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어떤 ‘편력’을 가지고 있을까?
기자명 반월신문 입력 2017.11.08 13:27 댓글 0
신현미(아동문학가/수필가)
편력(遍歷)은 ‘여러 경험을 한다. 널리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는 뜻으로
독서, 여행, 운동 등에 붙여 쓰면 긍정적인 느낌이지만
여성, 남성, 연애 등에 붙이면 부정적이 된다.
부정적 편력의 대명사인 ‘여성(남성) 편력’은 남성(여성)이 여성(남성)을 두루두루 경험한다는 뜻으로, 의도적으로 자기 이익을 위해서나 욕구 만족을 위해 수많은 여성(남성)들과의 사귐을 즐기는 이른바 바람둥이를 일컬을 때 쓰인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다수의 이성과 엮이면서 잦은 만남과 이별을 겪는 경우도 편력에 속한다. 또 자신한테 맞는 상대를 찾기 위해 다수의 이성을 경험하는 긍정적 의미의 편력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연애에 있어 편력 있는 남성(여성)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기피 대상이다.
어찌 보면 연애 편력은 사생활에 속할 수 있다. 그럼에도 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자기감정에만 충실하다보니 이기적인 행동으로 다수의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상처는 또 다른 상처를 낳는다. 상처가 반복되다보면 조직과 사회에 혼란을 일으킨다. 연애 편력이 심한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책임감, 죄책감, 진실성이 결여된 경우가 많다. 사기와 횡령 등 여러 범죄 사례에 그들이 깊숙이 관여되어 있는 것을 볼 때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 불안한 감정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나라 이곳저곳을 두루 편력하면서 국토의 아름다움을 느꼈어.” “그의 독서 편력은 대단히 광범위하고 수준도 매우 높지.” “시인의 다양한 인생 편력은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형상화되었다.” “나의 운동 편력은 나를 만능 스포츠맨으로 만들어 놓았지.”
편력을 독서, 여행, 운동 등에 붙이니 꽤 근사하고 긍정적이다. 어찌 보면 연애 편력에서처럼 자신의 감정과 욕구에 충실했을 뿐인데 긍정적으로 쓰인다. 왜 그럴까? 역시 단순하다. 사심 없이 좋아하는 분야에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여러 이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 속이고 기만할 일도 없고 상처 줄 일도 없다. 이해타산 없이 독서, 여행, 운동을 두루 경험하다보면 어느새 그 분야의 경지에 이르게 될 것이고, 이는 곧 다른 이들에게 존경과 경이로움을 느끼게 할 것이다. 같은 재능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참 많이 달라진다.
사람을 상대로 하더라도 의료, 심리, 철학, 인성 등 교육이나 학문적인 측면에서 두루 살피는 일은 직업 편력에 해당하는 것으로 절대 부정적이지 않다. 사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사심이라는 것이 일을 그르치는 원인이라 하겠다.
친절한 사람을 예를 들어 보자. 일단 친절한 사람은 다른 이들을 기분 좋게 한다. 그래서 인기가 많다. 그런데 조금 더 들여다보면 그 친절함의 정도와 사심의 유무에 따라 참 좋은 사람과 바람둥이로 구분된다. 모두에게 사심 없이 공평하게 적절한 선을 유지하며 친절하다면 참 좋은 사람이라 부르고, 뭔가 특별한 친절을 개별적으로 여러 이성에게 지속적으로 보인다거나 숨기는 것이 많으면 바람둥이라 부른다. 그래서 어떤 이는 스캔들 한번 안 나고 주변을 따뜻하게 하는 반면, 어떤 이는 늘 스캔들 메이커로 주변을 시끄럽게 하는 것이다.
이쯤 되면 지금 우리는 어떤 편력을 가지고 있나 뒤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나 또한 문학을 하는 사람이라 다분히 감성적인 끼를 가지고 있어, 잘못 쓰면 남성편력의 소유자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문학에 대한 열정과 편력, 문학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자존감이 더 크기에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쭉 그쪽으로 갈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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