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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 이 책은 2016년 12월 발간된 『문명의 대전환과 후천개벽』(양장)을 보급판으로 새로 발간한 것입니다.
2016년 원불교 개교 100주년과 원광대학교 개교 70주년을 맞아, “종교·문명의 대전환과 큰 적공”이라는 주제 하에 ‘종교’ ‘정치’ ‘경제’ ‘생명’의 네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던 국제학술대회의 성과를 모으고 정리하여 엮은 “종교·문명의 대전환과 큰 적공 총서” 제1권이다.
이 총서는 후천개벽의 종교인 원불교 개교(開敎, 1916) 이래 100년의 적공(積功)과 원광대학교 개교(開校) 이래 70년간 축적해 온 연구 역량을 기반으로 대전환과 개벽의 길을 종합하고 정리했으며 이 책에는 현재 한국사회 최고 지성가운데 한 분이면서 지속적으로 원불교에 대한 관심을 갖고 담론을 생산해 온 백낙청 교수의 원불교 관련 글들을 모았다.
2016년 원불교 개교 100주년과 원광대학교 개교 70주년을 맞아, “종교·문명의 대전환과 큰 적공”이라는 주제 하에 ‘종교’ ‘정치’ ‘경제’ ‘생명’의 네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던 국제학술대회의 성과를 모으고 정리하여 엮은 “종교·문명의 대전환과 큰 적공 총서” 제1권이다.
이 총서는 후천개벽의 종교인 원불교 개교(開敎, 1916) 이래 100년의 적공(積功)과 원광대학교 개교(開校) 이래 70년간 축적해 온 연구 역량을 기반으로 대전환과 개벽의 길을 종합하고 정리했으며 이 책에는 현재 한국사회 최고 지성가운데 한 분이면서 지속적으로 원불교에 대한 관심을 갖고 담론을 생산해 온 백낙청 교수의 원불교 관련 글들을 모았다.
목차
01. 통일하는 마음
02. 개벽과 통일
03. 물질개벽 시대의 공부길
04. 한국민중종교의 개벽사상과 소태산의 대각
05. 21세기 한민족공동체의 가능성과 의의
06. 통일사상으로서의 송정산의 건국론
07. 원불교적 사유방식의 이유
08. 희망의 21세기 어떻게 맞이할까?
09. 후천개벽시대의 한반도
10. 나의 문학비평과 불교, 로런스, 원불교
11. 통일시대 한국사회와 정신개벽
12. 통일시대·마음공부·삼동윤리
13. 변혁적 중도주의와 소태산의 개벽사상
14. 정치와 살림
15. 무엇이 변혁이며 어째서 중도인가
16. 대전환을 위한 성찰 두 가지
17. 원불교 개교 1백주년 기념 특별대담
18. 문명의 대전환과 종교의 역할
02. 개벽과 통일
03. 물질개벽 시대의 공부길
04. 한국민중종교의 개벽사상과 소태산의 대각
05. 21세기 한민족공동체의 가능성과 의의
06. 통일사상으로서의 송정산의 건국론
07. 원불교적 사유방식의 이유
08. 희망의 21세기 어떻게 맞이할까?
09. 후천개벽시대의 한반도
10. 나의 문학비평과 불교, 로런스, 원불교
11. 통일시대 한국사회와 정신개벽
12. 통일시대·마음공부·삼동윤리
13. 변혁적 중도주의와 소태산의 개벽사상
14. 정치와 살림
15. 무엇이 변혁이며 어째서 중도인가
16. 대전환을 위한 성찰 두 가지
17. 원불교 개교 1백주년 기념 특별대담
18. 문명의 대전환과 종교의 역할
출판사 제공
책소개
책소개
(1)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중반에 걸쳐 서양 근대문명의 수용과 식민지화, 남북 분단과 근대화, 민주화라는 역동적인 역사를 겪으며, 21세기 세계 10대 경제 대국의 반열에 올라선 한국 사회가 제4차 산업혁명으로 나아가는 도정에서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와 더불어 문명론적 대전환의 과제를 수행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더욱이 환경 파괴나 먹거리 위기와 같은 자연생태계의 위기, 정치적 종교적 경제적 이유로 인한 증오와 파괴와 분쟁과 전쟁, 빈부 격차의 심화 같은 사회적 생태계의 위기, 출산율 저하나 인간 불신, 가족 파괴 등과 같은 인간생태계의 위기, 인공지능 등이 야기하는 인간과 생명의 정체성의 위기 등은 한국 사회나 동아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전 세계가 함께 겪고 있는 문명의 질환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개벽은 ‘세계사적 지평’을 획득하게 된다.
이러한 물질만능주의, 이기주의, 소유욕에 의해 작동되는 현대문명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생명 살림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세계관의 정립이다. 이를 위해서는 돈 중심, 물질 중심, 소유 중심에서 사람 중심, 생명 중심, 존재 중심으로의 가치 중심의 이동, 즉 정신의 근본적 변혁이 필요한 것이다.
