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27
제2, 제3의 코로나도 ‘민주적 공공성’이 관건이다
제2, 제3의 코로나도 ‘민주적 공공성’이 관건이다(1) | 시민건강연구소
서리풀 논평
제2, 제3의 코로나도 ‘민주적 공공성’이 관건이다(1)
2020.04.13 453 views
아직 끝이 보이지 않지만, 곧 그리되리라 믿고 싶다. 다들 마찬가지일 것이다. 언제 다시 폭발할지 모른다는 경고가 그냥 경고로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고 경계를 늦출 수 없다.
그 와중에도 다들 성공 요인 찾기를 멈추지 않는다. 이해할 수 있다. 실무와 기술 차원에서는 성공과 실패 원인을 찾는 일이 중요하니까. 많은 저소득국가는 이제 막 시작 단계일 수도 있으니 판데믹에 대한 국제적 대응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방역 기술을 넘어 이제는 성공과 실패를 둘러싼 정치(화)가 더 강하게 작동한다. 국제 요인과 국내 요인이 합작해 조성하는 분위기 탓이다. 국제란 ‘실패’를 자인하는 여러 외국이 한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그리고 국내란 이번 주 수요일에 예정된 총선을 가리킨다. 다른 상황과 비교하면 이 둘이 가장 크다.
한 마디로 한국이 ‘모범’ 사례이며, 야박하게 말해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낫다는 평가가 핵심이다. 여기서 한국이란 당연히 한국이라는 국가, 사회, 정치 공동체, 정부, 또는 체제, 제도, 보건의료체계 등을 가리킨다. 어쩌면 이런 ‘체제’ 평가의 정치가 당연하고 또 바람직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종합 평가를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안 요인이 많고 불확실성이 커 당분간 유행과 확산 추세를 전망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크다. 판데믹이라는 나라 밖 사정까지 보태면 앞으로 더 많은 성공과 실패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뿐인가, 이미 지나간 일조차 정보와 이해가 충분치 않은데, 결론적 평가가 가당키나 한가.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또한 (잠정적이나마) 판단하고 평가해야 하는 형편이라는 점이 딜레마다. 책임과 보상을 둘러싸고 이해관계자가 경쟁하는 것이야 늘 있는 일이라 해도, 현재와 과거를 규정하여(평가) 미래에 개입하려는 시도 또한 끊이지 않는다. 우리는 시민의 관점에서 다가올 미래를 위해 비판하고 또한 경쟁해야 할 의무를 인식한다.
예를 들어, 철저한 개인 동선 추적을 성공 요인으로 규정하는 순간, 코로나 이후뿐 아니라 바로 지금부터 이 모델은 ‘선(善)’이 되고 ‘권력’이 된다. 새 기술이 개발되고 시장이 커지며, 법과 정책, 제도며 문화가 영향을 받는다. 종국에는 개인의 행동과 생각도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이를 감수할 것인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무슨 원대한 구상을 하고 의도적으로 성공과 실패를 한 방향으로 규정한다는 뜻이 아니다. 평가의 정치는 개인의 의도와 무관하며 집단과 세력의 ‘이성’이 작동한다. 현재와 과거를 규정함으로써 미래에 개입하는 행위는 스스로 정당성을 증명하고 유지하려는 시도, 넓은 의미에서는 권력 관계를 반영하고 이를 유지하려는 정치적 실천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 정부는 코로나 방역의 성공과 실패 요인을 체계화하고, 그리하여 미래에 어떤 방향으로 가겠다는 실천 원리를 상당 부분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 관료가 지난주에 했다는 다음 설명은 결코 개인 자격으로 한 것이 아니다(기획재정부 보도자료).
