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미
52 m ·
겨울에 꺾인 서울의 봄
전두환은 서울의 봄에 휘몰아친 매서운 겨울의 마지막 잔재였다. 많은 이가 죽었고 철창에 갇혀 고문받아 망가졌고 한 시대가 무자비한 폭력 앞에 짓눌렸다.
반면 전두환의 치세는 나라의 부국강병의 기틀을 잡은 시기이다. 때마침 전세계를 휩쓸던 3저호황에 운좋게 올라타서인지, 자신의 무식을 알고 김재익경제수석에게 전권을 주어서인지 따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가 국정운영을 무슨 의도로 했느냐고 묻는 것은 코미디다. 전두환은 국정운영의 최종결정권자로서 그의 치세의 성과는 그의 몫으로 가져가야 한다.
마찬가지로 전두환이 무슨의도로 서울에서 12.12 쿠데타를 일으켰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권력을 잡은 후 5월 광주의 상황을 알고 그가 어떻게 느꼈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진실로 북한의 사주를 받은 세력에 의해 광주항쟁이 무장봉기로 치닫을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든, 나라를 위해서 무장폭도를 진압해야만 한다고 거국적 결단을 내렸든 그것은 중요하지도 않고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전두환 자신조차도 모를 것이다. 무릇 자기이해라는 것은 자기합리화의 망상과 변명에 물들기 마련이니까.
어쨌든 그는 광주민중항쟁에 공수부대와 군대를 투입하기로 최종결정을 내렸고 진압명령을 내렸다. 80년대 무고한 광주시민들과 학생들의 핏값은 전두환의 몫이다.
역사는 그렇게 감정과 편견의 소용돌이 속에서 팩트만을 건져내어 기록할 것이다. 밝은 것은 밝은 것대로 어두운 것은 어두운 것 그대로 자리 잡게 할 것이다. 선악의 판단으로 전두환 개인의 편에 서서 선의 의지라고 하는 것도 그 반대 편에 서서 모든 것을 악의 의지라고 하는 것도 우습다.
사심 없이 현재의 이해관계에 흔들리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역사는 역사 그대로 사람은 사람 그대로 보려고 곧은 시선을 유지하는 자세가 그립다.
내가 역사를 넘어 한 인간으로서 전두환을 기억하는 마지막 장면은 이것이다.
그는 끝끝내 죽음에 이르러서도 자기 손에 무고한 이들의 피가 묻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노태우대통령이 생애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아들을 광주에 보내 사죄한 것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
그 대신 그의 손자가 그 핏값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그의 유해는 묻힐 곳을 못찾아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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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Shin
누구에게나 어느 것에나 빛과 어둠이 함께 있는 법이지요.
44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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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박정미
신평 그래서 그 누구도 자신의 생애와 의식에 얼룩진 빛과 어둠을 명징하게 바라보지 않는 한 앞으로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역사가 그렇듯이요.
41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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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이만재
그시대 그인물이다.
32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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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미
이만재 하지만 시대탓으로 모든 것을 돌릴 수는 없겠지요.
31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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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재
박정미
역사는 되돌릴수는 없지요.
오늘 또한 내일이 되면
역사속에 남길 뿐이죠.
26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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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이래서 샘을 사랑합니다. '곧은 시선'... 직시 직필!
31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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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미
임미옥 아! 작은 기미를 크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30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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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박정미 저는 현대사 영화는 절대 안 봅니다. 제가 온몸으로 겪었으니 우습게 느껴져서요. 저희 세대는 모두가 저처럼 느끼셔서 이 영화가 2030 개딸 양아들에게만 인기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27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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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미
임미옥 저는 서울의 봄을 아직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궁금해서 언젠가는 볼 것 같습니다.
22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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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삼성
서울의 봄을 넌픽션으로 너무 안타깝게 보신 것 같구만요. 전두환이 그의 죄값으로 묻힐곳이 없다면 대한민국에 죽은넘 살아있는넘 할것없이 구천에 떠돌아야 할넘들 무지기 많다는 생각이 드네요.
25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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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미
문삼성 서울의 봄을 보지 않았습니다. 제 평소의 소견일뿐입니다.
24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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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삼성
박정미 그렇구만요. 소신이라니 더 말할 것도 없지만 518은 아직도 석연치못한 사건이고 전두환과의 괸계도 수긍이 어려운 부분이 있는 사건. 무고한 피의 책임자라 단정은 세월이 더 필요한 사항. 그의 공으로 상쇄하면 국립묘지도 허락해야하는 것이 나라가 할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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