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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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식 다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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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0자평 4편
리뷰 2편
세일즈포인트 636
336쪽
135*210mm
420g
ISBN 9791197758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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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 인문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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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992년『나의 서양미술 순례』의 번역 출간 이후, 사회와 예술을 넘나들며 국민주의와 식민주의, 재일조선인, 디아스포라의 문제를 제기했던 서경식 교수가 2021년 도쿄경제대학을 퇴직했다. 정년퇴임을 기념하는 책이지만, 제도적 장을 떠나는 스승을 위해 제자들이 펴내는 기념논총의 형식에서 벗어나, 이제 더 자유로운 지평에서 글로 싸워갈 서경식 선생에게 친구들이 보내는 연대와 우정의 기록을 모았다.

열여덟 명의 필자는 실로 다양하다. 서경식의 글과 사유를 자양분 삼아 자신의 작품과 세계를 만들어나간 소설가와 예술가,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토론하며 생각을 나눴던 연구자와 평론가, 서경식의 글을 옮기거나 책으로 묶은 번역가, 기자, 편집자, 출판인뿐만 아니라 도쿄경제대학에서 강의를 듣고 성장한 제자와 신진 학자, 저서의 디자인을 맡은 인연에서 서경식의 연구 조교가 된 북디자이너, 그리고 책 속에 자연스럽게 등장했던 삶의 동반자 F까지 모여 그의 글을 다시 읽고 음미하며 기억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때로는 섬세한 감성을 지닌 에세이스트로서, 때로는 전투적 논객으로서 문학과 예술, 정치와 사회를 넘나들었던 서경식의 사유를 다시 읽는 글 모음집은 이렇게 만들어질 수 있었다.

서경식은 한국 독자와의 만남을 일컬어 “인생에서 얻은 가장 큰 행운”이었다고까지 말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열여덟 명의 필자뿐만 아니라 한국의 독자 모두를 향해 감사를 담아 응답하는 글로 마무리된다. 부록으로는 그동안 서경식이 한국 사회에 발신했던 저술 목록과 서경식을 주제로 생산된 문헌(서평 및 비평문과 학술 논문) 리스트를 수록했다.

1998년 첫 만남 이후 서경식과 23년간 우정을 이어온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 윤석남이『서경식 다시 읽기』를 위해 그린 <서경식 초상>을 표지 앞뒷면에 실었다. ‘벗들의 초상’과 ‘한국 여성독립운동가’ 연작을 진행 중인 윤석남 작가가 처음 선보이는 남성 초상화이기도 하다. 2021년 <서경식 초상> 연작은 한국전통채색화, 수묵화, 연필 드로잉 등 총 열다섯 점으로 이루어졌고 그중 일곱 작품이 책에 수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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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경식 다시 읽기』를 시작하며

re-ading 1
윤석남_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순간이 있다
김연수_ 믿는 자여, 그대 더욱 방황하리라
조해진_ 그의 궤적 안과 바깥에서
정연두_ 서경식 선생님에게 나는 “맏아들”이라는 칭호를 부여받았다, 그것도 아주 “완고한”
re-ading 2
서동진_ 서경식 선생과 로얄 밀크티
권성우_ 희망과 비관 사이—나는 왜 서경식의 에세이에 끌리는 것일까?
한승동_ 고독한 반식민주의 투사
박혜진_ 번개 같은 직감
re-ading 3
이종찬_ 여행자가 될 수 없었던 순례자
권영민_ 해부도의 윤리학
양창섭_ 매혹과 각성의 시간—서경식과 함께 음악 듣기
최재혁_ 월경하는 미술
re-ading 4
하마무_ 소녀의 눈물
유유자_ 안으로부터의 굴레, 밖으로부터의 굴레
리행리_ 만남을 통해 확장된 질문
re-ading 5
박태근_이름을 전하는 사람
김희진_다시 만난『만남』
후나하시 유코(F) 만남
서경식 길 위에서—응답과 감사의 글
서경식 저작 목록
서경식 관련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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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P.35~36
김연수, 「믿는 자여, 그대 더욱 방황하리라」에서
세상에 서경식 문장술이라는 게 있다면, 그 요체는 ‘짐짓’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딴청’이라고 해도 좋고, 요즘 유행어로 말하면, ‘할많하않’이라고 해도 괜찮겠다. 『나의 서양미술 순례』에서 내가 배운 게 있다면 바로 그 문장술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문장술의 문제가 아니었다. 어떤 거대한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개개인의 자세한 사연을 생략하는, 어떻게 보면 군더더기를 과감하게 쳐내는 냉혹한 편집술에 가깝다. 왜 그런가? 그것이야말로 지식인의 세계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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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0~41
사춘기가 되자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의심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나는 모범생이었고, 교과서에서 말하는 아름다운 말들과 정의로운 교훈들을 철저하게 외우고 있었다. 그럼에도 한번 일어난 의심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서점에서 책을 찾아 읽기 시작한 것은 그 무렵이었다. 그러다가 『나의 서양미술 순례』를 읽었다. 그 책을 통해 의심은 믿는 자의 숙명이고, 믿는 자는 방황하게 돼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나의 소년기가 마침내 막을 내렸다.”

P.48
조해진, 「그의 궤적 안과 바깥에서」에서
내게 여권 같은 의미를 갖는 책들로 책장을 채운다면, 그 한 칸은 서경식의 저서로 가득 찰 것이다. 그의 책을 처음 접한 건 십여 년 전이었는데, 그 첫 책에서부터 나는 내가 그의 문장을 통해 더 먼 곳으로 가리란 걸 예감했다. 그 책은 『디아스포라 기행』이었다.

