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앨리스와 그의 시대 - 역사에 휩쓸려간 비극의 경계인
정병준 (지은이)돌베개2015-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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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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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일제하 중요 독립운동 인사였던 현순 목사의 맏딸로 제1호 하와이 출생 한국인이자 박헌영, 김단야 등과 독립운동, 재미한인 진보운동에 헌신했던 현앨리스의 비극적 삶과 그 시대를 조망한 책으로, 현앨리스의 개인사에서 출발해 현앨리스와 아들 정웰링턴의 가족사를 거쳐 4세대에 걸친 현씨 집안의 근대사를 다룬다. 더불어 재미한인사, 한국 독립운동사, 한국 현대사, 북한 현대사, 냉전사와도 일정한 교집합을 형성한다.
현앨리스는 다면적이고 중층적이며 경계적인 정체성을 갖고 있었다. 일본의 신민, 미국의 시민, 남한의 국민, 북한의 공민으로 규정될 수 없는 경계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결과 좌익, 북한 첩자, 미국의 스파이라는 공존하기 어려운 극단적 정체성을 강요당했다. 그녀는 우연한 선택이나 돌출적 행동으로 비극적 결말에 도달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의지와 노력의 결과 그 경로에 도달했다.
그녀는 한국 근현대사가 세계체제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뿌리 뽑힌 존재였으며, 늘 조국을 찾아 방황하는 방랑자, 이방인의 삶을 살아야 했다. 이런 경계적 삶은 한국 근현대가 경험한 파국이 반영된 것이다. 이 책은 그간 '박헌영의 첫 애인', '한국판 마타하리' 등으로 잘못 소비되어온 현앨리스와 그 시대의 실체적 진실을 찾기 위한 오랜 추적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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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의 글
서장 한 장의 사진: 박헌영, 주세죽, 그리고 현앨리스(1921년, 상하이)
1장 하와이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라다(1903~1920년)
아버지 현순, 하와이를 유람하다(1903~1907년)
현앨리스, 서울에서 자라다(1907~1919년)
1919년 현순, 상하이로 떠나다
현앨리스의 상하이행(1920년)
2장 3·1운동의 후예들(1920~1923년)
상하이에서의 조우: 박헌영 혹은 사회주의
어떤 결혼: 정준과의 결혼(1922년, 상하이)
극동피압박민족대회(1922년, 모스크바)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현앨리스(1923년)
3장 하와이와 뉴욕에서의 삶(1924~1945년)
하와이로의 가족 이주(1922~1925년)
웰링턴의 출산, 사라진 모자이크 조각(1924~1930년)
뉴욕에서의 대학 시절(1931~1935년)
하와이 노동운동, 공산주의 운동과의 조우(1936~1941년)
태평양전쟁기의 행적(1941~1945년)
4장 서울로의 짧은 귀환(1945~1946년)
현앨리스, 도쿄를 거쳐 서울로 부임하다(1945년 12월)
서울로 부임한 통역 현피터(1945년 11월)
현앨리스와 박헌영의 재회
주한미군 공산주의자들의 박헌영 회견
민간통신검열단의 현앨리스
현앨리스와 주한미군 내 공산주의 그룹
서울에서 추방된 현앨리스
5장 『독립』·재미한인 진보진영에 가담하다(1946~1949년)
로스앤젤레스로의 대이동 1946년
재미한인 진보진영: 중국후원회-조선의용대 미주후원회-조선민족혁명당
미주지부-『독립』
『독립』·재미조선인민주전선에서의 활동(1946~1949년)
한줄기 빛: 체코의 한흥수
김일성·박헌영에게 편지를 쓰다(1948년)
6장 희망의 빛, 죽음의 길: 체코에서의 몇 개월(1948~1949년)
체코로 향하는 현앨리스와 정웰링턴(1948~1949년)
체코에서의 체류와 활동(1949년 2~11월)
7장 파국: 박헌영 간첩사건에 휘말리다 (1953~1956년)
북한에서의 나날들(1949~1953년)
이강국 재판: ‘미제의 스파이’ 현앨리스, 리윌리엄(1953년)
박헌영 재판: 알려지지 않은 현앨리스의 최후(1955~1956년)
남북한에 비친 현앨리스의 이미지
8장 그 후: 남겨진 자의 운명
청문회에 소환된 ‘마오쩌둥의 제1요원’ 현피터
16년간 추방 위협에 시달린 현데이비드
북한으로 추방된 김강, 파니아 굴위치 부부
평양에서 실종된 곽정순, 이춘자 부부
사리원에서 실종된 전경준, 송안나 부부
60세에 추방의 기로에 선 신두식
에필로그: 어떤 죽음
정웰링턴, 세상을 버리다(1963년, 체코)
남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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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P. 43 3·1운동은 현순과 그 가족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근대 세계를 지향하고 해외 교육과 체류의 경험을 가지고 있던 독실한 기독교 목사는 한반도로 밀려드는 시대정신의 급류에 휩싸였다. 3·1운동은 기독교와 천도교의 운동이었고, 신사조 민족주의의 대폭발이었다. 세계대세, 정의인도, 민족자결이 독립만세운동을 이끈 화두였다. (중략) 200만 이상이 동원된 거대한 민중적 에너지는 1894년의 동학 농민전쟁 이후 최대의 것이었다. 현순은 이러한 이글거리는 민족 에너지의 최첨단에 올라탄 셈이었다. 접기
P. 55 1920년대 초반 박헌영은 상하이에서 급격하게 사회주의자로 변모했다. 그의 출발점은 3·1운동이었고, 그 토양은 민족주의였다. 박헌영은 고려공산당이 운영하는 사회주의연구소의 직원으로 활동하며 사상과 생계 문제를 해결했다. 박헌영은 1921년 3월 고려공산당의 자매단체인 고려공산청년회 상하이 지회 비서가 되었고, 5월 이르쿠츠크파 고려공산당에 입당했다. 1921년 9월 고려공산청년회 중앙총국 결성에 참석해 중앙집행위원이 되었으며, 1922년 3월 고려공산청년회 제2차 중앙총국 회의에서 공청 책임비서로 선출되었다. 박헌영은 1922년 4월 국내로 잠입하려다 단둥에서 일본 경찰에 체포되었다. 박헌영의 상하이 체류 기간은 1920년 11월부터 1922년 4월 단둥에서 체포될 때까지 1년 7개월에 지나지 않았다. 그가 진정한 사회주의자·공산주의자로 단련된 것은 상하이의 조직 생활이 아니라 경찰의 고문과 총독부의 감옥을 통해서였을 것이다. 접기
