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살인의 명필 송호근 서울대학교 교수
촌철살인의 명필 송호근 서울대학교 교수
2013. 12. 4. 08:55ㆍ마케터로 산다는 것/독서
송호근 서울대 교수
'기자도 아닌 것이' 기자들과 일을 한지도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돌이켜보면 '기자 혹은 언론사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내가 지금 여기서 일하게 된 계기가 됐나 싶다. 기자들과 일하면 좋은 점이 두가지다. 우선 아무렇지 않게 낮술을 마실 수 있어 좋다. 팀원들끼리 반주로 마시기도 하고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폭탄주를 돌리기도 한다. 술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언론사 취업/이직을 추천하고 싶다.
술 말고도 좋은 점이 또 있다. 글쓰기에 관한 실질적이며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인터넷은 수많은 정보가 넘실대는 바다이기도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넘쳐나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어떤 정보를 신뢰하기는 어렵다. 기자는 글을 쓰는 게 좋아서, 오롯이 밥벌이를 위해 스스로 글쓰기 훈련을 해온 사람들이기에 그들 각자의 방식을 존중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다.
이 바닥(언론계)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기자 선배님께 물었다. "글쓰기 연습에 필사(베껴쓰기)가 그렇게 좋다고 하던데요. 선배님이 보시기에 정말 글을 잘 쓰는, 추천해줄만한 분이 있을까요?". 나처럼 의심이 많은 종자는 여러 사람들로부터 듣고 확인을 해야 '끝내' 신뢰한다. 신문사에서만 십년 넘게 근무한 선배님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명필가들이 몇 있다. 그 중의 한명이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송호근 교수다.
송호근 교수를 처음 알게 된 건 인턴기자의 추천 때문이었다. "K야, 넌 누가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해?"라고 물으니 "송호근이요!"라고 확신에 차 대답했다. 선후배가 입을 모아 추천하는 이를 놓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검색엔진에서 송호근이라고 검색하니 뉴스 섹션에 송호근 교수가 쓴 칼럼들이 주르륵 나왔다. 하나, 둘 읽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송호근 교수의 글에는 글쓴이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히 드러난다. 강렬한 어조 역시 매력적이다. 이 강렬함 때문인지 그의 칼럼에는 적의를 보이는 덧글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문학, 역사, 사회'를 아우르는 폭넓은 분야에 대한 인용은 송호근 교수의 필살기다.
내가 본받을 수 있는 명필가들이 살아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계속해서 글을 생산해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축복이다. 오늘 아침에도 송호근 교수의 칼럼을 읽으며 그의 작문활동이 멈추지 않기를 꿈꿔본다.
송호근 교수 칼럼 http://article.joins.com/news/list/list_find.asp?tm=opinion&ctg=20&field=title&keyword=송호근
추천칼럼 3) 판사들의 절규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9226075&ctg=20
규제한국, 노벨상을 날린다
한국인들이 투표와 선거에 온통 몰린 동안, 미국 텍사스 트리뷴에 놀라운 기사가 났다. 텍사스 주지사 릭 페리의 체험담이었다. 공화당 대선 유망주로 떠오른 그는 오래전부터 척추병을 앓았다. 그를 구해준 것은 한국의 어떤 연구소로부터 특별 배양된 성체줄기세포였다. 그의 주치의는 한국에서 ‘기적을 봤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건강을 일단 회복한 페리는 ‘친애하는 미국인’들에게도 이 경이로움을 베풀기 위해 텍사스를 성체줄기세포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거액의 기부금이 줄을 잇고 있다.
기적을 제조한 한국은 ‘2센티 논쟁’에 빠져 있다. 암 발병 1위인 위암에서 한국인을 구출하자는 당국의 결의는 좋았는데, 건강보험 적용대상인 조기 암을 몇 센티로 한정할 것인가가 문제였다. 당국은 과학적 자료를 기초로 2센티로 제한했다. 우리보다 체형이 왜소한 일본에는 3센티까지 늘려 잡는다. 넉넉한 재정과 첨단기술을 고려해 수혜자를 늘린 것이다. 2센티에서 3센티 사이 손톱만 한 거리에 수십만 명의 환자들이 밀집해 있다면, 한국의 수술대는 분쟁에 휘말릴 것이다. 예컨대 위암 크기 2.1센티인 환자는 싸고 깔끔한 내시경절제술을 원할 것이고(50만원 정도), 의사는 2센티 규제에 묶여 복부에 구멍을 뚫는 복강경 수술이나 전통적 개복수술로 돌려야 한다(250만원 정도). 안전성에 매인 ‘2센티 규제학’의 결과가 그렇다. 환자의 배를 더 많이 뚫어야 건보재정이 절약된다. 환자는 수술비를 5배 더 내고, 의사는 세계 최고의 손기술을 발휘하지 못한다.
