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9

09 송호근. 이념전쟁 격렬했던 최근 3년 한국사회 분해·재조립하다 - 중앙일보 뉴스



[행복한책읽기Review] 이념전쟁 격렬했던 최근 3년 한국사회 분해·재조립하다 - 중앙일보 뉴스




이념전쟁 격렬했던 최근 3년 한국사회 분해·재조립하다[중앙일보] 입력 2009.01.10 01:05 / 수정 2009.01.10 01:06




독 안에서 별을 헤다
송호근 지음, 생각의 나무, 400쪽, 1만3000원

언론계에서 특정 기자의 취재력과 문장력이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듯, 교수 사회에서도 학문적 깊이와 대중에의 전달력을 양립시키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그 점에서 송호근(서울대·사회학) 교수는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아 왔다. 학창 시절 소문난 문청(文靑)이었던 이력이 바탕에 깔려 있을 터.

게다가 칼럼집은 원래 ‘저자도 안 읽는다’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로 한낱 증정용 도서로 전락할 위험을 안고 있다. 책이 나올 때쯤이면 시의성이 약해지는 데다 이미 발표된 글이라 신선미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약점을 깔끔하게 극복했다. 칼럼을 쓴 시기의 전후 사정과 정치·사회적 의미, 필자의 소회를 꼼꼼히 되살려냈다. 덕분에 이미 발표된 칼럼보다는 대폭 보강한 새 원고가 돋보이는, 통시성(通時性)을 갖춘 별개의 저서로 읽힌다. ‘21세기 한국사회 전람회’라는 책의 부제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책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2009 3년간 
한국 사회를 ‘분해하고, 음미하고, 재조립한’ 성과물이다. 
이 3년을 필자는 1945~48년의 해방공간을 제외하고는 가장 격렬하게 이념전쟁이 벌어진 시기로 인식한다. 
그는 자신이 이념적으로 중도우파라는 평가에 대체로 동의한다. 사회 현상을 “좌로부터는 ‘조금 멀리’, 우로부터는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관찰했다”(350쪽)고 말한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지적 역량이 지극히 미천하다는 것은 한국의 배타적 특징”(53쪽)이라고 개탄하면서도, 한편으로 희망사고의 글쓰기, 최면의 글쓰기에 빠져 황우석 박사를 한때 옹호했던 자신에게 화살을 돌려 “허탈했고, 가짜 글을 썼다”는 회한에 몸서리쳤다. 

386과 노무현 정부를 자근자근 비판하지만, 2007년 대선 때는 이명박 후보를 ‘얼룩소’에 비유하면서 ‘오점이 많은 후보를 그래도 붙잡는 유권자들의 안쓰러운 집착’(213쪽)도 짚어낸다.

필자가 줄곧 의식하는 것은 사회의 ‘중심’이다. 글을 쓸 때도 극단이나 특정 이데올로기에 매이지 않고 항상 중심으로 회귀하려고 노력했다.
 『중용』에 나오는, 시대에 따라 조금씩 이동하는 중심이란 뜻의 ‘시중(時中)’은 그의 글쓰기에서 화두처럼 작용하는 듯하다. 책 뒷부분에서 필자는 향후 한국 사회를 위한 ‘사회 디자인’과 ‘정치 디자인’ 구상을 설명하면서 내각책임제 또는 대통령중임제로의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심스레 제안한다. 




노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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