P. 91 현앨리스가 가족도 없고, 생계 방도도 명확하지 않은 중국 땅에서 어떤 생활을 했을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여성의 몸으로 혼자 헤쳐 나갈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단체나 조직에 속하지 않고서는 도움을 얻을 방도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앨리스는 스스로 앞길을 개척하는 운명의 주인공이자 의지적 인간형이었다. 그녀는 두려움의 포로가 된 적이 없었다. 1949년 프라하로 홀로 떠날 수 있었던 결단력도 그녀의 삶 속에서 다져진 제2의 본성이었을 것이다. 접기
P. 112 [현앨리스와 현피터 남매는] 하와이에서 출생한 한국계 미국인으로 식민지 한국에서 성장했고, 미국에서 대학 교육을 받았다. 이들은 미국 시민이 되었지만, 이들의 정체성과 정신은 그들의 시민권이 속한 미국에도, 그들의 강제된 국적 일본에도, 미국 내 객관적 위치였던 동양계 이민에도 속하지 않았다. 또한 이들은 여타 한국인 이민 2세들과도 다른 정신세계에 속해 있었다. 이들의 정체성과 정신은 상하이 시절 받은 독립운동과 혁명 활동의 세례에서 발원했다. 이들은 진정한 한국인이길 희망했다. 하와이에서 남매의 삶은 여전히 1920년대 초반 상하이의 꿈결 같은 순간들이 계승되거나 변형된 형태로 지속되었던 것이다. 접기
P. 126 미국과 소련이라는 강력한 힘이 한반도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기 위해 경합하고 있었고, 한반도는 그 원심력에 빨려 들어갔다. 제국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국은 이제 강대국 도마 위의 생선과 같은 신세였다. 강대국의 결정에 그 운명이 달려 있었다.
미소라는 거대한 자기장은 한반도 주민을 책받침 위의 쇳가루처럼 힘의 서열에 따라 재배치했다. 보이지 않는 달의 인력이 밀물과 썰물의 조수간만 차이를 만들어내듯 한반도에서 두 힘의 파급력은 결정적이었다. 한반도가 양극단의 원심력에 의해 둘로 쪼개졌고, 두 힘의 마찰 면에 위치하고 있던 현앨리스는 산산조각 나버렸다. 현앨리스의 비극적 최후는 그리운 해방 한국과 조우하면서 필연적으로 파국이 예정되어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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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정병준 (지은이)
이화여자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학교 국사학과에서 한국 현대사를 전공했다. 『역사와 현실』 편집위원장, 이화사학연구소장, 한국문화연구원장, 국사편찬위원회 대한민국임시정부자료집 편찬위원,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한국 현대사 자료를 찾아 세계를 횡단하며, 새로운 자료에 기초한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데 긍지를 가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은 『김규식 평전』을 쓰고 있다. 여운형, 이승만, 김구, 김규식, 박헌영, 현앨리스, 염동진 등 한국 현대사의 인물들을 통해 시대와 역사를 긴 호흡으로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
『몽양 여운형 평전』, 『우남 이승만 연구』, 『한국전쟁』, 『광복 직전 독립운동세력의 동향』, 『독도 1947』, 『현앨리스와 그의 시대』,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의 한반도 관련 조항과 한국정부의 대응』 등의 책을 썼으며, 50여 권의 한국 현대사 자료집을 기획・해제했다. 제47회 한국출판문화상 학술 부문 저술상(2006), 독도학술상(2010), 제36회 월봉저작상(2011), 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 학술 부문 저술상(2015) 등을 수상했다. 접기
최근작 : <1945년 해방 직후사>,<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의 한반도관련 조항과 한국정부의 대응>,<Dokdo 1947> … 총 23종 (모두보기)
출판사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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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잡동산이 현대사 3 : 정치·경제>,<잡동산이 현대사 2 : 사회·문화>,<잡동산이 현대사 1 : 일상ㆍ생활>등 총 597종
대표분야 : 역사 3위 (브랜드 지수 853,419점), 음악이야기 4위 (브랜드 지수 25,852점), 한국사회비평/칼럼 8위 (브랜드 지수 57,372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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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역사와 시대의 수레바퀴에 으깨진 한 여성의 비극적 운명
이 책은 일제하 중요 독립운동 인사였던 현순 목사의 맏딸로 제1호 하와이 출생 한국인이자 박헌영, 김단야 등과 독립운동, 재미한인 진보운동에 헌신했던 현앨리스의 비극적 삶과 그 시대를 조망한 것으로 현앨리스의 개인사에서 출발해 현앨리스와 아들 정웰링턴의 가족사를 거쳐 4세대에 걸친 현씨 집안의 근대사를 다룬다. 더불어 재미한인사, 한국 독립운동사, 한국 현대사, 북한 현대사, 냉전사와도 일정한 교집합을 형성한다.
현앨리스는 다면적이고 중층적이며 경계적인 정체성을 갖고 있었다. 일본의 신민, 미국의 시민, 남한의 국민, 북한의 공민으로 규정될 수 없는 경계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결과 좌익, 북한 첩자, 미국의 스파이라는 공존하기 어려운 극단적 정체성을 강요당했다. 그녀는 우연한 선택이나 돌출적 행동으로 비극적 결말에 도달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의지와 노력의 결과 그 경로에 도달했다. 그녀는 한국 근현대사가 세계체제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뿌리 뽑힌 존재였으며, 늘 조국을 찾아 방황하는 방랑자, 이방인의 삶을 살아야 했다. 이런 경계적 삶은 한국 근현대가 경험한 파국이 반영된 것이다.
이 책은 그간 ‘박헌영의 첫 애인’, ‘한국판 마타하리’ 등으로 잘못 소비되어온 현앨리스와 그 시대의 실체적 진실을 찾기 위한 오랜 추적의 산물이다.