2센티는 학회 협의를 거친 신중한 결정이지만, 적합성을 두고 몸싸움이 치열하다. 시술에 신기(神技)를 갖춘 나라에서 의료관광객을 불러들이지 못하는 이유도 안전성 위주의 ‘과잉 규제’에 있다. 연 50만 명 의료관광객이 찾아드는 싱가포르처럼 규제에 좀 대범하다면, 한국은 현 10만 명에서 금세 100만 명을 돌파할 것이다. 일자리 창출은 물론 한국이 건강산업의 메카로 떠오를 것이 분명하다. 규제 그물망이 오죽 촘촘했으면, 외국인 투자개방형 병원이 10년 만에 바늘구멍만 한 출구를 찾았겠는가? 안전지상주의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긴 규제 리스트를 자랑한다. 그래서 미래산업의 싹이 죽는다.
줄기세포치료가 그렇다. 몇 년 전 황우석 악몽에 덴 당국이 줄기세포라면 아예 말도 못 하게 곳곳을 틀어막았다. 그 덕에 한국이 길러낸 세계적 의·과학자들이 마치 마약사범처럼 눈치 보며 그 ‘기적’을 제조하고 있는 중이다. 복부 지방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해 자신에게 투여하는 자가유래세포술, ‘성체줄기세포’ 치료법 말이다. 미래 신산업으로 떠오른 이 치료법은 내년에 180억 달러(약 20조원) 황금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릭 페리 주지사가 이 선도효과에 주목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식품의약국은 성체줄기세포술을 과학적 의료기술로 이미 2년 전에 인정해 상용화의 길을 텄다.
규제의 최고 고수들이 진을 친 한국에는 입소문만 무성하다. 치료법을 개발한 의·과학자들도, 고통에서 벗어난 환자도 당국의 감시를 피해 음지 밀담을 나눌 뿐이다. 시술병원은 아예 중국과 일본에 귀양 가 있다. 원정치료에 합류한 유명인들도 마치 주술사를 찾은 사람처럼 쑥스러운 표정이다. ‘완벽한’ 과학적 검증을 따지는 의학계와 식약청은 결코 양허각서를 내주지 않을 태세다. 그간 줄잡아 1만 명의 환자들이 몰래 생명의 환희를 찾았는데도 말이다. 성체줄기세포 치료는 면역결핍, 아토피, 퇴행성관절염, 심근경색 등 전통 의술로 고치기 어려운 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한국 과학자들의 실험 결과가 세계적 저널에 속속 발표되고 있다.
특히 2만 명을 넘는 희귀난치성 환자에게 희망을 준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현대과학이 손을 뗀 난치병에 돌파구가 생겼다면, 의약품 상용화 규정인 ‘3단계 임상시험’을 단축해주는 과감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1단계 실험인 ‘안전성’을 통과한 바에야 난치병 환자들은 어떤 시술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죽음의 문턱에서 성체줄기세포의 ‘3단계 실험완료’를 고통스럽게 기다리는 중인데, 일반 질환과 달라 실험 자체가 불가능하다. 비유한다면, ‘2센티 규제’에 묶여 줄기세포 시술이 불법이라는 뜻이다. 영국·핀란드처럼 의사의 판단하에 세포치료제의 예외적 사용을 허가할 수도 있다. 의료선진국인 일본·미국·독일은 난치병의 경우 아예 법을 바꿔 3단계 요건을 면제하거나 대폭 완화했다. 과학주의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실용성과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우리가 안전지상주의에 집착하는 동안, 의료대국들은 환자중심으로 변신해서 미래 황금시장을 향해 민첩하게 약진하고 있다. 줄기세포 관련 연구가 올해 노벨상 후보로 유력하다는 말이 들린다. 규제숭배론이 노벨상을 날렸다.
규제한국, 노벨상을 날린다
한국인들이 투표와 선거에 온통 몰린 동안, 미국 텍사스 트리뷴에 놀라운 기사가 났다. 텍사스 주지사 릭 페리의 체험담이었다. 공화당 대선 유망주로 떠오른 그는 오래전부터 척추병을 앓았다. 그를 구해준 것은 한국의 어떤 연구소로부터 특별 배양된 성체줄기세포였다. 그의 주치의는 한국에서 ‘기적을 봤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건강을 일단 회복한 페리는 ‘친애하는 미국인’들에게도 이 경이로움을 베풀기 위해 텍사스를 성체줄기세포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거액의 기부금이 줄을 잇고 있다.