P.50~51
『빛의 호위』가 출간되고 1년여 뒤, 『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 출간 기념 강연회에 간 적이 있다. 강연이 끝난 뒤엔 사인을 받으려는 사람들과 함께 줄을 섰고 내내 떨리는 마음으로 내 차례를 기다리기도 했다. 드디어 그의 앞에 섰을 때, 나는 책에 사인을 받은 뒤 가슴에 품고 있던 『빛의 호위』 한 권을 드렸다. 책 면지에는 “文章의 인연에 감사하여, 마음을 담아”라고 썼다. 그가 반가워하며 “조해진 군?” 하고 확인하듯 물었던 순간을 기억한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소설집 목차 페이지를 열어 보인 뒤 이 중에서 「사물과의 작별」은 특히 작가님의 형들 덕분에 구상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내 뒤에도 사인을 받으려는 독자들이 꽤 있었고 행사장은 이미 정리 중이었다. 그러나 그날 밤은 이미 내게 특별했다. 빛을 찾아 헤맸던 내 긴 여정에서 어떤 때는 출발역이, 또 어떤 때는 환승역이 되어 준 실체를 만난 밤이었으니까. 그가 비록 한국어로 된 내 소설을 읽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었다. 그를 읽으며 소설을 쓰고 세상을 알아 가는 한국 소설가가 있다는 것을 알아준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했다.

P.75
서동진, 「서경식 선생과 로얄 밀크티」에서
서경식의 『디아스포라 기행』을 읽고 나는 이 ‘연약한’ 저자에게 깊이 감동받았다. 아마 그것은 그 책에서 언급하는 디아스포라란 존재의 삶에 관한 서술보다는 그가 그것을 경험하는 방식, 순전한 그의 실존적인 이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가 그에게 품고 있던 근거 없는 반감을 완전히 해제하게 된 것은 그의 책 곳곳에 등장하는 죽음, 특히 자살에 대한 언급 때문이었다.

P.85
나는 여느 때처럼 별생각 없이 커피를 주문했다. 그런데 갑자기 서경식 선생이 무엇을 마실지 선뜻 말을 건네지 못하고 머뭇대고 있었다. 곧 난처한 그러나 귀엽다 싶은 표정으로 서경식 선생이 말문을 열었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이런 말이었을 것이다.
“서 선생, 아시다시피 제가 조금 부르주아여서 말인데요. 제가 로얄 밀크티를 마셔도 괜찮겠습니까?”
나는 그만 터무니없이 파안대소하고 말았다. 시쳇말로 ‘빵 터진’ 셈이었다. 서경식 선생이 보기 좋게 나에게 한 방 먹인 것일 게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지고 있던 마음의 빚을 참으로 슬기롭게 탕감해 주는 말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실눈을 뜨고 그를 배부른 순례자로 의심하던 나에게 그는 여전히 미안한 심정이었을까. 물론 서경식 선생이 그런 마음의 짐을 질 필요는 전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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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3
박혜진, 「번개 같은 직감」에서
그는 거듭 문제 삼기 위해 ‘증언의 언어’를 택했다. 그러나 그 방식은 자신을 증언한 것과 다르다. 발언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을 관통하도록 통로가 되는 증언. 서경식은 자신의 세기를 증언의 시대라 불렀다. 내 생각은 다르다. 그가 증언의 시대를 산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증언의 시대가 왔다. 증언은 하는 자의 것이지 듣는 자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P.134~135
그렇다고 내가 서경식을 책 속 지식인으로만 느끼고 있느냐고 하면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사실은 정반대다. 어쩐 일인지 나는 그에게서 구체적인 인간을 느낀다. 피와 살과 뼈를 느낀다. 단 한 번의 만남도 없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것은 다소 불가해한 느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서경식을 처음 만난 것이 그의 글이 아니라 그의 말이기 때문일까. 김상봉 교수와의 대담을 묶은 책 『만남』은 내가 서경식을 만난, 맨 처음 그의 말들이었다.

P.135
내게 인상적이었던 그의 태도는 소수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조심스럽게 강한 분위기였다. 많은 것을 살피지만 흔들리지 않는 그 분위기는 오랜 시간 소수자의 목소리를 체화한 지식인의 그것이었다. 소위 구술사는 소수자가 주류 역사에 대항하는 방식이다. 보편을 획득한 주체의 관점으로 쓰이는 역사에 균열을 내고 주변으로 밀려난 자들이 기억하는 역사를 기록하는 것은 역사의 이면을 그리는 동시에 불완전한 역사의 빈틈을 메우는 방식이다.

P.218
하마무, 「소녀의 눈물」에서
그런 이야기를 서경식 선생님과 나누다가, “난 이래도 괜찮아.”라고 존재를 ‘인정’받는 경험을 처음으로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일본 사회의 소수자에게 위로를 받는 일본인’이라는 구조는 참 아이러니하며, 자칫하면 소수자를 소비하는 방식(소수자이기에 타인을 잘 공감해 준다든가 하는)으로 빠질 수 있기에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선생님은 내가 느끼는 그 고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셨고, 나는 내 고통의 맥락을 알아가야 겠다고 결심했다. 처음으로 ‘좋아하는 어른’이 생겼다.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은 그대로였지만 그때 왠지 희미한 빛이 보인다고 느꼈다. 집으로 돌아가는 고속버스에서 눈물이 났다. 밖에는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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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udium
일본에서 모어와 모국어의 구별을 의식하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지만, 원래 양자는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실제로 일어난 일을 예로 들어보자. 일제 식민지 시기에, 조선의 어느 소학교에서 한 조선인 학생이 넘어졌을 때 엉겁결에 “아야!”라고 외쳤다가, 선생님으로부터 꾸지람을 듣고 심한 체벌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로서는 드문 일이 아니었다. “아야!”는 일본말로 “이타이(아퍼)!”다. 여기서 학생에게 “아야!”는 모어이며 “이타이!”는 강요된 모국어다.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자. 태어나서 처음으로 조상의 땅인 한국을 방문한 재일조선인 3세가, 모여든 친척에게 “곤니치와” 하고 인사를 했다가, “한국 사람이라면 ‘안녕하십니까’ 정도는 말할 줄 알아야지”라며 꾸지람을 들었다. 여기서 이 재일조선인에게 “곤니치와”는 모어이며 “안녕하십니까”는 모국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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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udium
‘저항‘은 자주 패배로 끝난다. 하지만 패배로끝난 저항이 시가 되었을 때, 그것은 또 다른시대, 또 다른 장소의 ‘저항‘을 격려한다.시에는 힘이 있을까? 나의 대답은 이렇다.
이 질문은 시인이 아니라 우리 한 사람 한사람에게 던져져 있다. 시에 힘을 부여할지말지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에게 달린것이다.
시의 힘-절망의 시대, 시는 어떻게 인간을 구원하는가(2015), 5쪽