▶ 해방된 조국에 대한 열망으로 치열한 삶을 살았으나 남과 북에서 각각
‘공산주의자’와 ‘미제 스파이’로 지목되어 추방, 처형되었던 현앨리스 이야기
『독도 1947』로 제36회 월봉저작상을 수상한 바 있는 정병준 교수가 오랜 시간에 걸친 추적 끝에 현앨리스와 그 가족, 당시의 상황을 복원해낸 신간 『현앨리스와 그의 시대』를 펴냈다. 2000년대 초반 몇몇 일간지를 통해 ‘한국판 마타하리’로 소개된 바 있는 현앨리스는 실상 ‘마타하리’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으며 그 삶을 추적해나갈수록 오히려 당대의 비극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생을 마감해야 했던 안타까움이 더 부각되는 여인이다. 정 교수는 처음엔 막연히 현앨리스가 미국의 스파이거나 박헌영의 애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매혹적 상상만 있었는데, 체코 프라하에서 중요한 문서들을 발굴하고 1921년 박헌영과 현앨리스가 함께 찍은 사진을 발견하면서 실체적 진실에 가까운 모자이크를 완성하게 되었다고 밝힌다.
책은 위의 사진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2열 오른쪽에서 두 번째 앳된 소녀가 바로 현앨리스다. 그리고 1열 가운데에 보타이를 맨 인물이 박헌형, 맨 오른쪽은 현앨리스의 동생 현피터다. 또한 그동안 박헌영의 부인 주세죽으로 알려져왔던 인물(2열 왼쪽에서 세 번째)은 주세죽이 아니며, 2열 맨 오른쪽의 비스듬한 포즈로 앉아 있는 인물이 주세죽인 것으로 밝혀졌다. 1921년 겨울 상하이에서 중국에 유학 중이던 한국 학생들이 모여 찍은 것으로 확인된 이 사진은 원래 박헌영이 모스크바 국제레닌학교 재학 시절인 1929년에 각국의 혁명가들과 찍은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런데 거의 한 세기 만에 이 사진의 실체가 이 책을 통해 드러나게 된 것이다. 이로써 북한에서 주장해온 ‘박헌영 간첩사건’의 실마리 하나가 풀리게 된다.
1955년 북한에서 김일성의 최대 정적인 박헌영을 숙청하는 과정에서 현앨리스는 1920년 상하이 시절 박헌영의 ‘첫 애인’이자 미국 정보기관의 첩자로 등장했는데, 이는 현앨리스가 미국 정보기관의 공작원으로 북한의 부수상 겸 외무상인 박헌영을 포섭하는 ‘한국의 마타하리’ 역을 맡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실상 박헌영과 현앨리스는 어릴 때부터 독립운동의 꿈을 함께 키워온 오누이 같은 사이였으며 사랑과 결혼의 대상도 서로 달랐다. 이후 25년여 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박헌영이 미군과 정보기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던 현앨리스와 이사민을 북한에 입국시켜주고, 이들에게 외무성, 조선중앙통신, 조국전선 등의 일자리를 주선해준 것이 빌미가 되어 결국 혁명동지들의 손에 처형당하는 비운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 신민, 시민, 국민, 공민, 그 무엇도 될 수 없었던 시대의 희생양 ‘현앨리스’를 통해 본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적 드라마
- 현앨리스와 그 가족의 파란만장한 일생
현앨리스의 아버지 현순은 ‘조선독립단’의 상하이 특별대표로 활동하며 3.1운동의 발발과 임시정부 수립 소식을 중국.미국.유럽 등지에 전하는 한편 해외 정보를 국내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던 주요 독립운동가로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에도 기여한 인물이다. 1919~1920년에는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가장 중요한 이승만의 지지 세력이자 응원자의 한 사람이었으나 후에는 외교적 방략과 정치적 견해차로 이승만 진영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1963년에 건국훈장을 받았고 1968년에 로스앤젤레스에서 작고했다. 이후 1975년에 국립묘지 애국지사 묘역에 안장되었다. 회고록인 『현순자사』玄楯自史를 남겼다.
현앨리스(현미옥)는 현순 목사의 여덟 자녀 중 맏딸로 1903년 하와이에서 태어나 교회와 기독교 학교에서 성장했다. 그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미국.기독교.민족주의가 그녀의 존재론적 기반을 이루었다. 다섯 살이던 1907년 가족과 함께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에서 성장하며 이화고보를 졸업했고, 이화대학을 다니던 중 1919년 3.1운동 직전 상하이로 망명한 아버지를 찾아 이듬해 남은 가족과 함께 상하이로 건너갔다. 3.1운동의 진정한 후예였던 그녀는 상하이에서 사회주의.공산주의.러시아.혁명 등의 뜨거운 에너지와 대면했고, 이후 진보주의자와 혁명가로서의 삶을 열렬히 추구했다. 그녀는 상하이의 독립운동과 사회주의 운동, 하와이에서의 노동운동, 재미한인 사회에서의 공산주의 활동, 해방 후 남한 혁명운동의 민족주의적 에너지에 매료되었고, 진보운동에 헌신했으며, 강한 생활력과 의지력을 바탕으로 가족을 이끌었다. 특히 동생인 현피터와는 1930년대 후반부터 현앨리스가 체코로 떠난 1949년까지 인생의 행로를 함께했다. 남매는 1930년대 하와이에서 노동조합운동.미국공산당과 관련되었고, 해방 이후 재미한인 사회에서 가장 급진적인 집단에 속하게 되었다. 나아가 1948년에는 미국공산당 당원으로 기록되었다.
한편 개인적.가족사적으로 현앨리스에게는 불행이 끊이지 않았다. 행복한 대가족에서 성장한 현앨리스는 일본 유학 시절에 만난 정준이라는 양반의 후예와 결혼했지만 봉건적 구식생활과 나태한 지주생활에 젖어 허송세월을 하는 남편을 견디지 못하고 이혼을 택했다. 한때 독립투사였던 정준이 결혼 후 조선총독부 산하의 관리가 된 것도 네 살 난 딸을 두고 떠날 결심을 하게 된 계기였을 것이다. 이혼 당시 그녀는 태중에 아들이 있었으며 하와이로 건너와 혼자 아들을 낳았다. 두 번의 임신과 출산, 이혼 과정을 겪으며 불행과 좌절을 겪어야 했던 그녀에게 남겨진 아들 정웰링턴은 불행한 결혼의 유산이었지만, 그녀의 삶을 증명하는 유일한 희망의 끈이기도 했다. 이후 외조부모의 손에 자라난 정웰링턴은 체코로 건너가 고투 끝에 외과의사가 되었다. 한때 어머니인 현앨리스와 함께 ‘사회주의의 이상향’ 평양으로 들어가기를 희망했으나 그 꿈은 끝내 이룰 수 없었으며, 1963년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 한국적 디아스포라의 또 다른 상징
현앨리스는 일본인이나 미국인이 되길 거부하고 해방 한국의 진정한 한국인을 꿈꾸었다. 이상주의자이자 비현실적인 낭만주의자였던 그녀는 상하이에서 사회주의를 접한 이래 서울과 상하이의 ‘혁명동지’들을 꿈꾸며 현실을 극복하고자 했지만 1930~1940년대 식민지 한국과는 격리되어 있었다. 그녀는 1930년대 자유주의가 만연한 대공황과 뉴딜 시대의 미국 공산당 당원이었고, 2차 세계대전 시기 미국의 대소對蘇 포용정책 속에서 자유롭게 활동했다.