기적을 제조한 한국은 ‘2센티 논쟁’에 빠져 있다. 암 발병 1위인 위암에서 한국인을 구출하자는 당국의 결의는 좋았는데, 건강보험 적용대상인 조기 암을 몇 센티로 한정할 것인가가 문제였다. 당국은 과학적 자료를 기초로 2센티로 제한했다. 우리보다 체형이 왜소한 일본에는 3센티까지 늘려 잡는다. 넉넉한 재정과 첨단기술을 고려해 수혜자를 늘린 것이다. 2센티에서 3센티 사이 손톱만 한 거리에 수십만 명의 환자들이 밀집해 있다면, 한국의 수술대는 분쟁에 휘말릴 것이다. 예컨대 위암 크기 2.1센티인 환자는 싸고 깔끔한 내시경절제술을 원할 것이고(50만원 정도), 의사는 2센티 규제에 묶여 복부에 구멍을 뚫는 복강경 수술이나 전통적 개복수술로 돌려야 한다(250만원 정도). 안전성에 매인 ‘2센티 규제학’의 결과가 그렇다. 환자의 배를 더 많이 뚫어야 건보재정이 절약된다. 환자는 수술비를 5배 더 내고, 의사는 세계 최고의 손기술을 발휘하지 못한다.
2센티는 학회 협의를 거친 신중한 결정이지만, 적합성을 두고 몸싸움이 치열하다. 시술에 신기(神技)를 갖춘 나라에서 의료관광객을 불러들이지 못하는 이유도 안전성 위주의 ‘과잉 규제’에 있다. 연 50만 명 의료관광객이 찾아드는 싱가포르처럼 규제에 좀 대범하다면, 한국은 현 10만 명에서 금세 100만 명을 돌파할 것이다. 일자리 창출은 물론 한국이 건강산업의 메카로 떠오를 것이 분명하다. 규제 그물망이 오죽 촘촘했으면, 외국인 투자개방형 병원이 10년 만에 바늘구멍만 한 출구를 찾았겠는가? 안전지상주의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긴 규제 리스트를 자랑한다. 그래서 미래산업의 싹이 죽는다.
줄기세포치료가 그렇다. 몇 년 전 황우석 악몽에 덴 당국이 줄기세포라면 아예 말도 못 하게 곳곳을 틀어막았다. 그 덕에 한국이 길러낸 세계적 의·과학자들이 마치 마약사범처럼 눈치 보며 그 ‘기적’을 제조하고 있는 중이다. 복부 지방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해 자신에게 투여하는 자가유래세포술, ‘성체줄기세포’ 치료법 말이다. 미래 신산업으로 떠오른 이 치료법은 내년에 180억 달러(약 20조원) 황금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릭 페리 주지사가 이 선도효과에 주목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식품의약국은 성체줄기세포술을 과학적 의료기술로 이미 2년 전에 인정해 상용화의 길을 텄다.
규제의 최고 고수들이 진을 친 한국에는 입소문만 무성하다. 치료법을 개발한 의·과학자들도, 고통에서 벗어난 환자도 당국의 감시를 피해 음지 밀담을 나눌 뿐이다. 시술병원은 아예 중국과 일본에 귀양 가 있다. 원정치료에 합류한 유명인들도 마치 주술사를 찾은 사람처럼 쑥스러운 표정이다. ‘완벽한’ 과학적 검증을 따지는 의학계와 식약청은 결코 양허각서를 내주지 않을 태세다. 그간 줄잡아 1만 명의 환자들이 몰래 생명의 환희를 찾았는데도 말이다. 성체줄기세포 치료는 면역결핍, 아토피, 퇴행성관절염, 심근경색 등 전통 의술로 고치기 어려운 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한국 과학자들의 실험 결과가 세계적 저널에 속속 발표되고 있다.
특히 2만 명을 넘는 희귀난치성 환자에게 희망을 준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현대과학이 손을 뗀 난치병에 돌파구가 생겼다면, 의약품 상용화 규정인 ‘3단계 임상시험’을 단축해주는 과감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1단계 실험인 ‘안전성’을 통과한 바에야 난치병 환자들은 어떤 시술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죽음의 문턱에서 성체줄기세포의 ‘3단계 실험완료’를 고통스럽게 기다리는 중인데, 일반 질환과 달라 실험 자체가 불가능하다. 비유한다면, ‘2센티 규제’에 묶여 줄기세포 시술이 불법이라는 뜻이다. 영국·핀란드처럼 의사의 판단하에 세포치료제의 예외적 사용을 허가할 수도 있다. 의료선진국인 일본·미국·독일은 난치병의 경우 아예 법을 바꿔 3단계 요건을 면제하거나 대폭 완화했다. 과학주의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실용성과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우리가 안전지상주의에 집착하는 동안, 의료대국들은 환자중심으로 변신해서 미래 황금시장을 향해 민첩하게 약진하고 있다. 줄기세포 관련 연구가 올해 노벨상 후보로 유력하다는 말이 들린다. 규제숭배론이 노벨상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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