 중심으로 '동아시아의 화약고'라고 불리우며, 아직도 갈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동아시아가 남북 통일을 기반으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면, 세계 평화 구축에 가장 유의미하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럽연합, 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같은 동북아시아 지역 특수의 지역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면 의미는 더욱 클 것입니다. 또한, 한반도가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결전지라는 점에서, 저자는 이에서 벗어나야만 민족적∙국가적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기본적인 성립조건은 남북의 통일입니다. 이와 더불어 중국이 패권주의를 지양하고, 일본이 탈아입구(아시아가 아닌 서구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를 지양할 때, 동아시아는 크게 평화로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통일의 이유로 가장 많이 대두되는 것이 경제적인 당위성입니다. 남북은 분단되어있기 때문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 즉 분단비용을 어마어마하게 지불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군사비가 그 가장 큰 사례입니다. 가령 모든 남성이 징병제로 인해 2년 간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병역의 의무는, 인생을 설계하는 20대 초반에 주로 주어진다는 점에서 기회비용이 너무나도 큽니다. 그 시간을 자기 계발에 사용할 수 있다면 엄청나게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분단으로 인해 격하된 국가신인도를 회복하고, 무분별한 성장제일주의에서 벗어나는 등 이른바 '통일편익'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왜 분단되었는가
왜 통일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살펴보면, 질문은 어떻게 통일해야하는지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하지만 통일을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한반도가 어떤 역사를 밟아왔는지, 그 결과 오늘날의 상황이 어떤 상황이 되었는지를 명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즉, 어떻게 통일해야 하는가라는 질문 이전에 "왜 분단되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한반도의 분단 문제를 살펴보는 출발점으로 청일전쟁(1894) 즈음을 꼽습니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청나라와 군신관계를 맺고 있던 조선을 청나라로부터 떼어놓기 위해 혈안이었고, 이에 청나라와 일본의 관계는 몹시 악화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당시 청나라에 주재하던 영국 공사는, 일본 외교관에게 한반도를 한강을 기준으로 남북으로 갈라 북쪽은 청이, 남쪽은 일본이 관리하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의견 제시합니다. 영국 공사는 일본이 남쪽으로 내려가면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서구열강과 맞서게 되지만, 오히려 공개적으로 조선으로 나가고자 하면 러시아의 남하를 막을 수 있으므로 서구열강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따라서 청일 간의 분쟁에서 일본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열강 사이에 낀 한반도는 분단을 숙명처럼 안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왜 통일해야 할까요? 통일의 이유로 가장 먼저 제시되곤 하는 것은 이른바 동일 민족 논리입니다.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통일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여기에서의 민족이 다른 민족이나 다른 나라에 배타적인 민족주의와 꼭 같은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자는 동일 민족 논리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한민족 공동체라는 것이 설령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한민족 공동체가 꼭 하나의 국가를 형성해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세계 전역에는 한 국가가 여러 민족으로 이루어진 경우도, 한 민족이 여러 국가로 나누어진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근대의 민족 개념은 국민이라는 개념과 완전히 구분되지 않는 서구적 개념이고, 한국, 중국, 일본 등이 포함된 동아시아의 민족성과 유럽의 민족성을 단순비교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상태의 분단된 국민국가를, 통일 이후의 민족국가로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는 근거가 부족합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민족을 어떻게 규명할 수 있는지와 같은 문제들도 있습니다. 민족을 어떻게 규명할 수 있을까요? 언어와 혈통, 역사 동질성 등일까요? 저자는 민족성이 "비과학적 소속감"일 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통일의 이유로 다른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요? 2000년대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 평화를 위한 통일입니다. 즉, 미래지향적이고 평화지향적인 통일을 통해 오늘날 평화적이지 못한 분단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는, 평화에의 의지에서 당위성을 찾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통일이 한반도 평화로 가는 좋은 길이라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두 번의 참혹한 세계전쟁과 피말리는 냉전으로 진행되었던 20세기가 지나고, 21세기는 보다 평화적인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사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한반도가 가지는 위상은 유별납니다. 