해방 후인 1945년 말 미군정의 민간통신검열단 소속으로 도쿄를 거쳐 한국에 들어온 현앨리스는 1946년 주한미군 내 공산주의자들인 제플린, 프리쉬, 클론스키 등과 박헌영을 면담했다는 이유로 북한의 첩자로 몰려 추방되었다. 이후 미국에서 『독립』 신문과 재미조선인민주전선 등 진보진영에 깊숙이 관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친 현앨리스의 마지막 소망은 좌익 친구들을 따라 북한으로 가는 것이었다. 당시 그녀는 현실사회주의, 해방 후 북한 사회주의 체제에 대해 입체적 경험과 판단을 갖고 있지 못했다.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체코 프라하를 거쳐 1949년 평양에 도착했을 때 그녀가 마주한 것은 낯선 세계였다. 그곳은 그녀가 깃들고자 했던 이념과 사상의 조국이 아니었다. 북한은 그녀를 이질적 존재이자 위험 요소로 간주했고, 그녀를 통해 박헌영까지도 미국의 스파이로 규정한 후 제거해버렸다.
고향을 상실한 채 끊임없이 떠도는 방랑자, 어느 곳에도 속할 수 없는 이방인의 삶은 그녀가 맞닥뜨린 한국적 근대의 종착점이었다. 낯선 곳에서의 쓸쓸한 죽음은 그녀가 당면한 근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어디에도 동화되지 않고, 어느 나라에도 귀속될 수 없었던 그녀의 정체성과 부동하는 경계적 삶은 결국 그녀에게 스파이의 굴레를 씌우고 말았다. 일본의 입장에서 그녀는 ‘위험한 좌익 혁명분자’였고, 미군정의 눈에는 좌익과 소통하는 ‘악마적 존재’로 비쳤으며, 북한에서는 ‘미 제국주의의 고용간첩’으로 낙인찍혔다. 한국 근현대사의 경로는 그녀의 한 몸에 다중적이고 역설적인 정체성을 강요했다. 현앨리스를 투과한 근현대의 빛은 공존 불가능한 극단적 스펙트럼을 보여주었고 자기 의지로 생을 개척해온 그녀는 한국적 디아스포라의 또 다른 상징이 되었다.
- 비극적 진실이 전하는 역사적 울림에 귀 기울여야
남북한의 누구도 현앨리스의 굴곡 많은 인생 자체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박헌영 간첩사건의 조연으로 다양한 역할을 부여받았지만, 그녀가 인생의 주인공으로 조명받은 것은 아니었다. 북한은 현앨리스를 미국의 고용간첩으로, 남한은 그녀를 ‘한국판 마타하리’로 호명했지만 그녀의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없었다. 그녀는 미국의 간첩.이중첩자.역공작.미인계 등 첩보.애정 소설의 통속적 여주인공의 이미지로 소비되었을 뿐이다. 그 인생에 드리워진 식민.분단.전쟁의 굴곡진 근현대사는 전쟁, 첩보, 공작, 권력투쟁, 사랑, 배신, 여간첩 등의 현란한 표상에 가려지고 말았다.
3.1운동이라는 독립과 혁명의 찬연한 빛에 매료되었던 한 청춘은 상하이, 블라디보스토크, 하와이, 뉴욕, 도쿄, 서울, 로스앤젤레스, 프라하, 부다페스트, 평양으로 줄달음질치며 역사와 자기 운명의 주인공이 되고자 했다. 비극적 역사의 경로만큼 쓰라린 개인적 불행과 실패의 연속이었지만, 의지와 열정으로 극복하고자 했다. 마침내 이상향에 도달했다고 믿던 순간 샹그릴라는 죽음의 하데스임이 드러났다. 그녀와 비슷한 선택을 했던 많은 재미한인들도 같은 운명의 희생자가 되었다.
이 비극적 한국인들의 운명은 제대로 기억되지 않았다. 거친 시대가 남긴 상처라기엔 너무나 가혹했고, 그들에게 덧씌운 ‘스파이’라는 오명은 비극을 우화로 만듦으로써 치열했던 삶에 모욕적 기억만을 남겼다. 그리고 비극적 진실이 전하는 발현되지 못한 역사의 가능성과 교훈은 망각 속으로 사라져갔다.
정병준 교수는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이 비극적 삶들을 복기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로 책을 끝맺는다. “한국 현대사는 열정과 희망으로 가득했던 한 여성의 치열했던 삶을 스파이의 우극愚劇으로 마멸시켰지만, 미래 한국은 묘비명조차 남기지 못한 그 삶이 전하는 역사적 울림에 좀더 진지하고 관대한 성찰을 갖게 될 것이다.” 접기
북플 bookple
이 책의 마니아가 남긴 글
친구가 남긴 글
내가 남긴 글
그녀가 좆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너무나 자신만만했던 것일까. 자유의지가 그만큼 강했던 것일까.
마지막 순간에 그녀도 박헌영의 재판 종결발언에서처럼 마지막에는 모든 것을 체념했을까.
책을 읽고 나면 먹먹하다. 슬픔,허무, 안타까움.
미국국적, 정체성 조선인, 사회주의 북한 지향이라는 복합적 존재성. 식민지,분단,전쟁이라는 역사속에서 그녀는 사라졌다.
49년인가 체코에서 찍힌 사진의 기묘함. 부조화. 자신이 속하고 싶고, 기여하고 싶은 집단으로부터 소외되는 느낌의 사진. 북한 대표들도 그녀와 아들을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본것. 자신들과 다른 존재로 본 건 아닐까. 그 소외감, 이질감을 자신의 순수의지로 넘어서려 북한에 갔지만, 결국 자신이 속하고자 하는 집단에서 정치적으로 축출되고, 그 아들도 인간사회에서 자신을 스스로 축출시킨다.