이는 곧 19세기 말 이 땅에서 탄생한 신종교가 내세웠던 ‘개벽’이라는 과제가 결코 헛말이 아니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2)
이 총서에서는 <종교생명의 대전환> <정치경제의 대전환>을 통해 자연과학, 환경운동, 생명운동, 원불교와 기독교, 이슬람 등 종교의 영역에서 문명의 위기와 그 과제를 살피면서 종교의 새로운 길을 찾으며, 더 나아가 자연을 살리고, 우리의 몸을 살리고, 우리의 마음을 살리는 ‘영적인 혁명’, 즉 ‘마음의 혁명’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개벽이란 생명에 대한 각성이자 훼손된 ‘자연의 생명’(대지 살림)과 ‘인간의 생명’(몸 살림과 마음 살림)을 치유하고 회복할 수 있는 새로운 ‘생명문화’를 찾는 길이다. 생명을 자각하고 찾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를 하나의 거대한 유기적 생명의 세계로 인식하는 영성이 우리 안에서 움직일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전자의 전환기에 서 있던 세계는 서양 근대와 대결하며 동시에 그것을 모델로 하는 것으로 자연과학이나 기술공학의 발전에 대한 기대, 역사의 발전에 대한 낙관, 물질적 풍요에 대한 유토피아적 희망을 품고 있었고, 경제적부의 창출을 지상과제로 삼았다. 이는 경쟁과 효율성을 지표로 삼아 삶의 세계를 재단하고 자연을 정복하며 대량생산과 대중소비라는 물질문명의 틀을 만들어 냈다. 더 빠르고 힘차게 변해야 한다는 문명의 조급증과 강박은 한편으로는 산업사회와 자본주의적 물질의 풍요로움을 만들어냈지만, 다른 한편 물질적 소비, 환경오염과 생활 폐기물의 증가뿐만 아니라 소유 지향적 인간 유형, 인간 소외, 스트레스, 인성의 황폐화, 문명병의 증대, 가족의 붕괴 등 수많은 사회문제를 양산하였다.
후자의 전환기, 즉 우리가 현재 서 있는 현대사회는 무한 경쟁, 무한 욕망, 무한 소유, 무한 소비를 부추기는 소비사회이자 풍요사회이며 신자유주의의 그늘 아래 경제적으로 많은 것을 이루어내는 성과사회이지만 동시에 불안 사회, 피로 사회, 소진 사회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정보매체와 생명공학, AI(인공지능), 로봇산업 등의 융합에 의해 이루어질 제4차 산업혁명은 생활의 편리뿐만 아니라 인간과 기계의 혼재, 유전자 복제와 치료 등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본질적 문제를 새롭게 야기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문명의 대전환이 이루어지는 시대를 살며 그 전환의 지층 위에 서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에는 특히 종교와 생명의 층위에서 문명의 대전환과 그 대전환이 야기하는 문제들을 검토하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시대적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원불교 100주년을 기념으로 하는 학술대회에서 나온 성과 가운데 종교와 생명 세션 성과를 토대로 구성된 것이기에 원불교의 사상적 토대나 문명의 전환기에 기여할 수 있는 실천적 역할을 조명한 것도 있지만 더 나아가 종교적 편협을 넘어서서 각 분야의 종교지도자들이 참여해 불교, 기독교, 이슬람, 동학 등 다양한 종교적 세계관을 다루고 있으며, 한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해 논의한 현대문명의 위기와 그 원인에 대한 철학적 종교적 성찰, 그리고 그 대안적 세계관의 모색까지도 담고 있다.
21세기 문명의 문제와 각 종교의 문제 및 과제, 즉 ‘영성’, ‘수행’, ‘깨달음’, ‘종교의 실천’, ‘종교 회통과 열린 종교 문화’ 등의 문제들을 함께 성찰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제공해 준 발표자와 패널 토론자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여기에서 다루어진 생명에 관한 발표내용들은 ‘물질문명’, ‘몸’, ‘영기질 생명관’, ‘마음살림’, ‘영성’, ‘우주적 자아’ 등 여러 가지 키워드로 다시 정리될 수 있다.
“종교·문명의 대전환과 큰 적공”이라는 주제로 다루어진 이 대회에서 종교 영역에서는 ‘영성운동’이, 정치 영역에서는 ‘평화 문제’가, 경제 영역에서는 ‘자본주의 비판’과 ‘다원적 경제의 모색’이 다루어졌고, 생명 영역에서는 ‘생명 사상’과 ‘실천적 생명운동(살림의 길)’을 살펴보았다. 전체적으로 이번 국제학술대회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우리는 백 년 전과 마찬가지로 현재 거대한 문명전환기에 서 있다.
둘째, 오늘날 우리는 자본주의적 물질문명의 폐해로 인해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
셋째, 우리는 종교 갈등, 정치적 갈등, 경제적 혼란, 생명의 위기 속에 서 있다.
넷째, 이를 넘어서기 위해 생명, 평화, 영성의 가치를 모색해야만 한다.
다섯째, 이러한 가치는 각자의 주체적 생명체험, 즉 영적인 정신개벽에서 시작할 수 있다.
여섯째, 생활불교와 정신개벽을 지향하는 원불교가 이러한 대전환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일곱째, 세속 속에서 세속을 넘어서는 영적인(정신적) 깨달음의 노력이 종교, 정치, 경제 영역뿐만 아니라 철학, 문화, 예술 등 인문사회적·문명론적 차원에서 확산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원불교 100주년과 원광대학교 70주년을 기념하는 이러한 국제학술대회는 종교, 특히 원불교가 물질주의 시대에 영성의 가치, 전체 생명의 가치를 일깨우는 데 중요한 종교적 통로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적 세속적 생활 속에서 영성적 가치를 깨닫고 추구하는 중요한 정신적 좌표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과제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살림과 섬김(모심), 나눔과 평화, 땅(자연)과 몸, 인간과 세계를 살리는 생명의 세계관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마음의 혁명, 즉 정신개벽이 일어나야만 한다는 내용도 학술대회 가운데 용출(湧出)되었다.
