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서 러시아 못 몰아내면, 2차대전 이후 최대 위기상황 빠질 것”
[잊힌 우크라 전쟁] 니어재단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 리처드 하스 美외교협회 명예회장
노석조 기자
입력 2023.12.07. 03:00
리차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 명예회장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세계, 어디로 가고 있는가: 파편화된 세계 속 질서를 위한 경쟁'을 주제로 열린 2023 NEAR 글로벌 서베이 보고서 발표 국제콘퍼런스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리처드 하스(72) 미국 외교협회(CFR) 명예회장은 6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침략자 러시아의 승리로 끝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필히 힘을 합쳐야 한다”면서 “그러지 않으면 세계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대 위기 상황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니어재단이 주관한 국제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하스 명예회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무력에 의한 영토 병합은 어떤 나라, 어떤 경우에도 허용될 수 없다는 국제 질서의 기본을 지키고 강화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하스 회장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정책기획국장, 북아일랜드 특사 등을 역임했으며, 2003년부터 올해 6월까지 20년간 초당적 외교 단체인 CFR 회장을 지냈다. CFR은 미국의 대외 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리처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 명예회장
-기존의 국제 질서가 흔들린다는 우려가 있다.
“유럽과 중동, 그리고 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무질서한 상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북핵은 실존 위협이 됐다. 국제사회는 기후 변화 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데도 사실상 실패했다. 지역별, 국제 전반의 국제 질서를 바로잡고 강화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급선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좌절시키는 것이다. 무력에 의한 영토 획득이 가능하다는 예외적 상황을 절대 만들어선 안 된다. 중국이 대만해협을 무력으로 위협하는 것도 억제해야 한다. 30년 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미국과 국제사회가 좌절시켜 질서를 되찾았던 전례를 기억해야 한다.”
-북한이 물리적 충돌과 전쟁은 시점상의 문제라고 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 중국이 대만을 어떻게 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전쟁이 어떤 형태로든 러시아에 유리하게 일단락된다면, 북한이 오판하고 대남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다행인 건 지난 2년간 러시아가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계속 좌절하도록 미국과 국제사회, 그리고 한국이 관심을 갖고 힘을 쏟아야 한다.”
-북한이 러시아와 무기 거래 등으로 밀착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러시아와 무기 통제 협상을 해야 한다. 중국도 이 협상 과정에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핵무기 개발을 하고 이런 저런 수혜를 받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러시아의 야심을 눌러야 할 또 하나의 이유다.”
-국제사회의 우크라이나 지원 동력이 떨어져 간다는 말도 있는데.
“미국과 유럽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게 선거이다. 선거가 안보다.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 4월 한국 총선, 11월 미국 대선이 있다. 민주주의 국가들은 선거 때 러시아나 이란, 그리고 북한이 정치적 개입을 해 여론을 왜곡하지 못하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들은 사이버 기술을 이용해 민주적 절차를 방해할 것이다. 외부 세력의 개입은 국가 내부 갈등을 키우고 정부가 잘못된 정책 결정을 하도록 한다. 특히 요즘 러시아 등은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한다. 이를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차단해 민주주의를 보호해야 한다.”
이날 콘퍼런스를 주관한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한 듯한 현 국제 정세에서 미국은 동맹국과 함께 위기를 타개해나가길 바라고 있다”면서 “한국이 중견국으로 성장한 만큼 이제 각종 국제 현안을 논의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세계 8강 수준의 위상과 국력을 가진 국가로서 국제적인 역할과 책임을 확대해 왔다”며 “G7은 충실한 민주주의와 선진 경제를 달성한 한국과 호주 같은 나라들의 지원과 참여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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