gaudium
하지만, 헛수고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런 희생 없이는, 애당초 어떤열매도 맺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역사라고 하는 것이다. 단순하지도직선적이지도 않다.
이 사실을 정말로 이해하는 일은 간단치 않다.

gaudium
지나간 20년의 세월에 배운 것이 있다고한다면 희망이라는 것의 공허함일지도모르겠는데, 뒤집어 생각하면 그것은 도리어쉽게 절망하는 것의 어리석음이라 할 수도있다. 그 희망과 절망의 틈바구니에서 역사앞에서 자신에게 부과된 책무를 이행할뿐이다. ‘나의 서양미술 순례』(1992), 179쪽

gaudium
서경식은 그런 느낌을 한나 아렌트의 글에서 찾는다. ˝망명자는싸우는 대신에, 또는 어떻게 하면 저항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대신에 친구와 친척의 죽음을 바라는 데에 익숙해져 버렸다.
누군가 죽으면 그 사람은 이제 어깨의 짐을 전부 내려놓았구나하고 쾌활하게 생각해 보곤 한다.˝ 서경식은 이런 심정을 자신에게빗대어 이렇게 말한다. ˝아는 재일조선인 중에 자살한 이들을 한사람 한 사람 떠올려 봐도, 화를 내야 할 때 서글프게 웃고 하고싶은 말도 못하다가 스위치를 뚝 끄듯이 사라져 버렸다는 인상이강하다. 그런 죽음과 만났을 때 나의 마음에 일어나는 감개는 잘표현할 수 없지만, ‘아, 역시나‘ 하는 심정에 가깝다. ‘그 사람은이제 어깨의 짐을 전부 내려놓았구나‘ 생각하고픈 마음을 알 것같다.˝ 그는 이것을 ‘소수자의 마음‘이라고 부른다.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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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지은이: 권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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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비평가. 1963년에 서울에서 태어났다. 1985년 서울대 대학문학상 평론 부문에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세계의 문학』『사회비평』 편집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비평이 그 자체로 하나의 매혹적인 읽을거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평가. 사유와 지성의 힘을 갖추면서도 감각의 아름다움을 지닌 에세이를 쓰고픈 희망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서울신문』에 칼럼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을 연재했다. 저서로는 『비평의 매혹』 『낭만적 망명』 『비평의 고독』 등이 있다. 임화문학예술상과 김환태평론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이: 권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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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과 철학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철학연구자로 자신의 육아 경험을 현상학에 기초해 반성하는 『철학자 아빠의 인문육아』(추수밭, 2013)라는 책을 썼다. 지역에서 지방대 학생들과 연대하며 설립한 연구공동체인 ‘본색소사이어티’에서 지방대생의 자존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강연을 기획해 왔다. 다양한 주제로 여러 매체에 칼럼을 쓰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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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작가세계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스무 살』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이토록 평범한 미래』 『너무나 많은 여름이』, 장편소설 『7번국도 Revisited』 『사랑이라니, 선영아』 『ㅤㄲㅜㄷ빠이, 이상』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밤은 노래한다』 『원더보이』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일곱 해의 마지막』,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 『소설가의 일』 『시절일기』 등이 있다. 동서문학상, 동인문학상, 대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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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학과 비교문학을 공부한 후 나이 든 학생 신분이 지겨워질 무렵 돈 벌며 공부할 수 있겠다는 얄팍한 계산으로 편집자 생활을 시작했다. 여러 출판사에서 10년을 일한 후 민음사로 옮겨 인문교양 브랜드 반비를 만들었다. 첫 책이 나온 직후 임신해 1년도 안 돼 출산휴가에 들어갔다.(마지막 근무일 새벽 1시에 퇴근해 다음 날 낮 12시경에 양수가 터졌으니 휴가 열두 시간 만에 출산한 셈이다.) 이 회사에서 10년 동안 편집장으로 일하다 2020년 봄 퇴사했다. 아이가 학교를 제대로 가지 못했던 팬데믹 2년 동안 평생 해온 밥보다 더 많은 밥을 지었다. 그사이 생태전환 매거진 《바람과 물》 창간에 참여해 편집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2022년 9월 첫 책을 발행하며 정식으로 돌고래 출판사의 대표이자 편집장이 되었다. 지은 책으로 『돌봄 인문학 수업』, 『사회과학책 만드는 법』, 『서경식 다시 읽기』(공저)가 있다. 특히 『돌봄 인문학 수업』은 많이 팔리지는 않았지만, 이 책 덕분에 ‘돌봄’이라는 주제로 많은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이번 책도 기획할 수 있었다. 틈틈이 SBI 출판예비학교와 한겨레교육문화센터 등에서 책 만드는 일에 관한 강의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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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에 태어났다. 도쿄경제대학 전학공통교육센터 전임강사로 재직 중이다. 「脫植民地と在日朝鮮人女性による攪亂:「解放」後の濁酒鬪爭からみるジェンダー(탈식민지와 재일조선인 여성에 의한 교란: ‘해방’ 후 탁주투쟁으로 본 젠더)」(『ジェンダー史学』 13호, ジェンダー史學會, 2017), 「『東亞新聞』からみる酒造規則と在日朝鮮人(『동아신문』으로 보는 주조 규칙과 재일조선인)」(『社會科學』 49권 3호, 同志社大學人文科學研究所, 2019) 등의 논문을 썼다.


