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행기] 재미동포 교사 이금주의 따끈따끈한 북한이야기(5) - 뉴스페이퍼
[북한 여행기] 재미동포 교사 이금주의 따끈따끈한 북한이야기(5)
이금주 매사추세츠 한국평화운동 공동의장
승인 2019.11.23 17:42
평양교원대학 교정
미래의 꿈을 심는 평양교원대
인터넷이 성공적으로 연결된 뒤, 우리의 평화자동차는 평양교원대학으로 출발했다. 평양교원대학교. 우리의 교육대학에 해당하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대학이다. 차로 이동하는 사이 세계 각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는 해외동포 평화운동가들로부터 여러 질문이 빗발쳤다. 북한의 초등교육을 이끌어가는 인재를 양성하는 평양교원대학. 어떤 학생이 어떤 과정을 통해 선발되는지, 교사가 되려면 북에서는 어떤 자질을 요구하는지, 교육과정은 어떻게 구성, 선정되는지, 교사발령은 어떻게 내는지 등 평양교원대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필자가 교사이기에 북한의 교육기관, 학교, 교사와 학생에 대한 관심은 클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여러해 교직에 있었고 보스턴에서도 6년째 ESL교사로 이주민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게다가 한국에서 교육대학을 나왔기에 교육기관 중 평양교원대학를 제일 먼저 방문하고 싶었다. 평양 보통강 구역에 위치한 평양교원대. 아담한 현대식 건물이 나를 맞이한다. 푸른 잔디가 펼쳐진 교정에 들어섰다.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을 세계를 보라.”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문구이다.
평양교원대학 교정
평양교원대의 젊은 교원이 활짝 웃으며 반갑게 맞이한다. “리금주 선생님, 환영합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평양교원대 교원 ***입니다.” 같은 교원이라 더욱 더 반갑다고 한다. 내가 미국 공립학교 중등교원임을 알고 있다. 30대의 평양교원대 여교수는 친절하게 학교의 강의실과 시설을 하나하나 안내해 주었다. 북에서는 교사와 교수를 모두 다 “교원”이라고 칭한다. 가르치는 직업에 대한 서열적 칭호를 지양하고 가르치는 일 그 자체에 대한 가치를 더 부여하기 위한 의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제일 먼저 학교 연혁을 소개하고 강의실 여러 곳을 차례로 안내해 주었다. 방학 중 정규수업은 없다고 한다. 강의실 여러 곳에 학생들이 모여 소조활동을 하고 있었다. 일종의 그룹 스터디로 강의실별로 수업 실기와 관련 활동, 음악 교육 활동, 과학과 지리 교수학습 능력 신장을 위한 활동, 초등학교 방학 특별 수학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수업기기로 교수-학습 능력을 연마하는 평양교원대 학생들
첫 번째 강의실의 문을 열었다. 뽀얗고 밝은 얼굴들이 반짝인다. 하얀 셔츠에 까망 스커트를 단정하게 입은 여학생들이 십여 명이 앉아서 수업 실습 활동을 하고 있다. 찰랑찰랑 단발머리에 머리 핀이 얌전하게 꽂혀있다. 살짝 미소를 머금은 얼굴들. 꽃이 여러 송이 피어 있는 듯, 어여쁘다. 20대 초반의 싱그러움 발하는 아름다움이 강의실을 가득 메운다. 어찌 보면 고등학생 같다. 앳된 얼굴들이 스크린을 바라보며, 발표하고 있는 학생에게 눈을 모은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몇 초 지나지 않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스크린에는 가상 학생들이 앉아 있다. 발표하는 학생은 가상 학생을 상대로 수업을 진행한다. 지금 인공지능을 활용한 수업 기기로 교원대 학생들이 수업 실습을 하고 있는 거다. 수업의 생명은 뭐니 뭐니 해도 학습효과를 극대화하는 학생과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다. 늘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하며 교수학습능력과 기술을 연마할 수 없으니 이런 최첨단 시청각 기기를 사용해 가상현실 교실 상황을 연출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수업기기로 교수-학습 능력을 연마하는 평양교원대 학생들