“허 차관보는 한국형 3T+P 방역대응모델 즉, 진단(Testing), 역학조사(Tracing), 치료(Treating) 및 시민참여(Participation)를 한국의 구체적 방역 사례로 제시하면서, 특히, 자가격리 및 진단 앱, 드라이브스루 및 워킹스루 진료소와 휴대폰 위치정보분석 등과 같은 혁신기반 ICT 활용 시스템을 한국의 강점으로 소개하였다….(중략)…국제적으로 코로나19 극복 관련 전세계 활동지원을 위해 투명하고(Transparent) 민주적(democratic)이며 혁신적인(Innovative) 기술기반의 한국형 대응 경험을 세계 각국과 적극 공유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어떤 권력이 ‘성공’이라 평가하고 그 요인을 이렇게 분석하는 것은 두 가지 목적을 지닌 정치적 실천이다. 하나는 코로나 유행 전의 정책을 정당화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코로나 이후 이 정책 기조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가장 중요하게, 바이오와 정보통신 등 ‘기술’이 눈에 띈다.
경제부처에서 잘 쓰지 않는 표현인 ‘시민참여’와 ‘민주적’이라는 말도 의미심장하다. 국제 동향을 반영해 언뜻 공공성을 강조하는 것처럼 달라 보이지만, 사실 기존 경로에서 얼마나 벗어났을까 싶다. 우리는 이를 신자유주의가 공공성을 포섭하는 세계적 방식, 그 유명한 공공-민간 협력(public-private partnership, PPP)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한 마디로, 기존 경로와 대동소이다.
앞으로도 재난과 비상시기에 민간 병원의 협력(동원), 의료인의 자발적 협력과 자원봉사, 시민의 개인적 협조와 윤리적 실천에 의존하겠다는 뜻에 가깝다. 공공성 강화에 대한 교묘한 반대 패러다임이라는 점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코로나 유행을 계기로 여러 지역에서 빗발치는 공공보건의료 강화 요구에 대해, 기존 권력 관계(민간과 시장 중심)를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본다.
이것이 패러다임으로 굳어지는 중이라는 근거. 코로나 유행이 본격화한 후 중앙 정부는 뻔한 상황에서도 공공성이나 공공보건의료를 입에 올린 적이 없다. 여당 또한 마찬가지, 총선 공약 그 어디서도 공공성 강화나 공공보건의료 강화를 직접 거론하지 않는다. 다른 행위자도 기존 권력 관계를 복원하려는 것은 마찬가지.
오늘 <논평>은 굳히기에 들어간 듯한 이 문제적 패러다임을 지적하는 것이 주목표다. 그 결과가 좋고 시민이 행복한 길이면 시비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곳곳에서 드러나는 현실의 고통과 아픔을 해결하지 못하고, 곳곳에서 분출하는 공공성 강화에 대한 요구를 억압하니 문제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나순자 위원장은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공공병상이 부족했고, 일반환자와 중환자, 코로나19 환자를 구분해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공공의료 시스템이 부재했다”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감염병 전문병원이 없었고 시설, 인력, 장비를 갖춘 공공병원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했다. (기사 바로가기).
코로나19 환자 발생에 대비해 지난달 이 병원 전체 병상의 6분의 1을 비우면서 일반 환자를 수용할 곳은 턱없이 부족해졌습니다….하지만 당장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이 잇따르며 병원은 결국 비웠던 병동 일부를 응급 수술 환자를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사 바로가기).
우리는 체제와 레짐 수준의 공공성 강화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이어질 문제는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그나마 조금 열렸다가 곧 닫힐 수도 있는 이 ‘기회의 창’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같이 지혜와 실천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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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제3의 코로나도 ‘민주적 공공성’이 관건이다(2)
2020.04.20 197 views
우리는 지난주 논평을 통해 정부가 ‘선진 기술’ 기반과 ‘공공민간협력’ 모델을 이른바 ‘K-방역’(그리고 그것의 ‘성공’)을 설명하는 양대 축으로 삼으려 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서리풀논평 바로가기). 한주 사이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하나 더 늘었으니, ‘대한민국 정부’는 정보통신기술이 코로나 유행을 성공적으로 억제한 중요(핵심?) 요인이었음을 주장하고 나섰다(무려 90쪽에 가까운 영문 보고서다.).