어느 집단에도 '실존적으로' 속해있지 않았으므로, 그녀의 죽음은 어느 집단에서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 집단을, 국가를, 정치적 이념을 떠나, 한 인간에게 보내는 진혼곡.
꿈에는,선택에는 대가가 따르고, 이상은 멀고 현실은 가깝다.
진정한 자유로운 의지를 가진 자유인, 실존주의자였지만, 시대적 모순 속에 어이없이 사라진 그녀.
이 책을 읽고 이 저자의 이승만 책을 바로 구입하였다. 또한 박정희에 대한 책도 이 저자분이 써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블랑블루 2023-04-11 공감 (1) 댓글 (0)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이야기. 그녀의 , 먹먹한 이야기.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실존적으로 식민지,해방,분단, 전쟁을 살아왔지만, 이상을 향해 살았지만, 어느 집단에도 속하지 못한 자신의 현실, 경계인이라는 실존을 망각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른 이야기. 하지만 반드시 읽어내야 할 이야기.
블랑블루 2023-04-11 공감 (0) 댓글 (0)
20세기 한반도의 역사와 빈틈없이 엮인 개인의 삶을 따라가는 여정은 흥미로웠지만 또한 말할 수 없이 착잡한 마음이 들게 했다. 마흔 여섯에 신생 조국을 향해 떠난 현앨리스의 마음을 왠지 알 것 같은 기분이다.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발굴하고 정리해낸 저자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초록비 2023-02-13 공감 (2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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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한반도의 역사와 빈틈없이 엮인 개인의 삶을 따라가는 여정은 흥미로웠지만 또한 말할 수 없이 착잡한 마음이 들게 했다. 마흔 여섯에 신생 조국을 향해 떠난 현앨리스의 마음을 왠지 알 것 같은 기분이다.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발굴하고 정리해낸 저자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초록비 2023-02-13 공감 (2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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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훑어봤는데 훌륭한 책을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많은 이름 모를 독립운동가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더 기억하도록 하겠습니다.
단미 2023-04-19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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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이야기. 그녀의 , 먹먹한 이야기.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실존적으로 식민지,해방,분단, 전쟁을 살아왔지만, 이상을 향해 살았지만, 어느 집단에도 속하지 못한 자신의 현실, 경계인이라는 실존을 망각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른 이야기. 하지만 반드시 읽어내야 할 이야기.
블랑블루 2023-04-11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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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앨리스와 그의 시대, 그리고 지금!
나는 국정교과서로 역사를 배운 세대다. 지금도 고3때 국사선생님을 잊지 못한다. 내게 국사는 시험 볼 때 벼락치기로 점수따던 과목이었기 때문에 시험때나 반짝 공부하곤 했는데 고3때는 학력고사(연식이 드러난다 ㅠㅠ)때문에 국사는 무조건 만점을 받도록 해주신다는 전설의 쪽집게 선생님이 등장하셨다.
선생님의 수업방식! 일단 수업시간에 초집중을 하게 하신다. 초긴장상태로 양손에 네가지색 필기구를 들고 선생님이 호령하시는대로 줄을 쫙쫙 그어야 했다. 그리고 '받아써!'를 외치면 교과서 여백에 써야한다. 노트도 안된다. 무조건 교과서 한권에 모든 엑기스를 때려넣는다. 교과서를 쭉 읽으면서 시험에 나오는 문장엔 중요도 순서대로 색깔펜으로 밑줄 쫙! 정말 더 중요한건 별 두 개, 세 개, 형광펜! '이런 건 읽지도 마라! 시험에 안나온다!' 하시는 문장은 과감히 지운다! 한반에 60명씩 모여있던 우리는 일사분란하게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행동한다. 마치 군대에 온 기분이다. 그런 초긴장상태에서 희안하게 국사책의 문장들이 머리에 쏙쏙 와 박혔다. 선생님께서 수업하시고 삼개월만에 처음 치른 모의고사에서 우리반 학생들 거의 대부분이 만점을 받았다. 그 선생님의 신화는 담당하는 학생들 모두를 만점받게 한다는 거였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건, 오십분간의 수업시간동안 삼십분은 그렇게 점수용 수업을 해주시고는 남은 시간동안 "이제 진짜 역사를 가르쳐줄게. 시험에 안나오지만 이게 진짜 중요한거다. 정신차리고 들어라!" 하시는데 적절한 욕까지 섞어가시며 들려주는 이야기는 정말이지 너무 재밌고 흥미진진했다. 아무도 졸지 않았다. 아니 졸 수 가 없었다. 항상 시간이 모자랐기에 마무리는 "대학가면 꼭 찾아서 공부해라!"였는데 더 듣고 싶다고 졸라도 얄짤 없었다! 그때 나는 조금 깬 사람이 된 것 같다. 아! 교과서에 나온게 다 사실이 아니구나! 이 문장의 맥락속에는 다른 의미도 숨어있는거구나~ 이런 것들을. 그리고 대학에 가서 근현대사 책들을 다시 읽으며 나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리고 전교조와 참교육을 위한 시위가 한창일때라 그 놀라움의 동력으로 열심히 투쟁(ㅎㅎ)하러 다녔다. 요즘 교과서를 국정화 하는 세력들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그거다. 역사는 가린다고 가려지는게 아니다. 언젠간 진실을 알게 되고 그 때 내가 배운게 어느 한쪽만 미화해 놓은 역사라는 걸 아는 순간 터져나오게 되는 분노는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가. 그때 우리는 그 기운으로 민주주의를 이루어낸 세대다! 지금 비록 한순간에 과거로 돌아가버리고 말았지만.
시국이 어수선하여 이야기가 많이 돌아갔지만 오늘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건 이 놀라운 책에 대해서다. 내가 배운 교과서엔 절대 없었던 사실들이 나열되어 있는 책. 그리고 내가 근현대사를 배우면서 가지게 되었던 의문들이 하나씩 풀리던 책. 한국의 근현대사와 세계가 만나는 순간의 경계면을 따라 부평초처럼 떠돌다 결국은 산산히 부서져버린 여자에 대한 책이다.
이야기는 한장의 사진으로부터 시작된다. 마치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듯 이 사진에 대한 진실을 하나씩 파고 들면서 한 여자의 삶을 따라간다. 그녀는 미국에서는 공산주의자로 몰려 추방당했고 북한에서는 박헌영의 애인으로 지목되어 간첩혐의를 받고 처형된 현앨리스다. 박헌영의 숙청 소식과 함께 전해져온 그녀의 소문때문에 한때는 남한의 신문에서 '한국판 마타하리'라 불리며 자극적인 가십거리로 소모되기도 했다.