○ 원불교총서가 나오기까지
(1)
“원불교 개교 100주년, 원광대 개교 7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는 다음 세 가지 기획의도를 가지고 출발했다.
첫 번째, 동학 창도(1860) 이래 원불교까지의 신종교에서 표출되었던 핵심어는 개벽—현대적 맥락에서 ‘대전환’—이며, 이는 곧 문명과 종교의 대전환을 의미한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실감할 수 있도록 하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원불교단은 물론 한국 사회 종교계와 학계, 시민사회운동과 생명운동 진영에, 이 땅에서 자생했던 새로운 문명에 대한 열망은 대부분 좌절되어 왔지만 후퇴하거나 포기한 것은 아니었고, 물밑에서 문명의 대전환의 길로 심화, 확장되어 왔으며, 그리고 그 동력과 씨앗을 보존해 온 주체는 주로 종교였다는 점을 성공적으로 밝히는 대회였다.
두 번째, 원불교 100년의 역사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걸어왔다고 할 때, 이것은 자기 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안팎에서 기도하고 성원, 소망하는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고 보는 것이 원불교의 기본자세이다. 원불교(인)만의 힘이 아니라 원불교에 기대를 걸었던 집단지성, 집단염원의 힘이 밑바탕이 되었다. 100주년 학술대회 행사도, 이 시대의 집단지성의 형태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학술대회 진행과 내용을 채우는 방식과 실제적인 참여 행태는 한마디로 원불교 안팎, 한국사회 안팎, 그리고 신구 세대를 두루 망라하고 소통-연대하고, 나아가 우리 시대의 대표적 지성(학자)들과 생평 활동가들이 함께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
세 번째, 시민사회 및 생명운동 진영에 함께하자는 제안을 했을 때 폭발적 반응이 있었고 그것이 고스란히 준비과정과 학술대회로까지 이어졌다. 특히 젊은 세대의 열망은 대단하였다. 장소가 지역[지방] 소도시라는 점이 걱정스러웠으나 서울은 물론 영남과 충청 지역을 불문하고 전국 각지에서 학자와 활동가들이 대거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었고, 특히 언론의 관심과 반응이 뜨거워 그 성과들만 해도 두툼한 자료집으로 묶어낼 만큼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학술대회를 통해 제안하고자 했던 담론들이 우리 사회 곳곳, 그리고 실제적인 연구자, 활동가들의 뇌리와 방향 설정 자료로 깊숙이 각인되었다고 보며, 앞으로 이 방향의 논의와 실천을 계속해 나갈 동력이 확보되었다는 평가가 있었다.
(2)
학술대회를 마무리하고, 총서로 내겠다고 했을 때, 발표 원고를 다시 정리해서 내주기 쉽지 않다. 그런데 거의 모든 발표자들이 발표와 토론의 성과를 반영하여 원고를 성의 있게 다시 정리해서 보내주셨다. 그 자체로 집단지성의 성과가 온축되는 과정이었다. 토론의 열기가 뜨거웠던 만큼, 그 의의는 더 크다. 이러한 과정들이 총서 4권으로 결실을 맺게 되었고, 책으로 만들어지는 과정 내내 유지되고 확장되었다. 무엇보다 이번 학술대회는, 청중들만이 아니라, 발표, 토론, 진행자들도 감동 받았던 행사였다. 그리고 그 마지막 결실이자, 새로운 100년을 향해 나아가는 출발점이 바로 이 총서의 첫 결실인 4권이다.
○ 왜 ‘대전환’인가? - 이대로는 안 된다, 가만있지 않겠다
지방에서 열리는 학술대회 사상 유례가 없다고 할 만큼 열띤 가운데 1,300명 이상이 참여하였고, 사전 보도 부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인터넷 등에서 다양한 관점과 형식으로 보도가 잇달았다. 그중 하나의 초점은 ‘대전환(개벽)’이라는 화두에 대한 관심이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가 한국 사회에 던진 충격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민중적 ‘집단지성’의 구호는 한마디로 ‘이대로는 안 된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말 그대로 한국 사회의 저변으로 ‘불망(不忘)’의 동력들은 스며들고, 솟구치기를 반복하고 확장 확산되고 심화(深化) 심화(心化)되어 갔다.
이처럼 한국 사회를 깨어나게 했던 큰 흐름이, 대전환이라는 주제와 연결되었다. 이것을 원불교 내적으로 본다면 원불교가 1960년대 이래 쌓아온 이미지, 즉 모든 종교를 인정하고 포용하고 대화하려고 하는 열린 자세를 표방하고, 실천해 왔던 적공(積功)의 역사와도 무관치 않았다.
또 하나, ‘대전환’이라는 주제에 대한 관심이 실천(학술대회 참여)으로 결실을 맺게 된 데에는 지난 한 해 동안 생명평화운동진영이 지속적으로 전개해 온, 연속된 모임이 크게 기여했다. 이는 이번 학술대회를 주관했던 박맹수 교수가 모심과 살림 연구소 이사장을 하면서 생명평화라는 화두를 체계적으로 전파하고, 그것을 통해서 연결되고 소통해 왔던 천도교한울연대, 개벽신문과 개벽하는사람들, 대화문화아카데미, 무위당기념관, 보은취회 등의 단위들이 십시일반으로 쌓아 이룬 성과이기도 하다.