지금까지는 성공했다고 전제하면, 바이오와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고 공공과 민간이 협력한 것이 한 가지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언컨대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성공 여부를 평가하는 것도 남은 과제지만, 한 가지 방향과 한정된 요인으로 성공을 설명하려는 정치야말로 현실을 왜곡하고 미래를 오도한다. 방역의 미래를 망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오늘 경기도 성남시의 한국파스퇴르연구소를 방문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만큼은 끝을 봐야 한다”며 “산학연 및 병원 뿐 아니라 정부까지 참여하는 범정부적 협의체를 만들어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사 바로가기)
“KT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코로나19의 확산예측 모델을 개발하는 연구기관들과 ‘코로나19 확산예측 연구 얼라이언스’를 구축한다고 24일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예측 연구 얼라이언스는 현재 과기정통부와 행안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국민생활안전 긴급대응연구’ 사업 내 코로나19 확산예측 모델 개발 연구를 수행 중인 6개 기관과 공동 대응에 나선다.”(기사 바로가기)
“코스닥 상승을 주도한 업종은 제약·바이오였다.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헬스케어 주가가 이날 상한가를 기록, 지난 사흘 동안 36% 급등했다….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감 덕분이다.” (기사 바로가기)
우리는 이 모델, 즉 기술 기반 강화와 공공민간협력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는 언제 어떤 형태로 다시 올지 모르는 공중보건 위기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여러 논리적 이유가 있으나 그건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하자. 다른 무엇보다, 이 틀로는 여러 지역 현장에서 시민과 주민이 경험하는 불안, 고통, 부담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핵심 이유다.
첫째, 지역별로 급할 때 활용하거나 동원할 수 있는 공공보건의료 자원(병원만이 아니라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중앙 정부의 평가와는 달리 곳곳에서는 지역사회, 주민, 시민의 불만과 요구가 드높다. 따지고 보면 코로나 같은 감염병만 그런 것이 아니다. 중증외상 환자 치료나 분만은 어떤가?
대구지역은 확진 판정을 받고도 집에서 입원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여전히 2000명이 훌쩍 넘고 있다….대기 환자 이송 인력 부족과 중증·경증 분류 작업 지연도 입원 대기 환자가 제때 치료를 못받는 이유 중 하나다.(기사 바로가기 )
충북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중증 확진자를 격리 치료할 도내 음압병상 여유가 없어 타지역으로 이송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실질적으로는 충북대병원의 5개 병상 9개 병실만 가능한 여건이다. 청주의료원과 충주의료원의 경우 음압병상은 있지만 감염내과·호흡기내과 전문의가 없어 충북대병원에서 의료진을 파견받아야 하고 의료장비도 부족한 상황이다.(기사 바로가기)
서부 경남 확진자 31명 중 90% 이상이 진주 경상대병원이 아닌 중·동부 경남으로 후송됐습니다. 서부 경남에서 유일하게 있는 진주 경상대병원의 읍압병실 수가 4개뿐이기 때문입니다. (기사 바로가기)
‘밑’으로부터의 요구가 얼마나 크고 강력한지는 얼마 전 국회의원 선거 공약을 보면 알 수 있다. 공공보건의료를 직접 거론한 경우는 당연하지만, 의과대학, 종합병원, 공공병원 등의 공약도 실제 내용으로는 한 가지나 마찬가지다. 공공보건의료 기반 확충과 양적 확대로 수렴된다.
둘째, 민간까지 포함하는 비상시에 대비하는 공공 ‘시스템’이 부재하거나 부실하다. 혹시라도 이 상태에서 현재 또는 다음에 어떤 지역에 많은 환자가 발생하면 혼란과 피해를 면치 못할 것이다. 공공병원이나 병상이 있어도 전체 시스템(물론 공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무용지물, 반쪽 효과밖에 없다.