이걸 보면서 나도 모르게 무릎을 쳤다. 아! 가상현실 수업기기! 이런 첨단기기야말로 교사 양성프로그램에서는 유용하기 이를데 없다. 미국에서 학생으로 공부하면서도 교사로 가르치면서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가상현실 수업 장면이 신기하기조차 했다. 외부 학술단체나 교육계와의 교류가 활발하지 않을텐데, 이런 인공지능을 이용한 가상현실 수업 기기가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수업 기기는 여러 개가 더 있었다. 초등학교이니 교사가 무용도 가르친다. 무용을 지도할 때, 교사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하는 가상 학생을 설정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교원대 학생이 먼저 시연을 했다. 그리고, 나에게도 한번 해 보라고 권유했다. 원래 빼는 성격이 아니어서, 마치 내가 교원대 학생인 양 무용지도 시연을 했다. 나의 동작을 따라 하는 학생이 스크린에 보인다. 내가 제대로 가르치는지 어떤지 스스로 확인하며 지도할 수 있다. 나의 용감한 무용 시연에 교원대 학생의 박수가 쏟아진다. 우리는 “모두 교사다”라는 동료의식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나이를 넘어 남과 북을 넘어 우리는 이렇게 금세 친구가 되고 동료가 된다. 정말 재미있는 수업 기기 시연이었다.
평양교원대 음악교육과 학생들의 소조활동
여러 강의실을 둘러보며 인공지능을 이용한 최첨단 교구와 시설에 매료되었다. 한 강의실에서는 첨단 시청각 기기와 모래를 사용한 지리 교수-학습 기기가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교원대 학생들이 음악을 들으며 형형색색의 조명과 프로젝터의 변화에 따라 모래를 만지며 지도를 만들어 간다. 프로젝터에 지형이 표현된다.
한반도의 지형과 지도를 스크린과 음향효과를 들으며 모래로 완성한다. 다중감각학습이론을 적용한 기기로 보인다. 초등학교 시기는 시각, 청각, 촉각 등 다중감각을 이용해 학습하면 매우 효과적이다. 보고 듣고 손으로 만져서 배운 지식은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다. 뇌 속의 기억장치에 아주 의미 있는 경험으로 기억되어 온전히 자신의 지식으로 자리 잡는다. 첨단 기기에 다중감각 인지학습이론을 접목한 교수학습 모형이다. 매우 흥미롭고 인상적이다.
한 강의실에서는 키보드를 연주하며 노래와 무용을 연습하고 있었다. 꾀꼬리가 노래하는 듯 아름다운 목소리의 합창이 강의실을 가득 메운다. 섬세한 손동작까지 곁들여져 연습인지 공연인지 그냥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다른 강의실에서는 첨단 기기를 활용해 생물 교수학습 지도 실연을 하고 있었다. 향학열에 불타는 교원대 학생들은 방학도 더위도 잊은 듯, 미래 교육을 책임질 교육자로서의 기량을 연마한다.
평양교원대 학생들과 함께
다른 강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초등학생을 상대로 한 수학 수업이 한창이다. 초등학교 3, 4학년으로 보이는 눈망울이 똘망똘망한 아이들이 앉아서 주판을 이용해 계산한다. 21세기 수학 교실에 주산이라. 고전적 계산 도구인 주판을 이용해 무엇을 하는지 눈여겨보았다. 이번엔 주산을 사용하지 않고 노래와 율동을 하며 계산을 하는 듯하다. 수업을 이끌는 안내를 해주는 교원에게 물으니 어린이들이 머릿속에 주산을 그려 덧셈과 뺄셈 연산을 연습을 한다고 말했다. 연산 방법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재미와 인지적 자극을 주기 위해 노래와 율동을 곁들인다. 현장에서 연주하는 피아노 음률에 맞춰 초등학생들이 노래도 하고 율동도 하고 수학 공부도 한다. 참 재미있는 교수학습 방법이다. 이 여름방학 수학 특별프로그램은 교원대생들에게는 실습의 기회를. 초등학생들에게는 방학 중 수학 실력을 향상할 수 있는 기회를. 일거양득 일석이조의 방학을 잘 활용하는 방안인 듯하다.