이것을 다시 종교적 관점에서 회고하면, 예를 들어 원불교의 경우 지난 100년간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는 개교표어(開敎標語)로 대변하였던 문제의식, 즉 시대 과제에 부응하려고 하는 포부, 개벽운동 등의 정당성과 의의를 시민들과 한국사회로부터 일정하게 지지와 공감을 받았다는 확인을 이번 행사를 통해 한 것도 크나큰 성과요 중요한 위안(새 길을 나서는 노잣돈)이 되었다.
다시 말해 100년 동안 걸어왔던 길이, 종교만의 과제가 아니라 시대적, 사회적 과제라는 점에 대한 확신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고, 그에 원불교가 일정 부분 기여하였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자신감과 자부심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을 잘 살려서 더욱 더 열심히 개벽운동을 해 나가야겠다는 다짐의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개벽’은 동학을 창도한 수운 최제우 선생 이래로 개벽운동을 의미한다. 그러한 개벽을 향해, ‘개벽’이라는 화두를 내걸고 가야 한다는 것의 의미와 가치를 거듭 확인하고, 공유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 벤처 종교, 스타트업 종교
종교 발달사에서 ‘100년은’ 짧은 시간이다. 이번 학술대회의 또 하나의 성과는 원불교를 비롯한 개벽의 종교, 즉 동학 천도교나 대종교, 증산도 등은 짧은 역사 속에서도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 것으로 보이지만, 긴 안목으로 볼 때, 이제 막 출발한 신종교로서 기성종교의 틀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벤처정신, 스타트업 종교로서의 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원불교와 여타 우리나라 자생 신종교들의 교리와 사상 속에 그러한 요소가 풍부히, 충분히 녹아 있음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목표는 우리 현실의 구석구석에 쌓여 있는 과제와 구체적 해결해 나아가는 실천과 끊임없이 교감하는 가운데 완성되어 갈 것이다.
예를 들어 생명 평화 중 평화와 관련되는 싸드 문제는 최근 원불교단의 최대 쟁점 중 하나인데, 사실 이것은 원불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평화 전체의 문제이다. 이런 점에서 원불교가 한국의 평화운동에 더욱 더 물질적 정신적 다차원적 노력을 경주하겠다는 선언을 하는 것이 싸드 문제에 관한 원불교단의 입장이다. 우리는 이러한 의미들을 천착하고 대중들과 교감하며 공감대를 확장, 심화하는 노력들을 다양한 형태의 성과물로 출간해 나갈 것이다.
실제로 학술대회 이후 원불교 교단 내에서는 싸드와 평화는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을 전 교단적으로 확인하고 공감해서 그 길을 따라서 평화운동에 나가아는 흐름이 뚜렷이 형성되게 된다.
○ 개벽적 전통 안에서 양성평등의 전망을 찾다
우리 사회의 중요 화두가 된 양성평등의 이론과 실천은 지금까지는 서구 기독교나 서구 여성해방 사상에서 유래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것이 아니라, 동학 이래의 개벽 종교의 꾸준한 이론과 실천의 덕분이라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한국적 양성평등 사상의 이론과 실천을 치밀하게 이론화하고, 사회적으로 메시지를 던지는 활동을 이어가기로 하였다.
우선 2017년 2월 3일, 원불교 여성 10대 제자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원불교만이 아니라, 한국 근대 여성운동을 새로운 차원으로 재평가하는 작업을 시작하는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한국적 여성운동의 이론과 실천을 재정립하는 것도 100주년 이후의 과제라 할 수 있다.
에너지 소비 문제와 결정적으로 연결되는 가장 큰 화두가 핵문제이다. 이 부분은 전 세계적으로도 큰 성과라고 인정되는 것이 원불교 개교 100년을 맞아 100개의 햇빛발전소 개소가 완성된 일이다. 이 점은 유엔에서도 주목할 정도이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이러한 점을 반영하면서 기존의 화석연료와 핵에너지에 의존하는 선천문명을 생태계의 재생 가능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후천 개벽 문명으로 진전시켜 감으로써 한국사회, 전 세계에 확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 왜 총서인가 – 새로운 100년으로 나아가는 길
(1) 책 – 콘텐츠의 출발점
실력과 성과는 일회적 활동의 결과가 아니라, 지속적인 적공(積功)의 결실이다. 계속하는 것이 힘이고 실력이다. 원불교 개교 100주년, 원광대 개교 70주년 국제학술대회의 성과가 크면 클수록, 이것을 지속적으로 계승해 나가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었고, 그에 대한 해답으로 찾은 것이 총서의 발간이다.
“종교 문명의 대전환과 큰 적공 총서”는 이번 국제학술대회의 성과를 담은 3권과, 우리 시대 지성 중의 지성인 백낙청 선생의 원불교 담론을 담은 1권을 포함한 4권이 1차분에 해당하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간행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총서는 ‘마감’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을 위한 선언문과도 같은 의의를 갖는다.
또 이번 학술대회에서의 토론 주제 중 하나가 ‘대전환’이라는 말이다. 19세기 이래의 ‘개벽’이라는 말을 현대적인 용어로 한 것이다. 그런데 대전환은 한국 사회만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번 학술대회 최대의 성과는 우리 땅에서 전 인류가 지지하고 공감하고 함께할 수 있는, 문명사적 과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고민을 꾸준히 해 왔고, 실천해 왔다는 것을 전면적으로 재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 전통 사회 안에 세계적, 인류적 과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의식과 그 대안적 진리와 사상, 그리고 구체적 실천의 전통과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찾을 수 있겠다는 확인의 자리였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후속 작업으로 하려는 것이, 그러한 인류사적 과제 해결의 문제의식, 노력들을 대중적 확산의 작업, 연구이다. 이번 총서는 바로 그러한 노력의 결과들을 담아내고 선도하고 교감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
(2) 연구 재단의 설립
이번 학술대회와 총서 발간을 실무적으로 준비하고 진행한 <원불교사상연구원>은 올해로 44년이 되는 연구원이다.