지은이: 박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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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서경식 다시 읽기>,<서울리뷰오브북스 4호> … 총 2종 (모두보기)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온라인서점 알라딘에서 인문MD로 일했다. 알라딘에서 지내는 동안, 서경식이 우연히 지어 준 별명 ‘바갈라딘’으로 활동했다.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은이: 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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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서경식 다시 읽기>,<요즘비평들 1호>,<읽을 것들은 이토록 쌓여가고> … 총 4종 (모두보기)
민음사에서 문학편집자로 일하며 동시에 평론과 산문을 쓰는 사람. 1986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201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제19회 젊은평론가상을 수상했다. 마음에 드는 글을 읽으면 책으로 만들고 싶고, 좋은 책을 읽으면 마음이 움직이는 글을 쓰고 싶은 설렘 속에 매일같이 읽고 쓰고 만들면서 책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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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이며 계원예술대학교 융합예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각예술과 자본주의의 문화 및 경제에 대한 비판적 연구와 글쓰기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2009), 『동시대 이후: 시간-경험-이미지』(2018) 등이 있다.


지은이: 양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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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클래식 음악을 조금 들었던 것을 계기로 이른바 ‘공연 기획’과 관련된 일들을 비교적 오래 했다. 공부와 일을 핑계로 런던과 부다페스트에서 몇 년 동안 살면서 밤마다 열심히 음악회를 다녔고, 지금은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사무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지은이: 유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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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디자이너. 서경식의 『역사의 증인 재일조선인』일본어판의 디자인을 담당했고 도쿄경제대학에서 연구조교로 근무했다. 도쿄에서 거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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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서경식 다시 읽기>,<다정해서 다정한 다정 씨>,<윤석남> … 총 12종 (모두보기)
미술가.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 ‘페미니스트 화가 1세대’라고 불리는 윤석남의 첫 화두는 어머니였다. 어머니를 통해 이 시대 여성상을 대변하는 작업으로 마흔이 넘은 나이에 첫 개인전을 열어 많은 이의 공감을 얻었고, 차분하면서도 서늘한 시선으로 가부장적 권위에 대응하는 작품활동을 이어 갔다. 허난설헌, 이매창 등 과거의 여성뿐만 아니라 현실의 여성을 화폭 혹은 설치, 조각으로 건져냈고, 1,025마리 유기견 조각을 통해 여성뿐만 아니라 동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에 대한 배려로 작품 세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화 기법과 재료에 도전하여 《벗들의 초상을 그리다》전을 열었고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전에서 시작된 여성 독립운동가 초상화 연작을 진행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세상을 뒤흔든 여성독립운동가 14인의 초상》, 《다정해서 다정한 다정씨》, 《김승희 윤석남의 여성이야기》 등의 저서가 있다.


지은이: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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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서경식 다시 읽기> … 총 1종 (모두보기)
대학(원) 영문과에서 문예비평 및 문화이론을 공부하고, 비판적 문화연구 집단 ‘문화사회연구소’에서 활동했다. 경계의 사유로부터 촉발된 문학과 예술의 사회적 존재론에 관심이 많다.


지은이: 정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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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서경식 다시 읽기>,<DMZ 극장> … 총 2종 (모두보기)
미술가. 서울에서 활동하며 퍼포먼스 기반의 사진, 영상, 설치 작업에 주력해 왔다. 주로 현대인의 일상에서 소재를 발견하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수많은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업은 기억과 재현, 실제와 허구를 교차시키며 타자의 현실을 매번 다르게 반복함으로써 시대의 틈을 드러낸다. 때로 낭만적 감상으로, 때로 현실 비판적 시선으로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본주의 사회의 판타지를 현실과의 미묘한 차이 속에 연출함으로써 환영으로서 예술과 삶의 본질을 강화한다. 주요 작품으로는 <내 사랑 지니>, <보라매 댄스홀>, <상록 타워>,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여기와 저기 사이〉,〈키갈리, 밤 속으로〉, 〈고전과 신작>,〈DMZ 극장〉등과 저서로 《DMZ 극장》 이 있다.


지은이: 조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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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겨울을 지나가다>,<천사들의 도시>,<작가의 루틴 : 소설 쓰는 하루> … 총 90종 (모두보기)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빛의 호위』 『환한 숨』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 장편소설 『로기완을 만났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여름을 지나가다』 『단순한 진심』 『완벽한 생애』를 썼다. 신동엽문학상, 젊은작가상, 이효석문학상, 무영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 백신애문학상, 형평문학상, 대산문학상, 김만중문학상,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이: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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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비평으로 보는 현대 한국미술>,<서경식 다시 읽기>,<아트, 도쿄> … 총 31종 (모두보기)
도쿄예술대학에서 일본 및 동아시아 근대 미술을 전공했다. 근대 제국과 식민지 사이에서 전개되었던 시각 문화의 경합과 교차에 관심을 두고 연구와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 저서로 『아트, 도쿄』(공저)가 있으며, 『무서운 그림 2』, 『나의 조선미술 순례』, 『인간은 언제부터 지루해했을까: 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 『재일의 연인』 등을 번역했다.


지은이: 하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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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서경식 다시 읽기> … 총 1종 (모두보기)
일본에서 태어났다. 2011년 3·11 동일본대지진 이후 방사능 오염에서 피난을 와서 현재 서울에 거주하며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많아서 그것을 드러내는 한 방편으로 시, 영상, 그림, 사진 등의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몸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을 두고 흩어진 몸의 조각을 줍는다.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또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예술 또는 표현 실천의 가능성을 모색 중이다.


