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20

<굶주리는 세계> 프랜시스 라페 외 : 책과사람 : 문화생활 : 인터넷한겨레

<굶주리는 세계> 프랜시스 라페 외 : 책과사람 : 문화생활 : 인터넷한겨레



<굶주리는 세계> 프랜시스 라페 외






△ 굶주리는 세계 / 프랜시스 라페 외 지음·허남혁 옮김 / 창비 펴냄·1만2000원




굶주린, 식량이 모자라서? 인구가 많아서?




‘굶주림’이란 단어를 접할 때 사람들이 머리속으로 떠올리는 이미지는 전형적이다. 엄마의 마른 젖을 물고 있는 아프리카 어린이, 식량을 받기 위해 늘어선 줄….




그러나 이는 진실의 일부일 뿐이다. 식량문제를 천착해온 학자들인 지은이들은 사람들이 막연하게 생각하는 굶주림이란 현상 뒤에는 무척이나 복잡한 원인과 알려지지 않은 진실이 숨겨져 있으며, 사람들이 굶주림에 대해 이처럼 막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해결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굶주림에 대한 이런 고정관념 12가지를 골라 ‘신화’라고 명명하고 그 허구성을 까발려 보인다.




이들이 말하는 신화는 바로 우리의 ‘상식’들이다. 식량난은 아프리카에 집중되며, 굶주림의 원인은 너무도 당연히 식량 부족 때문이고, 이는 인구가 너무 많은 데다 자연이 파괴되고 있어 경작지가 점점 부족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게다가 식량 문제 해결은 환경 문제와 배치되는 딜레마를 지녔다는 것. 그나마 유일한 대안은 품종개량 등의 녹색혁명과 자유시장 시스템이라는 것 등이다. 결론은 그런데 당연해 보이는 이런 생각들이 알고 보면 모두 허깨비 같은 착각이라는 것이다.




지은이들은 오히려 너무 덤덤해 보일 정도로 차분하게 이런 통념을 깨뜨리는 논거들을 제시한다. 허구의 신화에 가려진 진실의 증거는 너무나 많고 너무나 심각해서 굳이 흥분하지 않고 소개해도 충분히 보는 이들을 흥분하게 만들 정도다.




이들의 조사결과를 보면 우선 굶주림이란 단순히 아프리카를 덮치는 국지적 문제가 아닌 지구적 문제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만성적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은 무려 8억명인데, 이 가운데 4분의 1만이 아프리카에 있을 뿐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지에 더 많은 이들이 몰려 있다. “결국 후진국들의 문제가 아니냐”고 속단해서도 안 된다. 미국의 어린이 가운데 8.5%가 실제로 굶주리고 있으며, 20.1%는 굶주림의 위협에 처해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과소비가 문제되는 남녘 구석에서는 ‘결식아동’들이 눈물 흘리고 있고, 북녘에서는 도무지 몇 명인지도 모를 만큼 많은 동포들이 목숨을 잃었다.















△ 아프리카 짐바브웨 그완다 지역 초등학생들이 구호식량을 받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는 모습. 식량이 남아도는데도 자본에 의한 시장의 왜곡과 분배의 불균형으로 가난한 이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완다/AP연합










식량문제 해결 어렵게 하는

고정관념 12가지 허구 까발려


식민체제에 기생하는 권력자

시장 지배하는 다국적 기업

이들로 인해 가난한 이들은

언제나 굶주림으로 내몰려



중요한 점은 이런 실정인데도 식량은 남아돈다는 점이다. 오늘날 전세계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에게 하루에 3500칼로리를 공급할 수 있는 곡물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는 모든 사람을 비만하게 만들고도 남을 정도다. 기아의 최대 피해국들인 아프리카 나라들도 식량을 수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국민을 먹일 수 있는 주식보다는 외채를 갚기 위해 환금작물에 더 비중을 두기 때문에 생겨난 결과다. 게다가 경작지 중에는 놀고 있는 땅이 수두룩하다.

이런 불합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지은이들이 20년여의 연구끝에 내린 결론은 그래도 세계의 어떤 나라에나 희망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인구가 너무 많다고 생각되는 나라도 국민들을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자원을 충분히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식민주의 체제에 기생하는 권력자들, 그리고 시장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이 단기 이해에 집착해 이런 희망의 싹을 자르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로 인해 끝장나는 것은 언제나 굶주림으로 내몰리는 가난한 이들이다. 그들은 늘 자기 자신을 원망하도록 강요받는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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