월불교사상연구원은 100주년 기념학술대회를 계기로 원불교 내의 과제만 연구하는 기관이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을 고민하는 문명의 큰 과제들을 연구하는 기관으로 탈바꿈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제기된 연구 과제들을 수행하는 토대로서의 ‘후원기관’으로 자리매김하여 지속성과 전문성을 지원하게 될 것이다.
(3) 다양한 콘텐츠 / 플랫폼
좋은 고민과 대안이라도, 공유될 때에라야 비로소 힘을 발휘하는 법. 이를 위해서 ‘총서’는 단순히 텍스트 콘텐츠에 머무르지 않고, 방송 프로그램에서부터 각종 뉴미디어 매체에 적합한 다양한 콘텐츠로 재생산하여 유통시켜 나갈 것이다.
또한 최근의 광화문의 촛불 혁명에서 보이는 것처럼 ‘모두가 함께 즐겁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형태의 재가공과 보급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연구 과정에서 축적되는 자료와 연구 성과들은 단지 연구원과 이 총서에만 국한하여 독점하지 않고, 아카이브를 구축하여 공유재로서 많은 사람들(기관)이 공유/공용/공헌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원불교가 100주년에 즈음하여 사발통문으로서의 총서를 던진다. 들불을 일으키는 바람처럼 사방으로 전하여지길 바랄 뿐이다!!!! 접기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중반에 걸쳐 서양 근대문명의 수용과 식민지화, 남북 분단과 근대화, 민주화라는 역동적인 역사를 겪으며, 21세기 세계 10대 경제 대국의 반열에 올라선 한국 사회가 제4차 산업혁명으로 나아가는 도정에서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와 더불어 문명론적 대전환의 과제를 수행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더욱이 환경 파괴나 먹거리 위기와 같은 자연생태계의 위기, 정치적 종교적 경제적 이유로 인한 증오와 파괴와 분쟁과 전쟁, 빈부 격차의 심화 같은 사회적 생태계의 위기, 출산율 저하나 인간 불신, 가족 파괴 등과 같은 인간생태계의 위기, 인공지능 등이 야기하는 인간과 생명의 정체성의 위기 등은 한국 사회나 동아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전 세계가 함께 겪고 있는 문명의 질환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개벽은 ‘세계사적 지평’을 획득하게 된다.
이러한 물질만능주의, 이기주의, 소유욕에 의해 작동되는 현대문명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생명 살림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세계관의 정립이다. 이를 위해서는 돈 중심, 물질 중심, 소유 중심에서 사람 중심, 생명 중심, 존재 중심으로의 가치 중심의 이동, 즉 정신의 근본적 변혁이 필요한 것이다.
이는 곧 19세기 말 이 땅에서 탄생한 신종교가 내세웠던 ‘개벽’이라는 과제가 결코 헛말이 아니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2)
이 총서에서는 <종교생명의 대전환> <정치경제의 대전환>을 통해 자연과학, 환경운동, 생명운동, 원불교와 기독교, 이슬람 등 종교의 영역에서 문명의 위기와 그 과제를 살피면서 종교의 새로운 길을 찾으며, 더 나아가 자연을 살리고, 우리의 몸을 살리고, 우리의 마음을 살리는 ‘영적인 혁명’, 즉 ‘마음의 혁명’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개벽이란 생명에 대한 각성이자 훼손된 ‘자연의 생명’(대지 살림)과 ‘인간의 생명’(몸 살림과 마음 살림)을 치유하고 회복할 수 있는 새로운 ‘생명문화’를 찾는 길이다. 생명을 자각하고 찾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를 하나의 거대한 유기적 생명의 세계로 인식하는 영성이 우리 안에서 움직일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전자의 전환기에 서 있던 세계는 서양 근대와 대결하며 동시에 그것을 모델로 하는 것으로 자연과학이나 기술공학의 발전에 대한 기대, 역사의 발전에 대한 낙관, 물질적 풍요에 대한 유토피아적 희망을 품고 있었고, 경제적부의 창출을 지상과제로 삼았다. 이는 경쟁과 효율성을 지표로 삼아 삶의 세계를 재단하고 자연을 정복하며 대량생산과 대중소비라는 물질문명의 틀을 만들어 냈다. 더 빠르고 힘차게 변해야 한다는 문명의 조급증과 강박은 한편으로는 산업사회와 자본주의적 물질의 풍요로움을 만들어냈지만, 다른 한편 물질적 소비, 환경오염과 생활 폐기물의 증가뿐만 아니라 소유 지향적 인간 유형, 인간 소외, 스트레스, 인성의 황폐화, 문명병의 증대, 가족의 붕괴 등 수많은 사회문제를 양산하였다.