이때 시스템이란 인력, 시설, 장비, 재정은 말할 것도 없고 무형의 요소, 즉 지휘, 운용, 관리, 훈련과 경험, 문화까지 모두 포함한다. 예를 들어, 누가 어떻게 결정해 다른 분야 시설과 인력을 동원(활용)할 수 있는지 생각하면 이보다 더 현실적 문제가 없다.
대구시는 대구 의사회와 협의를 통해 대구의사회 100명의 자원봉사 의료진이 자가격리 확진자들의 증상을 확인해 중증도를 분류하고 있다. (기사 바로가기)
특정 지역에 확진자가 몰려 중증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 인력 충원, 의료 장비 확보를 위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선 정부가 해당 컨트롤 타워를 통해 음압 장비 등을 운영할 수 있는 병원에 추가 투자를 해 중증환자용 병상을 새로 확보해야 한다.(기사 바로가기)
위 첫 번째 예에서 보듯이, 자원봉사 인력이 환자의 중증도를 분류하는 상황을 두고 무슨 시스템이 작동한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나마 이런 체계조차 만들 수 없는 사정이 많을 것이니, 다음이 아니라 현재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신속하게 (임시) 공적 시스템을 구상하고 연습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스템의 공백까지 들추자면 한도 끝도 없다. 이번에는 곳곳에서 그 빈 곳을 자원봉사와 자발적 협력, 비공식적 관계와 네트워크가 메꾸어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채 억지로 봉합한 그 틈이 다음에도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낙관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1) 공공보건의료의 기본 토대(양과 질)를 신속하게 확충하고, (2) 비상시를 대비해 공적 체계(다시 말하지만 공공민간협력이 아니라 공공체계다)를 구축해 운용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이것이 조만간 다시 닥칠 수밖에 없는 공중보건 위기에 대응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시스템까지 구축하려면 더구나 정부 부문의 병원 증설이나 인력 확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민주적 공공성에 포함된 그 민주주의를 어떻게 실천하고 실현할 것인지, 같이 고민하고 논의해 뜻을 모아야 한다. 이는 다음 주 <논평>에서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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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코로나와 민주적 공공성(3)
2020.04.27 111 views
우리 <논평>은 지난 두 주에 걸쳐 ‘민주적 공공성’이 코로나 대응의 기본 원리가 되어야 함을 주장했다(서리풀논평 1부, 서리풀논평 2부). 마침 정부가 ‘생활방역’의 세부 지침을 발표한 시점에서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원리와 방법을 보탠다.
시기적으로는 앞으로 몇 주간이 또 하나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몇 가지 가능성 중에는 추세를 벗어나 큰 규모의 유행이 다시 나타나는 것이 가장 나쁘다. 이대로 코로나 유행이 마무리되면 가장 좋겠으나, 가을이나 겨울까지 시간을 벌 수 있으면 ‘차선’ 정도는 될 것이다.
준비할 시간이 있으면 무엇을 할 것인가? 그사이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는 일이야 더 말할 것도 없지만(정부가 이미 시작했으리라 믿는다), ‘가지 않은 길’을 신속하게 개척하는 것도 중요하다. 단순 보수로는 비슷한 수고와 고통을 피할 수 없다면, 우리는 ‘혁신’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나아져야 한다.
준비할 시간은 늘 충분치 않지만, 가을이나 겨울철 재유행을 염두에 두면 정말 짧은 틈이다. 그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을 터, 남은 일은 예외 없이 시간이 많이 들고 어려운 일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 사회(정치공동체)의 역량을 모두 동원해야 할 수밖에 없다.
다음에 제시하는 몇 가지 과제는 ‘민주적 공공성’이라는 원리에 기초한다.
첫째, 언제 올지 모르는 ‘재유행’에 대비하는 기본계획을 신속하게 수립할 것.