지은이: 한승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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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우리는 왜 시국선언을 하는가>,<서경식 다시 읽기>,<사회를 말하는 사회> … 총 63종 (모두보기)
서강대 사학과를 다녔다. 《한겨레신문》 창간멤버로 참여해 도쿄 특파원, 국제부장과 문화부 선임기자를 거쳐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저서로 《대한민국 걷어차기: 미국·일본의 패권 게임과 우리의 생존법》, 《지금 동아시아를 읽는다: 보수의 시대를 가로지르는 생각》을 집필했다. 옮긴 책으로는 《우익에 눈먼 미국》, 《시대를 건너는 법》, 《디아스포라의 눈》, 《희생의 시스템, 후쿠시마/오키나와》, 《보수의 공모자들》, 《내 서재 속 고전》, 《재일조선인》, 《다시 일본을 생각한다》, 《종전의 설계자들》, 《책임에 대하여》, 《완전하지도, 끝나지도 않았다》, 《정신과 물질》, 《제국의 브로커들》 등이 있다. 현재 출판기획 및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며 〈시민언론 민들레〉에서 국제분야 담당 에디터를 맡고 있다. ‘60+기후행동’에도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은이: 후나하시 유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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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서경식 다시 읽기> … 총 1종 (모두보기)
서경식의 파트너. 성악을 전공하고 오사카에서 중학교 음악교사로 근무했다. 2022년에는 슈만, 브람스, 바하 등으로 가곡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특히 좋아하는 곡은 브람스의 <Der Tod, das ist die kuhle Nacht(죽음, 그것은 차가운 밤)>이다.


지은이: 서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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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나의 미국 인문 기행>,<디아스포라 기행>,<치유의 인문학> … 총 38종 (모두보기)
1951년 일본 교토에서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나 1974년 와세다대학 문학부 프랑스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도쿄케이자이대학 현대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6년부터 2년간 성공회대학에서 연구교수로 머물며 한국의 다양한 지식인, 예술가들과 교류했다. 1995년 『소년의 눈물』로 일본 에세이스트클럽상을 받았고 2000년 『프리모 레비로의 여행』으로 마르코폴로상을 받았다. 2012년에는 민주주의 실현과 소수자 인권 신장에 기여한 공로로 제6회 후광김대중학술상을 받았다. 저자는 1970년대 ‘재일조선인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알려진 조작 사건으로 구속되었던 형들(리쓰메이칸 대학 교수인 서승과 인권운동가인 서준식)의 석방과 한국 민주화를 위해 활동한 경력이 있다. 이때의 경험은 이후의 사색과 문필 활동, 강연으로 연결되었다. 한국에는 1991년 출간된 『나의 서양미술 순례』로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그 밖에 『청춘의 사신』, 『디아스포라 기행』, 『난민과 국민 사이』,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시대를 건너는 법』, 『고뇌의 원근법』, 『언어의 감옥에서』, 『나의 서양음악 순례』, 『역사의 증인 재일조선인』, 『나의 조선미술 순례』, 『시의 힘』, 『내 서재 속 고전』, 『다시, 일본을 생각한다』, 『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 『책임에 대하여』(공저) 등의 책이 소개되어 있다. 2023년 12월 18일 별세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디아스포라의 관점에서 국경과 국민주의 너머를 상상해온 서경식 선생이 2021년 도쿄경제대학에서 정년을 맞았다. 서경식 선생은 파울 첼란의 말 ‘투병 통신’을 빌려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글쓰기란) 외딴섬에 표류하는 사람이 빈 병에 편지를 넣어 바다에 흘려보내는 것과 같은, 또는 어둠을 향해 돌을 던지는 것과 같은 행위다. 누군가에게 가닿을지, 반향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채 알지 못하는 독자를 향해 말하기를 계속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유리병과 돌이 마냥 멀고 어두운 곳을 헤매지만은 않았음을 기억하고자 몇 분의 필자에게 원고를 의뢰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들이 응답해주지 않았으면 사라졌을지도 모르는 열여덟 개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었다.

1부는 서경식의 글이 문학과 예술 창작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모았다. 윤석남은 서경식 초상화 작업을 진행하며 떠올린 단상과 기억을 작업 노트 형식으로 기록했다. 소설가 김연수는 오랜 시간 따라 읽어왔던 서경식의 책을 다시 꺼내 보면서 쓰는 자, 그리는 자, 노래하는 자, 즉 믿음을 가지고 표현하는 사람들의 방황에는 방향이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소설가 조해진은 서경식의 궤적 안과 밖을 오가며 고민하고 알아 갔던 과정이『빛의 호위』를 비롯한 자신의 소설 쓰기로 어떻게 이어졌는지 보여준다. 서경식과 (그를 통해 알게 된)프리모 레비, 그리고 자신의 문장이 이루는 삼각형의 세계 안에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었는지를 말한다. 미디어 아티스트 정연두는 서경식과 2012년 첫 만남 이후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들을 소개한다. 특히 서경식의 『시의 힘』을 읽으며 타자에 대한 현실과 공감을 담은 작품 <블라인드 퍼스펙티브>를 제작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서술했다.

