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02

박찬승 | 정연태 식민지 민족차별의 일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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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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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임종국상 학술부문 수상자로 가톨릭대학 국사학과의 정연태 교수가 선정되었다. 수상작은 <식민지 민족차별의 일상사>(푸른역사, 2021)이다. 이 책은 학계에서 이미 5편의 서평이 나와 있을 정도로 올 한 해 한국사학계에게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정연태 교수는 경제사가로서 이미 <한국근대와 식민지근대화 논쟁>, <식민권력과 한국농업> 등을 통해 식민지근대화론을 비판하고  대신 '장기 근대사론'을 제기했으며, 일제의 농업정책을 장기근대사론의 시각에서 재구성했다. 

올해 나온 <식민지 민족차별의 일상사>는 강경상업학교의 일본인 학생과 조선인 학생 사이에 있었던 민족차별의 실상을 하나하나 밝힌 책이다. 저자는 강경상업학교의 25년 간에 걸친 학적부와 동창회명부의 내용을 일일이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여기에서 입학, 교육, 졸업 후 취업, 취업 이후의 직종과 직위의 변화와 관련된 수많은 통계들을 추출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일본인 학생과 조선인 학생 사이에 있었던 일상적 민족차별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밝혀낸 것이다. 

일제의 식민지조선 지배정책은 '억압, 차별, 수탈, 동원'과 같은 단어로 표현될 수 있다.  이 가운데 억압, 수탈, 동원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많은 연구가 나왔다. 그러나 차별에 대해서는 학자들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인지 이렇다 할 연구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1920년 동아일보가 창간되었을 때, 이 신문이 가장 먼저 들고 나온 이슈는 바로 '민족차별'이었다. 그만큼 그 시대 사람들에게는 가장 중요하고 절실한 문제였던 것이다. 이 신문은 "무차별인가 대차별인가"라는 제목의 19회에 걸친 시리즈 기사에서 다양한 방면에 걸친 민족차별의 실상을 지적하였다. 여기에서 지적된 민족차별은 이런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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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의 인사 문제와 처우의 차별, 
  • 인구 당 보통학교의 숫자 및 취학률의 커다란 격차, 
  • 중등학교 숫자에서의 차별, 
  • 교사 채용과 처우(加俸, 舍宅料 등)에서의 차별, 
  • 보통학교 교장 채용에서의 차별, 
  • 전문학교와 대학 입학생 비율에서의 차별, 
  • 지방제도(면협의회, 부협의회, 도평의회 등)에서의 일본인-조선인 의원수와 유권자의 차별
  • 도시지역에서의 일본인과 조선인 거주지역의 제반 시설(상수도, 하수도, 도로포장, 가로등, 살수, 오물 수거 등)에서의 차별, 
  • 상공회의소에서 일본인과  조선인 의원 숫자의 차별, 
  • 노동자 임금에서의 일본인-조선인 간의 차별, 은행 대출 시의 차별 등등."

1919년 부임한 사이토 총독은 3.1운동이 일어나게 된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민족차별에 있다고 보고, 이른바 '일시동인(一視同仁)'의 심정으로 차별을 하나하나 철폐해 나가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러나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연태 교수가 앞의 책에서 지적한 것처럼 민족차별은 법, 구조, 의식의 여러 층위에 걸쳐 있는 문제였다. 따라서 민족차별은 총독 한 사람이 이를 철폐하라고 지시한다고 해서 바로 없어질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식민지 민족차별의 역사는 일제 지배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식민지 민족차별의 일상사>의 첫번째 공헌은 강경상업학교라는 작은 학교 조직 내에서 민족차별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었는가를 통계를 통해 상세히 밝힌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 공헌은 법과 구조의 측면에 '민족차별의 기제'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으며, 그러한 기제의 바탕에 깔려 있는 일본인들의 의식은 어떤 것인가를 잘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일제 식민지지배정책에 관해서는 작금에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차별'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매우 드물다. 따라서 앞으로 일제하의 민족차별에 대해 언급할 때에는 정연태 교수의 이 책 <민족차별의 일상사>가 반드시 언급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식민지시기 연구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된다. 아직까지 이 책을 읽지 않은 분께는 이 책을 꼭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끝으로 훌륭한 저서로서 임종국상을 수상하게 된 정연태 교수에게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이 수상작을 출판한 푸른역사에게도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4 comments
강정숙
오. 정샘이 조용히 이런 글을 썼군요. 축하 전해주세요;; 하도 연락을 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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