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2

[서울의 봄②] 국민이 ‘더 킹’이어야 한다 < 시사 < 칼럼/에세이 < 기사본문 - 더칼럼니스트

[서울의 봄②] 국민이 ‘더 킹’이어야 한다 < 시사 < 칼럼/에세이 < 기사본문 - 더칼럼니스트

기자명박상주 칼럼니스트 시사 입력 2023.12.01 16:02 수정 2023.12.11 08:42
[서울의 봄②] 국민이 ‘더 킹’이어야 한다
[박상주의 쓴소리단소리]
영화 '서울의 봄'과 '더 킹'의 여러 공통점
정치군인 하나회와 정치검찰 '특수부'
영화의 상상력을 앞선 참혹한 현실
'역사의 반동'을 부술 힘은 국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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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나다"라는 군인들

# 영화 ‘서울의 봄’을 봤다. 12.12쿠데타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한 줌의 정치 군인들이 어떻게 국가 근간을 흔드는지, 한 무리의 사조직이 어떻게 공조직을 무너트리는지를 재현해 내고 있었다. 술잔을 쳐들고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치는 하나회는 국가의 암 덩어리였다. 

현실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 전두환의 하나회는 나라를 전리품 나누듯 분탕질했다. 육사 11기 동기인 전두환과 노태우가 대통령 자리를 주고 받았다. 군의 요직은 물론 정부와 공공기관의 노른자위는 하나회들이 독차지했다. 5.18 민주화운동과 같은 국민들의 저항은 무자비하게 유혈 진압했다. 언론사를 통폐합하고, 노동 운동을 탄압하고, 영장없이 사람들을 삼청교육대로 끌고 갔다. ‘서울의 봄’은 그렇게 짓밟혔다.

영화 '서울의 봄' 한 장면. 전두광을 중심으로 하나회 소속 장군들이 반란에 나서는 장면이다.
영화 '서울의 봄' 한 장면. 전두광을 중심으로 하나회 소속 장군들이 반란에 나서는 장면이다.
온갖 요직을 독차지한 윤석열의 검찰

# 영화 ‘더 킹’을 봤다. 조폭처럼 움직이는 검찰 세계의 민낯을 고스란히 그려내고 있다. 한 줌의 정치 검사들이 어떻게 권력의 칼잡이 노릇을 하는지, 검사동일체라는 미명 아래 얼마나 뻔뻔하게 기소권과 수사권을 남용하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권력에 줄을 대고, 야망에 줄을 세우는 정치검사들은 사회의 독버섯이었다.

현실은 영화의 상상력을 앞선다. 영화에서 검사는 정권의 하수인에 그쳤지만, 현실에서 검사는 ‘더 킹’이 됐다. ‘윤석열의 특수부’ 출신들이 나라를 장악했다. 지난 3월 참여연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 정부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검찰 출신은 136명에 이른다. 문자 그대로 검찰공화국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과의 대화는 아예 거부하고 있다. 장관 20명을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했다. 정치와 경제, 외교, 노동, 민생, 남북 평화 등 전 분야가 질곡과 퇴행으로 점철되고 있다. 역사의 퇴행 ‘이명박근혜’를 저지했던 ‘촛불 민심’은 그렇게 짓밟혔다.

'단칼에 제거해야 한다'는 경험칙

# 암덩어리와 독버섯은 마땅히 제거돼야 한다. 뭔가를 제거하려면 그 특질을 잘 파악해야 한다. ‘전두환 하나회’ 출신 정치군인이나 ‘윤석열 특수부’의 정치검사 같은 암덩어리와 독버섯은 어떤 특질을 지니고 있을까. 

첫째, 새로운 숙주를 찾는다. 암덩어리와 독버섯은 권력기관을 숙주로 삼았다. 이승만 정권 때는 경찰을, 박정희 정권 때는 군부를, 문민 정부 이후엔 검찰을 숙주로 삼았다. 중앙정보부와 보안사와 기무사 등 한 때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권력기관들도 숙주로 이용됐다. 

둘째, 하극상을 보인다. 전두환 보안사령관은 자신의 상관인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을 강제 연행하는 하극상을 보였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조국 법무장관 가족을 탈탈 털었고, 추미애 법무장관의 부하임을 거부했다. 정치군인이나 정치검사들은 자신이 몸담은 기관의 공식 명령 보다는 이너 서클의 지시를 우선시한다.

셋째, 뿌리째 뽑아야 죽는다.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은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동해경비사령관으로 전보 조치하는 등 하나회 세력 견제에 나섰지만, 정보 노출과 시간 지연으로 역공을 당하고 만다. 하나회 척결은 YS에 의해 이뤄졌다. YS는 청와대 비서관들조차 눈치채지 못할 만큼 단칼에 군부의 암덩어리들을 잘라내 버렸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어설픈 검찰개혁은 검찰공화국 등장의 여지를 제공했다.

영화 '더 킹'의 한 장면. 사진출처=네이버
영화 '더 킹'의 한 장면. 사진출처=네이버
역사는 말한다...뒤집을 수도 있다고

# 분노는 힘이다. 영화 ‘서울의 봄’과 ‘더 킹’을 본 사람들은 하나 같이 분노를 터트린다. 전두환 하나회 출신의 정치군인들은 한 편의 영화로는 이루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공정과 상식과 법치를 허물었다. 윤석열 특수부 정치검사들은 그 오욕의 역사를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분노는 높아만 가고 있다. 

국민의 분노는 역사의 반동을 부순다. 4.19혁명은 이승만 독재를 무너트렸다. 부마민주항쟁은 박정희 철권통치를 끝장 낸 10.26사태로 이어졌다. 박종철 고문살인 사건으로 촉발된 6월민주항쟁은 전두환과 노태우의 신군부 세력을 굴복시켰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에 분노한 촛불 항쟁은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졌다. 영화 ‘더 킹’의 결말대로 진짜 ‘더 킹’은 주권자인 국민임을 역사는 입증하고 있다.

국민의 분노는 이제 윤석열 정권으로 향한다. 거리에 “윤석열 퇴진”을 외치는 촛불이 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윤석열 탄핵”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주가조작과 허위학력, 경력위조, 명품백 수수 등 ‘비리 백화점’ 수준의 의혹을 받고 있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분노는 점점 비등점으로 치닫고 있다. 결국 주권자인 ‘더 킹’이 탄핵이나 선거나 촛불을 통해 심판을 내릴 것이다. 역사는 말한다. 군주민수(君舟民水)! 백성은 임금을 띄울 수도 있고, 뒤집을 수도 있다.


※ 박상주는 20여년 동안 신문기자로 살았다. 신문사를 그만둔 뒤 ‘지구촌 순례기자’를 자처하고는 아프리카와 중동, 남미, 동남아, 중앙아시아 등 세계 오지를 여행하면서 글을 썼다. 어쩌다가 서울교육청과 국무총리실과 국회의장실에서 공무원 생활도 했다. 지은 책으로 ‘세상 끝에서 삶을 춤추다’, ‘나에게는 아프리카가 있다’, ‘나에게는 중동이 있다’, ‘아름다운 동행’, ‘부의 지도를 바꾼 사람들’, ‘낙연쌤의 파란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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