아직도 냉전식 갈등이 잔존하는 동아시아(내지는 동북아시아)는 남북 분단을 중심으로 '동아시아의 화약고'라고 불리우며, 아직도 갈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동아시아가 남북 통일을 기반으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면, 세계 평화 구축에 가장 유의미하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럽연합, 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같은 동북아시아 지역 특수의 지역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면 의미는 더욱 클 것입니다. 또한, 한반도가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결전지라는 점에서, 저자는 이에서 벗어나야만 민족적∙국가적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기본적인 성립조건은 남북의 통일입니다. 이와 더불어 중국이 패권주의를 지양하고, 일본이 탈아입구(아시아가 아닌 서구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를 지양할 때, 동아시아는 크게 평화로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통일의 이유로 가장 많이 대두되는 것이 경제적인 당위성입니다. 남북은 분단되어있기 때문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 즉 분단비용을 어마어마하게 지불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군사비가 그 가장 큰 사례입니다. 가령 모든 남성이 징병제로 인해 2년 간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병역의 의무는, 인생을 설계하는 20대 초반에 주로 주어진다는 점에서 기회비용이 너무나도 큽니다. 그 시간을 자기 계발에 사용할 수 있다면 엄청나게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분단으로 인해 격하된 국가신인도를 회복하고, 무분별한 성장제일주의에서 벗어나는 등 이른바 '통일편익'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왜 분단되었는가
왜 통일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살펴보면, 질문은 어떻게 통일해야하는지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하지만 통일을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한반도가 어떤 역사를 밟아왔는지, 그 결과 오늘날의 상황이 어떤 상황이 되었는지를 명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즉, 어떻게 통일해야 하는가라는 질문 이전에 "왜 분단되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한반도의 분단 문제를 살펴보는 출발점으로 청일전쟁(1894) 즈음을 꼽습니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청나라와 군신관계를 맺고 있던 조선을 청나라로부터 떼어놓기 위해 혈안이었고, 이에 청나라와 일본의 관계는 몹시 악화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당시 청나라에 주재하던 영국 공사는, 일본 외교관에게 한반도를 한강을 기준으로 남북으로 갈라 북쪽은 청이, 남쪽은 일본이 관리하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의견 제시합니다. 영국 공사는 일본이 남쪽으로 내려가면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서구열강과 맞서게 되지만, 오히려 공개적으로 조선으로 나가고자 하면 러시아의 남하를 막을 수 있으므로 서구열강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따라서 청일 간의 분쟁에서 일본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열강 사이에 낀 한반도는 분단을 숙명처럼 안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대륙과 해양 사이에 낀 한반도는 끊임없이 분열의 위협에 시달리다가, 1945년 끝내 분단되고 맙니다
이처럼 한반도가 항시적으로 '분단'과 '통일'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던 가운데, 식민지 한반도의 독립운동은 파편화되어있었습니다. 게릴라 활동이 한반도보다 쉬운 만주에서 활동하던 여러 독립군과 유격전 부대들은 이념과 사상이 다르거나, 일본의 지속적인 압박에 힘겹게 대응하느라 힘을 모으기 힘들었습니다. 무장독립투쟁가들은 일본이 패망하기 전 독자적으로 한반도에 침입하여 민족∙조국해방을 시킬 세력은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나치 독일의 지배를 받았던 프랑스의 사례를 보면, 2차대전 당시 드골이 이끈 자유프랑스군은 좌우를 막론한 프랑스 독립운동가들이 힘을 모은 집단이었고, 해외의 독립군으로서 미국, 소련 등 연합국의 일원이 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이와 같이 식민지 조선의 투쟁가들도 힘을 모을 수 있었다면 사정은 다를 수 있었을까요? 남한과 북한 지역 각각에 미국과 소련에 의한 신탁통치를 결정했던 미∙중∙러의 모스크바3상회의가, 한반도 사람들이 포함되어 미∙중∙러의 4상회의가 될 수 있지는 않았을까요?
("우리 통일, 어떻게 할까요 (2)"에서 계속됩니다)
출처: http://unikoreablog.tistory.com/6867 ['통일 미래의 꿈' 네이버 블로그로 이전하였습니다.]
이처럼 한반도가 항시적으로 '분단'과 '통일'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던 가운데, 식민지 한반도의 독립운동은 파편화되어있었습니다. 게릴라 활동이 한반도보다 쉬운 만주에서 활동하던 여러 독립군과 유격전 부대들은 이념과 사상이 다르거나, 일본의 지속적인 압박에 힘겹게 대응하느라 힘을 모으기 힘들었습니다. 무장독립투쟁가들은 일본이 패망하기 전 독자적으로 한반도에 침입하여 민족∙조국해방을 시킬 세력은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나치 독일의 지배를 받았던 프랑스의 사례를 보면, 2차대전 당시 드골이 이끈 자유프랑스군은 좌우를 막론한 프랑스 독립운동가들이 힘을 모은 집단이었고, 해외의 독립군으로서 미국, 소련 등 연합국의 일원이 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이와 같이 식민지 조선의 투쟁가들도 힘을 모을 수 있었다면 사정은 다를 수 있었을까요? 남한과 북한 지역 각각에 미국과 소련에 의한 신탁통치를 결정했던 미∙중∙러의 모스크바3상회의가, 한반도 사람들이 포함되어 미∙중∙러의 4상회의가 될 수 있지는 않았을까요?
("우리 통일, 어떻게 할까요 (2)"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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