2부는 서경식을 다시 읽으며 그가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과 자극을 살펴본다. 사회학자이자 문화평론가 서동진은 소수자(마이너리티)의 삶과 실존적 아픔을, 그리고 현재 우리 사회가 예술을 향유(소비)하는 방식을 사유한다. 서경식을 향한 자신의 오해가 독서와 만남을 통해 공감으로 바뀌었던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담았다. 문학평론가 권성우는 서경식의 에세이가 자신을 매혹하는 이유를 고백하면서 그의 글이 지닌 힘과 가치를 조명한다. 아울러 서경식의 글을 읽으며 이 비관적인 시대 속에서도 여전히 문학의 역할이 유효하다는 희망을 전한다. 서경식의 사회 비평 칼럼을 꾸준히 번역해 오고 있는 언론인 한승동은 포스트콜로니얼 시대로 이어진 ‘기억의 투쟁’ 현장에 선 ‘고독한 반식민주의 투사’로서 서경식을 주목한다. 문학평론가 박혜진은 발언 기회를 박탈당한 사람들의 통로가 되었던 서경식을 ‘증언의 시대’를 연 사람으로 기억하며 연대의 길을 걷고자 다짐한다.

3부의 필자들은 자신이 속한 분야(문화, 철학, 음악, 미술)에서 서경식의 저작을 다시 읽는다. 독립문화기획자이자 비평가 이종찬은 『나의 서양미술 순례』를 언급하며 서경식의 ‘길 떠남’을 여행이 아닌 ‘순례’의 시선으로 해석한다. 순례자의 시선을 통해 문화와 예술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소장파 철학연구자 권영민은 서경식을 읽으며 꾸려갔던 연구공동체와 독서모임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서경식의 자택에 걸려 있던 해부도를 실마리 삼아 근대성, 인문주의, 윤리의 문제를 파고든다. 서울시향 기획팀장을 지냈던 양창섭은 『나의 서양음악 순례』를 꼼꼼히 재독하면서 매혹과 각성을 끊임없이 오가야 하는 것이 음악을 감상하는 이의 자세라는 서경식의 말을 되새긴다. 번역가이며 미술사학자 최재혁은 서경식에게 있어 갇힌 ‘지하실’ 너머를 보게끔 한 ‘창’이었던 미술이 ‘나’의 고통 극복뿐만 아니라, ‘우리’가 속한 세계를 의심하고 새로운 세계를 인지하여 경계를 넘을 수 있게 했는지를 언급한다.

4부에서는 일본의 현장에서 바라본 교육자 서경식의 모습을 담았다. 차별과 아이덴티티의 혼란 가운데 있는 재일조선인의 삶과 대학 수업의 생생한 정경도 그려진다. 일본인 제자 하마무는 고등학생 때 진학 상담을 하며 서경식을 만나 처음 ‘좋아하는 어른’이 생겼던 날의 기억으로 글을 시작한다. 그 인연으로 도쿄경제대학을 거쳐 현재 서울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페미니즘 연구자와 아티스트로서 어떻게 자신의 삶을 개척해 가는지 서술한다. 『역사의 증인 재일조선인』일본어판의 디자인을 담당한 후 도쿄경제대학의 연구조교가 된 재일조선인 유유자는 서경식이 어떻게 학생들과 진솔한 대화를 하려 노력했는지 그 지난하고도 감동적인 소통 과정을 전한다. 리행리는 귀화를 고민하던 중 서경식의 「재일조선인의 위기와 기로에 놓인 민족관」을 읽게 된다. 결국 자신이 왜 귀화를 선택하지 않았는지, 그 과정 속에서 서경식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회상하며, 식민지배 역사의 증인으로서 재일조선인 문제, 소수자를 향한 일본 사회의 폭력 등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5부는 출판 현장의 최전선에서 서경식 저작의 영향을 살핀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MD로 활동했던 박태근은 ‘바갈라딘’이라는 이름을 지어 준 서경식과의 인연을 회상하며, 서경식이 한국 독자에게 전해준 ‘이름’을 열거한다. 20세기를 온몸으로 살아간 49인의 이름을 전해 준 그의 저서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이 아이러니하게도 ‘품절’ 상태라는 씁쓸한 상황을 전하지만, 그에게 이름을 전해 받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서경식과의 연대를 꿈꾼다. 서경식의 책 14종을 편집 혹은 기획했던 김희진은 자신의 본격적인 첫 기획인 서경식-김상봉의 대담집 『만남』(돌베개, 2004)의 출간 과정을 되짚는다. 두 경계적 지식인이 펼치는 치열한 문답을 복기하면서 그 과정을 통해 남은 귀한 유산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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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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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식 선생님을 몰라도 읽을 수 있고, 오히려 입문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 같다.서경식 선생으로 인해 자신과 타인의 아픔에 대해 더 인식할 수 있게 된 또 다른 서경식 18인이 남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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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H62 202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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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이후 우리 사회를 묵직하게 강타했던 서경식 선생과 그의 글들에 관해 다시 돌아보게 하는 책. 이 책을 읽다가 서경식의 글들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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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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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건 이후, 나를 오래도록 괴롭힌 감정은 (아이들에 대한)슬픔과 (책임자 어른들에 대한)분노보다도 죄책감이었다.

'침몰하는 배 속에 내가 있었다면... 내 구명조끼를 벗어서 아이들에게 입혀줄 수 있었을까...' 아무도 시키지 않는 이 가정을 자주 하고는 무척이나 괴로워했다. 반복되는 상상 속에서 가끔은 구명조끼를 벗어 눈 앞에 있는 아이에게 입혀줄까도 했지만, 결국엔 매번 그 구명조끼를기어코 내 양팔에 끼웠다.

실제로 어느 선생님들은 자신의 구명조끼를 아이들에게 양보해서 살리고 생을 마감하셨다. 사람들은 이런 귀한 의인들보다도 속옷바람으로 제 몸 하나 보신하려고 구조선에 올라타는 선장에 대한 비난에 더 집중했던 것도 같다. 어린 생명들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리라.

그런데 나는 책임자에 대한 비난도 차마 하기가 힘들었다. 비난하려다가도 속옷바람으로 정신없이 몸 보신하는 비겁한 선장이 나 자신인것 같아서,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깜깜한 이불 속에서 몸을 웅크리고 더욱 깜깜하고자 눈을 질끈 감곤 했다.