작가는 어떻게 그녀가 미국과 북한에서 그렇게 상반된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열심히 독립운동을 하던 그의 가족들이 아버지는 독립유공자로, 그녀는 북한에서 미제의 앞잡이로, 그녀의 형제들은 미국에서 끊임없이 추방의 위기에 몰려야 했는지 궁금해서 모든 자료들을 뒤져 그녀의 삶의 퍼즐을 풀어나간다.
결연한 의지로 기념사진을 찍던 그 청춘들은 모두 어떤 삶을 살았을까. 다가올 운명의 가혹함을 전혀 몰랐을 그들의 삶이 너무 궁금하여 짠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게 된다.
이 책의 내용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엄두가 안난다. 정리해서 전달할 능력이 안되니 다들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목사의 딸로 하와이에서 태어났고, 교회와 기독교 학교에서 성장했고, 3.1운동을 겪으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애쓰고, 1920년대 초반 자연스럽게 사회주의 이념을 수용하면서 미국에서 인종차별과 노동차별에 맞서 싸우고, 해방후 남한에 와서 미군정에서 일하며 통일을 위해 애쓰지만 그 어디에서도 그녀는 끊임없이 정체성을 의심받아야 했다. 항상 선택을 요구하는 시대적 상황에서 자신의 의지와 신념을 굽히지 않고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결국은 북한까지 들어갔지만 이상향인줄 알았던 그곳에서마저 그녀는 사회에 젖어들지 못하고 내쳐졌다. 그녀의 동지들과 가족들의 삶도 제각각 파란만장하다. 이 책을 읽으며 그녀의 삶을 다룬 제대로된 영화나 소설이 나와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책에서 한줄 암기거리였던 독립운동가들의 삶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펼쳐지는데 그것은 곧잘 상상을 초월한다.
이 시대의 좌편향된 역사교육을 걱정하는 사람이라면(도대체 몇명이나 그런 사람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더욱더 읽어보기 바란다. 그들의 시각에서는 지워버리고 싶은, 또한 부각하고 싶은 장면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대체로 현명하다. 이런 역사를 읽었다고해서 종북이 되진 않는다. 오히려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할 수 있다. 이승만이 비겁하게 정권을 잡는 과정이 그려지고, 미국이 우리가 생각한 만큼의 우방이 아니었다는게 드러나지만 북한도 결국 독재정권을 위해 함께 독립운동을 했던 동지들을 어떻게 피의 숙청을 단행하는지 그 면모가 속속들이 밝혀진다. 이데올로기에 연연해서 얼마나 바보짓들을 했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또 역사적 교훈을 잊고 이데롤로기의 대립으로 몰아가는 바보짓을 한다.)
그나마 이 책을 읽다가 미국을 인정 할 수 밖에 없는 건 공산당을 색출한다고 눈에 불을 켜고 쫓아내려고 하는 그 시대의 와중에서도 그들은 헌법에 보장된 인권을 존중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독립운동의 과정에서 공산주의자가 된 사람들의 경우, 그들의 이상향을 찾아 북으로 간 경우는 거의 행방을 모르거나 숙청을 당했다. 하지만 미국 시민권자이거나 미국에서 오래 살았던 사람들은 그당시 정부에서 청문회를 대대적으로 열며 그렇게 쫓아내고 싶어했지만, 내게 불리한 증언은 하지 않아도 되는 권리를 인정한 수정헌법과 신체적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나라로 추방할 수 없다는 매케런-월터법 같은 법적인 장치들이 있어서 버텨낼 수가 있었다. 공산주의자로 몰려 추방 위기에 있을때마다 그들의 이웃들이, 친구들이 법조문을 무기로 탄원해주고 힘을 모으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마침 냉전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스파이 브릿지>가 개봉하였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난 뒤라 그 영화를 더욱 재밌게 볼 수 있을 듯하다. 톰 행크스가 주인공으로 나온다는데 소련의 스파이를 변호하는 역할이라고 한다. 그도 수정헌법에 기초하여 스파이를 적극적으로 변호한다고 한다. 영화에 대한 기사를 읽으며 나는 이 책에서 보았던 우리의 재미한인동포들의 청문회장면이 떠올랐다. 한참 역사 문제로 시끄러운 이 때, 현앨리스의 시대를 한번 돌아보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 교과서가 좌편향 되었다고 걱정이 태산같은 0.1퍼센트의 사람들이여, 전혀 걱정할 것이 없다. 안심하라! 지금은 국민들을 흑백으로 나누어 몰아갈 때가 아니라 여러가지 가능성들을 인정할 때이다. 그렇게도 자신들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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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11-06 공감(21) 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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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인으로 완성한 정체성, 의지적 인간 현앨리스
오래 전 유럽의 납작하게 내려앉은 무거운 겨울을 여러 해 살았다. 현앨리스의 아들, 정웰링턴의 체코에서 삶은 두꺼운 회색빛이었다. 독극물을 삼키고 떠난 외과 의사, 추방당하고 거부당한 세월은 서늘하고 건조한 정보로 남았는데, 정지돈 작가는 기어이 피를 돌게 만들었다. 그 노고가 뜨거워서 잊을 수 없었다.
기대와 희망이 소멸한 서러운 기분을 들 때마다 입 밖으로 내지 않으려 계속 삼킨다. 무례하기 때문이다. 내가 하소연이나 하고 있을 때도 지면과 시간과 삶을 내어주시는, 가려지고 지워지고 억울하게 희생당하고 오명을 뒤집어쓴 이들을 살려내고 실체적 진실을 기록해내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지면보다 더 긴 추적을 따라가며 자꾸 명치가 조이고 속이 긁힌 듯 쓰라렸다. 무심하게 잡초를 뽑아 던지듯 사람을 어디에도 발 딛지 못하게 하고 모함하고 죽이고 버리고 지워버린 역사를 대면했다. 그러는 동안 제 이익들을 살뜰하게 챙긴 이들은 권력과 이익에 취했으니 죄책감 따위 잠시라도 있었을 리 없다.