평양교원대에는 미래세대를 교육할 인재들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이기에 교육에 대한 사명감과 헌신이 높은 학생들을 선발한다고 한다. 남측과 마찬가지로 북측에서도 교사에 대한 사회적 존경이 높아서 인기 있는 직업이라고 한다. 선호하는 직업이니만큼 경쟁도 치열해 우수한 인재들이 교원대에 들어온다. 교원대 교수에 의하면 고등학교 졸업생 중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선발된다. 창조적 사고력, 완강한 집중력, 비상한 직감력, 비범한 통찰력을 가진 인재를 육성한다. 학교 현황 안내판에서 본 내용이다. 인상이 깊어 따로 적어 놓았다.
평양교원대 학생의 시범수업과 참관
교사 임지 배정시에는 본인의 희망을 고려해 당국에서 배정한다. 학교 입구에 도서벽지로 탄원(지원)해서 가는 교사를 우러르고 표창하는 내용의 사진과 선전물을 보았다. 생활 조건에 어려운 외지에서 교육에 대한 열정과 헌신으로 자원해 가는 교사는 남이나 북이나 다 존경의 대상이며 귀감이 된다. 교원대 교수에 의하면, 교육과정은 교원대의 교수진과 일선 학교의 교사가 함께 연구하고 협의하여 구성한다.
교원대의 여러 강의실을 둘러보며 학생들이 교사로서의 전문지식과 교수기술을 연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최첨단 교육 기재를 갖춘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미래교사로서의 꿈을 키우고 실력을 닦는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임은 남한이나 북한이나 다름이 없는 듯하다. 남이나 북이나 미래세대를 교육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일에는 국가적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한국인의 교육열은 공히 세계가 인정하는 바다. 한국에서 양성된 많은 인재가 전세계 곳곳에서 글로벌 리더로서, 소중한 전문인력으로서 제 몫을 하고 인류의 공영에 기여하며 한국의 국위를 휘날리고 있다. 이 대열에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도 함께 하게 된다면 우리 민족의 위상은 전 세계에 더 드높아 지리라. 남과 북의 인재들이 전 세계를 무대로 협력하고 공조하며 함께 인류를 위해 공헌하는 그날을 상상해 본다.
김일성 종합대학교 교정
이제 평양교원대를 출발해 김일성 종합대학으로 향한다. 북한 최고의 명문, 김일성 종합대학. 교정은 어떤 모습일까? 학생들은 어떨까? 20대 초반의 똑똑한 북녘 청년은 어떤 눈빛을 발하며 어떤 얼굴로 세계를 대할까? 최첨단 시스템을 자랑한다는 전자도서관은 어떨지? 여러 가지가 궁금했다. 고층 아파트가 늘어선 거리를 지나자, 김일성 종합대학교의 교문에 닿았다.
방학 중 학교에 나온 김일성 종합대학 학생들
김일성 대학을 안내해 줄 여성 안내원이 나를 활짝 웃으며 맞는다. 북녘 동포들은 웃음이 환하다. 환영의 눈빛과 표정이 바로 전달된다. 말을 타고 만주벌판을 달리던 고구려인의 기질인가. 화끈한 성격을 드러내는 표정이 그들의 속내를 다 말하는 듯하다. 목소리는 또 어떠한가. 안내원 대부분이 여성인데, 얼마나 씩씩하고 시원시원하게 말하는지. 들을 때마다 다 내 속이 시원하다. 나는 씩씩한 여성이 좋다. 씩씩한 북녀 마음에 든다.
김일성 종합대학을 안내해 준 안내원과 함께
김일성대학의 연혁을 설명해 주었다. 1946년에 설립된 김일성종합대학에서는 설립 당시에는 7개 학부, 24개 학과로 출발하였으나, 현재 3개 단과대학, 14개 학부에 50여 개의 학과가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64년에 이 대학 경제학부 정치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북한 최고의 명문답게 입학 자격은 아주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주어진다. 대학입학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성적이 아주 뛰어난 학생에게 입학 자격이 주어지고, 뿐만 아니라 학교장과 시·군인민위원회 또는 소속직장의 추천이 필수적이다.