몇달 후 인적이 뜸해진 시청 앞 분향소에 향을 태우고는 한참을 묵념하다, 어디 지켜보고 있던 기자에게서 희생자 중에 아는 사람이 있냐는질문을 들었다.



서경식 선생의 제자 하마무씨는 선생의 수업에서 "타자에 대한 상상력"을 들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간토대지진 때처럼 조선인을 죽이자고 이 강의실에 누가 들어왔을 때 이 방에 있는 학생 중 누군가가 나를 지켜 줄 것인가, 아니면 학생들도 조선인을 죽이자는 무리에 들어갈 것인가, 그런 생각을 늘 합니다. 이러한 걱정과 공포가 과도한 것인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략) 독일 시민은 나치가 한 짓을 몰랐다고,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진짜 몰랐을까요? 이웃 유대인들이사라지는 것을 몰랐을 리 없습니다." (p. 221-222)




여기에 대해 하마무씨는 이런 상상을 했다.

"선생님을 지키고 싶다. 그러다가 나도 죽으면? 아니다, 그래도 사람을 죽이는 일에 방관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 이런 생각을 떠올리다 갑자기 가슴이 뜨끔했다. 왜 내가 지켜 줄 쪽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순간 나는 내가 다치지 않는 위치에서만 상황을 상상할 수 있는 권력을 이미 가지고 있음을 깨닫고 알 수 없는 죄책감과 슬픔과 분노에 휩싸였다. 선생님은 현실적인 공포 속에서 산다. 누군가에게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억압을 당할 위협을 항상 느끼면서 산다. 그 입자을 여성으로 바꾼다면? 퀴어나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면? (중략) 권력은 위대한누군가가 지닌 것이 아니라, 우리 속에 있고 내 속에 있다. 그때 나의 가해자성을 외면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p. 222)




일본 유학을 8년 정도 한 적이 있는 나는, 이상하게도 혹은 당연하게도 서경식 선생의 저 가정이 허무맹랑하게 들리지 않는다. 아니, 꼭 '일본'과 '조선인'의 예가 아니라도 우리 삶 일상에서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마녀사냥과 '타인만들기'가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가. 소수라는 이유로 얼마나 쉽게 피해자가 되는가. 가해그룹의 선두에 서지 않더더라도, 가해자 표명을 하지 않는 이상 자동적으로 피해자 그룹에 속해버리는 분위기라면, 나는 또 얼마나 말을 얼버무리며 어정쩡하게 가해 그룹을 향해서 고개를 돌렸던가.




세월호 사건과 일상 속 소수에 대한 차별은 언뜻 다른 맥락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 자신이 사건이든 편견이든 맞닥뜨렸을 때, 내 보신과편의, 그러니까 물리적 생존과 사회적 생존을 위해 약자의 어려움을 모른 척하기 쉽다는 점에서, 내 안에서는 매락이 통하는 일들이다. 재일조선인, 성소수자, 장애를 가진 사람,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 (내 아이와 친구가 될) 다문화 가정 아이들, 보육원 아이들, 환경문제... 내 '바쁜' 일상에 '귀찮고' '머리아픈', 못본 척 외면해버리고 싶은 일들이다.




포시랍게만 자라지는 않았던 나는 소수가 되는 경험도 종종 했다. 교통사고로 인한 눈에 띄는 상처들과 (수술을 위해)밀어버린 민머리로 20대의 몇 년간은 장애를 가진 사람의 취급을 받기도 했고, 부유한 여학생들이 유달리 많았던 여대 대학 시절에는 또각구두 소리가 재잘대던아름다운 봄 캠퍼스 한 구석에 앉아 학자금마련에 가슴 쓰라려하던 고학생이기도 했다. 장학금을 받고 가게 된 일본 유학시절에는 과거 '식민지'에서 온 열등한 사람으로 '일부' 일본인들에게 억울한 일도 아주 '가끔' 겪기도 했다. (물론 좋은 인연이 훨씬 많았다) 그러니까 나는 소수의 아픔에 대해 경험조차 못해본, 아주 몰이해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소수의 고통에 선뜻 연대하고동참하기가 힘들다. 못 본척하고 주저할 때가 많다. 솔직히 말하면 적극적으로 연대해야 할 때가 오는 것이 두렵다.




그런데 이것이 서경식을 다시 읽어야하는 이유다. 적극적으로 연대해야 할 때가 올 때, 연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잠재적이고 소극적인 가해자가 되어 있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때까지 서경식 선생의 글과 그에게 연대하는 '작은 자의 슬픔'을 아는 자들의 글을 계속 읽고 싶다. 그들의 글들이 못본 척 자꾸 고개를 떨구는 나를 다시 고개들어 보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경식 선생의 부인 후나하시 유코씨가 남긴 아름답고 가슴 아픈 말씀을 적는다.

