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3
전월세 폭등, 2년짜리 인생은 이제 그만 -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제정하라 이장규
전월세 폭등, 2년짜리 인생은 이제 그만
[민주노동당의 힘]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제정하라
이장규 l 기사입력 200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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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에서 살고 있는 후배 하나가 전화를 해왔다. 마산이나 창원 쪽에 학원강사자리 하나 알아 봐줄 수 있느냐는 부탁이었다. 고향이 이쪽이긴 하지만, 대학졸업 후 계속 서울에서 살았던 친구라서 갑자기 무엇 때문에 내려오려는지 이유를 물어보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집문제라는 대답이었다. 2년간의 전세계약기간이 끝나가자, 집주인이 재계약을 하려면 전세금을 사천만원 돌려주는 대신에 월세를 한 달에 오십만원씩 내라고 요구한다는 것이다. 월 1%로 계산하면 기껏 천만원 올린 셈인데 재계약하면서 그 정도는 올려주어야 하지 않느냐고, 자기는 그래도 작게 올린 것이고 다른 데는 이삼천만원씩 올린다는 주장이었다고 한다.
{image2_right} 답답했던지, 후배는 나에게 한참 하소연을 했다. 요즘 실제금리는 월 0.5%도 안되지 않느냐, 그러니 실제로는 육천만원 이상 오른 셈이거니와 한 달에 이백만원 남짓 벌면서 오십만원을 월세로 내고 나면 애들 교육비 등등 다른 지출은 도대체 어떡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집주인이 특별히 나쁜 것도 아니었으니, 실제로 다른 곳도 다 그 정도 내지 그 이상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게 한두 번도 아니고 그간 2년마다 되풀이된 일이었거니와, 지금처럼 집값이 폭등하는 현실에서는 평생 가봐야 서울에서 제 집 하나 장만하기 어려운 판이다. 그러니, 이대로 영원히 2년짜리 인생을 반복할 바엔 차라리 고향으로 내려가서 집걱정이라도 안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일단 자리는 알아보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입맛이 씁쓸했다. 서울보다는 기본가격자체가 싸긴 하지만, 인상률로 따진다면 여기도 그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사에 따르면, 작년 9월초와 비교했을 때 올해 9월초까지 1년 동안 이 지역의 아파트 전세금 인상률은 창원이 20.23%이고 마산은 무려 56.29%에 달한다. 실제로, 새 아파트 하나 들어서면 똑같은 평수인데도 전세금이 두배 가까이 뛰는 게 현실이다.
정부나 소위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이나 전세값을 안정시키려면 주택보급률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수요에 비해 공급이 충분치 않으니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건 일종의 사기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98.3%로 100%에 가깝거니와 서울에서도 79.7%에 달한다. 게다가 이 통계는 다가구 주택은 하나로 계산되어 있으며 주거용 오피스텔이나 상가주택 등은 제외되어 있다. 이를 감안하면, 실질적인 주택보급률은 서울조차도 100%를 넘는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 중 42.6%가 자기 집이 없어 전세나 월세를 살고 있다. 즉, 주택의 절대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한 사람이 여러 채를 갖고 있어서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는 이유는 주택이 무엇보다도 좋은 투자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전월세를 통해 금리보다 훨씬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거니와, 갖고 있어도 세금도 거의 내지 않아도 되고 때가 되면 알아서 오른다.
{image1_left} 이런 상황에서는 주택에 대한 수요는 공급을 늘린다고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 거주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투자 목적의 수요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집주인이 직접 살지 않는 주택에 대해서는 재산세나 양도소득세를 실제 시가를 기준으로 부과하는 등의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거니와,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무분별한 전월세 가격 상승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다. 자기가 살지 않아도 전월세를 놓기만 하면 은행 등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 누가 주택에 투자하지 않겠는가? 집값 안정을 위해서라도 전월세 가격 상승을 규제해야 한다. 게다가 이것은 세금 등의 간접적 수단이 아니라 집없는 사람들에게 가장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다.
▲ 타워 팰리스 전경
지금처럼 2년간이 아니라 한 7~8년 정도는 불가피한 사유가 아닌 한 기존 세입자가 우선적으로 계약을 갱신할 수 있도록 하고 재계약 시에도 일정한 비율 이상은 올리지 못하도록 제도화하자. 마침 민주노동당과 권영길 후보는 이런 내용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대선공약으로 제시하면서 대선 이후에도 이를 지속적으로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민주노동당의 노력이 결실을 거두어 빠른 시일 내에 이것이 입법화되길 바란다. 언제까지 우리의 집없는 이웃들을 2년짜리 인생으로 놓아둘 것인가? / 논설위원
*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홈페이지 가기 ☞ http://www.kdlp.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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