길게 말할 필요가 없다고 믿는다. 다만, 같이 기억할 것은 그 기본계획이 국가 수준에만 머물러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지역은 지역대로, 연합회와 같은 단체는 단체대로, 학교는 학교대로, 과거 또는 현재형 경험을 바탕으로 각 단위의 현장형 기본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기존 시스템의 기술적 문제를 보완하고 정비할 것.
이 또한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를, 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빨리 고쳐야 한다. 여러 지침이나 매뉴얼, 정보, 지휘 체계,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역할 분담 등이 세세하게 보완할 중요 영역이라고 판단한다.
이상 두 가지는 (아마도) 방역 당국과 정부가 이미 생각한 일이 아닌가 싶다. 혹시라도 그렇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특히, 계획이나 체계 정비가 나의 일과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많은 ‘작은 당국’들에 이 준비를 부탁한다. 예를 들어, 2학기에 다시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하면 각 학교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지금부터 말할 과제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일 자체로 소홀히 할 수 없지만, 다른 무엇보다 생각과 실천, 문화적 기반이 약하다는 것이 큰 이유다. 많이 해보지 않아 익숙하지 않고 경험이 적어 잘 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니,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셋째, ‘분권형’ 대응 태세를 갖출 것.
우리는 한 지역에(예: 대구) 한꺼번에 많은 확진자가 생긴 경우를 경험했다. 이번에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강력하고 효율적인 분권형 대응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중앙 정부나 방역 당국이 지원하고 지휘할 수 있지만, 결국 지역과 지방이 실질을 채우고 실무를 집행해야 한다.
분권은 시도 광역자치단체 수준을 넘어 더 ‘기초’로 가야 한다. 대구에 2천 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을 때 또는 다른 지역 시에 갑자기 많은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를 생각해 보라. 기초자치단체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을 광역과 중앙 정부가 대신할 수 없다.
환자 치료뿐 아니라 방역도 마찬가지이며, 시대적 화두가 된 사회적 거리 두기에 이르면 분권형의 필요성은 더하다. 지방과 지역에 따라 위험이 다르고 사회적 여건도 천양지차가 아닌가? 주민의 이동 범위에 기초한 ‘안전 지역(green zone)’ 전략을 실행하는 데는 분권형 대응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기사 바로가기).
넷째, 시민참여형, 시민주도형 방역으로.
다음 신종 감염병에도 개인 예방과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핵심일 터, 여기서 방역 당국은 일반 원칙을 제시할 수 있을 뿐이다. 사람과 사회는 지침, 정보와 지식, 요구와 당부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현실은 냉정하다. 금지와 처벌이 아닌 한, 실천과 실행을 개인과 지역사회, 공동체의 의존할 수밖에 없다.
노파심에서 말하지만, 참여와 주도는 개인의 마음가짐이나 헌신, 윤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민주주의는 환경이자 구조이며 역사적 축적이라 해야 한다. 개인은 그 환경적 조건과 역사적 경험의 범위 안에서 ‘구조화’될 뿐이다.
예. 혹시 어떤 신앙 공동체가 생활 방역의 취지에 따라 모임의 방법을 바꾸고자 할 때, 그전에 한 번도 ‘공론’을 형성하는 경험이 없다면 참여와 주도는 불가능하다. 직장에서 경영자와 노동자가 노동조건을 두고 갈등하고 타협한 권력의 경험이 있어야 직장에서의 사회적 거리 두기도 작동할 수 있다.
갑자기 될 수는 없으니, 준비할 시간이 조금이라도 있을 때 시도하고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있는 구조와 틀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쉬운 출발이다. 그 많은 협의회, 모임, 단체, 연대, 조직 등이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풀뿌리 경험이 없을 때는 제도 또는 사건이라는 계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장을 펼치고 공간을 만들면 그동안 알게 모르게 축적된 시민의 역량이 표출될 것이다. 정부와 방역 당국은 이를 촉진하고 지원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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