후자의 전환기, 즉 우리가 현재 서 있는 현대사회는 무한 경쟁, 무한 욕망, 무한 소유, 무한 소비를 부추기는 소비사회이자 풍요사회이며 신자유주의의 그늘 아래 경제적으로 많은 것을 이루어내는 성과사회이지만 동시에 불안 사회, 피로 사회, 소진 사회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정보매체와 생명공학, AI(인공지능), 로봇산업 등의 융합에 의해 이루어질 제4차 산업혁명은 생활의 편리뿐만 아니라 인간과 기계의 혼재, 유전자 복제와 치료 등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본질적 문제를 새롭게 야기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문명의 대전환이 이루어지는 시대를 살며 그 전환의 지층 위에 서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에는 특히 종교와 생명의 층위에서 문명의 대전환과 그 대전환이 야기하는 문제들을 검토하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시대적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원불교 100주년을 기념으로 하는 학술대회에서 나온 성과 가운데 종교와 생명 세션 성과를 토대로 구성된 것이기에 원불교의 사상적 토대나 문명의 전환기에 기여할 수 있는 실천적 역할을 조명한 것도 있지만 더 나아가 종교적 편협을 넘어서서 각 분야의 종교지도자들이 참여해 불교, 기독교, 이슬람, 동학 등 다양한 종교적 세계관을 다루고 있으며, 한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해 논의한 현대문명의 위기와 그 원인에 대한 철학적 종교적 성찰, 그리고 그 대안적 세계관의 모색까지도 담고 있다.
21세기 문명의 문제와 각 종교의 문제 및 과제, 즉 ‘영성’, ‘수행’, ‘깨달음’, ‘종교의 실천’, ‘종교 회통과 열린 종교 문화’ 등의 문제들을 함께 성찰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제공해 준 발표자와 패널 토론자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여기에서 다루어진 생명에 관한 발표내용들은 ‘물질문명’, ‘몸’, ‘영기질 생명관’, ‘마음살림’, ‘영성’, ‘우주적 자아’ 등 여러 가지 키워드로 다시 정리될 수 있다.
“종교·문명의 대전환과 큰 적공”이라는 주제로 다루어진 이 대회에서 종교 영역에서는 ‘영성운동’이, 정치 영역에서는 ‘평화 문제’가, 경제 영역에서는 ‘자본주의 비판’과 ‘다원적 경제의 모색’이 다루어졌고, 생명 영역에서는 ‘생명 사상’과 ‘실천적 생명운동(살림의 길)’을 살펴보았다. 전체적으로 이번 국제학술대회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우리는 백 년 전과 마찬가지로 현재 거대한 문명전환기에 서 있다.
둘째, 오늘날 우리는 자본주의적 물질문명의 폐해로 인해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
셋째, 우리는 종교 갈등, 정치적 갈등, 경제적 혼란, 생명의 위기 속에 서 있다.
넷째, 이를 넘어서기 위해 생명, 평화, 영성의 가치를 모색해야만 한다.
다섯째, 이러한 가치는 각자의 주체적 생명체험, 즉 영적인 정신개벽에서 시작할 수 있다.
여섯째, 생활불교와 정신개벽을 지향하는 원불교가 이러한 대전환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일곱째, 세속 속에서 세속을 넘어서는 영적인(정신적) 깨달음의 노력이 종교, 정치, 경제 영역뿐만 아니라 철학, 문화, 예술 등 인문사회적·문명론적 차원에서 확산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원불교 100주년과 원광대학교 70주년을 기념하는 이러한 국제학술대회는 종교, 특히 원불교가 물질주의 시대에 영성의 가치, 전체 생명의 가치를 일깨우는 데 중요한 종교적 통로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적 세속적 생활 속에서 영성적 가치를 깨닫고 추구하는 중요한 정신적 좌표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과제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살림과 섬김(모심), 나눔과 평화, 땅(자연)과 몸, 인간과 세계를 살리는 생명의 세계관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마음의 혁명, 즉 정신개벽이 일어나야만 한다는 내용도 학술대회 가운데 용출(湧出)되었다.
○ 원불교총서가 나오기까지
(1)
“원불교 개교 100주년, 원광대 개교 7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는 다음 세 가지 기획의도를 가지고 출발했다.
첫 번째, 동학 창도(1860) 이래 원불교까지의 신종교에서 표출되었던 핵심어는 개벽—현대적 맥락에서 ‘대전환’—이며, 이는 곧 문명과 종교의 대전환을 의미한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실감할 수 있도록 하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원불교단은 물론 한국 사회 종교계와 학계, 시민사회운동과 생명운동 진영에, 이 땅에서 자생했던 새로운 문명에 대한 열망은 대부분 좌절되어 왔지만 후퇴하거나 포기한 것은 아니었고, 물밑에서 문명의 대전환의 길로 심화, 확장되어 왔으며, 그리고 그 동력과 씨앗을 보존해 온 주체는 주로 종교였다는 점을 성공적으로 밝히는 대회였다.