김일성종합대학의 전자도서관을 꼭 보고 싶었는데, 그날 마침 내부 정비하는 날이어서 휴관이었다. 방학 중이어서 강의는 없었다. 몇몇 학생이 대학 교정을 오가는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삼삼오오 여학생들이 양산을 쓰고 걷는다. 8월의 작열하는 태양은 강한 여름 볕을 쏟아낸다. 여성의 피부에는 치명적인 햇볕. 여대생이나 20, 30대 젊은 여성이나 중년의 여성이나 양산을 쓴 평양의 여인들은 이제는 너무도 눈에 익숙하다.
삼삼오오 양산을 쓰고 다니는 김일성대학 여학생들
교정 한 곳에서는 교수인 듯한 사람들이 연수를 하는지 몇몇이 무리 지어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김일성대학 교정에서 대학생이나 교수와 대화할 수 있기를 소망했지만 아쉽게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김일성대학 외관과 방학 중 나온 몇몇 학생들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다음에는 꼭 김일성대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리라.
평양의 공공시설, 문화시설을 다니면서 김일성대학 출신의 인재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박물관, 역사관, 문화시설 등의 안내원 중 상당수가 김일성대학 출신이었다. 김일성 대학을 안내한 안내원도 이 학교 출신이다. 전승박물관, 자연박물관, 판문점에서 만난 여러 안내원 모두 김일성대학 출신이다. 북에서는 안내원의 역할을 단순한 서비스직이 아니라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고 지식과 지성을 교류하는 역할로 보는 듯하다. 특히 재외동포 방문자나 방문단에게는 우수한 인력을 안내원으로 배정하는 것 같다. 재외동포에 대한 배려로 보인다.
삼삼오오 양산을 쓰고 다니는 김일성대학 여학생들
북녘 동포들의 또 하나의 삶의 현장, 마트와 거리 상점순 우리말의 간판을 건 평양거리의 다양한 상점순 우리말의 간판을 건 평양거리의 다양한 상점
평양의 대형마트는 어떤 모습일까? 정말 궁금했다.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의 평화자동차는 다음 방문지인 광복지구상업중심으로 달린다. 차창 밖 거리의 풍경이 들어온다. “미래를 사랑하자”라는 구호의 이층버스가 달린다. 상업광고에 익숙해진 나의 눈은 조금은 정서적인 표현의 구호가 새롭게 느껴진다.
거리 여기저기 재미있는 간판이 걸려있다. “과일 남새(채소) 상점” 북에서는 채소를 남새라고 한다. 과일과 채소를 파는 상점을 거리의 곳곳에서 자주 보았다. “꽃 금붕어 상점” 아, 북에서는 꽃과 금붕어를 같이 파는구나. 오래 전 초등학교 다닐 무렵, 70년대 초중반, 남에서도 금붕어와 꽃을 같이 팔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왠지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순 우리말의 간판을 건 평양거리의 다양한 상점
상점마다 조금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오전 10시에 문을 열어 오후 7시에 문을 닫는 듯하다. 거리의 공중위생실(화장실)도 보인다. 추어탕, 메기탕, 랭면, 까스맥주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소박한 순우리말의 간판이 정겹다. 세종대왕이 보고 기뻐하실 듯하다.
추어탕과 메기탕을 파는 식당 간판
또 하나 흥미로운 발견은 남이나 북이나 즐기는 음식은 비슷하다는 점이다. 추어탕과 메기탕 간판을 거리에서 자주 보았다. 추어탕과 메기탕. 남이나 북이나 대중에게 사랑받는 민족의 음식이다. 70년 떨어져 살아도 우리의 입맛은 말해준다. 우린 뼛속까지 한 형제 하는 것을. 그런데, 북에서는 추어탕, 메기탕, 냉면을 파는 식당에서 생맥주도 판다. 술이 센 우리 북녘 동포들. 주식을 먹으며 반주로 생맥주 곁들이나 보다. 우리 북녘동포들이 무엇을 먹고 마시며 즐기는지 나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이제 차근차근 배우고 알아나갈 것이다.