마타하리라니! 1903년 하와이에서 출생한 첫 번째 한국 아이, 민족주의 독립운동가 현순의 딸, 1919년 3.1운동 이후 연락 임무를 맡은 독립운동가, 조선총독부 관리가 된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출산한 여성, 노동조합운동과 미국공산당 활동을 이어가며 이상주의자들의 열정과 시대정신을 공유한 동지, 미군단 민간통신검열단 부책임자, 재미조선인 민주전선 활동가였다. 그런 그가 존재할거라 믿었던 모국, 북한에서 1956년 처형당한 근거는 30여 년 전 사진이었다.
후대를 사는 나는 현대과학의 지식으로 우주의 실체와 세상만사를 배운 듯 굴기도 한다. 그래도 새해인데 기분도 기운도 안 난다고 견딜만한 일상을 한탄하기도 한다. 그러니 지금 이 속쓰림은 복잡하고 뜨거운 감정 반응의 실체적 현상이다. 부끄러움과 수치심, 행동의 길을 찾지 못한 분노와 혼란, 조금씩 옮겨 온 몰랐던 현앨리스‘들’의 상흔.
휘몰아치는 시대를 피하지 않고 거센 흐름에 휘말렸다 해도, ‘나다움’의 무엇도 잃지 않는 이들이 있다. 바람 속에서도 눈을 뜨고 끝까지 걸어 나갔던, 속고 희롱당해도 항복한 적이 없는 분들이 있다. 이익 외에 아무 것도 믿지 않고 원하지 않는 한줌의 권력은 차곡차곡 만든 길을 한순간에 뭉개버리는 환영을 전시하지만 그런 권력이 오래 이기는 결말은 없다.
뭐라 평할 수 없이 귀한 이 연구 결과를 더 많은 분들이 읽어 주셨으면 한다. 짧은 글로 이 책이 복원한 역사를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학과 미디어의 창작예술가들이 수많은 현앨리스들을 다시 살려내셨단 소식을 고대한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증언이 필요하고, 나는 이야기와 기록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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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esis 2023-01-31 공감(9)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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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진 여성 독립운동가의 초상
실존 인물을 어느 정도 바탕으로 두고 만들어낸 인물이라고 하는 영화 <암살>(2015) 속 여성 독립운동가 안옥윤(전지현 분)이나 <밀정>(2016)의 연계순(한지민 분), 그리고 한 명의 실존인물일 것 같지는 않고, 그 시대의 많은 여성 운동가들의 하나의 집합적 표상으로 그려낸 듯한 <미스터 선샤인>(2018) 속 고애신(김태리 분) 등으로, 역사에서 지워졌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존재가 최근에 구체적 인물의 외피를 입고 조금씩 대중 문화를 통해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는 그런 작품들을 접하는 사이의 시기에, 어느 해외 학술지에 실릴 학술서 서평 번역 작업을 하다가 그 서평의 대상이 되었던 어마어마한 책 한 권을 접했다. 그것은 바로 정병준 교수가 쓴 <현앨리스와 그의 시대: 역사에 휩쓸려간 비극의 경계인>(2015, 돌베개)이었다. (책의 출간 연도는 2015년인데, 내가 서평 번역을 한 것은 2016년 초였다.)
제목이 시사하듯 이 책은 '현앨리스'(1903-1956?)라는 여성을 핵심적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는, 한국사 분야의 학술서다. 사실 이 연구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그녀는, 하와이와 상하이를 기반으로 활동한 한인 감리교 목사이자 3.1운동의 주요 지도자들 중 하나였던 현순의 딸이었다는 사실과, 광복 이후 북한의 부수상 겸 외상이었던 박헌영이 1955년 숙청되던 당시, 그의 '미제국주의 간첩' 혐의를 확인하는 중요한 인적 증거로 이용되면서 '1920년 상해 시절 박헌영의 애인'이었다는 식의 평가로 기억되는 정도의 인물이었다. 한 마디로, 주요한 남성 독립운동가들의 주변에 있는 여성으로 기록된 인물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그녀에 대한 기존의 인식과 다른 자료들을 일부 접하게 되면서, 오랜 기간에 걸쳐 현앨리스에 대해 본격적으로 집요한 추적을 한 사학자 정병준 교수의 손에서 파편으로 흩어져 있던 그녀의 삶의 모자이크 조각들이 맞추어져, 훨씬 더 풍부하고 생생한 인물이 그려졌다.
이미 4년이나 전에 읽었던 이 책에 대해 새삼스럽게 소개글을 쓰는 이유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여러 대중 문화의 영역에서 이제사 비로소 그려지기 시작한 여성 독립투사들의, 어찌 보면 전형적인, 이미지를 뛰어넘는, 역사의 주체인 동시에 비극적 희생자였던 한 여성 인물의 구체적인 형상을 보았고 뒤늦게라도 언급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마저도 없던 때가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이제라도 일제강점기에 다양한 역할을 했던 역사의 주체로서 여성들이 조금이나마 소개되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사실 아직도 그 캐릭터들에는 일정한 전형성이 있다. 가녀린 여인의 몸이나, 알고 보니 반전 저격수였던 여성 독립투사는 <모던보이>(2008)의 조난실(김혜수 분) 때부터 이미 있어 왔는데, 이제 좀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첫 단락에서 언급했던 캐릭터들은 물론이거니와, 시청률 면에서 크게 화제성이 있었던 작품은 아니었지만 심지어 <시카고 타자기>의 류수현(임수정 분)조차 그와 맥을 같이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양적으로도 방대했을 뿐만 아니라, 연결되지 않은 채 온갖 곳에 흩어져 있었을 파편들을 하나하나 맞춰 가며 재구성해서 제시된 현앨리스의 삶은, 여전히 빈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무척 생생하다. (결정적으로, 그녀의 죽음은 여전히 맞춰지지 않은 퍼즐 조각이다.)