두 번째, 원불교 100년의 역사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걸어왔다고 할 때, 이것은 자기 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안팎에서 기도하고 성원, 소망하는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고 보는 것이 원불교의 기본자세이다. 원불교(인)만의 힘이 아니라 원불교에 기대를 걸었던 집단지성, 집단염원의 힘이 밑바탕이 되었다. 100주년 학술대회 행사도, 이 시대의 집단지성의 형태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학술대회 진행과 내용을 채우는 방식과 실제적인 참여 행태는 한마디로 원불교 안팎, 한국사회 안팎, 그리고 신구 세대를 두루 망라하고 소통-연대하고, 나아가 우리 시대의 대표적 지성(학자)들과 생평 활동가들이 함께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
세 번째, 시민사회 및 생명운동 진영에 함께하자는 제안을 했을 때 폭발적 반응이 있었고 그것이 고스란히 준비과정과 학술대회로까지 이어졌다. 특히 젊은 세대의 열망은 대단하였다. 장소가 지역[지방] 소도시라는 점이 걱정스러웠으나 서울은 물론 영남과 충청 지역을 불문하고 전국 각지에서 학자와 활동가들이 대거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었고, 특히 언론의 관심과 반응이 뜨거워 그 성과들만 해도 두툼한 자료집으로 묶어낼 만큼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학술대회를 통해 제안하고자 했던 담론들이 우리 사회 곳곳, 그리고 실제적인 연구자, 활동가들의 뇌리와 방향 설정 자료로 깊숙이 각인되었다고 보며, 앞으로 이 방향의 논의와 실천을 계속해 나갈 동력이 확보되었다는 평가가 있었다.
(2)
학술대회를 마무리하고, 총서로 내겠다고 했을 때, 발표 원고를 다시 정리해서 내주기 쉽지 않다. 그런데 거의 모든 발표자들이 발표와 토론의 성과를 반영하여 원고를 성의 있게 다시 정리해서 보내주셨다. 그 자체로 집단지성의 성과가 온축되는 과정이었다. 토론의 열기가 뜨거웠던 만큼, 그 의의는 더 크다. 이러한 과정들이 총서 4권으로 결실을 맺게 되었고, 책으로 만들어지는 과정 내내 유지되고 확장되었다. 무엇보다 이번 학술대회는, 청중들만이 아니라, 발표, 토론, 진행자들도 감동 받았던 행사였다. 그리고 그 마지막 결실이자, 새로운 100년을 향해 나아가는 출발점이 바로 이 총서의 첫 결실인 4권이다.
○ 왜 ‘대전환’인가? - 이대로는 안 된다, 가만있지 않겠다
지방에서 열리는 학술대회 사상 유례가 없다고 할 만큼 열띤 가운데 1,300명 이상이 참여하였고, 사전 보도 부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인터넷 등에서 다양한 관점과 형식으로 보도가 잇달았다. 그중 하나의 초점은 ‘대전환(개벽)’이라는 화두에 대한 관심이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가 한국 사회에 던진 충격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민중적 ‘집단지성’의 구호는 한마디로 ‘이대로는 안 된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말 그대로 한국 사회의 저변으로 ‘불망(不忘)’의 동력들은 스며들고, 솟구치기를 반복하고 확장 확산되고 심화(深化) 심화(心化)되어 갔다.
이처럼 한국 사회를 깨어나게 했던 큰 흐름이, 대전환이라는 주제와 연결되었다. 이것을 원불교 내적으로 본다면 원불교가 1960년대 이래 쌓아온 이미지, 즉 모든 종교를 인정하고 포용하고 대화하려고 하는 열린 자세를 표방하고, 실천해 왔던 적공(積功)의 역사와도 무관치 않았다.
또 하나, ‘대전환’이라는 주제에 대한 관심이 실천(학술대회 참여)으로 결실을 맺게 된 데에는 지난 한 해 동안 생명평화운동진영이 지속적으로 전개해 온, 연속된 모임이 크게 기여했다. 이는 이번 학술대회를 주관했던 박맹수 교수가 모심과 살림 연구소 이사장을 하면서 생명평화라는 화두를 체계적으로 전파하고, 그것을 통해서 연결되고 소통해 왔던 천도교한울연대, 개벽신문과 개벽하는사람들, 대화문화아카데미, 무위당기념관, 보은취회 등의 단위들이 십시일반으로 쌓아 이룬 성과이기도 하다.
이것을 다시 종교적 관점에서 회고하면, 예를 들어 원불교의 경우 지난 100년간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는 개교표어(開敎標語)로 대변하였던 문제의식, 즉 시대 과제에 부응하려고 하는 포부, 개벽운동 등의 정당성과 의의를 시민들과 한국사회로부터 일정하게 지지와 공감을 받았다는 확인을 이번 행사를 통해 한 것도 크나큰 성과요 중요한 위안(새 길을 나서는 노잣돈)이 되었다.
다시 말해 100년 동안 걸어왔던 길이, 종교만의 과제가 아니라 시대적, 사회적 과제라는 점에 대한 확신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고, 그에 원불교가 일정 부분 기여하였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자신감과 자부심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을 잘 살려서 더욱 더 열심히 개벽운동을 해 나가야겠다는 다짐의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개벽’은 동학을 창도한 수운 최제우 선생 이래로 개벽운동을 의미한다. 그러한 개벽을 향해, ‘개벽’이라는 화두를 내걸고 가야 한다는 것의 의미와 가치를 거듭 확인하고, 공유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 벤처 종교, 스타트업 종교
종교 발달사에서 ‘100년은’ 짧은 시간이다. 이번 학술대회의 또 하나의 성과는 원불교를 비롯한 개벽의 종교, 즉 동학 천도교나 대종교, 증산도 등은 짧은 역사 속에서도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 것으로 보이지만, 긴 안목으로 볼 때, 이제 막 출발한 신종교로서 기성종교의 틀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벤처정신, 스타트업 종교로서의 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원불교와 여타 우리나라 자생 신종교들의 교리와 사상 속에 그러한 요소가 풍부히, 충분히 녹아 있음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목표는 우리 현실의 구석구석에 쌓여 있는 과제와 구체적 해결해 나아가는 실천과 끊임없이 교감하는 가운데 완성되어 갈 것이다.
