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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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12년 만의 귀가…강사법, 끝나지않은 외침 > 취재K > 사회 > 뉴스 | KBSNEWS
[시사기획 창] 12년 만의 귀가…강사법, 끝나지않은 외침
입력 2019.10.12 (09:34)
수정 2019.10.12 (10:22)
2010년 5월, 조선대 시간강사였던 서정민씨가 대학 사회의 불공정한 처사와 모순을 고발하며 목숨을 던졌다. 그의 유서에 적힌 한마디.
"김동애 교수님 죄송합니다. 투쟁에 함께 못했습니다. 교수=제자=종속관계=교수=개의 관계를 세상에 알려주십시오" (고 서정민 유서 중에서)
이 유서에 적힌 김동애씨는 2006년부터 시간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여온 해고강사다. 2007년에는 서울 여의도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했다. 김동애씨는 서정민씨와 직접 아는 사이는 아니다. 그런데도 서정민씨는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 그를 불렀다.
"저는 그때 서정민씨 빈소에 못 갔어요. 뉴스로 시간강사분이 돌아가셨다고 소식만 들었는데. 광주에 다녀오신 분이 전화해서 유서에 당신 이름이 써있다고, 선생님 이름이 써있다고 말씀해주시더라구요" (김동애 인터뷰 중에서)
2007년 천막농성 중인 김동애 씨
12년간 지켜온 서울 여의도 천막농성장
김동애씨는 조선대에서 강사의 권리에 대한 특강을 한 적이 있는데 서정민씨가 그 강의를 들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살아 생전 얼굴 맞대고 이야기조차 나누지 못한 사이지만 그의 죽음이 둘을 묶어놓았다. 김동애씨는 지도교수의 논문을 대필해온 서씨의 억울한 사정을 알리고 대학과 교육부를 상대로 청원과 소송을 진행하며 고인의 뜻을 기리는 데 앞장섰다.
서정민씨처럼 스스로 생을 저버린 시간강사는 파악된 사람만 8명정도다. 이들의 충격적인 죽음으로 전국대학강사노조가 결성됐고 2011년 여야 합의로 강사법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당시 만든 강사법에는 강사들의 처우와 관련해 독소조항이 많았고 강사들이 반대하면서 네차례나 유예됐다. 결국 2019년 8월 1일 개정 고등교육법, 즉 강사법이 시행됐다.
김동애씨는 강사법이 시행되는 전 과정을 오롯이 서울 여의도에서 보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철역 근처 천막에서 먹고 자고 생활했다. 김동애씨 곁을 지키는 사람은 남편 김영곤씨. 노동운동가 출신인 김영곤씨도 고려대에서 강의를 하다 해고된 해고강사다. 부부가 천막농성을 시작한 것이 2007년 9월7일. 올해 드디어 강사법이 시행돼 강사가 교수와 같이 대학 교원으로 인정받게 됐다.
2019년 8월 28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열린 강사법 관련 기자회견
강사법은 강사의 법적 신분 보장과 함께 고용 안정, 처우개선, 채용의 투명성 등을 확보하기 위한 법이다. 그런데 대학들은 강사법이 시행되기 전에 강의 수를 줄이거나 통폐합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1학기에 모두 7800여명의 강사들이 해고됐다. 2019년 2학기가 시작됐지만 대학가의 혼란은 여전하다.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제대로 신청하지 못해 수강 신청은 전쟁을 방불케 하며 은밀하게 강의를 사고파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김동애 씨의 남편 김영곤 씨가 지난달 2일 천막을 철거하고 있다
김동애, 김영곤씨 부부는 지난 9월 2일 드디어 천막을 접었다. 처음 농성을 시작할 때 요구했던 강사의 교원 지위 회복이 이뤄졌기때문이다. 하지만 농성을 끝내면서 그 흔한 해산식조차 하지 않았다. 대학들이 강사법의 취지를 살려 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강사들을 해고하는 바람에 강사법의 온전한 시행까지는 많은 난관이 남아있기때문이다.
KBS 시사기획 창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강사들의 외침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강사법을 어떻게바라봐야 하는지 짚어본다. 관련 내용은 오늘(12일) 저녁 8시5분 KBS 1 TV를 통해 방송된다.
이은정 기자 ejlee@kbs.co.kr기자의 기사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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