광복지구상업중심(평양 광복지구의 대형마트)
거리의 간판을 보며 남과 북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북녘 동포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시장이 가장 평범한 일상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여겨, 마트나 몰, 백화점 등을 방문지에 포함했다. 그중 하나가 광복지구상업중심(마트)이다. “광복지구상업중심” 이라고 쓴 건물 앞에 도착했다. 광복지구의 대형 마트다.
평양 마트에 진열된 다양한 종류의 과자
문을 열고 마트에 들어섰다. 쇼핑하러 온 시민들이 입구에 서 있다. 적당히 붐빈다. 상품을 진열한 매대가 쭉 이어져 있다. 입구에서부터 사진을 찍으려고 작정을 하고 카메라를 눌러댔다.
“아, 여기서는 사진 못 찍습네다. 사진기 주시라요” 마트 입구의 봉사원이 나에게 말한다. 그리고 카메라를 달라고 한다. 지금까지 한 번도 사진 촬영을 제지받은 적이 없다. 군시설이나 군인이 아닌 이상, 사진 촬영이 문제 된 적은 고려항공 비행기 안과 이곳 마트다. 나를 안내하는 안내원 선생을 불러 도움을 청했다. 그가 여성 봉사원과 얘기한다. 재미동포로 멀리서 왔는데 좀 이해 달라고 사정하는 눈치다. 그 여성 봉사원은 완고하다. 외부인 사진 촬영이 안 된다고 단호히 말한다.
평양 마트에 진열된 다양한 종류의 과자
“그 동무, 참 빡빡하구만. 그렇게 사정했는데도 사진 촬영 안 된다고 합네다. 리선생님, 카메라 내게 주시라요. 내가 눈치껏 찍어드리겠습네다.” 안내원은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말한다. 그는 내가 왜 북을 방문하는지 잘 이해하기에 최대한 내 편에서 내 편의를 들어주려고 노력한다. 참으로 고마운 그의 호의다. 적극적이고 친절한 안내원 덕분에 몇 장의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갑질이 안 통하는 북녘 사회?
나는 광복지구 마트를 방문할 때까지 여전히 왜 고려항공 비행기에서, 광복지구 마트에서 사진 촬영을 금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북녘 여행이 끝날 무렵에야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결정권이 있는 개인 판단의 차이라고 할까. 실은, 딱히 이유는 없는 듯하다. 왜냐하면, 보통문거리상점이나 대성백화점, 다른 상점에서는 다 사진 촬영이 허용되었다. 장소에 따라서 어떤 봉사원이냐에 따라서 사진 촬영 허용 여부가 달라지는 것 같다. 내 안내원조차도 광복지구 마트에서, 고려항공 기내에서 왜 사진 촬영을 금했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했다.
광복지구상업중심(평양 광복지구의 대형마트)
마트나 상점이나 식당이나 각각의 단위에서 자기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각자 고유한 권한이 있는 것 같다. 그 일터의 영역 안에서는 그 담당자가 판단하고 결정한다. 외부의 누가 뭐라고 해도 그 권한을 침해할 수 없는 사회시스템과 문화인 듯하다. 마트의 입구에서 입구를 관리하는 봉사원은 비록 말단이라 할지라도 마트 입구에 관한 한 자기의 고유 권한이 확실한 듯 보였다. 누가 뭐래도 내 영역에서 내게 부여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그 여성봉사원이 특별히 직급이 높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내게 사진촬영을 단호히 금지했던 고려항공 기내의 여승무원 역시 여승무원으로서의 자기의 고유권한을 행사한 것 같다. 다른 공공시설에서도 말단에서 시민을 접하는 봉사원에게서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당당하고 단호한 그런 느낌이다.
이런 문화와 시스템이라면 남에서 말하는 소위 “갑질” 이라는 게 통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에 도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나의 추론이 맞을 것이라는 느낌적 느낌을 갖게 되었다. 다음에 다른 일화를 소개하면 내 나름의 통찰과 분석을 더 덧붙이겠다.
평양거리의 공중화장실
평양 거리에서 종종 보게 되는 이층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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