예를 들어 생명 평화 중 평화와 관련되는 싸드 문제는 최근 원불교단의 최대 쟁점 중 하나인데, 사실 이것은 원불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평화 전체의 문제이다. 이런 점에서 원불교가 한국의 평화운동에 더욱 더 물질적 정신적 다차원적 노력을 경주하겠다는 선언을 하는 것이 싸드 문제에 관한 원불교단의 입장이다. 우리는 이러한 의미들을 천착하고 대중들과 교감하며 공감대를 확장, 심화하는 노력들을 다양한 형태의 성과물로 출간해 나갈 것이다.
실제로 학술대회 이후 원불교 교단 내에서는 싸드와 평화는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을 전 교단적으로 확인하고 공감해서 그 길을 따라서 평화운동에 나가아는 흐름이 뚜렷이 형성되게 된다.
○ 개벽적 전통 안에서 양성평등의 전망을 찾다
우리 사회의 중요 화두가 된 양성평등의 이론과 실천은 지금까지는 서구 기독교나 서구 여성해방 사상에서 유래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것이 아니라, 동학 이래의 개벽 종교의 꾸준한 이론과 실천의 덕분이라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한국적 양성평등 사상의 이론과 실천을 치밀하게 이론화하고, 사회적으로 메시지를 던지는 활동을 이어가기로 하였다.
우선 2017년 2월 3일, 원불교 여성 10대 제자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원불교만이 아니라, 한국 근대 여성운동을 새로운 차원으로 재평가하는 작업을 시작하는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한국적 여성운동의 이론과 실천을 재정립하는 것도 100주년 이후의 과제라 할 수 있다.
에너지 소비 문제와 결정적으로 연결되는 가장 큰 화두가 핵문제이다. 이 부분은 전 세계적으로도 큰 성과라고 인정되는 것이 원불교 개교 100년을 맞아 100개의 햇빛발전소 개소가 완성된 일이다. 이 점은 유엔에서도 주목할 정도이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이러한 점을 반영하면서 기존의 화석연료와 핵에너지에 의존하는 선천문명을 생태계의 재생 가능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후천 개벽 문명으로 진전시켜 감으로써 한국사회, 전 세계에 확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 왜 총서인가 – 새로운 100년으로 나아가는 길
(1) 책 – 콘텐츠의 출발점
실력과 성과는 일회적 활동의 결과가 아니라, 지속적인 적공(積功)의 결실이다. 계속하는 것이 힘이고 실력이다. 원불교 개교 100주년, 원광대 개교 70주년 국제학술대회의 성과가 크면 클수록, 이것을 지속적으로 계승해 나가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었고, 그에 대한 해답으로 찾은 것이 총서의 발간이다.
“종교 문명의 대전환과 큰 적공 총서”는 이번 국제학술대회의 성과를 담은 3권과, 우리 시대 지성 중의 지성인 백낙청 선생의 원불교 담론을 담은 1권을 포함한 4권이 1차분에 해당하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간행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총서는 ‘마감’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을 위한 선언문과도 같은 의의를 갖는다.
또 이번 학술대회에서의 토론 주제 중 하나가 ‘대전환’이라는 말이다. 19세기 이래의 ‘개벽’이라는 말을 현대적인 용어로 한 것이다. 그런데 대전환은 한국 사회만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번 학술대회 최대의 성과는 우리 땅에서 전 인류가 지지하고 공감하고 함께할 수 있는, 문명사적 과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고민을 꾸준히 해 왔고, 실천해 왔다는 것을 전면적으로 재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 전통 사회 안에 세계적, 인류적 과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의식과 그 대안적 진리와 사상, 그리고 구체적 실천의 전통과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찾을 수 있겠다는 확인의 자리였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후속 작업으로 하려는 것이, 그러한 인류사적 과제 해결의 문제의식, 노력들을 대중적 확산의 작업, 연구이다. 이번 총서는 바로 그러한 노력의 결과들을 담아내고 선도하고 교감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
(2) 연구 재단의 설립
이번 학술대회와 총서 발간을 실무적으로 준비하고 진행한 <원불교사상연구원>은 올해로 44년이 되는 연구원이다.
월불교사상연구원은 100주년 기념학술대회를 계기로 원불교 내의 과제만 연구하는 기관이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을 고민하는 문명의 큰 과제들을 연구하는 기관으로 탈바꿈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제기된 연구 과제들을 수행하는 토대로서의 ‘후원기관’으로 자리매김하여 지속성과 전문성을 지원하게 될 것이다.
(3) 다양한 콘텐츠 / 플랫폼
좋은 고민과 대안이라도, 공유될 때에라야 비로소 힘을 발휘하는 법. 이를 위해서 ‘총서’는 단순히 텍스트 콘텐츠에 머무르지 않고, 방송 프로그램에서부터 각종 뉴미디어 매체에 적합한 다양한 콘텐츠로 재생산하여 유통시켜 나갈 것이다.
또한 최근의 광화문의 촛불 혁명에서 보이는 것처럼 ‘모두가 함께 즐겁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형태의 재가공과 보급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연구 과정에서 축적되는 자료와 연구 성과들은 단지 연구원과 이 총서에만 국한하여 독점하지 않고, 아카이브를 구축하여 공유재로서 많은 사람들(기관)이 공유/공용/공헌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원불교가 100주년에 즈음하여 사발통문으로서의 총서를 던진다. 들불을 일으키는 바람처럼 사방으로 전하여지길 바랄 뿐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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