그녀는 대대로 유명한 역관 집안 출신의 아버지 현순이 1903년 25세의 나이에, 임신 7개월에 접어든 아내와 함께 하와이로 이민을 떠나면서 하와이에서 태어난 첫 번째 한국인 아이였다. 이미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코스모폴리탄으로서의 범상치 않은 역사적 인장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였음이 보인다. 그러다 어린 시절엔 아버지의 온갖 인생의 여정을 따라 서울로 돌아갔다 상하이로 건너갔고, 20대 초반이었던 1920년대에는 1921년의 일본유학, 1922년 결혼, 1923년 딸 출산, 1923년 상하이 귀환 등의 파란만장한 행적이 이어졌다. 그리고 정확한 시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1924년 전후 어느 시점에 남편과 결별하고 하와이로 돌아와 아들(정웰링턴)을 낳았고, 1930년대 초반에는 뉴욕에서 대학생활을 하는 등, 현대의 우리의 기준에서도 파격적인 행보가 이어졌다. (정확한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고, 두 명의 남동생들의 기억과 증언이 뉴욕대학이냐 컬럼비아대학이냐를 두고 엇갈리기는 하는데, 뉴욕에서 세계문학과 창작을 공부했다고 기억하는 점에는 어느 정도의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상상할 수 있겠지만, 생활고와 인종차별, 영문학의 난관 등을 겪던 이 시기는 그녀에게 결코 녹록치 않은 시절이었다. 하와이에서 출생한 미국 시민권을 가진 한국계 미국인이었으나, 일본의 식민지로 강제된 일본의 국적도, 자신의 출생이 증빙해준 미국의 국적도, 그녀와 그녀의 동생들이 소속감을 느낄 수 없는 세계였다. 이 시기와 그 이후에 이어진 호놀룰루에서의 생활에서, 그녀는 어린 시절 상하이에서 생활하며 그녀를 사로잡았던 독립운동과 혁명활동을 마치 하나의 이상처럼 간직하며, 사상적으로 공산주의로 경도되어 갔다. 그리고 (정확한 행적은 여전히 미궁이나) 태평양 전쟁 시기 동안 미 육군성의 여성 언어전문가들 중 하나로 복무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를 거쳐, 광복 이후 한국으로 돌아왔다가, 상하이에서 만났던 박헌영과의 재회가 계기가 되어 북한으로 들어가 생을 마감했(던 것 같)다.
내가 위에 기술한 것은 사실, 그녀의 생을 그저 연대기 순으로 나열한 정도에 지나지 않고, 심지어 모두 다 서술하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어찌 보면, 그 어떤 대중 문화의 서사에서도 다 담아낼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역동적인 삶을 살았던 이런 인물이, 기껏해야 주요 독립운동가의 딸이었으면서, 또한 어느 젊은 독립운동가이자 혁명가의—그 사실여부조차 미심쩍은—'애인'이었다는 한줄평 정도로 기술되고 말았다는 것이 오히려 기가 막힐 따름이다. 바로 이 빈약한 서술에 역사적 맥락을 제공하며 그녀를 규정했던 몇 가지 키워드를 뛰어넘는 한 인물의 생의 서사를 구축한다.
이런 그녀의 삶을 집요하게 추적하며 촘촘히 짜맞춘 이 서사는 어디까지나 학술적 정밀함에 기대고 있다. 그래서 최대한 논리적인 구멍이 없도록 여러 가지 방대한 자료가 망라되어 있다. 게다가 전체분량은 484페이지인 데다가, 참고문헌이나 주석을 제외한 본문만도 395페이지에 달하는 양이다. 그런 면에서,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시작된다. 원기 왕성한 19명의 청년들이 사진에 자리했다. 11명의 남성과 8명의 여성은 보타이나 넥타이를 매고 양복이나 중국옷으로 성장을 했다. 모두 엄숙하고 근엄한 표정으로 한껏 자신감 넘치는 포즈로 뒷짐을 지거나 팔짱을 끼었다."
라는 문장으로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하며 시작하는 이 책은 분명 학술서임에도 마냥 지루하지 않다. 아니, 사실 대단히 흥미진진하다. 이토록 역동적인 인물의 삶을 지루하게 서술하는 게 더 어려운 일일 것이다!라고 호기롭게 외치고도 싶지만, 사실 그것은 이미 완성된 이 한 권의 책을 손에 쥐고 읽고 있는, 복많은 독자의 처지에서 할 수 있는 배부른 소리다. 이미 존재하는 선행 연구도 없다시피하고,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 남가주대와 하와이대, 그 외 연구소와 체코의 여러 도서관과 문서보관소에서 다양한 자료를 취합할 수 있었다고는 해도, 결국 그 엉키고 풀어헤쳐진 실타래 같은 자료들을 잘 풀어서 하나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직조해낸 것은 어디까지나 저자 정병준 교수의 탁월한 통찰과 서술에 빚지고 있다.
여기다 내가 당시 서평 번역 작업을 언급하며 간단히 덧붙였던 논평에서 했던 말처럼, 이 책은 최근 국내의 활발한 여성주의 및 여성혐오 논쟁과, 그것을 둘러싼 급변하는 분위기에 비추어 봤을 때, 진심으로 더욱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솔직히 무엇보다, 누가 현앨리스를 모델로 해서 소설을 쓰든,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든, 좀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인물, 이런 인생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건 너무도 아깝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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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uvadak 2020-06-06 공감(2)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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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의지와 현실의 부조화
그녀가 좆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너무나 자신만만했던 것일까. 자유의지가 그만큼 강했던 것일까.
마지막 순간에 그녀도 박헌영의 재판 종결발언에서처럼 마지막에는 모든 것을 체념했을까.
책을 읽고 나면 먹먹하다. 슬픔,허무, 안타까움.
미국국적, 정체성 조선인, 사회주의 북한 지향이라는 복합적 존재성. 식민지,분단,전쟁이라는 역사속에서 그녀는 사라졌다.
49년인가 체코에서 찍힌 사진의 기묘함. 부조화. 자신이 속하고 싶고, 기여하고 싶은 집단으로부터 소외되는 느낌의 사진. 북한 대표들도 그녀와 아들을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본것. 자신들과 다른 존재로 본 건 아닐까. 그 소외감, 이질감을 자신의 순수의지로 넘어서려 북한에 갔지만, 결국 자신이 속하고자 하는 집단에서 정치적으로 축출되고, 그 아들도 인간사회에서 자신을 스스로 축출시킨다.
어느 집단에도 '실존적으로' 속해있지 않았으므로, 그녀의 죽음은 어느 집단에서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 집단을, 국가를, 정치적 이념을 떠나, 한 인간에게 보내는 진혼곡.
꿈에는,선택에는 대가가 따르고, 이상은 멀고 현실은 가깝다.
진정한 자유로운 의지를 가진 자유인, 실존주의자였지만, 시대적 모순 속에 어이없이 사라진 그녀.
이 책을 읽고 이 저자의 이승만 책을 바로 구입하였다. 또한 박정희에 대한 책도 이 저자분이 써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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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블루 2023-04-11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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