"나는 서경식 씨와 만나서 가치관과 생활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알게 되는 것, 배우는 것이 매우 즐거웠습니다. 그래도 시대는 돌고 도는군요. 지난 총선거에서는 예상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자민당이 압승했습니다. 쓰라린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안되는 날이 다시 찾아오는 걸까요. 그런 날과 맞닥뜨린다면 피해를 입고 싶지 않습니다. 동시에 지금도 일본인으로서 가해의 역사적 책임을 안고 있는 저는 다시 가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렵습니다. 이 세상에서 저를 지우고 싶습니다." (p.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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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서 간토대지진 때처럼 조선인을 죽이자고 이 강의실에 누가 들어왔을 때 이 방에 있는 학생 중 누군가가 나를 지켜 줄 것인가, 아니면 학생들도 조선인을 죽이자는 무리에 들어갈 것인가, 그런 생각을 늘 합니다. 이러한 걱정과 공포가 과도한 것인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략) 독일 시민은 나치가 한 짓을 몰랐다고,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진짜 몰랐을까요? 이웃 유대인들이사라지는 것을 몰랐을 리 없습니다.- P221
선생님을 지키고 싶다. 그러다가 나도 죽으면? 아니다, 그래도 사람을 죽이는 일에 방관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 이런 생각을 떠올리다 갑자기 가슴이 뜨끔했다. 왜 내가 지켜 줄 쪽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순간 나는 내가 다치지 않는 위치에서만 상황을 상상할 수 있는 권력을 이미 가지고 있음을 깨닫고 알 수 없는 죄책감과 슬픔과 분노에 휩싸였다. 선생님은 현실적인 공포 속에서 산다. 누군가에게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억압을 당할 위협을 항상 느끼면서 산다. 그 입자을 여성으로 바꾼다면? 퀴어나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면? (중략) 권력은 위대한누군가가 지닌 것이 아니라, 우리 속에 있고 내 속에 있다. 그때 나의 가해자성을 외면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P222
나는 서경식 씨와 만나서 가치관과 생활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알게 되는 것, 배우는 것이 매우 즐거웠습니다. 그래도 시대는 돌고 도는군요. 지난 총선거에서는 예상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자민당이 압승했습니다. 쓰라린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안되는 날이 다시 찾아오는 걸까요. 그런 날과 맞닥뜨린다면 피해를 입고 싶지 않습니다. 동시에 지금도 일본인으로서 가해의 역사적 책임을 안고 있는 저는 다시 가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렵습니다. 이 세상에서 저를 지우고 싶습니다.-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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욤이 2022-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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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바쁜 나날로부터는 해방되었지만, 퇴직 전에 기대했던 여유로운 일상이 아니라, 왠지 모를 두근거림이 진정되지 않는 심경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70년 인생 중에서 대학이라는 곳에 소속했던 20여 년의 짧은 기간이 오히려 나 자신에게는 예외적인 시간이었던 듯한 느낌이 든다. 원래 내가 처해 있던 불안정한 상태로 되돌아와 버렸다고도 말할 수 있을까. (321)
나는 옛 식민지 종주국의 majority 사이에서 태어난 minority, 분단국가의 ‘재외국민’, 비전향 정치범의 가족이었다. 이렇다 할 기술이나 능력도 갖추지 못했고 험한 노동을 견딜 건강한 육체도 없었으며, 그저 책에 빠져 있을 뿐인 ‘생활 부적응자’이고 ‘결격자’였다 (지금도 그렇다). ‘고독’은 당연하지 않았을까. [...] 그랬던 젊은 날로부터 반세기 가까이 흘렀다. 그때 죽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그대로 죽었어도 좋았으련만, 같은 생각을 한 적도 있다. 50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젊은 날의 망상이 옛 모습 그대로 되살아나기도 한다. [...] 나를 포함해서, 옥고를 치렀던 두 형, 소녀 시절부터 부조리한 운명에 상처 입었던 여동생, 한과 슬픔 속에서 절망한 채 세상을 등진 아버지와 어머니, 그들의 상처는 지금도 치유되지 않은 상태다. (322-323)
대학 연구실에서 철수한 장서를 정리하고 있자니 ‘언젠가는 읽어야지’ ‘이것도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구해 놓고 손도 대지 못한 서책과 재회한다. 하지만 그런 책을 꽂아둘 공간도 없으며, 지금부터 다시 공부할 시간도 체력도 내게 남지 않았다는 것만은 알겠다. 읽어야 할 책도 못 읽고, 알아야만 하는 것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글을 쓰고,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하면서 살아온 셈이다.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적당히 둘러대며 살아왔는가. (323-324)
본의 아닌 오해를 받은 채(또는 오해를 안긴 채), 이제는 그 오해를 풀 기회를 가질 수 없게 된 사람도 있다. ‘그때 한 마디라도 더 건넸으면 좋았을 텐데’ 라든가, ‘어째서 한 발짝 더 다가가 따져 묻지 않았을까?’ 라고 스스로에게 묻다가 ‘아, 이제 그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도 한다. 소식이 끊긴 사람, 마음을 다쳐 정신적으로 아파하는 사람, 병마나 자살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생각한다. 내가 그렇게 되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아니, 나야말로 그렇게 되었어야 했다고까지 생각한다. 거듭해 온 실패, 과오, 죄의 기억만 가슴속에 쌓여 간다. ‘손을 쓸 수 없었다’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운운하며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향해 변명하듯 중얼거리는 나를 본다. (324)
졸저[『나의 서양미술 순례』]가 예상 외로 좋은 반응을 얻은 이유를 저자가 구구절절 설명해서는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마디만 허락된다면 식민지 지배, 전쟁, 군사독재, 이산 등 민족사가 안겨 준 분열증적 상황에 질식할 것 같았던 내가 토해 낸 ‘한숨’에 적지 않은 분들이 공감해 주셨기 때문일 것이다. (326)
우리 두 사람은 이곳저곳을 여행했습니다. 그는 무서운 꿈을 자주 꿉니다. 이탈리아 여행을 떠났을 때는 어머니가 꿈에 나와서 "너는 참 약삭빠르구나"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꿈 이야기를 하면서 "어머니는 잘 알고 계신 거야" 라고 중얼거리며 괴로워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어머님이 했을 리 없는 말들입니다. (316)
나는 서경석 씨와 만나서 가치관과 생활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알게 되는 것, 배우는 것이 매우 즐거웠습니다. 지난 총선거에서는 예상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자민당이 압승했습니다. 쓰라린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안 되는 날이 다시 찾아오는 걸까요. 그런 날과 맞닥뜨린다면 피해를 입고 싶지 않습니다. 동시에 지금도 일본인으로서 가해의 역사적 책임을 안고 있는 저는 다시 가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렵습니다. 이 세상에서 저를 지우고 싶습니다.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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